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허클베리입니다.
어느 포근한 늦겨울 주말 오후..
간단히 짐을 챙겨 길을 나섭니다.
저희는 차에서 트로트를 종종 듣습니다.
딸아이도 신곡보단 트로트를 더 좋아하네요.
오늘은 보릿고개를 참 구성지게 부릅니다.
"풀피리 꺾어 불던 슬픈 곡조는...."
캠핑장 앞 저희 가족의 놀이터로 향합니다.
통발에 물고기가 얼마나 잡혔을까...
부푼 기대를 안고 확인했는데.. 꽝입니다.
석양을 바라보며 낚싯대를 던집니다.
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저는 낚시꽝손!
풀숲을 헤치고 성큼성큼 걸어갑니다.
누군가 불을 피운 흔적이 보입니다.
그것을 놀이로 승화시키는 아이들..
"아빠~ 원시인들은 막대기로 불 피웠대!"
텐트로 돌아오니 때이른 벌레들이...
나무젓가락으로 모기향을 설치합니다.
등심이 익어가니 꼬로록 꼬로록 거립니다.
눈살, 볼살, 코살, 턱밑살, 혀살, 머릿살..
여러 부위가 섞여있는 뒷고기입니다.
뒷고기라는 이름은 돼지를 잡는 사람들이 맛있는 부위만 뒤로 빼돌려 자기들끼리만 먹었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설이 있습니다.
살이 두툼한 등갈비를 올려줍니다.
아내는 뭘 저렇게 혼자 먹고 있을까요.
이야기꽃을 피우는 동안 등갈비가 익었네요.
가래떡은 꿀에 찍어 먹는 게 진리!
달이 산을 넘어 하늘 높이 올라왔네요.
꼬들꼬들 매콤한 닭발로 입가심을 하고..
쥐포 몇 장 구워서 맥주로 마무리합니다.
정리하고 야경을 찍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심령사진이..
멀리서 들려오는 강아지 짖는 소리..
졸려서 칭얼대는 옆집 아기 소리..
모닥불 타면서 내는 따닥따닥 소리..
모든 백색 소음이 자장가가 됩니다.
오늘따라 잠자리가 더욱 편안하네요.
zzZ........
시리도록 차가운 파란 아침 하늘입니다.
날씨는 춥지만 산책을 빼놓을 순 없지요.
"아빠! 준비됐지? 하나 둘 셋 얍!!"
오늘 아침 메뉴는 두툼한 닭갈비입니다.
이웃 캠퍼들과 강변으로 내려갑니다.
한가로이 노니는 물새들..
요리조리 헤엄치는 피래미들..
건너편에서 낚시하는 아저씨들..
너무나도 평화로운 한탄강입니다.
'고래의 언덕'이 봄을 맞을 준비를 하네요.
아내가 파격적인 제안을 합니다.
지금 있는 곳에서 저 멀리 보이는 다리까지..
강의 가장자리로 걸어서 가보자네요!!
'겁 많은 우리 아내가 달라졌어요'
우측 화살표에서 좌측 화살표까지입니다.
위성 사진상으로는 가까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멀고 장애물도 많을 것 같습니다.
출발하자마자 드는 생각 '쉽지 않겠는걸?..'
바위를 넘고 언덕을 지나서..
거친 장애물을 힘겹게 정복해 나갑니다.
한탄강 주상절리가 나타났습니다.
신생대 제4기에 용암이 흘렀던 곳입니다.
눈앞에서 절경을 보니 입이 쩍 벌어지네요.
"아빠! 나 너무 더워. 패딩 벗을래!"
잠시 앉아 쉬면서 물 좀 마십니다.
"아빠~ 우리 그냥 돌아갈까?"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어.."
다시 화이팅 한번 외치고 출발합니다.
봄이 머지않았음을 체감합니다.
여전사들이여! 조금만 더 힘을 내시오!!
저 멀리 출발지점인 전망대가 보입니다.
뒤돌아 보니 이 험한 길을 어찌 왔나 싶네요.
자.. 이제 높은 바위벽을 넘어가면...
드디어 목적지인 다리가 보입니다!
이 어렵고 힘든 일을 해내고야 말았습니다.
전부 다 힘들어서 주저앉아버렸지만..
참 희한하게도 모두가 웃고 있네요.^-^v
지난주에 쌓은 돌탑이 무사히 서 있습니다.
"지맹아! 아빠가 하트 돌 발견했어!!"
요즘 늘 다른 모양의 하트 돌를 발견합니다.
"아빠! 무한 물수제비 봤어??"
오늘은 모든게 완벽한 날입니다.
흥을 감추지 못하고 막춤이 터져 버립니다.
아빠가 창피하다며 결국 자리를 떠나는 딸..
"아빠가 미안해!! 당분간 춤 안 출게!!"
이제 비포장길을 따라 캠핑장으로 갑니다.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얘기를 나누며..
다리는 아프지만 지루하지 않습니다.
볼록 거울 앞에서 단체 사진 한 장.
이윽고 캠핑장에 도착을 합니다.
오늘 모험한 총거리는 3.7km밖에 안되지만..
험로이다 보니 2시간 반이 소요되었네요.
매점 앞에서 목을 축이며 소감을 나눕니다.
짐 정리를 하고 처가댁으로 달려갑니다.
장인어른을 위해 준비한 사위의 조촐한 술상.
뼈다귀탕과 목살 소금구이는 최고의 안주!
오늘은 아내의 파격적인 제안 덕분에
즐거움이 10배는 더 증폭된 것 같습니다.
아내에게 무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네요.
가끔씩 부모님들의 푸념 글을 보게 됩니다.
자녀들이 캠핑을 안 따라다니려 한다고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해 보시길 바랍니다.
캠핑을 가셔서 무엇을 하셨는지요.
어른들은 '힐링'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들 손에 스마트폰을 쥐여주고
불멍과 음주에만 집중하지 않으셨는지..
어쩌면 캠핑장에서 지내는 그 시간이
아이들에겐 힐링이 아닌 킬링일 지도..
함께 뛰고, 함께 보고, 함께 느껴 보세요.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우리 아이들에게
스마트폰보다 더 넓은 세상을 보여 주세요.
오늘도 행복하세요!!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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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좋은 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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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오늘도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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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되네요 아이들과 같이 있어만 주는게 아니라 같이 무언갈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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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도 자주가는곳인데 진짜 한국 캠퍼들은 쓰레기들 뿐인듯.. 쓰레기 투성이에 모닥불 피우고 거기에 자기들 처먹은 쓰레기 같이 태우고 담배는 미친듯이 피우고 그데로 버리고 가는 인간들 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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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좋은 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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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 되세요^^ | 20.04.23 11: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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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뭘로찍으신건가요 색감이;; | 20.04.28 23: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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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8입니다~ | 20.04.29 08: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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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오늘도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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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하시기를..^^ | 20.04.24 06: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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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되네요 아이들과 같이 있어만 주는게 아니라 같이 무언갈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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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잘 어울리는 분들이 더 많겠지만 종종 안타까운 모습을 보게되네요. | 20.04.29 08:35 | |
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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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둥현진
기대를 저버려서 죄송합니다. | 20.04.29 08: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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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이 같은동네..ㅎㅎ | 20.04.29 08: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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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으시고 훌쩍 떠나보세요! | 20.04.29 08:3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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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20.04.29 08:3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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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크면 너무 빨리 커서 슬퍼지실겁니다.ㅜㅜ | 20.04.29 08: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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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04.29 08: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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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 되세요! | 20.04.29 08: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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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안드나봐요.. | 20.04.29 08: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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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중고 pc를 한대 샀는데 이러네요. | 20.04.29 08: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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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릴적에 부모님과 캠핑 다닌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생각만 해도 괜히 입가에 미소가.. 제 딸도 먼 훗날에 그럴 수 있을지..^^ | 20.04.29 08: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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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도 자주가는곳인데 진짜 한국 캠퍼들은 쓰레기들 뿐인듯.. 쓰레기 투성이에 모닥불 피우고 거기에 자기들 처먹은 쓰레기 같이 태우고 담배는 미친듯이 피우고 그데로 버리고 가는 인간들 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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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 20.04.28 21: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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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때마다 낚시꾼, 노지 캠퍼들이 맨땅에 불 피우고 쓰레기 던져놓더라고요. 참 괘씸해요. | 20.04.29 08: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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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일 하셨습니다. | 20.04.29 09: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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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베스트 수십번 간 것 같습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04.29 08: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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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제가 보고 아는 3번도 굉장하고 놀랍고 대단하신데 수십번이라뇨 ,.; | 20.04.29 18: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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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블레이드님은 더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 20.04.29 08: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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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어디서 나오는 대사일까요? | 20.04.29 08: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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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 영화 '대부'에서 나온 대사라고 합니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 | 20.04.29 11: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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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최고입니다^^ | 20.04.29 08: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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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결혼을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건 아주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저는 늦었지만... | 20.04.29 01: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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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멀리 있지 않아요^^ 혹시 아직 미혼이세요? 늦은건 없는 것 같습니다. 마흔셋 노총각 친구가 올 여름 10살 연하의 신부를 맞이한다네요. | 20.04.29 08:4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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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가끔 친구와 둘이 떠납니다. 모든걸 내려놓고서요..^^ | 20.04.29 08:4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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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캠퍼는 이런 분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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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캠퍼는 안부장님이십니다. | 20.04.29 11: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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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춤이 맘에 안든대요.ㅎㅎ 전자기기 놓고 가시는거 완전 강추입니다. 저희도 전자기기는 거의 놓고가거나 안쓰려고 하거든요. 휴대폰은 카메라용도로! 준비 잘 하셔서 멋지고 행복한 나들이 다녀오십시오! | 20.04.29 11: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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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 20.04.29 11:17 | |
(IP보기클릭)22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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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이 좀 과했나봐요..ㅎㅎ | 20.04.29 13:37 | |
(IP보기클릭)175.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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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하신 듯 보입니다. | 20.04.29 13:37 | |
(IP보기클릭)175.192.***.***
아뇨..잘봤어요 반성중입니다... | 20.04.29 13:40 | |
(IP보기클릭)12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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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금방 클거에요. 곧 함께 뛰어다니실겁니다! | 20.04.29 13: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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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중고pc 샀는데 이러네요. 거슬려서 라이선스 구매해야겠습니다. | 20.04.29 13:5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