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야 언제나 실망하고 있었으니 딱히 거론할 건 아니고요.
팔콤 게임을 할 때는 스토리를 중요하게 보는 편인데 이번 9는 그런 면에서는 좀 실망스럽네요.
잔느-질드레 이야기를 이스에 녹여낸 건 괜찮은 시도라고 봅니다.
다만 그 과정이 마음에 안 드네요.
주인공이 도시의 이면에서 싸운다는 설정은 어반 판타지물에서 흔히 보이는 오래된 설정인데 이걸 냅다 가져온 건 좀 고리타분하다고 생각이 드네요.
다듬기라도 잘했으면 그래도 할만할텐데 아프릴리스가 중2병 대사 내뱉는 시점에서 그냥 끄고 중고로 팔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8의 경우에는 아돌과 다나의 더블 주인공 체제로 가서 애틋함을 잘 표현했는데 왜 9에서 갑자기 중2중2해진 건지...
섬궤도 2에서 갑자기 로봇 타고 선배랑 싸우는 장면에서 기함하고 그 이후로는 섬궤에 손도 안대는 저로서는 정말 참기 힘들더군요.
게다가 아프릴리스도 원래는 중2중2한 성격이 아니란 말이죠. 그녀의 배경을 생각해 봐도 그렇고.
섬궤 생각해보면 그냥 스토리작가가 중2병이라 그런가...
지금 파나 나중에 파나 큰 차이는 없으니 일단 하기라도 해보자고 생각해서 했는데, 전투나 기믹은 확실히 잘 짜놨습니다.
8하고 크게 달라진 게 없긴 한데 그만큼 안정성은 높다는 거니까요.
조사관 잉그리드가 너 전설 무기 얻어놓고 엇다 팔아먹었냐고 추궁할 때는 좀 웃었습니다.
하긴 아돌은 시리즈 마지막에 전설급 무기장비 얻어놓고 다음 시리즈에서 맨손으로 시작하는 게 하루이틀이 아니다 보니.
복제인간 설정이 조금 마음에 안 들기는 했어요. 2회차 시작하면 초반에 내가 움직이는 게 진짜 아돌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 테니까.
다만 여기서 제작진이 뇌절을 해버렸네요.
복제인 붉은 왕이 아돌과 공감을 교류하는 건 '같은 경험을 가진 같은 유전자의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8에서 아돌과 다나가 협력해 기믹 푸는 게 호평이어서 이번작에도 가져온 거 같은데요.
아돌-다나 경우엔 빌드업이 충분히 된 상태여서 납득이 갔는데 아돌-붉은 왕 경우엔 그런 거 없이 둘의 공감을 퉁 치고 넘어갑니다.
게다가 이 시점에선 붉은 왕과 아돌의 관계가 밝혀지기도 전입니다. 뭘 어쩌라는 건지?
짐작할 수 있는 것과 게임 내에서 확실히 설명해 주는 건 다른 문제인데 말이죠.
스토리 때문에 이스 하는 저로서는 그래서 이번 9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8까지는 조용한 산책로 걷는 기분이었다면 9에서는 갑자기 도로에 바위들이 튀어나온 기분이에요.
그래도 서브 퀘스트들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나하나가 독립된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 메인 스토리에 융합하거나 떡밥을 던지는 솜씨가 깔끔합니다. 제가 이스를 하는 이유를 알려주더군요.
다 하고 내린 결론은, 이스 시리즈로서 해볼 만하긴 하다, 다만 8에는 미치지 못한다. 입니다.
이제 영궤 벽궤를 기다려야겠네요.
PS. 최종보스전에서 보석 껴안고 있는 두 유익인 여성 괴물 보고 팔콤을 향해 이런 시부랄을 외쳤습니다.
아돌의 기억에서 태어난 괴물이라지만 레아와 피나를 이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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