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3 The Movie
두려움마저 불태우리라
*본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둘도 없이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나는 지내고 있었어요
지금은 다만 소중한 그리움이 되어
I will embrace the feeling
-페르소나 3 ED, 너의 기억-
매일 밤 12시가 되면 평범한 사람은 느끼지 못하는 그들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관으로 가득 찬 거리, 거대한 탑으로 변해버린 학교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들.
세상 쿨한 표정으로 일에 휘말린 유키 마코토 에게는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페르소나 3는 시리즈와 아틀러스를 살린 명작이고 게임성 뿐만 아니라 스토리 또한 언제나 고평가 받는 작품입니다.
최근 발매 된 3 리로드와 극장판 모두를 본 제 입장에서는 둘이 같은 스토리를 따라가지만 여러 차이점으로 인해 결말부가 전하는 감성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삶과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기계로서의 목적만 따르던 아이기스와 1년간 수많은 인물들과 인연을 맺으며 삶의 궤적을 그려온 주인공이 교차되는 결말이 원작의 엔딩이라면
극장판은 커뮤니티 시스템의 부재와 분량상의 이유로 S.E.E.S 개인의 이야기가 많이 편집되면서 원작과 느낌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짧아진 분량을 유키 마코토 에게 많은 부분 투자하고 S.E.E.S 멤버 한 명 한 명의 서사는 줄이 되 반대로 S.E.E.S 라는 단체로서의 관계성을 강화해서 원작과는 또 다른 감성을 전해준 것 같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극장판에서 집중조명 된 유키 마코토 라는 인물이 어떤 주제를 그려냈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원작의 분량이 하도 방대하다보니 극장판의 템포는 원작보다 훨씬 빠른 편입니다. 앞서 말했듯 유키 마코토를 제외한 인물들의 서사가 많이 얇아지고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기 바쁘죠.
페르소나 3가 가지는 주제는 ‘메멘토 모리 (끝을 기억하라.)’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끝이 존재하니 유한한 삶을 의미 있게 살아가라는 것이죠.
원작의 주인공과 달리 유키 마코토는 비교적 감정이 풍부한 편입니다. 무심한 첫 등장은 같지만 섀도타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들어내고 아라가키의 죽음에 망연자실 하는 등 원작에서는 다른 이들이 대신하던 감정 변화를 직접 보여주게 되죠.
10년 전 마코토의 부모가 죽고 데스가 봉인되던 날의 사건에도 변화가 생기는데 그건 바로 마코토의 엄마가 마코토에게 남긴 유언이 생겼다는 것 입니다.
살아.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고 아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한 마디.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지막 바램이자 의지로서 최후반부에 마코토가 그저 단순한 초인이라 희생을 선택하는 것이 아님을 표현하는 장치로 사용됩니다.
첫 등장 때는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좋아’ 라는 대사는 유키 마코토와 원작의 주인공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기도 하죠.
하지만 이어 나오는 ‘죽는다는 게, 그렇게 무서운 거야?’ 라는 말은 마코토가 그저 감정만 메마른 것이 아닌 죽음마저도 무덤덤하게 생각할 만큼 허무한 인물임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1년 간의 기숙사 생활을 겪으면서 원작에서 준페이가 느꼈던 특별함에 대한 열망과 끝에 대한 아쉬움,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한 이별과 지키지 못했다는 무력감.
이별을 암시하는 아이기스를 끌어안아줄 정도의 따뜻함, 가벼운 장난에 환하게 웃어 보이는 행복함 등을 느끼면서 덤덤하게 말라가던 삶을 조금씩 채워나가죠.
이는 S.E.E.S 멤버들에게서도 들어나는데, 스토리를 크게 뒤흔들긴 하지만 결국 개인의 서사로 귀결되던 아라가키의 죽음, 치도리의 희생, 키리조의 죽음 하나하나에 멤버 전체가 크게 동요하고 주인공과 함께 변화하는 모습이 강하게 들어납니다.
이 모든 것은 죽음이 가져오는 파장을 표현한 것이기도 한데 마코토의 머릿속을 맴도는 ‘살아.’라는 어머니의 유언과도 연결 지을 수 있는 부분이죠.
S.E.E.S 멤버들이 실의에 빠진 마코토를 구해주고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뉵스가 내리는 심판의 날이 다가올 때 원작보다 더욱 동요하고 절망하는 것은 마코토의 마지막 선택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극장판에서 끝없이 강조되는 것이 바로 죽음에 대한 공포입니다. 원작에서도 죽음이 다른 시리즈에 비해 훨씬 무겁고 감정적으로 가깝게 묘사되었기에 극장판에서 추가된 마코토가 가지는 죽음에 대한 가치관 변화와 겹쳐지며 확실하게 드러나죠.
계속해서 등장하던 파로스와 료지, 그리고 뉵스 아바타는 단순히 최종 보스나 적이 아닌 모두에게 평등하게 다가오는 죽음 그 자체 입니다.
원작에선 절망적인 순간, 유니버스를 발동하는 것이 앞서 만난 커뮤니티와 살아온 세계를 구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서의 희생이었다면
극장판은 유키 마코토가 절대 이겨낼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두려워하게 된 끝을 맞이하게 되더라도 끝내 이들을 지켜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로서 유니버스가 사용됩니다.
마지막 도약을 하는 것도 계속 변화했지만 언제나 곁에 있던 죽음, 료지와의 대화 이후 이죠.
원작과는 달리 최후의 결투에서 구원자 메사이어를 각성시키며 어머니가 자신에게 남겼던 ‘살아’라는 말을 작 중에서 인간성을 가지며 삶을 찾게 된 아이기스에게 전하는 장면은 자신의 최후를 직감했음에도 나아가는 굳은 결의를 보여줍니다.
자신이 두려워하던 것 마저 태워버리는 강력한 바램과 쌓아온 인연의 힘으로 세계 아르카나를 만들어내고 절대 극복할 수 없는 뉵스를 봉인하는 것은 단순히 강력한 힘으로 모두를 구원하는 이야기가 아닌 모두를 위해 자신의 가장 큰 두려움마저 극복해내는 진정한 구세주로서의 모습을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유키 마코토는 뉵스의 봉인에 모든 힘을 쏟아내면서 생명을 잃었지만 그의 바램대로 소중한 이들과 자신이 살아온 세상을 지켜냈고 약속의 날까지 가느다란 생명을 이어 자신이 보내온 시간이 잊혀 지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눈을 감습니다.
극장판은 원작과 스토리 라인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유키 마코토 라는 인물의 감정적 변화와 인간적 성장을 추가해 같은 엔딩을 맞이함에도 그 여운은 다르게 전해지는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원작의 주인공 보다 훨씬 입체적인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화면 밖 우리와의 싱크로는 떨어졌지만 그만큼 죽음이라는 주제를 더욱 강렬하게 전달했던 페르소나 3 The movie가 말합니다.
Burn my dread
고통은 떨치고 달릴 거야
다시 햇빛을 볼 때까지
-페르소나 3 OP, Burn my d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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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는 분량상의 문제가 있어서 선택과 집중을 한 거 같고 원작의 주인공은 월광고에서 살았던 1년간 주변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주었는지를 보여주며 주제를 강조했다면 반대로 유키 마코토라는 인물이 1년간 S.E.E.S 인물들과 주로 엮이며 스스로 어떻게 변화해 나가는 지를 보여주며 커뮤 인물들의 역할을 잘 재조립해서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분량 뿐만 아니라 커뮤 각각의 이야기를 다루면 그건 그거대로 스토리의 흐름이 제각기 뻗어나가는 거라 분량이 더 많았어도 다루는 건 힘들지 않았을까 싶네요. 영화에서는 S.E.E.S 멤버들의 커뮤도 거의 다 배제되어서 아쉽긴 하지만 각 개인보단 단체로서의 정체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제작된 거 같네요. | 24.02.11 20: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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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여신전생 시리즈도 훌륭한 시리즈지만 이제는 페르소나가 아틀라스의 간판이 된 것 같네요. 3도 되돌아보면 4,5와 분위기나 전개 면에서 꽤나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시리즈의 기반을 잘 닦은 시리즈라는 생각이 듭니다. | 24.02.11 20: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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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원작과 극장판 전부를 기억한다는 전제 하에 겹치는 부분들을 다 배제하고 원작의 '주인공'과 극장판의 '유키 마코토'가 같은 결말을 맞이함에도 왜 다른 느낌을 전달하는 지를 중점으로 쓰다보니 좀 복잡해진 거 같습니다. 아직은 부족한 글이지만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4.02.11 20: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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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선 밈으로도 굉장히 유명했죠ㅋㅋ | 24.02.11 20:2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