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캠핑 다녔던 여러 곳들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Grandview Campground.
따뜻하고 하늘이 좋은 여름을 맞아 바쁘고 숨가쁜 일상을 뒤로 다시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Grandview Campground in White Mountains, Bishop, California.
07.2019.
지난 밤 남은 저녁 식사를 도시락 삼아 이른 아침 집을 나섭니다.
마당에서 활짝 핀 수국은 3박 4일의 여정 동안 어차피 시들테니, 조금이라도 더 볼 수 있도록 물병에 꽂아 같이 길을 떠납니다.
LA에서 네 시간정도 북쪽으로 떨어진 Big Pine에는 Yelp에서 랭킹 1위에 선정되었던 Copper Top이라는 바베큐집이 있습니다.
뜨겁게 달궈진 바베큐 그릴 뒤로 펼쳐진 눈 덮인 산의 풍경은 늘 신기하고 그저 멋지기만 합니다.
명성에 걸맞게 정말 훌륭한 트라이팁, 립, 풀드포크 바베큐, 그리고 칠리 수프는 Grandview Campground에 계속 찾아가게 되는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Big Pine에서 동쪽으로 빠져 White Mountain을 향해 굽이굽이 길을 따라갑니다.
도로가 아주 좁아지는 부분을 지날 때는 마치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만 같습니다.
그렇게 해발 8500ft까지 오르다 보면 Grandview Campground에 도착하게 됩니다.
Independence Day 휴일을 맞아 가장 좋아하는 사이트는 물론, 다른 거의 모든 사이트들이 꽉꽉 들어차 있어서 오프로드 길 따라 깊은 곳에 겨우 자리를 잡았습니다.
외진 장소에 녹아있는 고요함, 넓은 사이트, 그리고 트여있는 뷰를 가진 이 사이트도 아주 훌륭했습니다.
짐을 적당히 내리고 맥주를 깝니다.
Eagle Rock Brewery
Stimulus
Hazy DIPA with coffee
은은하게 고소한 커피향이 돋보이던 IPA.
좀 더 앉아있다가 맥주를 한 캔 더 깝니다.
The Juice is Real
Local Craft Beer
Hazy DIPA
오렌지 향이 폭발하는 맥주.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주변 꽃들이 예쁜 주황빛으로 물들기 시작합니다.
지난 겨울 많은 비 덕분에 다양한 꽃이 여기 저기 피어 있었습니다.
예쁜 빛을 받아 더 아름다운 아내.
해가 지기 전에 망원경을 세팅해 둡니다.
캠프사이트 전경.
시간이 남으니 장난도 칩니다.
그러다 보면 금세 저녁 시간이 찾아옵니다.
첫날 저녁은 오뎅탕.
청경채와 버터넛스쿼시를 곁들입니다.
따뜻하게 몸과 마음을 채우다 보면 해가 넘어갑니다.
지는 해와 동시에 지기 시작하는 달을 잠시 동안 구경합니다.
이렇게 얇은 초승달은 늘 놀랍고 아름답습니다.
첫 별들이 떠오릅니다.
여름 밤하늘의 상징, 은하수도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해가 넘어가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마자 은하수는 그 엄숙하고 화려한 존재를 한껏 드러냅니다.
여름철 대삼각형.
심심하면 앉아서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습니다.
지평선 한 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이어지는 은하수.
파노라마 11장.
은하수는 봐도 봐도 경이롭습니다.
타임랩스를 돌려놓고 첫날 밤을 정리합니다.
+ 완성된 4K 타임랩스
뜨거운 햇살과 새소리에 눈을 뜹니다.
집에서 아내가 구워 온 스콘과 시원하고 달콤한 과일들로 아침을 차려 봅니다.
블랙베리 라임 스콘
얼그레이 스콘
+ 스콘 베이킹 과정
아침을 먹고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습니다.
잃은 길을 무작정 따라가다 보니 트레일의 끝에서 굉장히 멋진 캠프사이트를 발견합니다.
오랜 기간동안 살 수 있을 것도 같이 아늑하고 편안한 캠프사이트.
멋진 파이어 핏과, 주변 나무들로 만든 것 같은 낡은 테이블.
고민을 하다가 사이트를 옮기기로 합니다.
적지 않은 일이지만 다시 세팅을 합니다.
남은 시간동안 아내의 부엌이 되어주었던 멋진 공간.
이렇게 세팅을 마쳐 봅니다.
그리고 맥주를 깝니다.
Family Geminus
State Brewing
Hazy DIPA
보드라운 오렌지 쉐이크 맥주.
Vice Nectarine + Cherry
Wild Barrel Brewing
Berlinerweiss
상큼하고 달콤한 과일주스 맥주.
한동안 맴돌던 친구가 된 나비.
해먹에 앉아서 책을 읽고
계속 읽습니다.
그러다 보면 저녁시간.
둘쨋날 저녁은 고추장찌개.
후식으로 마쉬멜로를 구워서 초콜렛, 크래커와 함께 스모어를 만들어 먹습니다.
마쉬멜로가 구워지며 기다리는 동안 느끼는 불의 따스함, 향기는 소중합니다.
또 곧 밤이 찾아옵니다.
멋진 하늘 아래 관측도 열심히 해 봅니다.
처음 사용해 본 필터로 아주 멋진 대상도 볼 수 있었습니다.
기온이 낮아지니 다시 따뜻하게 배를 채웁니다.
아내의 멋진 아웃도어 주방.
해먹에 누워 은하수를 바라봅니다.
흔들흔들 별의 강을 건넙니다.
사진의 한 가운데 나무 기둥 사이, 목성.
15초 정도의 노출 중 12초 즈음, 지평선 뒤로 넘어갑니다.
화려한 하늘입니다.
플라이아데스와 이중성단.
날이 밝을 때까지 관측을 계속합니다.
대략 9년 전, 이렇게 동이 틀 때까지 같이 별을 보다 저는 아내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여름의 밤은 짧습니다.
다시 아침.
아직 그늘은 조금 쌀쌀해, 침낭 안에서 아침 잠을 청해 봅니다.
그 옆에 앉아 책을 읽으며 간간히 해먹을 흔들어 줍니다.
음악은 오랜만에 이루마의 H.I.S. Monologue 앨범.
날이 더워지고 잠이 깨면 또 맥주.
Gamelan Pop
Grimm Brewing
Sour Ale
굉장히 독특하게 새콤하고 씁쓸한 자몽 주스 같은 맥주.
Lil Nap
Prairie Artisan Ales
Sour
깊은 블랙베리 향이 느껴지는 사워.
데리고 왔던 수국은 예쁘게 말라 갑니다.
금방 해는 또 넘어가고
해먹에서의 뷰를 즐겨봅니다.
저녁시간.
매콤한 닭고기 스튜.
밥과 김치가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요.
밤이 옵니다.
불도 잠깐 피웁니다.
멋진 나무들 사이로 별들이 총총 빛납니다.
춤추는 나무들.
같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고마워요.
몸을 뎁히려 불을 피웁니다.
슈퍼파워.
또 관측을 하다 보니 어느새 새벽.
벌써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해먹에서의 뷰를 눈과 마음과 카메라에 담습니다.
정든 테이블도 비웁니다.
평안과 행복, 그리고 아쉬움을 가득 안고 길을 떠납니다.
언제 다시 이 곳에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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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게 자연이구나.. 너무 멋지네요 근데 잠깐 스탑 중간에 좀 힘드러보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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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니콘 D7200 + 시그마 f/3.5 10-20mm 사용 중이며 별 사진은 주로 ISO 6400, 셔터 15'', f/3.5로 찍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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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멋집니다. 아닙..아닙니다! 단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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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름다웠습니다. | 19.07.15 17: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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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니콘 D7200 + 시그마 f/3.5 10-20mm 사용 중이며 별 사진은 주로 ISO 6400, 셔터 15'', f/3.5로 찍고 있습니다. | 19.07.22 11: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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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공부가 되었습니다 | 19.07.22 12: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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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게 자연이구나.. 너무 멋지네요 근데 잠깐 스탑 중간에 좀 힘드러보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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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멋집니다. 아닙..아닙니다! 단연코! | 19.07.22 11: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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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기간 더 푹 쉬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19.07.22 11: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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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색감은 늘 고민입니다. 땅이 크니 다닐 곳이 참 많네요. | 19.07.22 11: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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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고도가 높고 큰 도시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19.07.22 11: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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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늘 지겹게도 우리의 위에 있으니 분명 늦지 않았을 겁니다. 저도 모니터를 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아 이런 시간이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 19.07.22 16: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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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운전하지 않고 순간이동하면 좋겠습니다 ㅠㅠ | 19.07.22 16: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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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알아보시는군요! 미드가 라이트브릿지를 단종해서 아쉽습니다. | 19.07.22 16: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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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아름다운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 19.07.22 16: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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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외진 곳에 가는 만큼 아무래도 차량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되긴 합니다. 그 외엔 특별히 위험한 경험은 없었습니다. | 19.07.22 16: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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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꽁냥거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D | 19.07.22 16:3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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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그런 것의 매력도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캠핑의 매력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고요함, 치열하지 않은 평화로움, 괜한 사치를 부리지 않고 필요한 것만 챙겨 그것에 감사하는 마음, 그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 19.07.22 16: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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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군주가 아름다운 풍경인 것은 직접 인정하마. 탈다림에도 저런 풍경이 있으면 좋을텐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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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오버웰밍! | 19.07.22 16: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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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저런 많은 양의 과일류들을 마음껏 료리해먹을수 있을 정도로 그곳은 과일값이 매우 싼가요? | 19.07.22 17: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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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그렇습니다! 한국에서 살았을 때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과일을 먹고 지내곤 합니다. | 19.07.22 17: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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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과일을 ㅈㄴ게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한국의 과일값은 진짜..... 스벌.....ㅠㅠ | 19.07.22 17: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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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여기서 지내면서 과일, 채소가 저렴한 것에 아주 감사하고 있습니다. | 19.07.22 17: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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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웹-6974882691
은하수와 대상의 엄숙함, 화려함을 느끼느라 그런 여유는 없습니다. | 19.07.22 17: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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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는 벌레들이 간간히 있기는 하지만, 크게 거슬리진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해가 지면서 다들 자러가는지 밤만 되면 없어지더군요. 뱀이나 거미가 있는 지역들이 분명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만나본 적은 아직 없습니다. 대신 도마뱀, 다람쥐나 토끼, 새, 라쿤, 코요테 정도는 봤습니다. | 19.07.23 02: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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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여기도 모기나 파리는 있을텐데, 계절, 위치에 따라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 19.07.23 02: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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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
시간과 마음을 내는 것이 쉽지 않지요.. 휴가 기간 여유 있으시면 좋겠습니다. | 19.07.23 02:3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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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19.07.23 02:3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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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새벽
그게 뭐라고 참 저도 기억에 오래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 19.07.23 02: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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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잘 보이는 곳이 점점 줄어드는게 아쉽습니다. | 19.07.23 02: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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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 19.07.23 13: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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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인 요즘입니다. | 19.07.23 13: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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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보기클릭)107.220.***.***
인간보다 두려운 것이 있을까요. | 19.07.23 13:2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