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폭스 커맨드에서 엔딩①의 루트로 진행하다 보면 크리스탈과 재회해 혹성 타이타니아로 안돌프가 남긴 장치를 찾으러 가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크리스탈은
안돌프가 반역을 일으킨 것에 대해 폭스들과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팔코「크리스탈!!」
슬리피「폭스와 화해했구나.」
크리스탈「그게 어쨌다고?」
폭스「……」
크리스탈「너희들도 폭스, 폭스하고 언제까지나 잘도 싫증나지 않는구나.」
팔코「크리스탈...」
슬리피「너무해...」
폭스「크리스탈... 타이타니아의 비밀을 알고 있다면 말해 줘.」
크리스탈「좋아. 옛날 안돌프는 베놈을 녹음이 가득한 혹성으로 바꾸기 위한 장치를
발명했어.」
폭스「베놈을!?」
크리스탈「위험분자로 판단된데다가 베놈으로 추방되었으니 고독의 극치에 빠졌던 거야.」
폭스「그녀석은 악마 같은 녀석이었어!!」
크리스탈「너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임당했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것뿐... 당시 페퍼 장군과 코넬리아
과학기술주임이었던 안돌프는 견원지간이었어. 결국 두 명이 전쟁을 초래한 거야.」
폭스「그건 달라! 안돌프는 군의 명령을 무시해서까지 위험한 연구를 반복했어. 그러니까 추방당한
거야.」
크리스탈「순수했던 것뿐이야! 단지 연구를 계속하고 싶었던 그는 아무 것도 담보를 요구하고 있지
않았어.」
폭스「그렇다면 그 싸움은 대체 뭐였던 거야!!」
크리스탈「……」
팔코「지금 그런 논의를 하고 있을 시간은 없지 않냐?」
크리스탈「그는 당신들에게 복수한 후 후세에 새로운 베놈의 창조주로서 이름을 남기고 싶었던
거야.」
(후략)
'선'과 '악'으로 뚜렷이 이분되어 있던 스타폭스의 세계관에서 이러한 해석을 접하게 되어서 신선했습니다. 승리자는 선으로, 패배자는 악으로
남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페퍼 장군의 상세한 과거에 대해서는 언급된 적이 없지만, 아마도 안돌프와의 사이에 어떤 '암투'가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후속작에서는 안돌프와 페퍼 장군 간에 있었던 암투, 그리고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를 좀 더 다루어 주었으면
합니다.
그나저나 크리스탈이 이 두 명의 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그만 웃어 버렸습니다. "견원지간"이라니... 너무 딱 맞는 말 아닙니까?
으하하하하~ 빌의 명대사인 "폭스! 우리들을 개죽음시킬 작정이냐?"도 그렇고, 라일럿 계 이거, 완전
"개판"입니다. 흐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