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슨 이야기인가.
: 사실 여기서부터 조금 막힙니다.
황당하게도요.
아웃룩의 스토리는 간략하게 요약하기 애로사항이 꽃이
만개합니다. 최대한 짜내어 보자면 케이틴이라는
신 같은 존재가 기적으로 인간 세상을 구원하고자
강림했는데 불시착하는 바람에 주인공 일행과 만나게 되고,
어찌어찌 해서 둘이 떨어질 수 없게 됐는데 또 어찌어찌 해서
케이틴의 목적 -> 인간 세상의 구원에 주인공이 동참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나름 줄인다고 줄여 봤지만 너무 길고 직관적이지 못 하지요.
반드시 정답은 아니지만.
짧게 요약하기 힘든 스토리는 지양하는 편이 좋다고 알고 있습니다.
드래곤볼은 소원을 들어주는 일곱 개의 드래곤볼을 찾아
떠나는 손오공의 모험(이었지만 이후엔 배틀물...)
원피스는 전설의 해적 골드로저가 남긴 보물 원피스를 찾아
떠나는 루피 일행의 모험입니다.
하지만 아웃룩은 그러지 못 하죠.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이 두 가지가 엮여 있기 때문입니다. 케이틴과
주인공의 보이 밋 걸 스토리, 그리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기적의 힘을
행하는 기적사들과의 대결. 근데 여기에 어째서 보이 밋 걸이 들어가는가,
기적사들하고 왜 싸우는가 하는 이유를 덧붙여야 하기에 요약이 힘든 편입니다.
또한 주인공이 이야기를 이끄는 주체가 아니라 이끌려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요약이 힘든 이야기는 여러 경우 중 하나입니다.
굉장히 복잡한 스토리 라인이라거나, 작가가 갈피를 못 잡고 있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 작가가 글을 엄청나게 잘 쓴다거나.
그 반대이거나.
* 헐리우드 키드의 비애.
: 남민철님은 헐리우드 영화를 무척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글만 봐도 헐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클리셰들이 더러 나오지요.
단점은 아닙니다.
다만.
일장일단이 있지요.
보통 영상 매체의 영향을 진하게 받은 글들은 장면 묘사 위주로 글을 쓰기
마련인데. 어차피 기존 클리셰의 재탕인지라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고,
그렇다면 독자가 상상하기 그다지 어렵지 않으니까요.
독자가 상상하기 어려운 글보다는 적어도 낫지 않겠습니까?
영상 클리셰의 활자화의 유용성은 둘째 치고, 다만 상황을 묘사하는데
구차해지는 건 피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동선과 형태 위주의 설명은 오히려 상상력을 저해하기도 합니다.
성룡 영화를 활자로 표현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글이 정말 구차해질 겁니다.
주먹을 지르면 그냥 지르는 거지 어느 팔로, 어느 속도로, 어느 각도로
날렸는지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장면을 상상만 하지 마시고 자기가 상상한 걸 글을 어떻게 써야
독자가 똑같이, 혹은 최대한 자기와 흡사하게 상상할 수 있을까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비디오가 죽인 건 라디오 스타가 아니라 소설이었습니다.
영상 매체에 길들여진 세대(저 포함)는 글을 읽으며 쉽사리
상상하지 못 하지요. 그래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 아쉬운 캐릭터들.
: 아웃룩에 등장하는 주인공 한슬기는(남자임) 독자가 이입하는
주인공이 아닌 관찰하는 주인공입니다. 이런 주인공은 우습거나,
혹은 우습다가도 경외하게 만드는 것이 보통이지요.
관찰하는 주인공은 동경심을 품게 하는 게 제일입니다.
또한 관찰하는 주인공들의 특징은 소설의 시작과 함께
캐릭터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 아닌.
캐릭터의 이야기는 이미 어느정도 시작한 시점에서 소설의 이야기가
출발합니다. 사연이 있는 주인공이라는 거지요.
트라이건의 밧슈, 카우보이 비밥의 비밥...이 아니라 스파이크가
좋은 예지요.
다만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소설의 초반부. 작가님은 주인공의 캐릭터성을 설명하기 위해
장면과 대화를 길게 늘여씁니다. 어차피 일인칭 시점인데 뭘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 싶지만 암튼 그렇습니다. 그 장면에서 보면 주인공은 시니컬하며 독자적이면서도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관이 존재하지요. 이게 고등학생이 맞나 싶을 정도로요.
어차피 이입하는 주인공이 아니니 큰 상관은 없습니다.
한 가지 기가 막히는 건 시작한지 얼마 안 되서 자기가 특수한 훈련을 받았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떡밥 겸 설정을 흘리는데 그건 정말 좋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기적이라는 초능력이 펑펑 터지니 현실성을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지만 쌩뚱 맞은 설정이고, 또한 그 설정을 설명하는 타이밍도
뜬금 없었으니까요.
이와 비슷한 사례로 라이큐님의 워드 월드가 있는데.
그 작품도 주인공이 특별한 능력이 있기는 하지만 그 외에는 그냥 중 2병
주인공 인 줄 알았더니 가문으로부터 내려오는 암살술을 배웠다고
너무 자연스럽게 설명해서 욕 먹은 적이 있답니다.
아무리 비현실적인 설정이 난무하는 작품이라도 독자적인
기준이 없다면 그 작품 안에 존재하는 설정은 독자의 즐거움이 아닌
작가의 편의만을 위해 존재한다는 증거겠지요.
이어서.
케이틴과의 만남 이후 주인공은 약간의 어설픈 모습을 보이면서 산통을 깹니다.
마치 특별한 주인공이 평범한 사람을 흉내내는 건지, 아니면 평범한
고등학생이 특별한 사람인 척을 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요.
성장형과 완성형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모습이 보이지요.
그리고 최종 하이라이트에 다다라서는 뜬금없이 완성된 주인공을 보여줍니다.
대사부터 심리 묘사, 행동, 심지어 전투 능력까지 거의 완전 무결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지요. 싸움을 잘 한다는 것과 특수한 능력이 있다는 건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대놓고 보여줘서 감흥이 없었지만. 그런 걸 떠나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이야기에 휩쓸린 캐릭터치고는 아무런 계기도 없이
완성 되어 버립니다.
여신이라고 해야 할지, 구원자라고 해야 할지. 케이틴은
제법 괜찮았습니다. 미얄 하위호환
노골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본연의 목적 -> 귀여움은 그럭저럭 달성했으니까요.
그나마 본 작품에서 제 구실을 하는 캐릭터였고 실제로 케이틴을 활용한 몇 몇
유머는 효과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조연급인 주인공의 여동생과 그들의 스승인 싸움닭은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여동생이 오빠를 보며 하앍대는 거야 그렇다 쳐도 캐릭터 자체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였으니까요.
고등학생들이 기업의 은밀한 곳에 침투하고 해킹을 하고. 사실상 작가의 편의를
위해 설정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지요.
스승이라는 '싸움닭'은 비중도 없는 캐릭터가 자꾸 언급되는 것도 그렇고
존재 자체가 의미가 없습니다. 없어도 전개에 아무런 무리가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넣으셨지요. 왜일까요? 후일을 위해서겠지요.
* 나쁜 버릇.
: 흔히 설덕후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이 증상은 해당 에피소드, 해당 권에서는 크게 중요치 않은
떡밥을 자주 자주 뿌린다는 겁니다.
마치 어벤저스를 위해 희생된 아이언맨2처럼요. 자꾸 볼드체가 나오는데
볼드체 자체야 라이트노벨의 상징이니(?) 그렇다 쳐도 회수 가능한 떡밥과
해당 권에서는 회수 의지가 없는 떡밥과 별 의미 없는 볼드체가 섞이면서
난잡해집니다.
꼭 마지막에 가서는 최종 보스(처럼 보이는) 악당이
"후후후,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와 비스무리한 대사를 날려주는 것도 잊지 않으셨고요.
이 점은 작가의 말에서 확인 사살이 됩니다.
구성을 위해 뒤로 미루거나 아직 드러내지 않은 요소가 많다며
이후에는 더 재밌는 것들이 나올 거다라는 글귀요.
안달이 나 있는 건 알겠지만 자중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이 없이는 내일도 없습니다.
내일을 기약하지 말고 오늘에 모든 걸 쏟아부으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현재에 필요치 않은 건 가지를 치는 게 좋다는 거지요.
* 기적은 없었다.
아웃룩의 주 소재는 '기적'입니다.
기적사라는 존재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확률적으로는 벌어질 수가
없는 일들을 자신의 뜻대로 벌이죠. 케이틴도 기적을 행하고요.
다만 글을 읽다 보면 기적이 아니라 염동력이나 마법 정도로 치환해도
크게 위화감이 없습니다.
기적이 일어나서 가스통이 터지든, 아니면 화염구를 쏴서 가스통을
폭발시키든 그게 그거 아니겠습니까?
마법을 써서 치유를 하든, 기적이 일어나서 치유를 하든 다를 바 없고요.
소재의 1차원적인 활용이 너무 아쉽습니다. 더 아쉬웠던 건 소재로 쓰인
기적이 주제의 영역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저 도구로만 쓴 거죠.
마법으로 치환해도 위화감이 하나도 없을 정도의 도구로.
작가님이 재미 위주로 글을 쓰고 싶어서 주제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주제의 발현과 그 주제를 독자의 가슴이 콱 하고
들이 박는 것 또한 재미의 한 요소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감정이 움직이면 그게
재미인 거죠. 즉, 이야기 안에서는
슬픔도 재미고 역겨움도 재미고 무서움도 재미고 그렇다는 겁니다.
이건 아웃룩의 초안 버전에서도 지적 받았던 사항인데도 여전하네요.
그나마 초안 버전은 계속 기적에 대해서 상기시켜주었지만 출간작은
가장 긴 중간 부분에서 아예 기적이라는 부분이 사라집니다. 작가님이 설정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급급해서 기적이라는 메인 소재가 증발해 버리는 거죠.
* 끝맺으며.
: 사담은 줄이겠습니다. 2권에서는 1권보다 더 발전한 모습으로
보았으면 합니다. 그게 바로 기적 아니겠습니까.
ps.
작품의 하이라이트 부근에서 너무 폭주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글 쓰는 사람의 속도감은 독자의 속도감과 전혀 다릅니다.
남들이 그렇다고 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