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처음 읽기시작한건 중3 겨울. 지금은 많은 시간이 흘러 군인이다. 중딩이였던 내가군복을입고 이 글을 쓰고있다.
학창시절과 20대 초반을 함께해왔던 소설인만큼, 내 유일한 라이트 노벨인 만큼, 끝나는게 아쉽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하치만과 나는 함께 성장해왔다고 생각한다.
소설속에서는 1년이지만 실제로는 9년, 나에게 있어서는 6년.. 그 속에서 나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초반에는 번역본을 사 읽다가 후반부에는 원서로 읽는다는것,
내청코 라디오를 들으며 통학하던걸 추억한다는 것,
책을 처음읽었던 당시에 생각했던 나의 미래와는 전혀 다른 삶은 살고 있다는것,
내 학창시절의 소중한 친구였던 만화게시판이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렸다는것.
서서히 변해왔기에 변화를 못느꼈지만 처음과 마지막은 많은것이 변해있다.
예를들어 등장인물등은 처음에 피쳐폰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나중에보면 라인을 아무렇지않게 보내는것. ,날씨의 아이에 관한 네타.
초반에는 많이 쓰였던, "리얼충 죽어라" 라는 표현이 이제는 촌스러운 표현이 되었다는것을 언급하는것.
조금씩 변해가는 사회를 반영하는것들을 보면 그렇다.
비오는날 역앞에서 공중전화로 집에 전화하던 짱구아빠가, 이제는 전철안에서 아이폰으로 연락하는걸 예를들면 감이 확 올것같다.
하치만은 처음에는 사회부적응자, 히키코모리, 고2병, 중2병 이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엄청난 아웃사이더였지만 수많은 경험을 하고 아파하고 성장하며 어엿한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작중에서 1년전 하치만의 중2병 고2병 냄새가 가득한 글을보고 보다못해 봉사부에 밀어넣었던 히라즈카 선생님이 마지막에는 하치만에게 "리얼충 폭발해라" 라는 말을 하기까지한다.
이렇듯 혼자만의 세계에 있던 히키코모리 하치만은 세월이흘러 친구를 만들게되고, 소중한 친구들과 멀어지게 싫어 고뇌하며, 자신을 증명하기위해 자신을 중심으로 친구들과 커다란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며,
이윽고는 그 차갑던 유키노와 연애까지 하게된다.
하치만의 성장일대기라고 봐도 무방할정도다.
그렇기에 이 책은 막판으로 가면 갈수록 연애를 해본사람, 학창시절에 대한 추억과 애잔함이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공감을 얻기 쉽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러브코미디를 비판하며 큰 인기를 얻었던 소설이, 러브코미디의 금자탑이 되었다니 정말 웃긴일이다.
역시 내 청춘러브코미디는 잘못도됐다의 의미도 바뀌어갔다. 아니 어렸던 내가 못 알아차린걸수도 있다.
처음에는 히키코모리에다가 친구도 없는 집돌이의 관점에서 인생은 혼자다, 리얼충 죽어라 하는등, 자신의 상황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였다면,
마지막 대사인 "역시 내 청춘 러브코미디는 잘못됐다"는 자신의 학창시절동안 여러 경험을 하며 아파하고 성장하며 때론 좌절도 하고 인간관계에 고뇌하며 거짓이 아닌 자신의 진짜를 찾아가는 과정을 추억한것이다.
모든게 처음이라 서툴러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않아서, 완벽하진 않아도 모두 소중한 추억이 되는 풋풋하고 서투르고 잘못된 그것이야말로 청춘의 진가임을 깨닫는 대사이다.
우리의 청춘은 모두 처음이기에, 풋풋하고 서툴렀으며 잘못되었기에, 그것으로부터 배우고 토대삼아
모두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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