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피곤해서 몸을 방으로 옮기지도 못하고 거실에서 그대로 퍼질러져 버렸다.
분명 피곤한데 짜증나게 또 잠은 오지 않았다. 낮부터 풀지 못하고 쌓기만 한 고민 탓이었을 거다.
그때 부엌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도도도도도"
"쪼쪼쪼쪼쪼"
아주 작고 가벼운, 앙증맞은 발소리. 발톱이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
선명히 들었다. 눈을 뜨고 부엌을 바라보자 소리는 멎었다. 마치 얼음 땡 놀이라도 하듯이...
꽁지는 아니다. 코카스파니엘인 꽁지는 덩치가 있는 편이라 소리가 훨씬 묵직하다.
그리고 당장 내 발밑에서 깊은 잠에 들어 있었다.
그런데 기분 나쁘거나 섬뜩하기 보단
뭔가 기분 좋고 사랑스러운? 느낌이었다고 할까.
그때 갑자기 머릿 속에서 떠올랐다. "우리 까비...까비 발소리..."
하늘나라로 간지 7년이 더 지난 까비가 밤 중 거실을 누비며 냈던 그 발소리와
너무도 닮은 소리였다.
"까비가 우리 어찌 사는지 궁금해서 잠시 놀러왔나보다.."
나는 바로 정신 나간 결론을 냈다.
자리에서 일어나 괜히 현관문을 열어봤다.
그러자 시원하고 기분 좋은 바람이 등을 어루 만지면서 밖으로 빠져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까비야..."
그리고 다음 날.
엄마와 누나한테 이 얘기를 했더니
둘도 며칠 간격으로 비슷한 경험을 이미 했다고 한다.
까비야, 우리 많이 보고 싶었드나.
우리도 까비 많이 보고 싶었는데,
와줘서 너무 고맙다. 수고롭지만 종종 또 와줘라.
피곤하지 않을 정도로만!
그 날 이후 아침부터 누가 정성스레 안마라도 해준 것 처럼 하루 시작이 개운하다.
내 동생은 같이 살때에도, 그 후에도 참 기특한 동생이다.
피곤함에 겪은 현상일수도,
순간 얕은 잠에 빠져 꾼 꿈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우리 까비가 가족들은 요즘 어찌 지내나.
여전히 지지고 볶고, 웃으면서 그렇게 살고 있나.
그게 궁금해서 지금은 곁에 계실,
생전 그렇게나 까비를 예뻐해 주시고, 챙겨주셨던 외할아버지랑 이모한테 허락을 받고
잠시 놀러 왔다 돌아간 거라고, 그렇게 믿는다.
(IP보기클릭)22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