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오존 때 부터 지금 젠지 까지 쭈욱 응원해온 오존충으로서 걍 몇마디 적어보려고 합니다.
원래 sns에서 은퇴 발표 했던 날 참 뭔가 아련하고 복잡하고 싱숭생숭한 맘에 글 썼다가 그냥 뒤로가기 눌렀는데
방금 팀 롤 칼럼 보고 뭔가 그냥 이대로 보내기엔 아쉬워서 주저리 주저리 해보려고 다시 글쓰기 눌러봅니다.
크라운 선수가 이 글을 보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당신을 정말 특별한 선수로서 생각하는 사람이 한명은 있었다고 말하고 싶네요.
해체된 왕조의 폐허속에서 다시 시작하던 팀에서 소위 미드 ABC 라인이라 듣던 15년 부터
부단한 노력으로 빅토르 장인이라 불리면서 당시 삼성 경기에서 마지막 보루로 떠오르던 16년,
그리고 프로로서 한번도 이기지 못하다는 것이 분하다며 휴가도 반납하고 연습실에서 미친듯이 연습하던 롤드컵 선발전,
언더독으로 결승까지 진출하며 그 skt를 마지막 세트까지 몰아붙였다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패배에 분개하던 16 롤드컵,
그 승부욕과 독기로 담금질 하고 노력으로 벼려낸 재능과 기량을 한껏 폭발시켰던 17 스프링,
그러나 오히려 그 승부욕과 독기가 자신을 갉아먹어 삐걱대고 주춤했던 17 서머,
하지만 무너지지 않고 결국 세계 최고가 되어 소년만화를 완성했던 17 롤드컵.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인정 받지 못해 무너져 내렸던 18년과
짧지만 다시 돌아왔다고 기뻐했던 18 롤드컵 선발전 그리고....그리고 슬픔과 분노가 공존했던 18 롤드컵 까지
크라운이 삼성 그리고 젠지에서 있던 모든 순간은 제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 있습니다.
19년 크라운이 미국에 진출하고 유튜브에서 봤던 코어장전과 같이 한 DUOS 인터뷰 영상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거기서 크라운은 17년 롤드컵 우승 후에도 세상에 인정 받지 못한 것에 대해 말하며 내가 꿈꿔 온 프로게이머의 꿈이 너무 달랐나? 라고 말했죠
그 말을 들으면서 정말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세계 최고가 되고서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지
특히나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 미친듯이 노력한 크라운에게 그 허무함과 허탈감은 감히 내가 상상조차 못할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얘기를 들으니 이제동 방송에 가서 우승 후에 삶의 의미를 찾았냐는 질문을 하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말했던 것 처럼 행복을 좇으면서 북미에서 즐겁게 오래 게이머 생활 하기를 바랬습니다.
비록 그 허무함을 이겨내지 못했고 롤드컵 우승 이후 다시는 그 때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채 은퇴했지만
저에게 미드 라이너 선수 중에 한명만 뽑으라고 한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크라운을 뽑을 겁니다.
시간이 흘러 언젠가 롤 프로리그가 사리지고 롤이라는 게임이 섭종을 한다고 해도
16년 롤드컵 선발전 마침내 기적같은 승리를 거두고 소년 만화 같이 롤드컵에 진출하며
인터뷰에서 크라운이 흘렸던 눈물과 엔딩 영상에서 보여주었던 그 투명한 눈동자는 영원히 저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테니까요.
크라운 선수, 프로게이머의 삶에서는 바랬던만큼 만족하지 못하고 마침표를 찍게 되었지만
앞으로 남은 삶과 인생에서는 원하는만큼 충분한 만족을 얻고 마침표를 찍길 바라며
앞으로 어떤 길을 가든 어깨 피고 목 빳빳이 들고 당당하게 나아가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누가 뭐라고 하던 2017년 세계최고의 미드라이너 출신이니까요.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고 고마웠고 감사했습니다.
(IP보기클릭)223.38.***.***
크라운 선수 그동안 고생하셨고 앞으로 하는 일 다 잘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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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 선수 그동안 고생하셨고 앞으로 하는 일 다 잘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