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 글에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원작과 애니의 주요 차이점을 회차별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굉장히 많은 부분이 바뀌었기에 모든 차이점이 아닌
제가 흥미롭게 본 요소들 위주로 작성했습니다.
원작 만화는 판본간 비교를 곁들이기 위해 영문판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보다 즐거운 감상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해당 에피소드의 TV판과 원작 만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17화
1. a Fork in the Road
원작보다 멀리서 화면을 담아 서로 다른 방향의 길을 강조했습니다.
방향 차이로 인해 이별을 맞이하는 이후 이야기를 미리 보여줍니다.
이러한 "방향성 차이"는 자인 뿐만 아니라 나머지 일행 사이에서도 보이며
이번 에피소드 내내 정말 중요하게 다뤄지는 핵심 주제입니다.
실내에 들어가 마저 대화를 나누던 원작과 달리 애니에서는 대화를 마치고 실내로 들어갑니다.
원작에서는 모두 실내로 입장했지만 애니에서는 자인 혼자 밖에 남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자인의 존재를 부각하고 이후의 이별을 미리 그려냈습니다.
2. 책벌레와 운동남
액션 비중이 크게 늘었다곤 해도 기본적으로 프리렌과 페른은 학구파입니다.
스승의 가르침과 그 본보기대로 틈만 나면 마법서를 읽습니다.
무릎 꿇고 책을 보던 원작과 달리 애니에서는 무릎을 세우고 쪼그려 앉아서 봅니다.
사제지간에 자세가 비슷한게 재미있었습니다. 프리렌과 페른의 같은 방향성을 보여줍니다.
심지어 원작에는 없던, 식탁에서도 책을 읽는 모습이 추가되었습니다.
자인은 잔을 들고 비웠지만 프리렌은 잔이 아닌 책을 잡고 있습니다.
술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어찌보면 굉장히 무례한 모습입니다.
아직 인간 사회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한 미숙한 프리렌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술자리 이후 자인의 흡연 장면까지 추가해 술과 담배라는 어른의 조합을 보여줍니다.
반대로 원작에 그려진 술 마시는 프리렌의 모습은 애니에서 삭제되었습니다.
이런 대비를 통해 에피소드 전반부에서는 프리렌의 미성숙한 모습을 보다 강조했습니다.
반대로 슈타르크는 몸을 움직이길 좋아합니다.
페른과 달리 실내에서도 꾸준히 운동합니다.
실외에서도 수렵 채집 활동에 나서고 요리를 하고 아주머니와 프리렌을 돕는 등
끊임없이 몸을 써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빈 손으로 돌아온 원작과 달리 수렵 채집한 식량이 추가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원작대로 슈타르크의 도끼를 제대로 그려놨습니다.
너무나도 반가운 모습입니다.
주인 아주머니를 도와 장작을 패던 모습이 소 젖 짜는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제작진의 의도가 매우 뚜렷합니다.
뭐요.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거 아니잖아요.
3. 어른의 문턱
이번화 전반부에 강조된 프리렌의 미숙함은 "문"을 통해서도 표현됩니다.
술집 실내로 완전히 들어가 자인을 부르던 원작과 달리
애니에서 프리렌은 입구 문턱을 제대로 넘지 못합니다.
술집이라는 어른스러운 공간에 들어가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숙소로 돌아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리렌은 상담이 진행되는 문 너머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열린 문을 통해 상담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단순히 바라보는 원작 묘사와 달리
애니에서는 문이 닫히고 프리렌은 그 앞에서 멈춰서게 됩니다.
문 걸쇠 묘사가 돋보이는 장면입니다.
어른스러운 대화 주제에 끼지 못하는 모습을 보다 강조하여
프리렌이 어른의 문턱을 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것을 보여줍니다.
후반부에서 페른을 돌봐주는 모습을 통해 미숙함을 어느 정도 만회하긴 합니다.
자인이 떠나도 프리렌은 둘 사이를 중재해주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은 둘이 먼저 어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4. 내 손을 잡아
서로 손을 잡아주는 장면이 강조됩니다. 손만 보이는 장면은 애니판 고유 묘사입니다.
서로 거리감을 좁혀 결속을 다지고 마음을 전하는 행위이기에 큰 위로가 됩니다.
이를 통해 보다 어른스러운 모습이 되어갑니다.
별 생각 없이 그저 호기심이 담긴 정직한 시선을 보내던 원작과 달리
슈타르크가 보다 의미심장한 곁눈길을 보내는 장면으로 바뀌었습니다.
페른도 마찬가지로 원작처럼 손만 바라보지 않고 눈을 들어 슈타르크를 바라봅니다.
반대로 프리렌의 시선 묘사는 생략되었습니다.
커플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원작과 달리 뒷모습만 보여줍니다.
사제지간을 강조하는 원작과 달리 관계의 비중이 남녀관계쪽으로 좀 더 옮겨졌습니다.
원작에서는 세 명이 오붓하게 한 화면에 같이 그려지지만
제작진은 이 장면을 원작과 꽤나 다르게 해석했기에 애니에서는 정말 많이 다르게 묘사됩니다.
처음엔 두 손을 맞잡은 스승과 제자의 모습을 화면 중앙에 보여줍니다.
그러나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내던 슈타르크가 화면에 치고 들어오자
카메라는 빠르게 슈타르크 쪽으로 움직이고 프리렌은 페른의 손을 놓습니다.
이후 프리렌의 손은 완전히 사라지고 화면에는 페른과 슈타르크만 남습니다.
그리고 페른의 빈 손은 슈타르크가 가져가게 됩니다.
페른의 손떨림은 그렇게 멈추게 됩니다.
이처럼 옛 인연의 손을 놓고 새로운 인연과 손을 잡는 장면을 통해
항상 프리렌만 따라다니는 제자가 아닌 한 명의 마법사,
그리고 성숙한 한 명의 인간이 되어가는 페른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원작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해석을 추가하여 작품에 신선함을 불어넣는 좋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에피소드 후반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 취급이 부끄럽기에 손을 놓고 스승을 등지고 돌아눕는 장면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렇다고 놓은 손을 그냥 두는건 도리가 아닙니다.
배운대로 끝까지 손을 다시 잡아주는게 어른스러운 행동입니다.
프리렌은 여전히 페른의 스승이며 부모 같은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페른도 더 이상 손을 뿌리치지 않습니다.
손을 맞잡고 식전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 추가되었습니다.
슈타르크는 물론이고 프리렌 또한 이전과 달리 거부감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여행과 새로운 만남을 통해 태도가 많이 바뀐 모습이 보입니다.
바닥이 아닌 밥상에서 방석 깔고 식사하는 모습으로 바뀌었고
배경에 솥, 삽과 부지깽이, 구리팬 등이 추가되어 보다 생활감이 넘치게 되었습니다.
이 경건한 모습이 그들의 최후의 만찬이 아니길 바랍니다.
5. 마을의 모습
애니판의 세부 묘사는 볼때마다 즐겁습니다.
장작을 모아둔 헛간,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계단 옆 추가된 경사로,
걸쇠를 누르는 자인의 엄지손가락, 물항아리와 대야, 아궁이에 걸린 솥과 각종 가재도구 등
지극히 현실적이고 생활감 넘치는 묘사가 매우 돋보입니다.
마법 상점의 외관이 추가되었습니다.
무지개빛처럼 염색된 직물과 항아리, 그리고 여신의 상징물이 눈에 띕니다.
이후 눈보라가 몰아치는 장면에서는 직물과 상징물이 보이지 않습니다.
다른 집들처럼 신앙심을 갖고 상시 걸어두는 상징물 아니라
판매와 홍보를 위해 걸어둔 상품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종교를 바라보는 일반인과 마법사의 시선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주머니댁 실내 소품이 대거 추가되었습니다.
특히 여신을 위한 제단이 눈에 들어옵니다.
농사짓기 힘든 환경이기에 보리 대신 노란 꽃으로 장식했습니다.
애니에서는 작은 텃밭을 보여줬지만 원작에서는 아예 경작지 묘사가 없습니다.
보리 대신 노란 꽃을 바친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먹거리를 통한 생태계와 생활상 묘사 또한 매우 탁월합니다.
농사가 어려운 고산지대에서는 가축의 고기와 부산물을 주요 식재료로 씁니다.
소 젖을 짜는 모습과 이러한 가축의 젖으로 만든 치즈,
그리고 고기로 만든 꼬치구이 안주를 자세하게 묘사하여
추운 산간지역의 생활상을 현실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그 와중에 신선한 야채를 상에 올린건 또 의외입니다.
6. 장송캠△
이런 추운 고산지대에서 캠핑하기엔 나무 밑 맨땅보다 역시 동굴 쪽이 더 낫습니다.
깔개와 짚단으로 단열을 꾀한 모습도 추가되었습니다.
생선을 따로 조리한 원작과 달리 애니에서는 짬통을 만들어놨습니다.
버섯과 생선살이 큼직하게 덩어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채집한 버섯을 마녀의 솥에 넣고 꿀꿀이죽을 만드는 프리렌의 모습을 미리 암시합니다.
나뭇가지에 솥을 걸고 조리하던 원작과 달리
금속으로 만든 캠핑용 삼발이(tripod)가 이번에도 등장했습니다.
아무래도 삼각형이 좀 더 안정적인 구조이긴 합니다.
애니에서 캠핑용 장비를 따로 챙기는 묘사가 없지만
도구들이 어디에서 어떤 식으로 나오는지는 이후 간접적으로 묘사됩니다.
격조했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4월부터는 유루캠 3기가 시작합니다.
캠핑 얘기로 글을 마무리한 김에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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