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언제나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을 써봅니다.
오늘 아침, 아버지 회사에서 키우던 반려견이 들개들의 공격을 받고 갑작스럽게 먼저 무지개 다리를 건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못해준 것들이 생각나고 너무나도 슬퍼 어딘가에 푸념을 하고 싶어 글을 써봤습니다.
쓰다보니 꼬미에게 보내는 편지와 같아졌네요.
장문의 글입니다.
저의 푸념과도 같은 글이니 원치않으시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너는 7년 전 2013년에 우리 회사 사무실에서 홀로 태어났어.
이전부터 키우고 있던 너의 엄마인 콩이가 배가 불러 임신을 했는지 병원에 확인을 받았는데 병원에서 임신이 아니란 얘기를 듣고 그냥 얘가 살이 쪄서 그런갑다라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 책상 아래에서 태어난 너를 아버지가 발견했어.
그때는 주말이어서 하마터면 너는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방치될 뻔했었지만 마침 출근하신 아버지 덕분에 너는 건강히 자라날수 있었어.
니 엄마 콩이는 그닥 육아에는 관심이 없었거든.
너는 아버지 덕분에 건강해 질 수 있었는데 너는 아니?
내가 너를 처음 본 건 사진을 통해서였어.
당시 나는 입대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었고 간간히 누나가 보내주는 너의 사진을 보며 귀엽다고 빨리 보고싶다고 생각했었어.
그러다가 너를 실제로 본 건 니가 성견만큼 자라고 나서였지.
회사에 도착한 나를 보며 너는 처음엔 경계하며 짖었지만 너의 엄마 콩이는 나를 알고있었기에 나에게 달려와 배를 뒤집고 꼬리를 흔들었고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며 어찌해야될지 모르고 당황하는 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너는 정말 생긴것도 여우 같았지만 여우만큼 정말 똑똑한 애였어.
배변도 회사 부지에서 하지 않고 일부러 멀리 내리막 길을 따라 내려가 수풀 속에서 해결하고 어슬렁어슬렁 걸어 올라오던 너의 모습이 여전히 생각나.
한번 혼나는건 절대 하지 않고 남들이 싫어하는 것은 눈치껏 하지 않았었어. 지금까지 너와 함께 생활하며 낯선 사람이 올때 빼고는 니가 짖는 것을 한번도 본적이 없었어.
분명 시끄럽다고 생각하던 회사 사람들을 생각해서 였겠지.
회사 사람들 뿐만 아니라 회사를 방문한 손님, 거래처 사람 , 점심 배달을 오시던 식당 아주머니들도 너를 매우 좋아했어.
심지어는 너를 위해 일부러 간식을 가져오거나 식당아주머니는 고기를 따로 챙겨다 주시기까지 했다.
너는 정말 인기스타였고 우리 회사 최고의 영업사원이었어.
항상 회사에 출근을 하면 오르막길 끝 회사 입구에서 스핑크스처럼 앉아 기다리는 너를 볼수 있었어.
우리는 그걸 보고 '꼬밍크스'라 불렀고 가끔 니가 그 자리에 없으면 조금 불안하기도 했어.
하지만 항상 너는 어디선가 나타나 우리를 받겨주었지.
차가 회사로 들어오면 기지개를 켜고 차에서 내리는 회사사람들을 정말 반갑게 맞아주었었어.
하지만 나랑은 눈만 마주치고 아침에 간식을 챙겨주시는 아주머니 뒤만 쏜쌀같이 쫒아갔고 간식을 먹고 돌아온 다음에서야 나에게 애교를 부렸었어.
정말 괘씸했지만 그런 너의 여우짓이 정말 귀여워 매번 쓰다듬어주었었지.
현장에 내려가면 항상 내 뒤를 따라오면서 자기를 보라고 앞발로 툭툭 내발을 칠때면 가끔 정말 깜짝 놀라기도 했어.
그래도 한번 쓰다듬어주면 미션 클리어를 한 듯 유유히 자리를 피하고 조금 떨어진 발치에 앉아 내가 일하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았어.
그런 니가 너무 귀여워서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치면 슬금슬금 꼬리를 흔들며 눈치를 보다가 내가 너를 부르면 쏜쌀같이 뛰어와 배를 뒤집어었어.
내 손을 핥는거를 좋아해서 장갑을 끼고 만지는다가도 장갑을 벗고 니가 편히 핥을 수 있게 코앞까지 대령했었어.
가끔 가다가 니가 나를 조련시킨게 아닌가 의심이 되었지만 그래도 너의 귀여운 얼굴을 보고 있자면 그런 의심을 풀지 않을수 없었다.
너는 진짜 여우야.
너는 항상 회사에 홀로 남아있어야 했어.
어미인 콩이는 원 주인분이 다시 데려갔고 회사에는 너만 남게 되었지.
다른 친구를 데려올까도 생각해봤지만 두마리를 키우기는 힘들다 생각해 너를 홀로 남겨두었어.
항상 퇴근할때 떠나가는 우리를 바라보는 너를 보며 가엽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어쩔수 없다며 고개를 돌려버렸었어.
우리의 사정만 생각했고 남은 너의 심정을 생각하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꼬미야
오늘 아침 출근을 하는데 오르막길 가운데 개들 5~6마리 에 둘러싸여 누워있는 너를 보고 정말 가슴이 철렁했다.
황급히 차에서 내려 너의 이름을 부르자 너는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봤었지.
온몸이 젖어있고 군데군데 상처도 보였었어.
소리를 지르며 개들을 쫒아내고 황급히 누나가 가지고 있던 담요를 받아 너를 감싸고 회사로 갔어.
그때 너는 아직 따뜻했고 숨을 거칠었지만 눈을 뜨고 내 품에 안겨있었어.
누나는 놀랜 가슴을 달래며 24시간 동물병원을 찾았고 조금 멀지만 몸을 못 가누는 너를 안고 차를 끌고 동물병원으로 갔어.
내 생에 처음으로 속도계의 끝을 찍어보았었어.
다행히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야한다며 내 머리를 차갑게 식히고 안전하게 병원에 도착하여 의사선생님께 너를 인계할 수 있었다.
그재서야 긴장이 풀러 온몸이 아파 의자에 소파에 몸을 기대어 별일 아닐꺼라 믿으며 누나와 이후 너를 회사가 아닌 집에서 키우야 되겠다며 이야기하며
아침을 안 먹어 배가 고프다는 실없는 얘기들을 했었어.
이렇게 해야만 냉정할수 있을꺼라 그렇게 생각했거든.
진료를 보신 의사선생님이 진료실로 우리를 불었고 온몸에 상처투성이인 너의 사진을 보았어.
사경을 해매고 있다고 했어.
지금도 의식을 잃었다 차리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했어.
너는 들개들에게 둘러싸여 공격을 당한것이라고 했고 온 몸에 물린 깊은 상처들을 통해 내부출혈이 심하고
뒷다리는 신경이 끊어져 완치하더라도 장애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어.
머리는 물리지 않았지만 어딘가에 크게 충격을 받아 뇌진탕 증상도 보인다고 했어.
누나는 하염없이 울었고 나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기 위해 이를 악물고 애썼어.
그래도 흔들리는 목소리를 감추기는 힘들었었다.
바로 수술을 들어가야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지만 의식을 잃을 정도로 기력이 없어 마취에서 깨어날 가능성이 낮아 지금은 기다릴수 밖에 없다고 하셨다.
이후 어떻게 진행을 할 것인지 상의하기 위해 잠깐 병원 밖으로 나왔고 그리고 정말 몇초도 지나지 않아
간호사님이 급하게 우리를 찾았어.
급하게 치료실로 들어가 털이 다 깍여 전신 피투성이가 되어있는 너를 보았어.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어.
너는 그런 불쌍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어.
심정지가 왔다고 했어.
의사선생님이 CPR을 진행하려고 준비를 하며 CPR 의사를 물었어.
그리고 나는
편히 보내달라는 냉정한 말을 입 밖으로 꺼내고 말았어.
괴로워하는 너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고 이후 고비를 넘기더라도 아무런 시술도 받지 못한채 고통스럽게 견뎌야하는 너를 상상하기 싫었어.
그래서 나는 너는 편하게 해주는게 좋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의사선생님은 꼬미를 편안히 보내주셨고 더이상 괴롭게 몸부림 치지 않는 너를 하염없이 울며 바라보았다.
그리고 지금 그 결정이 너를 위한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내 이기심이었는지 모르겠어.
너무나도 후회되고 자괴감을 느끼고 그때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
어쩌면 너는 더 살고 싶었는지도 몰라.
그런 너를 난 거절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하염없이 눈물이 나..
이후 시신 수습은 병원에 의탁했어.
너를 데려와 장례를 치뤄주는 것도 너를 묻어주는 것도 우리로서는 힘들었기 때문이었어.
상자 속에 잠들어 있는 너를 두고 병원을 나와 차 안에서 흐르는 눈물을 이를 악물고 참았어.
마지막으로 너를 쓰다듬어주지 못한 것이 지금도 정말 후회 돼...
충격받은 누나를 집에 데려다 주고 마음을 추스린 후 나는 다시 회사에 출근을 했어.
오르막 길 끝에 너는 더이상 보이지 않고 아침에 니가 누워있던 곳도 지금은 햇빛에 말라 버렸어.
주차를 하고 니가 눕기 좋아하던 감나무 밑이 눈에 들어왔지만 차마 볼수가 없었어.
어제까지만 하더라고 그곳에 누워있는 너를 봤었는데...다시 울 것만 같아서 고개를 돌렸어.
회사 식당에 밥을 차리러 가면 너는 항상 식당 앞에서 우리를 기다렸었는데 지금 너는 그곳에 보이질 않는구나.
식당 안에 니가 쓰던 밥그릇이 있지만 차마 볼수가 없었어.
밥을 다 먹고 니 밥을 차려줘야하는데... 그걸 귀찮다고 생각했던 예전의 내가 생각나 너무 싫어..
니가 좋아하던 고기반찬이 나왔는데...그걸 물에 씻어서 너의 밥그릇에 넣어 밖으로 나가면 꼬리를 흔들고 폴짝폴짝 일어서는 니가 있을거 같은데..
이제는 그런 너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너의 모습이 보고싶어 휴대폰 사진첩을 열어봤는데 음식사진, 가족들과 친구들, 여자친구 사진, 여행가서 찍은 사진들은 많은데 정작 너의 사진은 10장 남짓, 그중에도 너와 함께 찍은 사진은 없더라.
내가 얼마나 너한테 무심했는지 다시한번 알게 되었어.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많이, 함께 찍어둘 껄 그랬어...
꼬미야
나는 너를 그저 반려견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어.
고기반찬이 없어 꼬미 뭐주지라고 말하는 누나에게 개가 개밥을 먹어야지 라고 핀잔도 줬었고
반려견을 내 동생이에요 내딸이에요라고 말하는 사람들보고 주책이라고 생각했었어.
가족이라고 생각했지만 너를 내 동생이라고 불러본적이 없었어.
그게 너무 한이되고 미안하고 후회스러워.
내 여동생 꼬미야. 갑작스럽게 가버린 너를 이제서야 동생이라고 불러본다.
부디 다음생에는 진짜 내 여동생으로 태어나주라.
그때는 너를 홀로 두고 떠나가거나 함께 있으면서도 쓸쓸히 두지 않을께.
니가 좋아하는 간식도 많이 사주고 더 많이 놀아주께.
어떤 사람들은 반려견은 주인이 올때까지 기다리다가 주인과 함께 저승의 문턱을 넘는다고 하더라.
꼬미야 부디 너는 그러지 않길 바래.
우리와 함께 있을 때 너는 너무도 많이 우리를 기다렸고 우리는 너무도 많이 너를 기다리게 했어.
부디 그곳에서는 우리를 기다리지 말고 좋고 행복한 곳으로 먼저가길 바래.
내 여동생 꼬미야. 정말 미안하고 사랑하고 보고싶다..
- 못난 니 오빠가 마지막으로 너를 떠나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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