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애니를 나누는 티어는 대략 이러합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유포니엄의 대략적인 위치는 저기 점 찍어두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제작사가 쿄애니인데, 이 애니는 제가 아껴두었던 마지막 쿄애니 작품입니다. 이번 2분기에 3기 방영하니까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재미있게 잘 봤고, 역시 쿄애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쩌는 애니임에는 이견의 여지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았기에 이번에 이래저래 주절주절 적어봤습니다.
이 애니를 보다보면 참 많은 생각이 듭니다. 원작이 1, 2, 3부로 나뉘고 각각 쿠미코의 1, 2, 3학년 시점을 다룬다고 알고 있는데 보니까 애니가 총 2쿨 28화로 고작 1학년 시점밖에 안 다루더라고요. 분량이 꽤 길지만 다 보고 나선 애니가 정말 알찼다고 느꼈습니다.
인상에 가장 많이 남았던 건 역시나 캐릭터들인데요. 고등학교의 취주악 동아리를 다루는만큼 정말 많은 등장인물이 있는데, 당연히 60~70명이나 모든 부원들을 다 챙기는 건 불가능하죠. 쿠미코가 속한 저음파트 그리고 동아리의 중요 인물들 정도가 애니에서 다뤄집니다. 애니가 워낙 잘 만들어졌다 보니 다른 파트도 좀 다뤄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계속 생기더라고요.
'고통와 고뇌 없이는 캐릭터적인 깊이를 표현할 수 없다' 가 제 사상입니다. 여러분들이 '입체적인 캐릭터', '잘 만든 캐릭터' 라고 생각하는 아마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여러운 형편 속에서 망설이고 고심하고 고민한 끝에 '성장'이라는 것을 거쳤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 성장이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이고 깊이 있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용이 내용인만큼 군상극의 형태를 보여줄 것이라던가 끊이지 않는 갈등과 심리전이 오갈 것이라는 건 뭐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인데, 제가 나름 색달랐다고 느꼈던 부분은 쿠미가 취주악부에 입부한 시점이 이미 큰 사건이 터진 직후였다는 점입니다. "1학년과 3학년 사이에 갈등" 정도로 묘사되는데(저는 13사태라고 칭하겠음), 애니를 보면 볼수록 저는 이 플롯이 굉장히 잘 짜여졌다고 느꼈습니다. 단순히 퇴부한 1학년이 많았다 정도가 아니라 꽤 여러 방면에서 스토리에 영향을 끼치더라고요. 아무튼, 그렇게 휘몰아친 혼돈의 카오스 때문에 동아리의 분위기가 상당히 애매해진 와중에 등장한 우리의 꽃미남 먼치킨 센세 때문에 강제로 전국대회 가게 생겼다... 하는 게 애니 1~2기의 스토리입니다. 스토리를 최대한 간결하게 요약하라고 하면; 입부한다, 연습한다, 대회 나간다, 상 탄다. 뭐, 이정도만 해도 충분할 정도로 뭐 그렇게 대단한 건 없지만 이 중간 과정을 꽤 흥미롭게 잘 풀어냈고, 디테일을 정말 잘 챙겼습니다.
레이나와 카오리의 트럼펫 전쟁, 주인공은 나야 나 시전하는 레이나, 쿠미코의 레이나를 향한 동경, 아스카의 살려줘 쿠미코, 아무리 대쉬해도 전혀 눈치 못까는 쿠미코 땜에 힘들어하는 사나이 슈이치, 자존심 버려가며 3학년들 설득하고 있는데 분탕치는 나츠키, 너 땜에 오보에 하고있는데 ㅅㅂ 말도 없이 뉘어서 힘든 미조레 등등 다 좋았습니다.
이런 여러 서사 중에서 제가 가장 인상에 남고 짠했던 건 타키 센세의 서사였습니다. 왜냐면 이 선생님은 조금은 이상할 정도로 전국대회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거든요. 물론 선생으로써 썩버빠진 니들의 정신머리를 고치겠다 정도로 해석될 수도 있었지만 전 그래도 좀 석연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걸 완벽하게 풀어버리니까 기분이가 매우 좋았습니다.
(뭔가 대단히 ㅈ됨을 감지)
나중에 더 자세하게 밝혀지기로는 자기가 사랑하던 사람의 꿈으로 이루어주기 위해서였더라고요.
하필이면 쿠미코 앞에서 반지를 보여준 거 땜에 부위기가 더 가라앉는 부분도 재미있었습니다.
어차피 음대 갈 것도 아닌데 이렇게 열심히 해봐야 무슨 소용이냐 뭐 그런 뜻인데 솔직히 맞는 말입니다. 쿠미코는 "여기서 좋아하기 때문에" 라는 답을 내지만 속으론 갈팡질팡 하는 모양입니다.
이 이상 엄마가 학교에 와서 깽판 치는 거 보기 싫으니까 정론으로 반박하는 아스카의 모습입니다.
여기서 쿠미코의 대사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설령 모두가 분위기에 맞춰 거짓말을 하고 있더라도 "내가 당신과 대회에 나가고 싶다. 내가 당신과 같이 유포니엄을 불고 싶다" 라며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얘기합니다. 내가 하고 싶다는데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냐 그런 의미로 보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이 나옵니다. 아스카는 전국대회에 가든 말든 상괸없는 게 아니라 꽤나 가고싶하던 사람입니다. 그걸 잘 아는 쿠미코는 그 마음을 부정하지 말라고, 제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애원합니다. 중꺾마!!
제가 만약 쿠미코의 자리에 있고 아스카를 설득해야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라고 고민해봤는데요. 저는 아마 단념했을 거 같네요. 저렇게 고집을 부린다면 어쩔 수 없지 하고요.
이 장면은 연기도 연기지만 대사가 너무 좋아서 인상에 많이 남았던 거 같습니다.
스토리에 대해서 좀 얘기해보자면,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집단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가 다를 때 어떤 사태가 벌어지는지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쿠미코가 입부한 시점의 취주악부하고 이 타키 선생의 조합이 꽤 재미있었습니다. 쿠미코가 입학하기 전 키타우지 고교 취주악부의 의견은 대충 3가지로 나뉘었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ㅈㄴ열심히 해서 개쩌는 결과를 남기자 파, 분위기 따라서 가겠다 파, 그냥 대충 즐기자 파. 각각 부류 1, 2, 3 이라고 칭할게요. 부류3의 대부분인 3학년들이 졸업하고, 부류1의 많은 1학년들이 퇴부한 시점의 취주악부는 아마 대부분이 부류2 였는데, 얘내들 의견은 뭐 대충 그렇게 열심히도 그렇다고 너무 대충도 하지말자 같은 거였을 겁니다. 얘내들 태도 보면 절대 ㅈㄴ 열심히 하겠다는 사람의 마음가짐은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대충 할 생각도 없으니까 타키 선생의 질문에 일단은 전국대회를 노리겠다고 안일하게 대답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저기서 대충 하자고 하기에는 졸업한 3학년들의 이미지가 많이 안 좋았으니 말이죠. 그리고 꿈을 크게 꾸는 게 잘못 된 일은 아니자나요.
(연습 안 해와서 눈으로 ㅈㄴ 심한 욕 하는 중)
가령 타키 선생이 눈으로 ㅈㄴ 심한 욕을 했던 이 합주에서 처음 시작 때 악기들의 타이밍이 미묘하게 어긋났던 걸 알아차리는 거 말이죠. 연주를 듣고 그 연주가 좋은 연주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려면 일단 많이 들어봤어야 한다는 에러 사항이 존재합니다. 이건 절대 지식만으론 판별 못합니다.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이 애니를 100%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 극소수라는 겁니다. 3화의 연주와 4화의 연주의 차이가 확실하게 느껴져야 하는데 그게 안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란 말이죠.
또 제가 아쉬운 건, 결국 얘내들은 경쟁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저희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전국대회까지 가게 되는데 이게 진짜 전국대외에 갈만한 실련인 건지, 아님 그냥 운이 좋았던 건지, 다른 팀들은 어떤 연주를 보여줬는지 등등 그냥 경쟁을 한다면 당연히 보여줘야할 부분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어차피 보여줘봤자 당신들 모르자나요. "음악물로써의 태생적인 한계"라고 표현한 이유가 이겁니다. 아무리 디테일하게 만들어봤자 그걸 느낄 수 있는 시청자다 극소수이면 디테일하게 만든 의미가 좀 희석되는 거 같은 느낌이랄까요?
치명적인 단점이다 뭐 그런 건 아니지만 그냥 아쉬워서 한 번 적어봤습니다.
작화 얘기를 까먹었는데 그냥 개쩝니다. 이 애니 방영한지 거의 10년이 다 되가는데 올해 신작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개쩝니다.
이 친구 좀 많이 귀여운 거 같습니다. 1~2기에서는 콩클 맴버에서 제외됐지만 2학년 때 과연 합류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2기 오프닝 포함 꽤 많이 등장하는 이 친구도 꼴려서 한 번 넣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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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글 꼼꼼히 잘 읽었습니다. ^^ 모처럼 본작을 진지하게 리뷰해 주시는 분을 보니 기분이 좋네요. 작품의 단점도 공감합니다. 완성도에 비해 팬이 적은 것은 취주악이라는 부활동의 접근이 여타 인기 스포츠부보다는 허들이 높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만 하더라도 초등학생 때 급조된 악대부 유포늄 연주자였다는 경험이 이 작품을 사랑하고 푹 빠진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 그것은 대중적인 애니메이션에서는 인기나 판매량에 큰 걸림돌이겠죠. 명작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겐 이 작품이 인생 명작을 넘어서 우주 명작입니다. 주연들뿐만 아니라 취주악 부원들 개개인의 근황을 찾아 헤매는 정도니까요.ㅎㅎ 3기 방영때도 좋은 글 남겨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IP보기클릭)121.159.***.***
래디컬한 상황과 인물들이 쿠미코와 엮이면서 스테이블 해지면 또 다른 래디컬한 상황과 인물들이 나타나고...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애니를 추천 할 때 3손가락 안에 드는 작품이에요. 내용과 그것을 감싸는 작화와 연출이라는 옷의 밸런스는 정말이지... 다음 리뷰도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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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글 꼼꼼히 잘 읽었습니다. ^^ 모처럼 본작을 진지하게 리뷰해 주시는 분을 보니 기분이 좋네요. 작품의 단점도 공감합니다. 완성도에 비해 팬이 적은 것은 취주악이라는 부활동의 접근이 여타 인기 스포츠부보다는 허들이 높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만 하더라도 초등학생 때 급조된 악대부 유포늄 연주자였다는 경험이 이 작품을 사랑하고 푹 빠진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 그것은 대중적인 애니메이션에서는 인기나 판매량에 큰 걸림돌이겠죠. 명작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겐 이 작품이 인생 명작을 넘어서 우주 명작입니다. 주연들뿐만 아니라 취주악 부원들 개개인의 근황을 찾아 헤매는 정도니까요.ㅎㅎ 3기 방영때도 좋은 글 남겨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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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 끝가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위에 티어표에서 인생명작을 따로 분리한 이유는 저에게 있어 완성도와는 무관하게 정말 큰 울림을 준 작품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에게 있어 완성도는 정말 정말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완성도가 미흡하면 울림을 주기 매우 힘들다는 아이러니함이 있긴 하지만요. 재미있게 보다가도 기분이 확 불쾌해집니다. 솔직히 음악을 잘 몰라도 학원물 좋아하면 유포니엄 정도는 꽤 재미있게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성이 떨어진다고 하기에는 좀 애매한 거 같은 느낌이랄까요. 설명도 나름 잘 해주기도 하고요. | 24.02.17 10: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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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디컬한 상황과 인물들이 쿠미코와 엮이면서 스테이블 해지면 또 다른 래디컬한 상황과 인물들이 나타나고...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애니를 추천 할 때 3손가락 안에 드는 작품이에요. 내용과 그것을 감싸는 작화와 연출이라는 옷의 밸런스는 정말이지... 다음 리뷰도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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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명작! 유포니엄!! 그래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니 아쉽게도 모두에게 인생작일 수는 없겠죠. 하지만 유포니엄을 다 보고나면 우리 애들을 좋아하고 응원하지 않을 수 없을거라고 장담할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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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합니다! 3기 화이팅!! | 24.02.18 00: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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