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 시간을 내서 요즘 보고 읽던 존스칼지의 "Fuzzy nation" = 작은 친구들의 행성 을 다 읽었습니다.
사실 이전에 출간된 3부작에 비해 그후에 나온 가존 최신간 "조의 이야기" 가 좀 재미가 없달까? 흡인력이 떨어져서
보다가 그냥 반납한 기억이 있어서 불안했는데 이번엔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끝까지 다 읽어 버렸습니다.
기본적인 내용은 표지에 소개된 그대로 입니다. 주인공 할로웨이는 우주의 변방 자라XX3 를 탐험하는 측량업자로 행성을
사실상 소유한 자라기업의 계약직 고용된 인물입니다. 계약으로 행성내 미객척지를 할당 받은후 그땅을 돌면서 찾은
광물자원 (주로 광맥이나 유전등) 을 회사에 넘기고 그중 일부의 권리를 받는 일이죠. 계약직인 만큼 빨리 광맥을
찾지 못하면 얼마안가 파산하게 되는 일종의 벤쳐 사업인데 , 어느날 그가 대박을 터뜨립니다. 그후 이 건으로
부자가 될 단꿈에 절어 살던 그에게 왠 고양이 같은 행성 토착생물이 찾아 옵니다. 뭐 고양이 와는 달리 2다리로 걷는 다는
점이 특징이긴 합니다만... 그는 그생물을 '보숭이' Fuzzy 라고 부르며 애완동물 처럼 귀여워 하게 되고 , 그의 애견 칼도
보숭이들과 친해집니다. 그런 상태에서 보숭이들이 자신의 옛여자친구 왕가이 박사에게 매우 흥미로운 연구소재가
될거란 생각에 그녀를 불러오지만 정작 그녀는 이 보숭이들이 단순한 동물이 아닌 지성체라고 추측합니다.
문제는 이들이 진짜 지성체 = 행성주민 = 행성의 주인 이라면 현재 자라기업의 개발권은 무인행성을 전제로 한 것이
므로 보숭이 들에게 모든 권리가 넘어가고 개발이 진행되던 모든 프로젝트가 중단되고 회사는 이별에서 철수해야 합니다.
그 사실은 얼마전 대박을 터트린 주인공이나 회사측에 모두 안좋은 결과로 이어지겠죠. 그점 때문에 주인공이 고민하는데
거기에 회사가 약간의 흥미로운 제안을 해옵니다.....
주인공은 약간 삐뚤어진 성격의 소유자로 전직 변호사입니다. 소송진행중 사람 열받게 하는 의뢰인을 두들겨 패는
바람에 자격을 취소당했지만 아직도 실력은 나름대로 쓸만해서 상당한 수준의 법작지식을 가지고 자기를 상대하는 사람
들을 괴롭힙니다. 툭하면 ### 대 *** 판례에 따르면... 이사항은 이렇게 된다네... 이게 입버릇인데다가 그걸로
주변인들 - 그의 계약관리인인 본채드 나 보안요원 조 들라이즈는 거의 앙숙같은 사이고 , 심지어 회사 사장 아들이나
중역들을 상대로도 콬콕 찌르는 말투로 성질을 돋구죠. 그래도 어쨌든 억만장자가 될 기회를 잡고나서는 나름대로
성미를 좀 죽이나 싶었는데? ...
뭐 어느정도 소개만 봐도 짐작하겠지만 SF의 우주 개척행성을 무대로 했을 뿐 , 미개척지의 개발 문제 , 그곳의 토착 원주민
과 개발에 뛰어든 기업간의 갈등을 소재로 한 소설입니다. 거기에 주인공이 전직 변호사라는 설정이 더해져서
법정 스릴러에 가까운 법정공방이 내용의 주를 차지하죠. 약간의 활극도 끼어있지만 , 보통은 악당들과의 숨바꼭질이나
총격적으로 사건이 해결되는 데 반해서 여기선 주인공이 이전 여친과 그의 새남친 (-_-) 과 힘을 합해 행성의 자원을
수탈하려는 탐욕적인 기업과 맞서는 결과가 됩니다.
특이하게도 이 소설의 주인공은 끝끝내 솔로 신세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뭐 자기 성격탓이라고 할수 있지만 여주와
다시 이어지나 싶더니 결국 여주는 새남친을 선택해서 그와 결혼하더군요. 뭐야 이거? 주인공이 바람 맞는 엔딩이라니
소설치곤 신선하군요.
읽는 와중에 얼마전에 영화로 본 더테러 라이브가 생각났습니다. 사실 큰 줄거리면에선 비슷한 곳도 좀 있습니다.
힘없는 약자가 강자의 탐욕 , 횡포에 유린당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그에 분노한 사람들이 반격한다는 점에선 동일하지만
그 방법이 차이가 큽니다. 더테러... 에서는 제목처럼 테러로 맞서고 , 이작품은 주인공이 전직 변호사 답게 법정승부로
끌고가죠. 여기서 차이가 크게 나는데 , 더테러 쪽은 기본적으로 사회가 모두 썩어 있고 , 법은 강자의 편을 들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폭력에 의존해 복수하고 , 그것이 또다른 복수와 폭력을 부르는 왠지 우리사회의 어둡고 리얼한
면을 들여다 보는 느낌이라면 , SF 소설인 이책은 비록 강자가 힘없는 쪽을 유린한다는 점은 같아도 정의와 법질서가
어느정도 기능을 하기 때문에 용기와 지식 , 지혜로 반격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점입니다. 현실적으로는 거대기업에
맞서 일개 측량업자와 학자몇이 승리한다는 스토리가 말도 안되게 보이지만 어차피 SF니까... 라고 보면...
이 작품은 공식적으로 리부트 입니다. 원작이 되는 소설에서 기본 설정과 주연급 몇명만 가져다가 기본적인 뼈대만 살려서
재창작했다고 합니다. 소설에서 리부트라는게 드문일인듯 한데? 작가가 굉장히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는 거 같습니다.
작가는 아무래도 사회의 자정능력이나 법의 공정성에 대해 어느정도 믿음을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당연히 저런 상황에서
기업이 판사를 매수한다던가? 어려모로 비열한 술수들이 줄줄이 등장하는게 정상적이라 보이는데 악역측인 자라기업이 사용
하는 것은 주인공 암살기도등 꽤 고식적인 수단 뿐이고 그나마 주인공보정 + 범인의 멍청함 덕에 자라 기업의 발목을 잡는
자충수가 되버립니다. 이게 미국식 픽션의 통쾌함이긴 한데 ? 현실에선 벌어지기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 안타깝네요.
어쨌거나 법정공방이라고 해서 어려운 법용어가 나오거나 하는 건 아니고 굉장히 쉽고 편하게 술술 읽히는 재밌는 소설입니다.
이전 노인의 전쟁시리즈와는 다른 재미가 있네요. 조의 이야기에서 격은 미진함은 말끔히 털은듯 하니 차기작도 기대가 됩니다.
역자 후기 등에서는 판타지소설 갓엔진이 준비중이라던데? 의외로 휴먼디비전이 나오게 되어 약간 의아하긴 합니다만
그것도 작가의 필력으로 보아 굉장히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ps. 중간에 글씨가 갑자기 작아지는데 원인이 뭘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