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병원
무궁화나무에서 벚꽃들이 왕관처럼 하얗게 웃고
<있다>가 즉위하자―흙은 즉시 내 눈을 매장하라
성당이 검은 하늘을 장전하고 땅의 심장을 겨누고
<있다>가 저격되자―흙은 즉시 내 손도 봉인하라
밤은 저격소총 방아쇠가 달린 숲, 화음의 화간으로
<없다>가 옹립되자―좌우로 수평선을 작도하는 x
응급실에서 EXIT 밤하늘로 날아가는 사람 혼령들
<없다>가 폐위되자―남북으로 수직선을 작도하는 y
병원 뒤뜰 화단에선 계속 새들이 격발되는 소리
●●● 울고 울리고―오늘밤 신은 어두운 함수다
반도의 대지는 왜 내 깁스한 발을 깨는 침묵인가
<역사>가 눈을 뒤집자―스스로를 목맨 무궁존자여
나무는 혼령 지도, 죽은 자들이 지상으로 내미는 팔
<난다>는 천지를 날아―흙은 죽어 두 눈이 부활하라
음시
함기석, 문학동네시인선 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