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의미로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게임이랄까요. PS2 진영의 화려한 대미를 장식해줄 게임인 [파이널 판타지 XII]를 플레이해본 감상은 저 한 마디로 압축할 수 있을 듯합니다. 게임 발매 전부터 유명세를 탄 주제곡 [키스 미 굿바이]를 들으면 아련한 러브 스토리가 게이머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지만 정작 로맨스라는 개념은 이 게임에선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전투 시스템은 마치 액션 RPG를 하는 것처럼 필드 위에서 로딩 없이 바로 이루어지며, 시리즈 특유의 전투 승리 음악도 지극히 제한된 상황에서만 흘러나옵니다. 비공정이 날아다니는 세계관은 여전하지만 정작 게임의 전체적인 인상은 예전 시리즈보다는 [스타 워즈]를 생각나게 합니다. 지금껏 발매된 시리즈 중 가장 독특하고 논란이 많을 듯한 타이틀인 [파이널 판타지 XII]는 이렇게 예상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발매되었습니다.
[파이널 판타지 XII]의 메인 화면. |
첫 전투부터 뭔가 심상찮다. |
게임이 달라졌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이전 작품과 비교해서 시스템의 변경이 너무나 확연히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액티브 타임 배틀 시스템의 일부 요소를 제외하곤 거의 모든 부분이 바뀌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예전 작품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기본적인 전투 시스템이나 캐릭터 운용 등의 시스템이 예전 작품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기존 작품을 플레이해본 유저들이 [파이널 판타지 XII]를 접하면 그 이질감에 꽤 낯선 느낌을 받을 듯합니다. 아무래도 사카구치 히로노부가 아닌, 처음으로 정식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 도전하는 마츠노 야스미의 작품이니만큼 예전 작품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동시에 마츠노 야스미의 예전 작품들과 많은 부분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마츠노 야스미가 스퀘어 이적 후 PS1으로 내놓은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좌)와 [베이그란트 스토리](우). |
전체적인 게임의 분위기는 마치 [스타 워즈] 시리즈의 설정을 베이스로 한 온라인 게임을 오프라인 모드로 하는 듯했습니다. 낯선 디자인의 복장에 각종 이형의 캐릭터가 등장하고 게임 후반 등장하는 함대전 등은 "노린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타 워즈]와 상당히 흡사한 분위기입니다. 시각적인 부분 이외에도 온라인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퀘스트 모드라던가 필드를 뛰어다니면서 바로 전투를 하는 모습은 이전 작품과 달라도 너무나 다른 모습입니다. 예전 시리즈를 생각하고 플레이를 한다면 상당한 실망을 하겠지만 오히려 이렇게 많이 바뀐 부분이 이전 작품과는 또 다른 의미로 상당히 재미있는데, 아마도 바뀌게 될 시스템이 이와 같은 모험을 감수할 정도로 신선하며 그에 상응하는 재미를 안겨줄 것으로 판단하고 제작을 했던 것 같습니다.
후반전 최대의 볼거리인 함대전. |
[스타 워즈]가 생각나는 모습이 많이 등장한다. |
새로이 도입된 대표적인 시스템으로는 갬빗 시스템과 라이선스 시스템을 꼽을 수 있습니다. 갬빗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캐릭터 이외의 나머지 캐릭터 두 명(기본적으로 전투 인원은 세 명)의 행동을 지정하는 시스템입니다. 각 행동의 우선순위는 물론, 어떤 상태의 캐릭터를 대상으로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 극히 세세하게 지정을 해줄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무수히 많은 조합을 만들 수 있습니다. [파이널 판타지 VII]의 마테리아 시스템처럼 설정에 따라서는 무적에 가까운 조합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타이틀에서 가장 머리를 굴려야 할 시스템인 동시에 플레이어의 성격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게 될 시스템이기도 합니다. 물론 무조건 갬빗 시스템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에 따라 ON/OFF를 조절할 수 있으며, 게임 초반 약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신만의 행동 리스트를 그리 어렵지 않게 작성할 수 있을 겁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
HP가 30% 밑으로 떨어진 동료에게 케알을 걸어주도록 하는 설정. |
갬빗 시스템의 도입으로 더욱 똑똑한 아군을 얻게 되었다고 할까, 멍청하기 그지없는 인공지능 동료의 얼 척 없는 행동에 답답해 하며 게임을 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 동료의 행동을 지정해줄 순 있지만 그 행동 범위에 많은 제약을 받았던 예전 게임들과는 달리 어느 정도 세세한 설정을 자유롭게 만져줄 수 있기 때문에 예전 게임들보다 플레이어의 취향에 맞게 행동해주는 아군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미리 갬빗 시스템을 잘 설정해두면 플레이어는 게임 대부분을 캐릭터 한 명만 집중해서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마치 캐릭터 한 명을 조작하는 액션 RPG 같다는 인상도 듭니다. 물론 리더 캐릭터는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으며 갬빗 시스템을 켜놓은 상태라도 실시간으로 전술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개입할 여지를 어느 정도는 남겨두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붉은 선은 적이 아군을 노리고 있다는 표시. 푸른 선은 그 반대. |
그리 관심을 받지 못하는 미스트넉. |
라이선스 시스템은 그동안 다른 게임에서도 종종 봐왔던 일종의 스킬 트리 시스템으로 봐도 무방하며, [파이널 판타지 XII]에서는 마법뿐만 아니라 각종 무기·방어구 등의 장착이나 기술 습득, 소환수 계약, 캐릭터 고유 필살기(=미스트넉) 등도 라이선스 보드 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중요도가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해당 라이선스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라이선스 포인트(=LP)가 필요하며, 라이선스 포인트는 몬스터를 쓰러뜨리면 1포인트씩 얻을 수 있기 때문에 LP가 모자라서 라이선스를 제대로 취득하지 못하거나 라이선스 보드 클리어를 위해 필요 이상의 몹사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꽤 마음에 드는 부분입니다. 다만 장비 하나를 장착하더라도 해당 라이선스 취득 유무를 확인해야 하고 신경을 써야 하는 과정의 추가는 큰 불편함은 아니지만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은근히 거추장스러울 때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좋게 말하면 플레이어 개입의 확대, 나쁘게 말하면 귀찮은 작업의 연장.
말 그대로 뭐든지 라이선스를 따야 한다는 것. |
소환수도 결국 라이선스 안 따면 무용지물. |
전투 자체도 완전히 달라졌는데, 이동 도중 적과 만나서 전투 화면으로 따로 돌입하던 종래의 랜덤 인카운터 방식에서 필드에 있는 몬스터와 그 자리에서 바로 싸우는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일정 구역 안에서는 전투 로딩을 따로 하지 않아서 상당히 쾌적한 필드 이동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어느 정도 구역을 정해놓고 필드와 필드 사이에 로딩이 존재하며, 게임 중후반부 장거리 이동이나 현상몹을 잡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면 필드 이동이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파티원 중에 현직 공적 두 명에 공적 지망생이 두 명이나 있건만 실제 게임 플레이 도중 비공정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필드 이동은 말 그대로 땀 뽈뽈 흘리면서 해맑게 뛰어다녀야 합니다. 초반에는 그리 와닿지 않을지 몰라도 플레이 시간이 누적되면 누적될수록 필드 이동이 상당히 지겨워집니다.
그냥 이 화면 그대로 싸우는 시스템. |
마을 안이라도 저 구역을 넘어가면 로딩을 한다. |
NGC나 Xbox에 비해 PS2의 성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데다 이미 Xbox360이 발매되어 게이머들의 눈이 높아졌기 때문에 과거 [파이널 판타지 X]과 같이 그래픽으로 게이머들에게 충격을 주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만, PS2로 나온 타이틀 중에서는 단연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한된 환경 속에서 최대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성능을 투자할 곳에 확실히 쏟아부어 체감 그래픽을 굉장히 높였습니다. 예전 작품에서부터 그랬듯이 여러 가지 모델링을 만들어서 상황에 맞게 바꾼다거나 [철권 5]와 마찬가지로 가장 노출이 많이 되고 시선을 받는 부위인 얼굴에 집중적으로 공을 들이고 다른 부분은 퀄리티를 조금 낮추는 등의 방법으로 2000년에 발매된 PS2의 한계를 어느 정도 메웠습니다. 물론 이 정도 수준의 화면을 뿌리기 위해서 16:9 화면비와 프로그레시브 모드를 포기한 것은 아쉽지만 PS2 한계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듯합니다.
이것은 프란의 얼굴. |
이것은 프란의 발(…). |
이벤트 무비에서 하늘거리는 머리카락이나 고풍스러운 복장에 새겨진 각종 무늬와 장식, 자연스러운 표정과 모난 구석 없는 배경 그래픽은 PS2로 나오는 마지막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5년 전 발매된 [파이널 판타지 X]에서 볼 수 있었던 부들부들거리며 떨리는 폴리곤 캐릭터는 간곳없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캐릭터를 보면 기술의 발전에 새삼 놀라움을 느낄 정도입니다. 화면을 이루는 수많은 요소들이 너무나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으며 이러한 모습을 통해 [파이널 판타지 XII]는 확실히 PS2라는 머신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제한적인 시점을 제공했던 [파이널 판타지 X]과는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자유롭게 시점을 바꿔가며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편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머리카락 표현도 상당히 자연스럽다. |
부들거리던 5년 전과 비교하면 대단한 발전. |
PS2용 그래픽으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수준. |
갑자기 시점이 헤까닥 도는 건 좀 불편했지만. |
그간 PS1용 [파이널 판타지 VII]을 시작으로 일종의 트렌드가 되기도 했던 높은 수준의 프리 랜더링 무비 역시 이번 작품에도 간간이 나오지만 예전 [파이널 판타지 X]의 무비를 보던 것과는 달리 자꾸 모자란 부분만 눈에 띕니다. 오히려 실시간 모델링 캐릭터가 더 멋지게 느껴질 정도로 이번 작품의 삽입 영상은 그다지 와닿지 않은 모습입니다. 물론 그만큼 게임 자체의 그래픽이 높다는 이야기도 되겠지만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그냥 "어, 동영상 나오네" 정도의 느낌만 받았달까요, 게임 후반 함대전을 제외하고는 너무 덤덤한 연출의 화면만 뿌려서인지 예전 작품에서 깊은 인상을 주었던 동영상을 보는 느낌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큰 디스플레이에서 보면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조금 모자란 동영상의 화질도 이런 느낌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못 만들었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예전처럼 게이머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남기긴 힘들달까. |
이제는 RPG에서 스토리와 캐릭터의 매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많은 제작사에서 특히 신경을 쓰는 부분이 바로 스토리와 캐릭터 관련 부분입니다. 게임을 관통하는 스토리 하나만 좋다면 다른 부분에선 그저 그런 모습이라도 많은 게이머들이 찾기도 하며, 순전히 캐릭터가 매력적이라서 어느 정도 판매량을 기록하는 RPG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제작사에서 조금이라도 인상적인 스토리를 짜내기 위해 고생하고 유명한 작가를 써서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파이널 판타지 XII] 역시 진지하고 장중한 화법으로 유명한 마츠노 야스미가 스토리를 맡았으며 캐릭터 일러스트 역시 그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추어온 요시다 아키히코가 맡아서 이전 시리즈와는 사뭇 다른 이채로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도 어디서 많이 봤는데. |
요시다씨는 NDS용 [파이널 판타지 3]의 일러스트도 담당. |
마츠노 야스미의 게임은 뭔가 거대한 세력 간의 그럴 듯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게임을 하면 잘 와닿지 않는다며 싫어하는 게이머들도 더러 있지만, 진지하면서도 기존 게임들과는 뭔가 다른 게임 진행은 확실히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많은 게이머들이 배에 때 꼈다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는 반의 복근도 사실은 메인 캐릭터 디자이너인 요시다 아키히코가 3D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근육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어한 결과로, 전체적으로 폴리곤으로 만든 캐릭터답지 않은 그래픽 방식이 상당히 독특합니다. 덧칠해서 그린 듯한 유화와도 같은 느낌이 깊이감을 표현하고 있습니다(그래도 때 꼈다고 느낀 게이머들이 많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프리 랜더링 무비의 캐릭터보다 실시간 모델링 캐릭터들이 더욱 마음에 들 정도로 캐릭터의 묘사가 상당히 정교합니다.
어려운 표현에 도전했다고 하는 반의 복근. |
그런데 동영상에서는 왜 또 저렇게 동글동글하게;;; |
다만 이번 작품을 플레이하다 보면 뭔가 엉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초반에 꽤 중요한 캐릭터로 등장했다가 중반에는 갑자기 스텔스 모드에 들어가는 바슈, 오프닝만 보면 중요한 조커 캐릭터로 다룰 수 있을 듯한 모습으로 나와서 갖은 폼을 잡으며 강렬한 인상을 주지만 결국 이벤트 달랑 세 장면 나오고 끝나는 알시드, 왜 나왔는지, 왜 따라오는지 이해가 안 가는 판넬로(따라오는 이유가 너무 덤덤해서 그냥 그러려니 한다), 시리즈 주인공 중 역대 최강의 복근을 자랑하지만 역대 최저의 비중이 눈물겨운 반. 그래도 명색이 RPG라면 캐릭터 간의 상관관계나 해당 이벤트가 쏠쏠하게 준비되어야 하거늘 판넬로는 마땅한 이벤트 하나 없이 엔딩까지 치닫는 것을 보면 마치 총집편 애니메이션에서 편집 많이 당한 인기 없는 캐릭터라도 보는 듯한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멋진 놈이 이벤트 세 장면 나오고 끝. |
귀엽긴 한데 비중이 바닥을 친다. |
게다가 엔딩에서 나오는 마지막 아셰의 대사는 도무지 저 캐릭터가 왜 저런 소리를 하는 건지 전혀 이해가 안 갈 정도였습니다. 그 대사를 하려면 적어도 해당 캐릭터와 뭔가 제대로 된 대화도 하고 이벤트도 발생해야 하지만 게임 후반부 몇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그런 분위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 대사를 했다는 것은 자다가 남의 다리를 긁는 것처럼 참으로 어색했습니다(내용누설 안 하고 이야기하려니 참 답답혀). 게다가 게임 중반 아셰와 뭔가 그럴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던 건 그 캐릭터가 아닌 다른 녀석이었기에 더욱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갸우뚱스러운 상황 연출 때문에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이해할 수 없어서 게임의 평을 나쁘게 내리는 게이머들도 적지 않을 정도로 뭔가 중간에 빠진 듯한 분위기가 역력하게 느껴집니다.
GBA용 [FFTA]에서 사람 환장하게 하던 저지도 등장. |
이런 타이틀 나오지 말란 법 없지…. |
등장 캐릭터들의 곁들이 이야기가 짚다만 듯한 느낌도 없잖아 있다. 서브 스토리식으로 외전이 나와도 좋겠는데…. |
오히려 게임 자체의 스토리 진행은 곁들이로 하고 현상몹 잡기나 기타 숨겨진 요소 찾기 등에 더욱 힘이 실린 모습입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진 상태에서 스토리만 따라서 진행하면 20시간 정도로 엔딩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클리어 시간은 굉장히 짧습니다. 하지만 기타 요소를 건드리기 시작하면 플레이 시간은 가뿐하게 세자릿수에 진입하며, 필드 이동의 지겨움만 극복한다면 장시간 플레이에 방해될만한 부분은 없어 보입니다. 각종 온라인 게임의 퀘스트나 과거 PS1용 [아크 더 래드 2] 처럼 이 타이틀 역시 게임의 진행과 연관이 없는 듯하면서도 어느 정도 같은 선을 타고 있는 다양한 의뢰를 받아서 몬스터를 처리하고 그에 따라 각종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하다 보면 5~60시간은 나오겠지만. |
일종의 퀘스트라고 해도 좋을 현상몹 잡기. |
게임 자체에서도 이러한 플레이를 권장이라도 하듯 초반부터 어디를 가야할지 맵 표시가 비교적 자세하게 뜨고 구역간 이동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크리스탈을 이용해서 무척이나 편하게 회복이나 구역 이동을 할 수 있는 등, 제작자가 의도한 방향만 제대로 잡는다면 상당히 즐겁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을 겁니다. 반대로 게임의 컨셉이 자신과 잘 맞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무의미한 게임 진행을 해야만 하는 것이 바로 [파이널 판타지 XII]입니다.
특히 수집욕을 강하게 자극하는 다양한 현상몹이나 라이선스 보드, 교역품과 전리품이라는 새로운 성격의 아이템의 존재, 숨겨진 보스와 최강 장비 시리즈 등은 게임의 수명 연장에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물론 그 과정을 대충 만들어놓고 무의미하게 오래 플레이하도록 강요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 또한 상당히 충실하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길게 플레이하면서도 지겹지 않은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굉장히 편리하게 구성된 맵 화면. |
세이브와 텔레포트를 할 수 있는 크리스탈. |
게임 자체는 쏠쏠할 재미를 안겨주지만 한글화가 전혀 안 되어서 각종 정보가 일본어로 나오기 때문에 공략집이라도 없다면 원활한 진행을 하기 어렵다는 것은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일본과 거의 차가 나지 않은 정식 발매일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을 할 수 있는 것은 좋지만 게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를 언어의 문제로 알아볼 수 없다는 것은 무척이나 답답해 보입니다. 그나마 알아보기 쉽다는 영문판으로 발매된 [파이널 판타지 X]이나 텍스트 한글화로 발매된 [파이널 판타지 X-2]의 케이스와 비교해보면 상당히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두 작품이 일본 발매일과 상당한 차이를 두고 한국에 정식발매되었기 때문에 무작정 단순비교를 하며 왜 한글화가 안 되었느냐를 따질 수는 없는 문제이지만 간단하게라도 대사집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RPG라는 장르를 생각해볼 때 무리수가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간단한 대사집 내는 것도 사실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뭐라 하는지 알 수 없으니 재미는 반감될 수밖에. |
한글화되어 발매되었던 [FF X-2]. |
오랜 시간이 걸려 실질적인 정식 후속작이 발매되었지만 어째 예상했던 것보다는 그리 큰 반응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직 북미 버전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순수하게 전세계적인 반응을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일본과 한국에서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반응이 조금 잠잠한 편입니다. 물론 200만 장 팔려나가는 게 절대 적게 나가는 수준은 아니지만 당초 예상한 것보다는 페이스가 그리 신통치 않아 보입니다. 이전 작품과 너무나도 다른 모습 때문인지 초반 이미지만 가지고 쉽게 판단을 내리고 플레이를 꺼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이것저것 뒷설정은 너무나 많지만 정작 게임 자체에서는 텍스트로 처리되거나 아예 생략되어서 너무나 적은 비중으로 자리하는 갖은 요소에 실망하는 게이머도 있습니다. 기대한 것은 너무나 크지만 실제로는 그 이야기를 다 못 풀어낸 느낌이 강합니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 듯 예전에 비해 바뀐 요소가 그 자체로도 완성도가 뛰어나서 큰 재미를 안겨주며, 광활한 필드를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기존 RPG에선 느끼지 못했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전 시리즈와 많이 달라졌지만 오히려 예전 시리즈를 해본 플레이어라면 틀림없이 반가워할 숨겨진 요소가 빼곡히 들어차 있는 모습은 기존 시리즈를 많이 해본 유저일수록 당혹감과 함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묘한 부분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 꽤 재미난 타이틀이라 생각됩니다. 이러니저러니 욕을 먹어도 [파이널 판타지]의 정식 후속작답게 실망감을 안겨주지 않으며 PS3로 나올 [파이널 판타지 XIII]을 기대하게 하는, 안정적으로 잘 만들어진 타이틀로 기억될 듯합니다.
(IP보기클릭)124.50.***.***
(IP보기클릭)124.50.***.***
어머 | 18.06.22 03:14 | |
(IP보기클릭)221.166.***.***
(IP보기클릭)125.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