품종묘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들에 대해서 말하고자 합니다. 그 중 하나가 품종묘는 고양이공장에서 태어난 펫샵 고양이를 데려오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사실이 아니며, 호랭이와 하늘이도 펫샵에서 온 아이들이 아닙니다. 가정분양(현재는 단독주택 동물생산업), 지인분양, 캐터리 분양, 해외입양 등의 방법이 있고, 호랭이와 하늘이는 각각 가정분양과 캐터리 분양을 받은 아이들입니다. 간혹 가정분양도 다 업자이고 캐터리도 똑같지 않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렇지만 사전에 여러가지 요소들을 검토하고 분양처에 방문해본다면 업자와 비윤리적 캐터리를 충분히 걸러낼 수 있습니다. 저 역시도 펫샵은 악의 축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펫샵 근절을 위한 목소리를 꾸준히 낼 생각입니다.
두 번째로, 품종묘 vs 유기묘의 프레임이 왜 씌워지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뱅갈고양이를 키운다고 해서 모든 품종묘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유기묘에게 안타까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아니며, 코숏 고양이들 역시 좋아합니다. 다시말해서 기본적으로 모든 고양이들을 다 좋아하는데 몇몇 묘종을 특히 더 좋아할 뿐입니다. 그런데 품종묘를 키우거나, 특정 묘종에 대한 선호를 보이는 행위 자체가 마치 유기묘 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생명을 사서 키우는 사람이라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품종묘와 유기묘가 왜 이분법적으로 구분되는걸까요?
세 번째로, 품종묘는 사서 키우는 게 아닙니다. 사지말고 입양하세요라는 문구는 아주 공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유기묘나 구조된 아이들을 입양하면 되는데 품종묘를 돈 주고 사는가?라는 문제제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품종묘를 키우는 집사라고 해서 고양이를 물건으로 사오는 게 아닙니다. 평생 사랑으로 키울 아이를 신중하게 데려오는 집사들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고양이의 입양비는 고양이와 평생 함께하면서 들어가는 총 비용을 고려하면 거의 없는 수준입니다. 이런 입양비를 부각시켜서 품종묘를 키우는 집사들을 고양이를 돈주고 사오는 책임감없는 사람으로 만드는 일은 옳지 않습니다. 제 고양이들을 늘 평생 최고로 사랑하고, 저 또한 사랑받으며 살아왔는데 아이들의 입양비가 있다는 게 문제가 되나요?
물론 실제로 유기되는 동물들이 많다는 점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TV등에 나오는 유행하는 품종묘, 품종견을 키우다가 유행이 지나면 버려지는 아이들이 문제가 된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미디어와, 성숙하지 못한 반려의식 그리고 아무제약없이 동물들을 펫샵에서 살 수 있고, 유기하더라도 제대로 처벌할 수 없는 법과 시스템이 종합적으로 만들어 낸 참사입니다.
모든 품종묘가 펫샵에서 온 건 아니지만, 펫샵에서 데려오는 아이들은 모두 품종묘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품종묘를 기르는 것에 대한 묘한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건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잘못한 개인과 국민정서를 따라오지 못하는 법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져야지 연좌로 묶어 품종묘를 키우는 행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유기묘, 구조묘 입양이 멋지고 존경받을 일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품종묘의 입양이 잘못된 행동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왜 품종묘를 키워요? 라는 질문은 정말 많은 집사님들이 들어오셨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분들을 대변해서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뱅갈고양이인 호랭이와 하늘이가 내가 가장 많은 사랑을 주고 평생을 책임질 수 있는 아이였기에 제 반려로 선택했다구요. 누군가에게는 그런 아이가 유기묘이고, 구조묘였을거예요. 그런 집사님들의 멋진 선택을 존중합니다. 그렇지만 저에게 그 존재는 호랭이와 하늘이입니다.
+ 유기묘에 대해 안좋은 인식을 심어준다고 보일까봐 영상에서 유기묘의 단점에 대해서는 비교적 간결하게 언급했는데요, 한 가지 추가로 이야기 하자면 트라우마가 있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문제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정 행동을 반복한다던가, 어떤 상황이 되면 아이가 극도로 싫어하는 모습을 보인다던가 하는 것처럼요. 식탐이나 공격성 등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유기묘를 입양하는 것이 선한 일이기 때문에, 유기묘 입양의 단점에 대해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유기묘를 입양했다가 다시 파양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양이를 키우는 것 자체가 처음 겪은 사람한테는 어려운 일인데, 아이가 가진 상처와 기억까지 보듬어주는 건 생각처럼 쉽지 않을지도 몰라요.
또한 입양을 권장하는 것 만큼이나, 유기나 파양이 되지 않도록 관련 법안의 강화 및 제도의 보완에 대한 여론에도 힘을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유기묘를 많은 사람들이 입양한다고 하더라도, 그만큼 유기하는 사람들이 나오게 된다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거든요. 교육 커리큘럼에서도 유기동물 문제와 동물을 키우는 데 있어서 필요한 책임감에 대한 이슈를 다뤄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