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스트리트 파이터 6 | 출시일 | 2023년 06월 02일 |
개발사 | 캡콤 | 장르 | 대전 격투 |
기종 | PC, PS4, PS5, XSX | 등급 | 15세 이용가 |
언어 | 한국어 지원 | 작성자 | 의식인사람 |
진입장벽의 해소, 그리고 대중화. 격투게임이라는 장르가 직면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e스포츠, 스트리밍이 대중화된 요즘인지라 보는 게임으로서의 재미는 검증됐지만, 직접 즐기는 플레이어를 늘리는 것은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조작법을 쉽게 하거나 시스템을 간소화하는 것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도 다수 있었지만, 장르 자체의 부흥을 가져오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격투게이머 사이에서야 여전히 사랑받고 있지만, 그 외의 게이머에게 격투게임은 여전히 '하는 게임'이 되지는 못한 것입니다.
그러던 6월 2일, 장르의 현 상황을 바꿀 격투게임이 나왔습니다. 장르의 아버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최신작 '스트리트 파이터 6'가 그것입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6는 출시와 동시에 100만 장의 판매량을 달성하는 등 상업적으로도 상징적인 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격투게이머가 아닌 게이머들을 다수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새로 격투게임을 시작한 이들이 출시 3주가 다 되어가는 지금도 다수 남아있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수치적으로 보면 스팀 동시 접속자 수가 전작의 3배 이상을 웃돌고 있고, 제 개인적인 경험에 미루어 봐도 주변에서 이 정도로 격투게임을 오래 즐기는 것은 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그들 중에는 스트리트 파이터 6로 격투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이도 적지 않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6'는 어떤 점이 기존의 격투게임과 달랐던 것일까요? 제가 게임을 즐기면서 진입장벽을 낮추고 격투게임의 재미를 알려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 요소들을 짚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리뷰일 기준 동시 접속자 수 비교. 올타임 기록의 차이가 극명하죠. 플레이어 수 히스토리를 보면 14,000이라는 스트리트 파이터 5의 기록은 출시 초반 달성된 것인데요, 이를 생각하면 스트리트 파이터 6의 기록이 더욱 대단해 보입니다.(출처: steamdb)
조작 간소화를 넘어 새로운 스타일을 정립한 '모던'
격투게임의 재미는 내가 가진 것을 사용해 상대 플레이어와 심리전을 주고받는 것에 있습니다. 다른 대전 게임과 비슷하죠. 하지만 그 재미를 느끼기까지의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특히, 2D 격투게임이라면 버튼만 누르면 나가는 기본기 외에 방향 조작을 더해야 하는 특수기, 필살기 등의 활용이 필수적입니다. 단순히 더 높은 대미지를 노리기 위함도 있지만, 콤보를 특정 필살기로 마무리하면 상대가 일어나는 타이밍에 맞춰 내 기술을 깔아 놓기 더 쉬워지거나 상대가 점프 공격을 시도하는 상황에서도 필살기로 더 안전한 대처가 가능해지는 등 대전 자체에서 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지니까요.
커맨드 입력은 격투게이머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사용해보지 않은 캐릭터라도 공략 영상 등을 보고 쉽게 따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플레이어에게는 커뮤니티에 있는 수많은 공략이 쓸모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그 공략에서 요구하는 필살기 입력부터 제대로 할 수가 없으니까요. 간혹 이런 시련(?)을 이겨내고 격투게이머가 된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기서 게임에서 이탈합니다. 격투게임을 즐기려고 다른 장르에서는 써먹을 일이 없는 조작법을 따로 연습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에겐 굉장히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많은 격투게임이 조작 단순화를 꾀했지만 그 시도가 모두 성공적이진 않았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그 방향성이 대전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콤보만 쉽게 쓰게 해준다'는 식으로 어딘가 어긋나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또, 단순화에 있어 기존 플레이어에 대한 과한 존중을 해왔다는 것도 실패의 이유라고 봅니다. 간편 조작과 비교해 정식 커맨드 입력의 이득을 크게 설정해두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간편 조작만 사용한다면 기존 격투게이머의 플레이를 흉내만 낼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런 게임들도 결국엔 커맨드 입력이 가능한 사람들만 남게 됐어요.
간편 조작을 도입한 최근의 격투게임들. 두 게임 모두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커맨드 입력을 사용해 플레이 중입니다. 기술을 빨리, 편하게 낼 수 있다는 점 외에는 단점이 더 컸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6'에 도입된 새로운 조작 스타일 '모던'은 철저히 대전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또, 단순히 기존의 조작 스타일인 '클래식'으로 넘어가는 튜토리얼 개념이 아닌,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또 하나의 조작 스타일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다른 게임의 간편 조작과 모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단축 커맨드 사용에 따른 불이익이 적다는 점에 있습니다. 대미지가 조금 줄어드는 정도이지 기술을 자주 사용하지 못하는 식의 시스템적인 불이익이 없습니다. 다른 격투게임에서 '이것만큼은…!'이라는 느낌으로 간단한 커맨드 입력을 요구하는 초필살기도, '스트리트 파이터 6'에서는 커맨드 입력 없이 동시 입력으로 간단히 낼 수 있습니다. 페널티는 약간의 대미지 감소로 동일하죠.
커맨드 입력과 동일한 성능의 필살기를 간단하게 낼 수 있다는 것. 우리가 간편 조작이라고 했을 때 생각했던 특징을 보여준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의 간편 조작 도입 격투게임은 이러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이로 인해 플레이 스타일에서 많은 차이가 만들어집니다. 그 차이는 어떤 조작 스타일을 채용했는가에 따라 같은 캐릭터라도 대처를 달리 해야 할 정도입니다.
클래식과 모던의 비교. 사용 버튼의 차이만큼 필살기, 슈퍼 아츠의 사용법도 크게 달라집니다.
많은 초보를 울리고 있는 혼다의 슈퍼 박치기를 예로 들어봅시다. 슈퍼 박치기는 공격력도 강하고 판정이 좋아 대공기로도 활약할 수 있으며, 막혀도 크게 불리하지 않고 거리가 벌어지는 걸 이용해 상대가 섣불리 내민 기본기를 강 기본기나 드라이브 임팩트로 잡아먹을 수도 있어서 악명을 떨치고 있습니다. 드라이브 패리와 드라이브 임팩트, 점프 등 슈퍼 박치기에 대한 대응책은 다수 존재하나, 드라이브 패리는 저스트 패리를 해야 제대로 반격이 가능하고, 드라이브 임팩트는 타이밍이 늦으면 역으로 드라이브 임팩트를 허용하게 되며, 점프도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공격당할 위험이 큽니다. '이거 하나면 된다'는 식의 대응은 의외로 없죠.
여기서 모던은 클래식에서는 실천하기 어려운 대처법을 굉장히 쉽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바로 승룡권 같은 대공 무적이 달린 필살기로 대응하는 겁니다. 슈퍼 박치기는 지상에서 날아오지만 사실은 공중 공격 판정으로 대공 무적이 달린 필살기를 사용하면 피해를 입지 않고 쳐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필살기는 →↓↘라는 격투게임 숙련자도 빠르게 내기 어려운 커맨드 입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빠르게 날아오는 슈퍼 박치기에 대응해 정확히 입력하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모던에서는 '→+필살기 버튼'이면 끝입니다. 심지어 슈퍼 박치기가 날아오는 걸 보고 눌러도 충분할 정도로 여유롭습니다.
여기서 상대 혼다는 고민을 합니다. 클래식 플레이어를 상대하는 것처럼 슈퍼 박치기를 사용하면 대공기에 막힌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그래서 반응이 어렵도록 가능하면 붙어서 슈퍼 박치기를 사용하고, 먼 거리에서는 날아가는 거리가 짧은 약 슈퍼 박치기로 상대의 반응을 유도한 뒤 곧바로 강 슈퍼 박치기를 사용하는 식으로 속임수를 걸기 시작합니다. 모던 플레이어의 장점은 빠른 반응에 있지만, 단점 역시 반응이 너무 빨라 약간의 징조 만으로도 필살기를 오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있거든요.
슈퍼 박치기든 백관 떨구기든 원 버튼 대공 필살기로 쉽게 떨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빠르게 필살기를 낼 수 있다는 점이 약점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모던은 단순히 조작이 쉽다는 점을 넘어 기존의 조작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플레이를 만들어냈습니다. 필살기를 쉽게 사용할 수 있기에 클래식에서는 대처하기 어려운 여러 상황을 유연하게 풀어나갈 힘이 있습니다. 그렇게 게임에 익숙해지면 커맨드 입력도 시도해볼 여유가 생기고, 모던 안에서 커맨드 입력을 사용해 선택지를 크게 넓힐 수도 있습니다. 모던으로 플래티넘, 다이아몬드를 넘어 마스터를 달성한 플레이어가 있고, 프로게이머 사이에서도 모던을 연구하는 이들이 있다는 게 그 방증이라고 해도 좋겠지요.
입문자부터 숙련자까지, 각자에 맞는 방식으로 즐기는 새로운 '배틀 시스템'
2D 격투게임 입문에 있어 까다로운 것이 있다면 가드 방향입니다. 서서 막기, 앉아서 막기 외에도 점프를 통해 뒤에서 들어오는 역가드 공격에도 신경 써야 하니까요. 상대가 앞에서 뛰어 들었는데, 뒤로 입력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뛰어든 쪽으로 입력해 방어한다는 역가드는 개인적으로도 이해하고 활용하고 대처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인 요소이기도 합니다. 기존 시리즈에서는 가드 방향을 흔드는 공격이 들어오면 막느라 정신이 없을 때가 대부분인데, '스트리트 파이터 6'에서는 그런 걱정이 조금 덜합니다. '드라이브 패리'와 '드라이브 임팩트' 덕분입니다.
'드라이브 패리'는 가드 방향과 상관없이 들어오는 모든 타격 공격을 막아줍니다. 하단과 중단을 섞어서 공격하는 까다로운 패턴에도 일단 드라이브 패리로 다 막아낼 수 있습니다. 누르는 동안 드라이브 게이지를 소모하지만, 공격을 막는데 성공하면 다시 회복되기에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합니다.
'드라이브 임팩트'는 상대의 타격 공격에 좀 더 공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상대의 공격을 아머로 받아내며 강력한 한 방을 날리는데, 아머 역시 상대의 타격이 어느 방향에서 오든 다 받아내기에 상대가 타격기로 압박을 해온다 싶을 때 누르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둘 다 잡기는 막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지만, 가드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도 어려운 신규 플레이어에게는 일단 눌러보면 뭔가 되는 해결사 같은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역가드부터 하단까지, 드라이브 패리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다 막아줍니다.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며 강력한 한 방을 선사하는 드라이브 임팩트.
드라이브 패리와 드라이브 임팩트는 체력 게이지 아래 있는 '드라이브 게이지'라는 자원을 소모합니다. 이 드라이브 게이지를 소모하는 시스템을 '드라이브'라고 하는데, 가드/패리 중 상대를 밀어내는 '드라이브 리버설', 드라이브 패리 혹은 기본기/특수기에서 캔슬해 빠르게 접근하는 '드라이브 러시', 더 강한 필살기를 사용하는 '오버 드라이브' 등이 있습니다. 이게 전작의 'V 시스템'과 같은, 이번 작품의 핵심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드라이브'는 플레이어 실력에 따라 활용도가 나뉜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신규 플레이어라면 패리와 임팩트처럼 공격보다는 방어를 위한 행동에 자주 사용하게 됩니다. 앞서 말한 가드 방향을 생각하지 않고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건 물론 반격까지 노려볼 수 있는 구제책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죠. 그리고 오버 드라이브 필살기는 간단하게 콤보 대미지를 높이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모던 플레이어라면 어시스트 콤보를 사용하는 와중에 자주 쓰게 될 것입니다.
반면, 높은 단계로 올라갈수록 드라이브 러시의 사용 비중이 높아집니다. 드라이브 러시는 상대의 가드를 열어 더 많은 공격 기회를 가져가거나, 한 번의 공격 기회에 더 많은 대미지를 입히는 등 공격적인 용도로 활용됩니다. 또, 드라이브 패리는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사용하는 '저스트 패리'를 노리게 되고, 드라이브 임팩트는 상대가 드라이브 임팩트 반격을 할 수 없는 번아웃 상황이나 심리의 빈틈을 노려 사용하는 게 보통이 됩니다. 방어의 역할은 무적 시간이 있는 오버 드라이브 필살기가 차지하게 됩니다. 그런 게 없는 캐릭터는 어떻게든 버텨내거나 드물지만 드라이브 리버설을 사용하는 경우도 존재하고요.
전작까지는 핵심 시스템을 누구든 같은 수준으로 사용하는 것이 요구됐습니다. 4편이라면 세이빙 캔슬 콤보, 5편은 V트리거 캔슬 콤보가 대표적인데, 이것도 상당한 진입장벽이었죠. 하지만 '스트리트 파이터 6'의 드라이브는 자기 수준에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면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익혀야 할 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죠.
지난 18일 개최된 스트리트 파이터 6 발매 기념 대회 결승전 중에서. 이때도 대부분의 참가 선수가 게이지를 드라이브 러시에 활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편, 드라이브와 함께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이 있습니다. 바로 '슈퍼 아츠 게이지'입니다. 전작까지는 게이지 하나로 여러 시스템을 사용하는 식이었습니다. 4편은 '슈퍼 콤보 게이지'로 EX 필살기, EX 세이빙 어택, EX 세이빙 캔슬, 슈퍼 콤보를, 5편은 'CA 게이지'로 EX 필살기와 크리티컬 아츠를 사용할 수 있었는데, 대전 상황에 따라 하나의 게이지를 어떻게 사용할지 선택해야 했습니다. 대전 중에 무심코 게이지를 썼다가 나중에 기회가 왔을 때 큰 대미지를 줄 기회가 사라지면 그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었죠.
그런데 '스트리트 파이터 6'의 슈퍼 아츠 게이지는 오로지 슈퍼 아츠에만 쓰입니다. 1레벨 슈퍼 아츠는 게이지를 한 줄, 2레벨은 두 줄, 3레벨은 세 줄을 소모하는 식으로 매우 직관적입니다. 체력 게이지가 일정량 아래가 되면 3레벨 슈퍼 아츠가 크리티컬 아츠로 변화한다는 요소가 있긴 하지만 조작이 달라지진 않으므로 크게 신경 쓸 것은 아니죠. 그래서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상대 캐릭터, 체력 게이지와 드라이브 게이지에 집중하면 됩니다. 슈퍼 아츠 게이지는 라운드 사이나 상대를 넘어뜨린 뒤나 내가 넘어진 사이 등 틈틈이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하죠.
화면 하단에 위치한 슈퍼 아츠 게이지. 대전 중에는 화면 중앙과 상단의 게이지에 집중하고, 이쪽에는 아주 가끔씩만 확인하면 됩니다.
격투게임은 어디를 보고 있어야 하는지가 명확해지면 게임의 전체적인 상황을 보기도 쉬워집니다. 상대 캐릭터의 움직임, 체력 게이지 외에 신경 써야 할 것을 줄이면 신규 플레이어도 심리전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셈이죠. 사소해 보이지만 더 많은 플레이어가 격투게임의 대전에 집중하도록 도와준 중요한 변화라는 생각입니다.
대인전 원툴인 격투게임에 새로운 즐길거리를 제시한 '월드 투어'
앞서 격투게임을 즐기려고 조작법을 따로 연습한다는 게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고 했는데요, 그래서 대부분의 격투게임 입문자들이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본게임인 대인전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쓰라린 연패를 경험하고 '격투게임 따위 다시는 안 한다.'라며 이탈하곤 합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동안의 격투게임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는 게 대인전 밖에 없었으니까요.
과거의 가정용 격투게임은 혼자 즐기는 일이 많기에 싱글 플레이 콘텐츠도 밀도 있게 준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네트워크 기술이 발전한 요즘은 온라인 대전에 모든 것을 걸고 출시하는 격투게임이 대부분입니다. 격투게이머들이야 대전 그 자체에서 이기거나 지거나 하면서 재미있게 즐기겠지만, 그런 플레이어가 많지 않았으니 격투게임이라는 장르가 지금의 위치에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여기서 '스트리트 파이터 6'의 또 다른 격투게임 대중화 전략이 빛을 발합니다. 대규모 싱글 플레이 콘텐츠 '월드 투어'가 그것입니다. 월드 투어는 자신 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스트리트 파이터의 세계를 여행하며, 기존 시리즈의 캐릭터와 교류하며 자신만의 강함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방대한 오픈 필드를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진행하거나 전투를 벌이게 되는데, 이 전투가 '스트리트 파이터 6'의 배틀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게 특징적입니다.
처음에는 '루크'의 제자로 시작해 그의 스타일과 필살기를 사용하고, 이후 스토리를 진행하며 여러 레전드 파이터를 만나 그들의 스타일과 필살기를 배우게 됩니다. 이렇게 배운 스타일과 필살기, 슈퍼 아츠는 캐릭터에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자신의 취향, 손에 맞는 캐릭터가 누구인지 체험해볼 수 있지요. 여기에 튜토리얼 성격의 사이드 퀘스트를 통해 기본 조작부터 격투게임 지식, 드라이브 같은 '스트리트 파이터 6'의 배틀 시스템 등 게임의 여러 특징을 가르쳐줍니다. 다양한 공격 성향을 가진 NPC와의 전투를 통해 기본기와 특수기, 필살기의 활용처도 배울 수 있죠.
이런 점 때문에 월드 투어는 일종의 방대한 튜토리얼이지만, 사실 그 자체로 충분히 재미있는 액션 어드벤처이기도 합니다. 메인 스토리만 쭉 즐기면 15시간에서 20시간 정도 걸리고, 여러 강적과 싸우는 사이드 퀘스트, 레전드 파이터의 마스터 레벨, 친밀도를 모두 올리는 등 완전 정복을 노린다면 40시간 이상의 플레이 타임을 자랑하거든요. 특히, 레전드 파이터로부터 배우는 파동권, 승룡권 같은 필살기를 길가는 시민이나 덤벼오는 악당들에게 꽂아 넣거나 스피닝 버드킥, 슈퍼 박치기로 플랫폼을 뛰어 넘는 '마스터 액션'도 월드 투어의 매력을 더해줍니다.
전투는 격투게임으로 진행되는 월드 투어. 일반적으로는 액션 게임 같은 느낌의 UI를 볼 수 있지만, 강적과의 전투에서는 격투게임의 형태가 된다는 게 재미있습니다.
장기에프 유저 입장에서는 지나가는 행인에게 스크류 파일 드라이버를 먹을 수 있다는 게 정말 즐거웠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 최초의 오픈 월드인 만큼, 파이널 파이트 시리즈처럼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와 직접적으로 연계된 캡콤 게임을 비롯해 다수의 캡콤 게임과의 연관 요소가 다수 존재한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주요 무대가 되는 '메트로 시티'를 시작으로 과거 여러 게임에서 본 적이 있는 강적들, 레전드 파이터와의 이야기에서 엿볼 수 있는 작은 트리비아, 상점에서 파는 아이템과 그 플레이버 텍스트 등 캡콤의 팬에게는 거대한 종합 선물 세트 같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특히, 레전드 파이터와의 교류는 월드 투어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해당 캐릭터의 입장이 되어 즐기는 지금까지의 스토리 모드와 달리, 완전한 타인인 플레이어에게 해주는 여러 이야기와 거기서 알 수 있는 그들의 생각이 오랜 시간 시리즈를 즐겨온 팬에게도 신선하게 다가오거든요. 여기에 이번 시리즈에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 역시 기존 캐릭터에 지지 않을 정도의 매력을 뿜어내고 있고요. 새로 시리즈를 접한 플레이어라도 월드 투어를 하고 나면, 파이팅 그라운드나 배틀 허브에서의 대전에서 캐릭터를 선택할 때의 고민을 조금은 줄여줄지도 모릅니다. '좋아하는 캐릭터'가 하나쯤은 반드시 생길 테니 말이죠.
시리즈의 팬, 캡콤의 팬이라면 더욱 즐거울 '월드 투어'
다른 사람과의 대전 만이 핵심이자 엔드 콘텐츠였던 기존의 격투게임과 달리, '스트리트 파이터 6'는 월드 투어를 통해 격투게임 그 자체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격투게이머의 입장에서는 월드 투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격투게임을 권할 기회가 생겨서 기쁩니다. 대전은 하지 않아도 되니, 플레이 타임 20시간이 넘는 월드 투어라도 해보면 어떻겠냐고 말이죠. 그러다 대전에 흥미를 가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앞으로 나올 격투게임도 월드 투어처럼 격투게임을 재미있게 즐길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월드 투어가 마음에 들었다면 온라인 대전은 어떤가요?"
마지막으로 '스트리트 파이터 6'의 엔드 콘텐츠, 대인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6'는 격투게임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대전 그 자체의 재미도 확실한 게임입니다. 그리고 요즘 시대에 대전의 재미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네트워크 환경입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5는 콘텐츠는 빈약했어도 대전 자체는 재미있는 게임이었지만 네트워크 환경의 불안정으로 '대전마저 제대로 즐길 수 없는 게임'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전작 초반의 네트워크 환경을 경험한 입장에서는, 이 점 때문에 '스트리트 파이터 6' 구입을 출시 직전까지 주저했을 정도입니다. 격투게이머에게 온라인에서 대전을 즐길 상대가 없는 게임은 즐길 이유가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거든요.
실제로 접한 '스트리트 파이터 6'의 네트워크 환경은 그런 우려를 시원하게 날려주었습니다. 파이팅 그라운드의 랭크 매치와 커스텀 매치, 배틀 허브의 캐비닛 매치 등 게임에서 지원하는 다양한 온라인 대전을 상당히 쾌적하게 즐길 수 있었거든요. 유선 랜을 연결한 플레이어끼리는 핑이 튀거나 하는 현상을 전혀 느낄 수 없었고, 심지어 와이파이 플레이어와의 대전에서도 롤백 현상이 일어나거나 게임이 느려지는 건 1~2회 정도밖에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랭크 매치처럼 네트워크 환경에 민감해지는 대전 콘텐츠에서는 매칭된 상태가 어떤 네트워크 환경에서 접속 중인지도 미리 보고 대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 예기치 않은 스트레스도 미연에 방지하고 있죠.
매칭 상대의 네트워크 환경을 미리 볼 수 있다는 점부터 100점을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더 좋은 건 와이파이 플레이어와의 대전도 우려한 것보다 훨씬 쾌적하게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이고요.
랭크 매치에는 신규 플레이어를 위한 대책도 적용되어 있습니다. 8개의 리그 중 가장 낮은 루키에는 패배 시 LP(리그 포인트) 감소가 아예 없고, 아이언부터 골드까지는 하위 리그로의 강등을 없애 패배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였습니다. 여기에 연승 보너스가 적용돼 실력이 좋은 플레이어들은 빠르게 상위 리그로 올라가도록 했습니다.
또, 이번에는 전작과 달리 캐릭터마다 별도로 리그를 올릴 수 있도록 해 새로운 캐릭터로 랭크 매치를 즐기고 싶을 때의 부담이 많이 줄었습니다. 새로운 캐릭터로 랭크 매치를 시작하면 리그 배치를 위한 10번의 매치를 진행하는데, 여기서의 성적을 토대로 첫 리그와 랭크가 정해지죠. 특히, 계정 내에 이미 랭크 매치 배치를 끝낸 캐릭터가 있으면 새로운 캐릭터는 루키부터 매칭되는 게 아니라 앞서 배치가 끝난 캐릭터의 리그에 맞춰 배치를 진행합니다. 계정 내에 골드 리그에 속한 캐릭터가 있다면, 새로운 캐릭터는 실버 리그부터 플래티넘 리그 사이에 속한 플레이어가 상대로 나오는 식입니다. 플레이어의 실력을 존중하면서도 양민학살을 미연에 방지하는 훌륭한 대처라는 생각입니다.
특정 플레이어의 매칭, 배틀 허브 표시 등을 제한하는 차단 기능도 있습니다. 의심스러운 플레이어를 만난다면 확실히 차단해 다시는 보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도 격투게임을 더 즐겁게 즐기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격투게임의 새로운 발전 방향을 제시한 '스트리트 파이터 6'
격투게임의 전성기를 불러온 '스트리트 파이터 2' 이후, 시장에는 정말 많은 격투게임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아류작도 있었지만, 스트리트 파이터 2와는 다른 새로운 재미를 보여주려고 시도한 게임이 많았습니다. 특히,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대전의 재미를 발전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지금까지의 격투게임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던 거 같습니다. 온라인 대전의 활성화, e스포츠와 스트리밍으로 보는 게임의 시대가 열렸음에도 격투게임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정확히는 변하려고 했지만 모두가 원하는 방향은 아니었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6'는 그런 격투게임에 새로운 발전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모두가 즐거운 격투게임을 만들기 위한 캡콤 나름의 답을 세상에 공개했고, 그 답이 많은 플레이어에게 들어 맞았거든요. 이게 '격투게임의 정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격투게임이라는 장르로 괄목할 만한 사업적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6'도 격투게임 역사에 남을 게임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봅니다.
더욱 기대되는 건 앞으로의 격투게임입니다. '모두가 즐거운 격투게임을 만든다는 고민'은 캡콤만의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스트리트 파이터 6' 이후의 격투게임은 각자 나름대로 그 답을 세상에 내놓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2에 이어 등장한 수많은 격투게임을 보며 벅차올랐을 당대 격투게이머들의 마음을 저도 느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뜁니다.
작성 의식인사람 / 편집 : 안민균 기자(ahnmg@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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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다가 봉변을 선물하는 월드 투어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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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다 당하는거 개웃기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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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다가 갑자기 스크류 파일드라이버 당하는 상대 입장도 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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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한방에 10을 가는게 아닙니다. 스탭바이 스탭 한단계씩 올라가는 거고 첫계단을 올랐다는건 스탭1로 가능성을 보았다는게 성공 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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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보니 프로들도 가끔 대회에서 긴장해서 그런가 미스날 때 종종 있는데 모던사용하면 그런점은 많이 줄어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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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보니 프로들도 가끔 대회에서 긴장해서 그런가 미스날 때 종종 있는데 모던사용하면 그런점은 많이 줄어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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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커맨드라는게 물리적으로 키 제한이 존재해서 만들어진 시스템인데 키보드가 기본 전제인 지금은 사실 던파같은 게임의 방향키+qwer asdf 1키 1기술입력이 올바른 방향이 아닌가 싶어요. | 23.07.11 17: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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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틱은 너무 시대착오적. 격겜 유저가 적은 이유 중 하나가 스틱을 고수 해서 접근성을 망친게 가장 크다고 봅니다. 분명 격겜은 메이저로 올라갈수 있는 장르였는데 그러지 못했죠. | 23.07.11 17: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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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다가 봉변을 선물하는 월드 투어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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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다 당하는거 개웃기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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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다가 갑자기 스크류 파일드라이버 당하는 상대 입장도 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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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은 대충이라도 알고있어야겠죠? | 23.07.01 16: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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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영어 단어 공부 안 하고 영어시험 치는 게 더 나을 듯~ㅋ | 23.07.03 07:4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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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몰라도 플래1정도까진 올라가져요 | 23.07.03 18: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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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 23.07.27 16: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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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 23.07.06 22: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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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권도필요없어요 키보드로해도 잘하는사람이잘함 | 23.07.07 02: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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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미맨
성공은 한방에 10을 가는게 아닙니다. 스탭바이 스탭 한단계씩 올라가는 거고 첫계단을 올랐다는건 스탭1로 가능성을 보았다는게 성공 인거죠 | 23.07.09 20: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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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미맨
콤보를 외워야하는 격겜에 한계인듯 | 23.07.17 22: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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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미맨
격겜 외적으로 할게 있다는게 엄청 큰거같습니다. 조작법만 쉬운룰로 커맨드 입력하는건 의외로 많거든요 | 23.07.22 21: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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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미맨
클래식보다 모던이 대회 상위권에 더 많던데 이 이상 차이를 역으로 주자는거면 클래식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되는거라서요. 뭐 그게 정답일수도 있겠지만요.ㅎㅎ | 23.07.30 15: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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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미맨
그냥 격겜에 담쌓고 살던 사람도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해줬다는게 대단하다고 봄 | 23.08.04 09: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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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콤보가 아니라 원버튼 기술 입니다 대다수가 힘들어하는게 승룡권 같이 어려워 하는 조작을 아래 버튼 하나 이걸로 할수있는게 크죠 드볼파나 블태그나 암만 원버튼 콤보 있어봐야 결국 커맨드를 넣어야하는데 스파6의 모던모드는 커맨드 입력 필요없이 원버튼 필살기, 원버튼 초필살기가 되고 또한 이게 그전까지 있던 단순한 이지모드를 떠나서 기존 모드랑 대등하게 게임되게 한게 대단합니다 | 23.08.06 02: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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