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인 아더 워터스 | 출시일 | 2020년 4월 3일 |
개발사 | 점프 오버 더 에이지 | 장르 | 어드벤처 |
기종 | PC, 스위치 | 등급 | 미분류 |
언어 | 비한국어화 | 작성자 | PforP |
이 생기발랄한 호기심이 수평선 너머로 반짝이며 뻗어 있는 거대한 바다가 보인 것이라고는 아무래도 믿기 힘들었다…. 그 거대한 존재를, 그 끝없는 침묵의 힘을, 또는 파도를 굽이치게 하는 숨겨진 힘의 존재를 지금처럼 절실하게 느낀 적은 없었다.
-스타니스와프 렘, ‘솔라리스’ 중
’인 아더 워터스’의 제작자인 가레스 데미안 마틴은 게임 평론가로 활동 중인 사람이다. 사진은 잡지 ‘헤테로토피아스’
평론가가 창작에 뛰어드는 경우는 의외로 흔하다. 추리 소설 거장으로 꼽히는 반 다인은 예술 비평가였다가 추리 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며, 영화계에서는 장 뤽 고다르와 프랑수아 트뤼포로 대표되는 카이에 드 시네마 평론가들이 데뷔한 프랑스 누벨바그가 유명하다. 비평을 쓰는 사람이 창작에 관심을 가지고 도전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자신이 펼치는 이론을 실제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유혹에 창작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 아닐까 싶다.
본 리뷰작인 ‘인 아더 워터스’를 만든 1인 게임 제작사 점프 오버 더 에이지 수장 가레스 데미안 마틴도 그중 하나다. 가레스는 킬 스크린이나 유로게이머, 엣지에서 글을 쓴 적이 있으며 헤테로토피아스라는 게임 공간과 건축 관련 웹진을 이끄는 편집장이기도 하다. 헤테로토피아스에서 진행되는 가레스와 휘하 필자들의 평론은 영화와 건축 비평이랑 연계해 ‘게임의 공간 연출이 어떻게 이뤄지는가‘에 대해 주력하고 있다. 애당초 헤테로토피아라는 잡지 제목 역시 미셸 푸코가 정의한 공간 개념에서 따왔다. 푸코 본인도 다루다가 포기한 연구라 정리하기 쉽지 않지만, 쉽게 설명하자면 '일상 속에서 마주치게 되는 낯선 공간'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킥스타터로 주목을 받아 3년간의 작업 끝에 나온 ‘인 아더 워터스’도 가레스의 비평적 관심사와 많은 연계가 이뤄지고 있는 게임이다.
바다로 가득한 행성이 배경…. 이지만 그래픽만으로는 그런 배경이라는 걸 알기 힘들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정해진 '지점'으로 이동하고 이벤트를 보는 게 목표인 게임이다.
'지점'으로 이동하려면 스캔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인 아더 워터스’는 바다가 대다수인 외계 행성을 배경으로 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잠수복의 AI가 되어 한때 동료였던 노무라 미나에의 행방을 찾아온 우주생물학자 엘러리 바스를 인도하며 행성을 탐사해야 한다. 게임 소재만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서브노티카’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서브노티카’는 1인칭 시점 해양 생존 어드벤처와 자원 관리라는 시스템을 결합해, 해저 지형 탐사 어드벤처로 인기를 끈 적이 있다. 하지만 ‘인 아더 워터스’는 ‘서브노티카’랑 방향성이 전혀 다른 게임이다. 3D 그래픽은 커녕 점·선·면으로 이뤄진 지극히 단순한 그래픽으로 이뤄져 있고, ‘서브노티카’랑 정반대로 텍스트 비중이 높은 서사 중심의 어드벤처 게임이다. 시스템 면에서 어느 정도 유사점이 있긴 하지만 비주얼 요소를 상당 부분 빼버린 미니멀리즘 게임이기에 ‘인 아더 워터스‘에서 제 2의 ‘서브노티카’를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다.
게임 진행은 당혹스러울 만큼 간결하다. 먼저 잠수복의 스캔 버튼을 눌러 주변을 스캔한다. 스캔 이후 주변에 아직 파악하지 않은 장소나 물체의 마크가 하얀색으로 뜨는데, 그곳을 탐사하거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한번 스캔한 지점은 오른쪽 스틱 '원형 방향 지시계'로 선택하면 바로 이동할 수 있다. 자원이 있는 지점이라면 자원 샘플 채취를 통해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이 같은 탐사 과정에서 주인공 '엘러리'가 대화창 형태로 독백을 하는데, 잠수복 AI인 플레이어는 그것을 읽으며 다음 지점으로 안내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반대로 표현하자면 오로지 정해진 동선으로만 이동할 수 있어 자유롭지 못하다. 때로는 스캔할 지점이 복수로 겹쳐 미묘하게 잘 안되는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스캔을 하면서 이 점과 선으로 이뤄진 동선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한 그래픽에서 느낄 수 있듯 '그저 점과 선으로만 이뤄진 게임'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사실상 느긋하게 잠수복 수치 관리하고 대응하면서 샘플 채집을 하는 게임이라 생각하면 좋다.
채집한 생명체의 샘플은, 보급이나 연구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런 식으로 레이더에 투척해 자연환경을 변화하게 하는 등 퍼즐 요소도 있다.
게임 UI 왼쪽을 보면 여섯 개의 버튼이 있는데, 이 버튼은 본작의 핵심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생존과 연구 시스템을 이용하는데 사용된다. ‘인 아더 워터스’는 전투 개념이 없는 게임이기 때문에 사실상 생존과 연구 위주로 게임이 진행돼 많이 누르게 될 것이다.
우선 생존 콘텐츠를 살펴보자. ‘인 아더 워터스’에서 플레이어가 관리할 수치는 연료와 산소로 나뉜다. 연료는 기본적으로 이동하면 떨어지지만, 산소 같은 경우 유독 지역을 통과하거나 잠수를 할 때 소모된다. 여기다 연료를 이용해 토치를 쓰거나 산소를 이용해 추진 기능을 쓸 때도 소모된다. 당연하겠지만 연료나 산소가 소모되면 보충해야 한다. 연료와 산소를 보충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게임 내 웨이포인트 역할을 하는 ‘웨이스테이션‘에서 보급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드론을 불러서 엘러리의 탐사선으로 귀환하는 방법이다. 가장 편하고 간단하지만 이 방법은 해당 지역에 있는 웨이스테이션을 활성화해야 가능하다. 세 번째는 자원 샘플 채취를 통한 보급이다. 스캔을 하다보면 자원 채취가 가능한 지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여기서 채취한 자원은 보관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연료나 산소를 충전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사실 ‘인 아더 워터스’는 게임오버 개념이 없어서 보급에 실패한다고 주인공이 죽지는 않는다. 보급에 실패했을 경우 자동으로 탐사선으로 귀환하게 되니 생존 난이도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음은 연구다. 자원 샘플 채취는 생존뿐만 아니라 연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탐사 지점에서 채취한 자원 샘플은 귀환 후 탐사선 연구실 기기에 넣고 조사를 할 수 있다. 연구가 완료되면 도감 정보가 업데이트되고, 새로운 식물이나 생물 정보, 쓰임새를 알 수 있다. 자원 중 몇몇은 탐사 지점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Shillsac이라 하는 생명체 샘플은 연료를 보급할 때 쓰이기도 하지만, 가로막고 있는 식물을 일시적으로 시들게 할 수 있다. Soothespore 샘플은 산소 보급과 함께 물가에 있는 식물을 자라게 해 물속을 건널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인 아더 워터스’를 퍼즐 어드벤처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이 자원 샘플을 탐사 도중 어떻게 활용할까에 대한 고민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도감을 완성하려면 개별 종 스캔 작업을 반복함과 동시에 근처 채집 장소에서 샘플을 채취한 뒤 탐사선으로 귀환해 역학 조사를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게임 스토리 및 진행이 주인공 ‘엘러리‘를 정해진 경로로 안내하는 일직선 구조로 간단한 반면, 생태계를 조사하며 도감을 완성해 나가는 부가 임무는 명확히 표현되지 않기 때문에 어림짐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탐사선에서 주인공 엘러리와 탐사 동료 미나에와 애틋했던 관계를 회고하는 일기를 찾아 읽을 수도 있다. 이처럼 부가적인 요소가 많아 메인 스토리만 진행한다고 자연스럽게 완벽한 엔딩을 볼 수 없다는 점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스토리 진행이나, 보급, 연구 샘플 조사를 위해 방문하게 될 엘러리의 탐사선
이렇게 열심히 조사해서 도감 항목을 채워 넣는 게 또 다른 목표라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생존 요소가 곁들어진 텍스트 어드벤처에 가깝다.
‘인 아더 워터스’의 게임성을 따지자면 생존 요소가 포함된 텍스트 어드벤처가 정확할 것이다. ‘서브노티카’보다는 ‘켄터키 루트 제로’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겠다. 어드벤처라는 점에서 ‘인 아더 워터스’는 나름대로 개성을 확보한 편이다. 보통 어드벤처 게임에서는 플레이어는 주인공과 동일시되어 연기하는 쪽에 가깝다. ‘인 아더 워터스’는 이 전제를 다소 뒤틀었다. 플레이어는 AI이기 때문에 주체적인 선택지 대신, 주인공 엘러리가 던지는 질문에 대해 예/아니오만 대답할 수 있다. 그나마도 대답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고 대답에 대한 엘러리의 반응만 나오기 때문에 사실상 엘러리의 모노드라마에 가깝다. 플레이어는 화자가 아닌 청자로써 이야기 주체의 반응과 감정을 지켜보는 역할이다. 문제가 있다면 게임에서 텍스트 비중이 큰 데다 엘러리 직업 특성상 전문 용어가 제법 많이 나오는 편이라 언어 압박이 심하다는 것이다. 현재 게임은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다.
외계 생명체를 묘사하는 부분은 ‘서던 리치’나 ‘물에 잠긴 세계’, ‘솔라리스’의 영향력이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로 '상상력'을 자극하고, '어림짐작'으로 움직여야 하는 추상적인 게임이라 호불호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인 아더 워터스’는 독특한 대화 연출과 폭력은커녕 죽음조차 없는 비폭력적인 워킹 시뮬레이터가 결합한 결과, 정적이며 몽환적인 느낌을 가져다 준다. 그래픽 묘사를 포기하고 추상적인 기호로만 일관하고 있으므로, 알아서 상상해야 하는 부분이 많고, 조사 완료 후 보상으로 외계 생명체에 대한 스케치를 볼 수 있지만, 대다수는 레이더 속에서 멈춰있거나 움직이는 기호로 표상되기 때문에 이 또한 상상해야 한다. 여기다 아모스 로디가 제공한 몽환적인 따스함으로 가득 찬 앰비언트 음악 (*적은 박자와 최소한의 음을 이용해 만든 공감각적이고 명상적인 음악)이 겹쳐지면 나른하면서도 최면에 걸린 듯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게 된다.
‘인 아더 워터스’의 이런 게임 디자인은 개발자인 가레스 데미안 마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레스는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명시적인 그래픽을 삭제하고, 기호와 텍스트, 음향으로만 게임을 구성했을 때 플레이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외계 행성이라는 낯선 공간을 구성하는 '분위기'를 최소한의 요소만으로도 묘사할 수 있을지 실험하고 있다. 물론 1인 제작 특성상 그래픽과 게임 디자인 모두 잘할 수 없기에 선택한 아이디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가레스는 UI 디자인에 대해 의외의 영향력을 토로한 바 있다. ‘인 아더 워터스’의 형광 UI는 일본 전자기기나 ‘신세기 에반게리온’ 같은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조종석 디자인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여기에 게임 진행 내내 보여지는 추상화적인 게임 그래픽은 상상력 부족으로 얼버무리려고 선택한 게 아니라는 걸 못 박기도 했다.
음악이나 비주얼이 주는 매력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무드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비판 의식과 분노를 드러낼 때는 상당히 공격적으로 드러내는 편이다. 반기업 환경운동 게임이라 할 수 있겠다.
주목할만한 점은 ‘인 아더 워터스’의 서술 방식은 언급했던 ‘켄터키 루트 제로’랑 정반대라는 점이다. ‘켄터키 루트 제로’는 은유와 풍자 같은 돌려 말하기로 현실의 문제를 지적한다면 ‘인 아더 워터스’는 매우 직설적으로 거대 기업이 개발이라는 이름에서 환경을 파괴하는 문제를 비판하고 있다. 같은 문제에 대해 블랙 코미디로 비꼬고 있던 ‘저니 투 더 새비지 플래닛’보다도 노골적이다. 주인공인 엘러리의 입에서 대놓고 나올 정도니 말을 다 했을 것이다.
가레스 데이비드 마틴은 글리스 677Cc라는 행성으로 대표되는 자연 생태계가 다채롭게 변화가는 모습을 통해 엘러리라는 과학자의 시점을 빌어 SF 장르가 가지고 있는 낯선 매혹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이런 매혹은 ‘인 아더 워터스’라는 게임이 표방하는 차분하면서도 몽환적인 아름다움과 연계된다. 하지만 글리스 677 Cc의 생태계를 파괴한 인간의 만행과 관련된 진상을 폭로하는 부분으로 넘어가면 분노와 경악, 공포를 서슴없이 드러낸다. 미스터리 호러스러운 부분도 있을 정도다. ‘인 아더 워터스’는 기후 변화 및 환경 파괴의 강도가 높아지는 지금 현실에 대해 직설적으로 '이렇게 살면 안 된다!'를 SF 장르의 상상력으로 발언하는 게임이다. 엔딩 역시 현실에 대한 비판과 자연의 경이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고 있다.
종합적으로 본다면 ‘인 아더 워터스’는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게임이다. ‘서브노티카’ 같은 세세한 3D 그래픽과 적극적인 해저 탐사와 생존을 하고 싶은 사람은 피해가기 바란다. 이 게임에 맞는 대상층은 ‘켄터키 루트 제로’ 같은 비폭력적이고 "예술적"으로 현실의 문제를 탐색하는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나른하고 묘한 분위기, 명확한 메시지라는 강점이 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할 것도 별로 없고 따분한 게임으로 다가올 가능성도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유의 분위기와 문제의식 같은 부분은 매력적인 구석이 있으며, 생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생태계 묘사를 위시한 흥미로운 부분도 있다. 어찌 보면 인디 게임이기에 가능한 영역을 영리하게 돌파하고 있으며, 그 가능한 영역에서 소정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몽환적이면서도 날이 서 있는 분위기와 스토리 중심의 SF 탐사 어드벤처를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비폭력적이고 분위기 위주의 게임을 좋아한다면 좋아할 가능성이 크다. ‘서브노티카’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지갑을 닫아야 하겠지만
작성 PforP / 편집 안민균 기자 (ahnmg@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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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눕더기덕
여기 아냐?? 앗.. 죄송 | 20.04.27 19: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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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급하게 쓰시느랴 오타도 많은데. 루리웹 쪽에서는 데스크도 없고 게이트 키핑도 없나봅니다? | 20.04.27 15:4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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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과제해야되는데(간수치높음)
2018년 오피셜 근무자는 10명 약간 넘는 정도 거기에 50%는 자택근무 전 직원 평균 연봉은 3천만 초반 정도 생각보다 소기업임 | 20.04.27 16: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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