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작품이 제목 뒤에 붙는 숫자를 점점 높여가며 명맥을 이어가다보면, 언제부터인가 신작을 낼 때마다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문제가 한 가지 있습니다. 영화든 소설이든 게임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껏 끌어 모은 관객-독자-게이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인원을 유입시키는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더없이 중요한 질문이죠.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다음은 없다고 봐야 할 테니까요.
요는 전보다 나은, 최소한 전과 동등한 수준의 만족감을 줄 수 있을지의 여부입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죠. 갈라파고스가 되어버리다시피 한 장르에서라면 더욱 더 그렇습니다. 대전 격투 게임이라는 장르도 그 중 하나입니다. 전반적인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져버린 까닭에 인구를 늘리기가 꽤 어렵습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작품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겠죠. 전작에 비해 더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지 못 했다면, 실제로 얼마나 큰 수익을 거두었느냐에 상관없이 그 작품은 실패한 것으로 봐야할지도 모릅니다. 혹은 실패를 향해 굴러 떨어지고 있는 중이거나요.
'철권 태그 토너먼트 2(이하 TTT2)'는 2년 만에 선을 보인 '철권' 시리즈의 신작입니다. 2011년 9월에 아케이드 시장에서 첫 기동을 시작했고, 그로부터 대략 1년 뒤 확장판이라 할 수 있는 '철권 태그 토너먼트 2 언리미티드'가 가정용 콘솔로 이식되었습니다. PS3뿐만이 아닌 XBOX360까지를 아우르고 있으며, 머잖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닌텐도의 새로운 기기인 Wii U로도 출시될 예정입니다. 전작인 '철권 6'가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기종의 벽을 허문 이래, 가능한 한 많은 게이머들을 철권의 세계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바람이 돋보이는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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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토너먼트로서는 대략 12년만. |
그 때는 남코도 그냥 남코였지 아마……. |
TTT2는 단골손님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한동안 발길을 끊었던 옛 고객들을 다시 불러 모으려는 목적으로 개최한 축제로서의 성격이 매우 짙은 작품입니다. 명단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죠. 아버지고 자식이고 뭐고 없는 미시마 집안의 패륜 아들과 그에 못지않은 윌리엄스 자매, 손꼽히는 강자인 동시에 개그 담당이기도 한 폴 피닉스, 영창도 갔다 온 적 있는 화랑, 정체불명(?)의 프로레슬러 킹과 아머킹 등등 지금껏 꾸준히 출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온 낯익은 투사들을 비롯하여 한 번이라도 시리즈에 얼굴을 비춘 적 있는 캐릭터들 거의 전부 참전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한 자리에 모인 캐릭터의 수는 무려 50여 명. 더구나 2인 1조이니 선택 가능한 경우의 수는 1000을 훌쩍 넘어서기에 이릅니다. 이쯤 되면 TTT2만의 새로운 캐릭터가 전혀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딱히 불만을 표해선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철권 6에게 추월당하지 않았더라면 최근까지도 같은 철권 시리즈 가운데 가장 많은 캐릭터를 등장시킨 작품이라는 간판 아래서 콧대를 바짝 치켜세울 수 있었을 태그 토너먼트의 첫 작품과 마찬가지로, 정사(正史)의 세세한 설정에 연연해 할 필요가 없는 외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건 뭐 무겐도 아니고. |
오랜만의 가족 모임. |
처음 보는 캐릭터가 있는 것 같지만 기분 탓입니다 기분 탓. |
인드라~빠시!! |
다만 두 작품 사이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전자가 건실함과는 거리가 먼 기획을 바탕으로 뚝딱 해치우듯이 개발하여 큰 기대 없이 내놓았다가 의외로 큰 성공을 거둔 사례였던 것과는 달리 이번엔 확실한 준비를 거친 뒤 선보인 결과물이라는 것입니다. 단순히 사람의 수를 늘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태그 매치라는 특성을 비롯하여 여러모로 향상과 발전을 도모했다는 것을 쉬이 체감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그래픽일 수밖에 없겠죠. 사실 TTT2의 그래픽은 철권 6에 비해 월등히 나아진 면모를 보여주고 있지는 못 합니다. 2 대 2의 격투를 구현하는 데서 오는 기술적인 부담을 덜기 위해 다른 부분에서 치러야 했던 희생이 적지 않습니다. 한 화면 안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수가 셋 이상으로 늘어날 때마다 해상도가 눈에 띄게 떨어져버리는 현상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을 겁니다. 잘 살펴 보면, 인물의 묘사도 철권 6에 비해 오히려 살짝 투박해진 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용된 폴리곤의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해상도가 순간 흐려지긴 하지만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
그러나 TTT2는 순순히 그래픽은 좀 구려진 최신작이란 불명예스런 표제를 받아들이는 대신, 다른 방법으로나마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줍니다. 기본 해상도를 높이고 예전의 것을 재활용하는 대신 캐릭터의 모델링을 일신함으로써, 전반적인 관점에서 좀 더 깔끔하고 세련된 형상으로 거듭났다는 느낌을 주는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대전에 집중하다보면 크게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유형의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덕분에 게임 속 모든 캐릭터 ― 특히 여성 전원의 용모가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점은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도 반가워할 만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목구비 뚜렷하고 선도 좀 굵어 보이는, 보다 현실적인 외모를 지닌 미인이 된 것이다 보니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몇몇을 제외하곤 다들 웬만한 남자보다 더 넓은 어깨를 지닌 여전사로서의 위용을 한껏 과시하고 있다는 점 또한 함정이라면 함정이죠. 서양 쪽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인 모양인데, 아무래도 이쪽의 일반적인 미적 감각으로는 익숙해지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깎여나간 여성미를 보충하기 위해 가슴이나 엉덩이와 같은 다른 부위를 부각시킨 것도 아니다 보니.
모델링은 예뻐졌다 치더라도. |
저 풍채를 어찌할꼬. |
수영복을 받아 놓았는데 왜 야하질 못 하니. |
그나마 운이 좋았던 아가씨들. |
그러니 그런 쪽으로의 기대감은 일찌감치 접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회사의 다른 격투 게임인 '소울 칼리버' 시리즈에 비해 뭔가 한참 부족하다는 기분이 든다 해도 어쩔 수가 없는 겁니다. 철권이니까요. 분명 나름대로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을 만들어내면서 그 수를 점점 늘려온 작품이기는 하지만, 남성의 본능을 자극하는 볼거리로 시선을 사로잡으려 애쓰는 데 그렇게까지 큰 비중을 할애한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것들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요소에 불과합니다. 대신 철권은 다른 방법으로 플레이어의 본능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방식을 고수해왔습니다.
상대를 공중으로 띄워 올린 뒤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신나게 두드려 패줄 때의 통쾌함, 그것이야말로 철권의 본질입니다.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단단히 굳혀가며 유지해 온 정체성이죠. 이는 TTT2에 이르러서도 결코 물러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니, 더 강해졌다고 봐야할 것 같군요. 태그 매치라는 형식에 걸맞게, 혼자서는 실행에 옮기지 못 할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의 체력을 거덜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와 더불어 TTT2는 전작에서 지적받았던 부분을 보완하여 한층 더 쾌적한 환경에서 싸움에 빠져들 수 있도록 애쓴 흔적이 엿보이는 작품입니다.
사람은 떡이 될 수 있습니다. |
우선 많은 사람들에게 적잖은 실망과 기다림을 안겨주었던 철권 6의 그것에 비해 로딩에 소요되는 시간이 제법 빨라졌습니다. 여전히 그리 빠른 것은 아니어서 짜증을 느낄 여지는 충분히 남아 있으나, 캐릭터의 수가 두 배로 늘어났음을 고려하자면 수긍해줄 수 있을 정도는 됩니다. 해상도 높은 TV나 모니터를 사용하는 플레이어조차 눈이 빠져라 화면을 노려보게 만들었던 좁쌀만 한 크기의 자막도 눈에 띄게 커졌습니다. 한글 자막이 흘러나오고 있음에도 글씨가 너무 작아 제대로 읽을 수가 없는 우스꽝스러운 불상사는, 적어도 TTT2와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콘솔로 발매된 대전 격투 게임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요소 가운데 하나인 '프랙티스 모드' 또한 개선을 거쳤습니다. 철권 6에서는 연습해 보고 싶은 기술을 바꿀 때마다 매번 옵션 메뉴의 커맨드 리스트를 들락날락거려야 하는 성가신 과정을 반복해야 했죠. 전에 비해 오히려 퇴화한 것이나 다름없는, 이해하기 힘든 불편함이었습니다. 다행히도 TTT2에서는 뒤쳐진 시간의 흐름이 정상으로 돌아온 모양입니다. 원하는 기술의 커맨드를 화면 상단에 띄워 놓은 뒤, 간단한 조작을 통해 다른 기술로 교체하거나 CPU가 보여주는 시연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로딩 속도는 아케이드 시절과 비슷. |
아아 좋은 자막이다. |
가정용 철권 6보다 편리해진 프랙티스 모드. |
하지만 자잘한 면면에서의 긍정적인 변화가 무색하게도, 온라인 환경에 관련된 문제는 여전히 골칫거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랭킹 매치(Ranked Match)'에 접속하여 상대를 찾으려들면 한 번의 대전을 위해 길게는 몇 분씩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며, 네트워크에 사람이 잔뜩 몰린 상황에서라면 참다 못 해 검색을 포기하게 만드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패치가 예정되어 있기는 하나, 결과는 두고 봐야 알 일이죠.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비록 처음부터 문제없는 환경을 구축한 채로 발매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부터 실망을 안겨 주고 있기는 해도, 총체적으로는 명백히 더 나아진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기술을 입력과 실행 사이에 지연되는 시간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것, 다시 말해 아케이드 버전이나 오프라인 매치에서와 동일한 감각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승률과 계급, 선택한 캐릭터를 얼마나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지의 여부 등을 따져 알아서 비슷한 실력을 지닌 상대를 찾아준다는 것 또한 편리한 시스템입니다.
님은 먼 곳에. |
기다리는 동안 연습을 해 볼 수 있기는 하지만……. |
이처럼 온라인 매치라는 항목에서 썩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둔 한편으로, 혼자 즐기고 싶을 때의 플레이어를 위해 준비된 요소는 그리 많지 않은 편입니다. 보통의 대전 격투 게임과 비교하자면 딱히 나무랄 데 없는 평범한 수준임에도, 가정용 콘솔로 게임을 이식하는 과정에서 풍성한 덤을 얹어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철권 시리즈의 전통을 기준으로 삼자니 아무래도 좀 부족해 보인다는 감이 없지 않습니다. 물론 태그 토너먼트라는 기획의 취지를 염두에 두자면 전작의 시나리오 캠페인 모드와 같은 부록이 추가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아케이드 배틀'은 이름 그대로 사람 없는 오락실에서 홀로 TTT2를 즐길 때의 재현입니다. 일정한 수의 대전을 거친 뒤 태그를 이룬 진파치와 헤이하치, 오우거, 그리고 카자마 준을 차례대로 쓰러뜨리고 나면 캐릭터별로 준비된 엔딩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태그 토너먼트답게 대부분은 철권의 기본적인 스토리와는 별 관계가 없는 가볍고 웃기는 내용들입니다. 같은 이유에서 진행 도중 발생하는 별도의 이벤트 같은 것은 없습니다.
오로지 싸움을 즐기는 데에만 전념하고 싶은, 혹은 실전과 유사한 감각으로 실력을 증진시키고 싶은 플레이어라면 '고스트 배틀'이 적격이죠. 특정한 게이머의 행동 양식을 토대로 만들어진 분신 ― 이른바 고스트와 대결을 벌일 수 있는 무대입니다. 아케이드 배틀과는 질리거나 지쳐 그만둘 때까지 자의에 따라 끝없이 대결을 계속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밖에 '서바이벌 배틀'이나 '타임 어택' 등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군요.
그냥 오락실에서 혼자 게임하는 듯한 기분. |
무심코 아줌마라고 불렀다간 맞아 죽을지도 몰라. |
끝없이 싸움을 계속할 수 있는 고스트 배틀. |
참고로 동영상의 화질은 PS3쪽이 더 좋습니다. 블루레이라서 용량이 남아돌다보니. |
투자한 시간에 비례하여 플레이어의 실력을 점차 향상시켜준다는 것 외에 상기한 모드들의 중요한 공통점을 한 가지 더 꼽자면, 바로 돈입니다. 상대를 쓰러뜨릴 때마다 게임 속에서 쓰일 '파이트 머니(G)'를 조금씩 얻을 수 있다는 것이죠. 승리의 대가로 얻은 G는 캐릭터를 꾸미기 위한 아이템 등을 구입하는 데 쓰입니다. 한 번 싸워 얻을 수 있는 G의 액수를 감안하자면 가격도 적당한 편이라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습니다. 물론, 흠 잡을 데 없이 만족스러운 것만은 아닙니다. 우선은 구비된 아이템의 종류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첫 번째 아쉬움으로 들 수 있겠군요.
복장의 경계가 크게 네 가지(머리, 얼굴, 상의, 하의)로만 나누어져 있어 장갑이나 신발, 속옷, 양말 등을 따로 선택하여 착용할 수 없다는 것도 불만스러운 사안입니다. 특히 스타킹이요. 아울러 대전을 거듭하다보면 종종 커스터마이즈에 쓰일 아이템을 획득할 때가 있는데, 어느 캐릭터의 어떤 물건인지를 미리 알 수 없다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애용하는 캐릭터의 것이 아니라면 아예 쓸모조차 없다고 봐야겠죠. 그러나 이 모든 단점들을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을 만큼, 좋아하는 캐릭터를 취향에 맞게 꾸며줄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커다란 즐거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뭔가 얻긴 얻었는데 뭔지를 모르겠어. |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여자아이일리가 없잖아요. |
색깔을 바꿀 수 있다고 해서 다가 아니란 말이야! |
고개를 더 숙일 줄 모르는 카메라맨의 매너 때문에 화가 난다. |
철권이란 게임 자체가 익숙히 않은 사람이라면, '파이트 랩(Fight Lab)'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리 챠오……가 아니라 바이올렛이 강력한 격투 로봇인 컴봇을 개발해나가는 과정을 익살스럽게 그려내고 있는 파이트 랩은, 말하자면 초심자를 위한 훈련장이라 할 수 있는 모드입니다. 플레이어는 컴봇의 입장에서 바이올렛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적을 해치우면서 TTT2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시스템과 조작법을 하나씩 익혀나가게 됩니다. 다른 모드와 마찬가지로 돈와 아이템을 얻을 수 있으며, 성적에 따라 자동으로 새로운 기술을 익히기도 하죠.
얼핏 여느 대전 격투 게임의 흔한 튜토리얼(Tutorial)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는 파이트 랩이 지닌 가장 큰 특징이란, 숙련된 플레이어를 위한 요소 또한 내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각 챕터를 완료함으로써 개발 점수를 벌고, 이를 소모하여 원하는 기술을 습득한 뒤 컴봇에 장착시킬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수많은 기술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만을 구사하는 자신만의 전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특정한 기술이 단독으로 발휘할 수 있는 성능과 위력, 다른 기술로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 것인지의 여부, 동작이 지닌 멋과 적중시켰을 때의 손맛 등을 기준으로 삼아 심사숙고하여 완성한 컴봇은 다른 여러 모드에서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직접 만든 조합이 반드시 강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고 랭킹 매치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기는 합니다만, 다른 모드에서 가지고 놀기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지요. 이래저래 상당히 흥미로운 요소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하드웨어도 바꿀 수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죠. 이를테면 알리사 같은 여성형 사이보그라든가.
컴봇을 조종하여 주어진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격투연구소. |
원하는 기술을 장착하여 다른 데서 사용해 볼 수 있다. |
저 비서 아가씨가 사용 가능한 캐릭터로 나오는 일은 없겠죠. |
이전의 철권을 즐긴 경험을 가진 채 파이트 랩을 체험한 플레이어라면, 기본적인 조작은 달라진 것이 없음을 금방 알 수 있을 겁니다. 네 개의 버튼으로 각각 왼손과 왼발, 오른손과 오른발을 이용한 공격을 주관하고(이하 LP, LK, RP, RK) 십자 버튼 내지는 스틱을 이용하여 전후 또는 상하좌우로 캐릭터를 이동시키죠. 추가로 태그 버튼을 눌러 동료와 자리를 바꾸고 다른 버튼과의 조합으로 그 외의 동작들을 소화해냅니다. 횡방향으로 움직여 공격을 피하려는 상대를 가격하기 위한 호밍 어택은 이번 작품에서도 같은 감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커스터마이즈 모드'에서 장착시킨 아이템을 사용하여 상대를 공격하는 기술 또한 건재합니다. 한 번에 세 가지 아이템을 장비하는 것이 가능하죠.
말로만 듣던 전설의 무기. |
한 번 직접 사용해 보았습니다. |
마찬가지로 철권 6에서 처음 도입된 시스템인 레이지와 바운드 콤보 역시 TTT2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레이지는 캐릭터의 체력이 정해진 양 이하로 감소하였을 때 자동으로 분노(Rage)한 상태가 되어 타격기 전반의 공격력이 대폭 상승하는 시스템이었죠. 어쩌다 실수로 허용한 한 방의 주먹이 승부의 판도를 순식간에 뒤집어놓더라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세계인만큼, 승리를 굳히길 바라거나 혹은 역전을 노리는 입장 양쪽 모두에게 있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요소임이 분명했습니다. 승부가 확정지어지기 직전까지 긴장감을 유지시켜주는 데에도 한 몫 했지요.
그런데 2대 2의 태그 매치가 게임의 주축이다 보니 레이지가 발동하는 조건에도 자연스레 변화가 있었습니다. 예컨대 직접 싸움을 벌이던 메인 캐릭터의 체력이 줄어들면, 교대를 기다리던 서브 캐릭터가 남은 체력과는 상관없이 레이지 상태로 돌입하는 식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단 한 번도 맞지 않은 멀쩡한 상태에서 레이지의 효과를 누릴 수도 있습니다. 남은 체력이야 어쨌든 홀로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야 했던 1대 1의 싸움에 비한다면, 공격력의 향상과 맞바꿔 짊어져야 할 위험이 상당히 줄어든 셈입니다. 동료가 분노를 폭발시키는 동안 뒤로 물러서 쉴 수 있으니까요.
I'm Angry! |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각 캐릭터들 사이에 상성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태그로 한데 묶은 두 캐릭터의 관계에 따라 레이지가 발동하는 시점이 달라집니다. 서브 캐릭터가 메인 캐릭터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면 체력이 고작 절반 정도 깎여나간 시점에서 분노로 활활 타오르는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반면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싫어하는 관계라면, 체력이 4분의 1 남짓한 수준으로 줄어든 뒤에야 비로소 불이 붙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호감과 반감의 정도는 스토리와 설정을 통해 익히 알려진 정보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경우도 적지 않으니 레이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싶다면 미리 상성을 확인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분노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강한 축에 드는 캐릭터끼리의 조합을 애용한다거나, 그런 거 있든 없든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면 크게 신경 쓸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체력이 이 정도 남았을 때 레이지 상태로 돌입하는 것이 보통. |
이런 조합이라면 레이지가 있든 없든 상관없을지도. |
바운드 콤보 시스템은 보다 직접적인 공격의 수단입니다. 상대를 공중으로 띄워 올린 뒤, 특정한 기술을 사용하여 강하게 내리치면 바닥에 튕겨 튀어 오릅니다. 이후 다시 공격을 이어나감으로써 평범한 공중 콤보로 때릴 때보다 더욱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었습니다. 지면이 부서져 파편이 흩날리는 과장된 연출과 함께 사람을 농구공 마냥 쾅쾅 내리찍을 때의 시원한 쾌감 덕분에 큰 사랑을 받은 기술이기도 합니다.
올렸다가 |
내렸다가 |
덧붙여 TTT2에서는 바운드 콤보와 태그를 결합한 새로운 공격의 수단이 도입되었습니다. 이름하야 '태그 어설트'입니다. 바운드를 유발하는 기술을 입력하기 직전에 태그 버튼을 누르면 서브 캐릭터가 앞으로 튀어나오죠. 이 때 잠시 동안 서브 캐릭터를 조작하여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공격을 끝낸 서브 캐릭터는 자동으로 퇴장하고, 다시 주도권을 넘겨받은 메인 캐릭터가 마무리를 짓는 방식이죠.
태그 어설트를 통해 불려나온 서브 캐릭터는 동작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한 번의 콤보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서너 번 정도 가격하고 끝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일부 캐릭터는 특수한 자세로의 전환 등을 이용하여 활약할 시간을 늘릴 수 있기도 합니다. 도중에 손가락이 주인을 배신하지 않는 한 능력껏 더 때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소화해내기가 영 버거운, 혹은 귀찮은 사람이라면 서브 캐릭터가 알아서 적당히 콤보를 구사한 다음 물러나도록 맡겨두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태그 버튼에서 손을 떼지 않고 길게 눌러주기만 하면 됩니다.
짐승도 떡이 될 수 있습니다. |
적색 게이지를 남기지 않고 체력을 깎아버리는 태그 잡기. |
다이아몬드 더스트 위드 일렉트릭 체어 드롭. |
남다른 박력으로 상쾌함을 선사하고, 들이는 수고에 비해 많은 대가를 되돌려주는데다, 무엇보다 태그 매치로서의 개성을 잘 살리고 있다는 점에서 태그 어설트는 가히 이번 작품의 꽃이라 여기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한 시스템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제약 없이 마음껏 남발할 수 있는 기술은 결코 아니라는 점까지를 포함해서 그렇습니다. 우선 태그 어설트로 대기 중이던 서브 캐릭터를 불러내면 서서히 회복되어 가던 적색의 체력 게이지가 모두 사라져 버린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남은 체력이 얼마 없다면 결과적으론 득보다 실이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태그 어설트로 얻어맞은 상대측의 서브 캐릭터는 다른 조건에 관계없이 레이지 상태로 돌입해버립니다. 시합 초반에 화끈하게 기선을 제압하고 우위를 점해두기 위해서라든가 체력이 얼마 남지 않은 상대방의 숨통을 확실히 끊어놓을 작정으로 사용하여 성공을 거둔 것이 아니라면, 오히려 열세를 뒤집을 발판을 마련해주는 꼴이 되어버릴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상황 봐가면서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와 같은 특징은 또 다른 신기술인 '태그 크래시'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부분입니다. 쓰러져 있거나 낙법 중일 때 RP와 태그 버튼을 동시에 누르면, 하늘로부터 나타난 서브 캐릭터가 다가오던 상대방에게 공격을 선사합니다. 말하자면 안전한 후퇴를 위해 아군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기술이죠. 단 서브 캐릭터가 분노한 상태일 때만 쓸 수 있으며, 일단 불러내고 나면 레이지의 불꽃은 당연하다는 듯 꺼져버리고 맙니다. 반드시 적중한다는 보장이 없는 탓에, 미리 예측한 상대가 공격을 피하거나 빗나간다면 그냥 대신 맞아주러 나온 거나 다름없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죠.
이런 상황에서 불러내면 적색 게이지가 전부 사라져버린다. |
도움! |
어 이게 아닌데. |
1 대 1의 싸움을 다룬 기존의 작품들에 비해 얼핏 화려함이 크게 강조되었다는 인상을 주고 있지만, 제대로 즐기기 위해 요구되는 신중함은 두 배 그 이상입니다. 처음의 태그 토너먼트와 비교하더라도 꽤 복잡하고, 덩치 큰 게임이 되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빠른 적응에 어려움을 느낄 플레이어를 배려하기 위해서라고 해야 할지, 두 번째 태그 토너먼트에서는 태그를 짜지 않고도 대전을 즐기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체력과 공격력이 크게 뛰어오른다는 것이 장점이죠. 태그 팀이 상대라면 공중 콤보와 바운드 어택의 결합만으로도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전투 도중에도 적색의 체력 게이지가 서서히 다시 차오르며, 태그 어설트에 당했을 경우 바로 레이지가 발동한다는 것 또한 솔로의 특징입니다. 당연하게도 태그 어설트를 비롯하여 파트너가 필요한 기술은 일절 사용할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게임의 균형을 어그러뜨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명색이 태그 토너먼트이니만큼 적극 권장할 만한 모드는 아닙니다. 초심자의 입장에서 철권이란 게임이 어떤 것인지를 익히는 데는 그럭저럭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혼자 싸우는 길을 택한다 해서 게임이 월등히 쉬워지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딱 잘라 어느 쪽이 낫다고 말하기는 힘든 1 대 2의 싸움. |
엑설런트!! |
아니아니아니 하나도 재미없어요. |
철권은 이래저래 어려운 게임입니다. 상대의 동작을 프레임 단위로 파악하여 대응하는 고난이도의 기술을 요구한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죠. 빠른 속도로 이어지는 다음 공격이 중단인지 하단인지를 예측하고, 공격을 막은 뒤 누가 더 유리한 상황인지를 재빨리 판단하여 가장 적절한 공격을 되돌려주고자 하는 과정이 엎치락뒤치락 쉴 새 없이 반복됩니다. 공방을 주고받는 매 순간마다 신경을 바짝 곤두세워야 하는 치열한 싸움입니다. 상대방이 다루는 캐릭터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하죠. 승리를 위해 갖춰야 할, 기본 중의 기본에 가까운 조건들입니다.
때문에 TTT2는 오랜 시간 철권을 즐겨온 게이머들에게 있어 구매를 망설일 이유가 없는 바람직한 선물인 반면, 초보자가 입문의 수단으로 삼기에 이보다 더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 있을까 싶은 그런 작품이기도 합니다. 문턱을 넘어서는 것부터가 버겁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것은 비단 철권뿐만이 아닌 대전 격투 게임이라는 장르 자체가 감당하고 극복해야 할 필연적인 한계입니다. 지금까지의 역사를 없었던 것으로 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는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는 일이죠. 역사가 길수록 깊이도 깊은 법입니다. 섣불리 발을 들이기가 망설여질 만큼 깊습니다.
그러나 어렵다는, 또는 어려워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등을 돌리기에는 아까운 게임입니다. 아케이드로부터의 이식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준이며, 그래픽을 비롯한 다양한 측면에서 뛰어난 완성도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수의 캐릭터를 보유한 것 치고는 강약의 균형도 잘 맞춰져 있는 편입니다. 더구나 나머지 캐릭터와 기타 등등을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정책은 파렴치하기까지 한 DLC가 득시글거리는 요즘의 세태에서 눈에 띄게 빛나는 미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턱을 넘어설 수만 있다면, 어쩌면 TTT2야말로 철권의 진가를 맛보기에 더없이 적절한 작품일는지도 모르겠군요. 설령 맛보기로 끝난다 해도 괜찮습니다. 다음 작품을 여유롭게 받아들일 밑거름이 되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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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gaia.ruliweb.com/gaia/do/ruliweb/detail/ps/105/read?bbsId=G001&itemId=4485&articleId=5307415 이것도 안야하다고 생각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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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야....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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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선택하여 착용할 수 없다는 것도 불만스러운 사안입니다. 특히 스타킹이요. 아울러 대전을 거듭하다보면........ '특히 스타킹이요.' '특히 스타킹이요.' '특히 스타킹이요.' 글쓴이분의 본심이 무심코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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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더 숙일 줄 모르는 카메라맨의 매너 때문에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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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등시합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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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야....야합니다.... | 12.10.11 20: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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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선택하여 착용할 수 없다는 것도 불만스러운 사안입니다. 특히 스타킹이요. 아울러 대전을 거듭하다보면........ '특히 스타킹이요.' '특히 스타킹이요.' '특히 스타킹이요.' 글쓴이분의 본심이 무심코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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