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월영전 대련대회편의 마지막입니다.
이번편은 평소보다 좀 깁니다.
이 편을 끝으로 월영전은 잠시 접고 망우협려전에 집중하려합니다.
(이래서 다작하면 안됩니다...)
정진하겠습니다.
"이, 이것 놔!"대회가 끝나고 어느 날. 홀로 길을 가다 어떤 남성에게 손목을 붙잡혀 끌려가니 조운이 다급하게 소리친다. 그 인물은 조운을 마치 납치라도 하듯 그녀의 손목을 잡고 억지로 끌고갔다. 조운은 어떻게든 발버둥 치지만 도저히 저항할 수가 없었다."어서 가자! 여기는 네가 있을 만한 곳이 아니다! 고집도 정도껏 부리거라!!""시, 싫어!!"조운은 어떻게든 저항하려 큰 나무를 붙잡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그녀는 일반인에 아직 어린 소녀였다.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제발!! 말 좀 듣거라!!""아으... 시, 싫다고!!"휙! 휙!그때 그들의 뒤에서 누군가가 나타나 조운의 상황을 덮쳤다. 조운이 놀라 소리쳤다."어, 언니?!""으윽!?"묵령이 순식간에 남성이 잡은 조운의 손목을 뿌리치고 그녀를 안아들어 뒤로 빠졌고, 엽운상이 이어서 남성을 붙잡고 바닥에 눕혀 단숨에 제압했다."커헉?!""휘유! 어딜 당문의 가장 부지런한 일꾼을 함부로 납치하려 하는 거지? 당신, 무림인은 아닌거 같은데, 정체가 뭐야?"묵령은 조운을 부축이고 몸 상태를 찬찬히 보았다. 걱정과는 다르게 멀쩡했지만 조운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오히려 운상의 제압에 놀라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묵령이 물었다."운아. 어떻게 된 일이야? 왜 저 사람이 너를?""아, 아, 상아 언니, 잠, 잠깐만요!!"조운은 그녀들의 예상을 벗어나 다급하게 말리기 시작했다. 운상은 조운의 행동이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아 물었다."왜 그래? 왜 이리 다급한거야? 이자는 널 납치하려..."조운이 소리쳤다."그, 그, 상아 언니!! 빨리, 빨리 그분을 풀어줘요!!""엥?? 뭐?? 왜??"운상과 묵령은 어안이 벙벙해진채로 조운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기만 했다.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운상과 묵령은 서로를 바라보다 미심쩍게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압한 남성을 풀어주었고 일으켜 세웠다."으아아... 이, 이거 제대로 꺾였다가 그대로 부러질 뻔했네. 후우..."남성은 그리 말하고서 옷가지에 묻은 흙먼지를 툭툭 털어내고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묵령이 조용히 앞으로 나서서 남성에게 물었다."당신. 누굽니까? 누구신데 운아를 데리고 가려는 것이지요? 그것도 강제로?"남성은 머쓱하게 한쪽 손을 뒤로 가져가 뒤통수를 긁었다."......집안에서 가출한 막내동생을 찾으러 왔습니다, 당 소저.""......네?"묵령은 남성의 이야기를 듣고 놀라, 이어서 조운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그저 고개를 돌리고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아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때, 남성이 입을 열었다."저는 성도현 조가 대농장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조균(趙畇)이라고 합니다."묵령이 조(趙)씨라는 성에 놀라 물었다."이름이 조... 균 이라심은...?"남성은 그제서야 못 다한 예의를 갖추어 묵령에게 제대로 고개숙여 자기소개를 했다."정신이 없는데 직책으로만 이리 소개드리니 순서가 틀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저기 운아의 큰 오빠입니다."묵령이 나지막히 조운에게 물었다."운아, 저분의 말씀이 맞니?"조운은 우물쭈물했지만 이리된 거 허심탄회하게 말했다."네, 령 언니. 맞, 맞아요... 저희 집, 첫째 오빠에요."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당문 근처 객잔.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이전보다 나름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 보인다. 점소이의 분주한 모습도 나름 활기찬 모습이었고, 과거의 상처를 조금씩 덜어내고 있는 상황을 이어가고 있었다.객잔의 한 켠에는 조씨 가족과 묵령, 운상이 마주앉아 알 수 없는 기류를 흘리고 있었다. 묵령이 사내에게 말했다."운아가 가출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데리러 오실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어쩌다가 이리 오시게 된 것이지요?"조균은 팔짱을 끼고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운아는 저희 조가에서 얻은 늦둥이 막내입니다. 저와는 나이차이도 많지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자식이 있는 몸이지만, 그 이전부터 운아를 딸처럼 키웠습니다. 그러다가 운아의 가출 소식을 듣고 이전에 아버지와 이야기 나눴던 걸 기억해내고, 당문 쪽으로 갔겠거니 해서 따라 왔지요. 생각은 적중했으니, 기회를 보고 운아를 데려가야 했습니다."조균은 조운을 바라보았다. 조운은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어서 조균이 말했다."저희 조가는 막내 운아를 마지막으로 육남매입니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제가 어릴 때는 상황이 여의치 않았지요. 송나라는... 결코 좋았던 시대는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제 기억에는 말이지요."조균이 술잔을 들고 단숨에 들이켰다. 조운은 여전히 부끄럽고 뾰루퉁한 표정으로 사선의 바닥을 바라볼 뿐이었다. 묵령이 물었다."그럼 가족 분들 께서는 모두 성도현에 계십니까?""뭐, 제가 기억하는 전부는 아니지만 어찌저찌 살아가고 있습니다. 운아 위로 사내 동생 한 놈이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버려두고 왔지요. 그 이후로 성도현으로 이주했고, 운아가 태어났습니다.""......큰 오빠."조운이 한마디 거들려고 하자 조균이 나지막히 호통쳤다."아서라. 네가 끼어들 때가 아니다. 일단 크게 심호흡하고 주변을 둘러보거라. 그동안은 네가 당문에 어떤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지는 몰라도, 네가 있을 곳은 당문이 아니다. 아직 어린 너에게 깨달아주라고는 못하겠지만, 더는 안된다. 너도 봤잖느냐? 이분들의 대회를.""......"묵령과 운상은 알고 있었다. 조운이 자신들의 수발을 들어준 덕에 마음 놓고 자신들의 일을 꾸릴 수는 있었지만, 이제 곧이었다. 당문이든, 무림이든, 앞으로 상당히 위험해질 것이라는 것을. 그런 그녀들에게 있어 조운은 매우 소중한 존재였다. 묵령이 조심스럽게 조운을 불렀다."운아.""려, 령 언니......""이제 그만 괜찮으니까. 오라버니하고 집으로 돌아가지 않겠어? 덕분에 너에게 많이 신세졌지만, 이제부터는 어찌 돌아갈지도 모르는 상황이야. 네가 있기에는 많이 위험하기도 하고..."조운이 이리저리 눈을 굴리면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갈피를 쉽사리 잡지 못했다. 단지 알고 싶은 일이 있었기에 호기심으로 당문에 왔지만, 지금 자신에게 있어서 당문은 이제 가족과도 같았다. 눈을 글썽이며 묵령에게 물었다."령 언니는 내가 짐짝이라고 생각하는 거에요?""......!"묵령은 그녀의 살가운 한 마디에 잠시 주춤했지만, 묵령은 이미, 과거의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 금방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침착하게 말했다."그렇지 않아. 그간 네 덕을 많이 봤어. 무림대회에도 네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은, 보이지 않은 곳에서도 묵묵히 우리의 뒷바라지를 해준 것이잖아? 너는 분명 우리 아버지도 반겼을거야. 너는 절대 짐짝이 아니었어. 운아에게는 분명히 말할게. 조운은 두말할 것 없이 당문의 일원이야."묵령은 조운의 자그맣게 쥔 두 주먹을 자신의 손으로 펴 감싸고 이야기를 이었다."하지만 너는 스스로가 자신을 지킬 수 있겠어? 내가 없으면 네가 걱정된다고 달려올 수 있지 못해. 길 잃은 암기에 네가 당한다는 사실이 존재한다는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아. 나는 누구보다도 앞장 설 것이고, 뒤에는 모두가 자신의 일에 집중해야 할 것이니, 누구 하나가 너를 지켜주리라는 보장마저 못하겠어. 걱정이 커. 나에게는 그만큼 네가 소중해."조운은 조용히 어깨를 들썩이면서 묵령의 손을 향해 이슬을 떨어뜨릴 뿐이었다."너는 그만큼 소중해. 서로가 만난 날은 얼마되지도 않지만, 너에게는 특별함을 느끼고 있어. 그러니 스스로가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행동은 안했으면 해."운상이 옆에서 이야기를 듣다가 물어본다."그러고보니 운아. 네가 뭣 때문에 당문에 왔다고 했지?"그러자 조균이 조운의 본심을 알고 있는 듯, 그녀를 가로되어 대신 대답했다."그것에 대해서는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제가 그 이유를 알 것 같아서 말이지요.""오빠... 가?""그래. 그때 당시에 아버지와 이야기하는 너를 봤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이야기니 저절로 귀를 기울였었지.""저, 정말로?"조균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우리가 여섯 남매라는 사실은 변함없단다. 그러나 네가 이리 의문을 품고 당문까지 온 것에 대한 답을 주마.""......?"조균은 잠시 크게 심호흡하고 말했다."본래 우리는 칠 남매란다.""칠... 남매?""그래. 네가 아버지께 들었다는 나머지 동생을 포함해서 칠 남매다."조운은 뭔가 이상하게 들려서 고개를 갸웃 거렸다."...어? 잠깐... 그럼 버리고 왔다는 오빠는 그럼...?""전염병이었다."조운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그래도 큰 오빠가 하려는 말을 경청하기 위해 집중하기 시작했다."네가 아버지께 들은 아이는 너보다 더 위에 있던 아이다. 그 아이는 당시 아버지와 어머니가 싸우면서 당문으로 보냈던 다른 동생이지. 이후에 그 밑 동생이 전염병에 걸려 죽었다. 그리고나서 심각함을 느낀 우리 가족은 전염병의 위험을 피하고자 목숨을 무릅쓰고 성도현으로 이사한 것이지. 전염병에 걸려 죽은 그 아이의 이름은 동(桐)아 였다."조운은 슬며시 죽은 오빠의 이름을 불렀다."동... 오빠?"조균은 고개를 끄덕이고 뒤이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사실 동아, 그 위 동생의 이름에 부모님이 저주를 심어넣을 심산으로 작명을 했는데 그것이 안타깝게도 모든 불행을 가져가지는 않더구나. 오히려 동아가 죽고 난 뒤에 집 안에 행운이 찾아왔지. 우리 가족들이 성도현에 겨우 도착하고 나서부터 무슨 좋은 일이 연이어 터지더니 성도 본성의 채소 납품업체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지. 정말 천운이었던 게야. 조가의 자리에 있어야할 아이는 당문에 버려지듯 했고, 오히려 전염병에 걸려 죽은 동아가 사라지고나서 집안이 승승장구했다. 동아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아이가 결국 집안의 모든 액운을 가져가고 죽었다... 라고 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 구나."순간 운상과 묵령이 서로를 식은 땀과 함께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다시 시선을 돌려 운상이 조균에게 물었다."잠깐만요. 제가 갑자기 짚이는게 있는데... 혹시 그 당문에 버려졌다는 분, 이름이...?"조균은 의아했다. 그녀들이 이렇게 나서는 것을 보면 무언가 아는 눈치였다고 판단되었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했을 때, 무언가 좀 이상하다 느껴졌다. 살아있었다면 당연히 대회 중에 모습이 있었어야 할 동생은 내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동생의 외모는 아직도 기억에 남아 절대 잊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이상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이상하군요. 그 아이를 아십니까? 대회 당일, 운아를 찾고나서 혹시나 하고 더 둘러보았지만 그럴듯한 외모의 사람은 보질 못해서... 혹시 이미 이전에 죽은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만..."묵령이 조심스럽게 조균에게 다가가 물었다."그, 그... 그 동생분. 당문에 버려졌다는 동생분 이름이... 어찌... 되나요?"조균에게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묵령이 눈에 불을 켜고 다가오자, 분명 무슨 일이 있음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너무나 오래전 이야기라 얼굴을 제외하면 그다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정확히 기억은 안납니다. 당시 집안에 드리운 모든 액운을 받아들일 이름이 필요했으니, 분명 나쁜 경우의 정반대의 이름이었지요. 당시에 쓴다고 사용했던 이름들이... 음... 생(生), 희(熙), 명(明), 활(活)...... 활. 활...... 활?"묵령은 자신의 치마자락을 움켜쥐었고, 운상은 그런 묵령의 어깨를 감싸주었다. 직접 발음하니 얼굴과 이름이 묘하게 맞는 느낌이 드는 어감이 입에 달라붙었다."아, 직접 말로서 불러보니 알겠군요. 어머니께서 그렇게나 그 이름을 부르고 다니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던게 떠오릅니다. 부정탄다고 말이지요. 맞습니다. 조활. 활아가 제 다섯째 동생의 이름입니다."그때 조운이 놀라서 조균에게 다급히 물었다."자, 잠깐. 큰 오빠. 정말이야?? 그 당문에 버려진 오빠 이름이 정말 활이야??"조균은 당최 무슨 일이길래 당문 사람들이 놀라는 표정을 지었으며, 조운도 덩달아서 재촉하는가 싶었다."뭐야. 갑자기 놀라고는. 맞아. 분명히 기억해. 그 아이 이름은 활이었다. 그런데 왜 이러는게냐? 당문 분들도 표정이 좋지 못 하고. 혹시 아는 것 있느냐?"조운이 조심히 말했다."령 언니의 부군(夫君)이...... 조활이라는 이름이야."순간, 조균의 오른 눈썹이 흔들렸다."......뭐? 그, 그게 정말이냐?? 활아라고??""응... 나는 아직 얼굴은 본적이 없지만 아직 살아있는 걸로 알고있어. 그것도 적에게 사로잡혀서 고문을 당하면서..."조균은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묵령의 표정을 보아하니 조운이 한 이야기는 사실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감히 금의환향하지 않아 그대로 당문에서 죽었을 거라는 아버지의 이야기. 조운의 설명. 묵령의 표정. 조균은 너무나 놀랐지만 곧바로 냉정을 되찾으려 깊게 한숨을 쉬었다. 이 자리의 모두가 동요할 수는 없다. 주변에 있는 인물들은 모두 자신보다도 어린 동생들. 상황이 어떻던간에 누군가는 이들의 중심을 붙잡아야 했다."좋습니다. 그럼 활아는 살아있고, 당신들은 그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가야하겠군요. 그렇다면 오히려 제가 할 일은 명확해졌습니다."조균은 조운을 쳐다보았다."나는 더욱 더 너를 당문에 있게해서는 못하겠구나."조운이 놀라 소리쳤다."뭐, 뭐? 오빠!!""어리광 좀 작작 부리거라, 운아!!"조균이 탁자를 세게 내려치니 조운이 놀란 표정으로 말없이 큰 오빠를 쳐다보았다."오... 빠?"조운은 태어나 처음보는 큰 오빠의 호통에 적잖게 당황했다. 많은 오빠, 언니들 중에서도 가장 큰 오빠였다. 누구보다도 할 일이 많아서 집에 있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막내라는 이유로 꽤나 이쁨을 받고 자란 조운이었다. 그런 조운에게 있어서 조균의 호통은 왠지 모르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너의 철없는 행동이 아직 어린나이의 패기로 본다 한들, 이 이상은 가족으로서 용납할 수 없구나! 이들은 목숨을 바쳐서 움직이는 자들이다. 그러는 네가 이들에게 섞여서 뭘하겠느냐??""하, 하지만 나도 뒤에서 뒷바라지 정도는...!""무림계가 무슨 애들 장난인줄 아느냐?! 이정도 이야기했으면 이제 좀 생각이란 것을 해보거라! 저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가지고 무력을 부리는 무인들이다. 남의 목숨마저 쉽게 취할 수 있는 자들이란 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네가 섞인다면 분명히 짐이 될 것이다. 무림계는 일반인들에게 너무나 위험한 곳이다. 첩자는 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옆에도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그림자 속에서도 분명히 있을 것이야. 그리하면 그들은 당연히 앞장서서 싸우는 자들의 약점을 쥘 생각을 할 것이다. 너는... 너는..."그런 자신의 이야기를 듣다가 결국 얼굴과 눈을 찡그리면서 까지 쳐다보는 막내 동생이었다. 어리고 어린 소녀다. 그런 그녀가 자신을 원망이라도 하듯 표정을 찡그리며 바라보니, 그 모습에 여간 흔들리는 것이 아니었다. 이 어린 동생에게 나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지만 자신의 막내 동생을 이리 둬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균은 더욱더 이를 악물 뿐이었다."......너는 분명히 짐이 될 거란 말이다."조운은 큰 오빠의 말을 듣고 눈물을 글썽이며 묵령과 운상을 바라보았다. 그녀들도 그런 생각을 아예 안한 것 같지는 않았다. 도와주지 못하여 가슴이 아파 그저 말없이 바라보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그리 길지 않은 만남이었지만, 그녀를 무림계에 아무렇지 않게 남겨 놓는 것은 분명 큰 문제였다. 묵령은 그저 아무 말 없이 조운에게 다가가 어깨를 토닥였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눈물범벅이 되었다.묵령은 떠올랐다. 왠지 자신의 나약했던 과거와 겹쳐보였다.힘 없이, 남들에게 보호받아 울고만 있던 자신이 겹쳐보였다. 묵령의 손 끝이 떨려왔다.자신도 이런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자신도 이렇게 눈물 짓고 도망쳤던 것은 아닐까?소중한 사람들을 두고 떠나는 것은 정말이지... 너무나 아프다는 것을 안다.그러나...' 살아남아... 뒤도 돌아보지 말고... 뛰어... 그렇게... 그렇게... '묵령이 도망가던 그날의 부군의 목소리가 떠올랐다.묵령은 입술을 깨물었다.묵령은 조운을 만난지 얼마되지 않았다. 그러나 무림인도 아니면서 자신의 뒷바라지를 묵묵히 해주었던, 그녀의 수고가 하나하나 떠오르게 시작했다. 자신보다도 어린 나이에 뒷바라지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아이는 조균의 막내 동생이기도 했지만, 부군의 하나뿐인 동생이기도 했다. 그날, 부군이 느꼈을 생각이 문득 머리 속으로 그려졌다.' 조 랑은... 조 랑은 나를 보낼 때, 이런 마음이었을까...? 오로지 살아남기를 바라는 아주 간절한 마음... 나는 그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는 어떻게든 나를 살리기 위함이었을 것이고... '묵령은 조운의 어깨를 부들거리며 더욱 세게 쥐었다.' 정말... 이도저도 못하니 아직도 나약한 것이 한이다... 나도 그렇구나. 나 역시... 이 아이가 살아있기를 바라는 구나... 조 랑 처럼... 나에게 살아라 했던 그 절실한 마음처럼... '묵령은 이내 미소지으며 조운과 눈빛을 마주했다."미안해. 함께하고 싶지만, 그래도 나는 네가 별일이 없기를 바라. 그러니... 우리는 일단 여기까지 하자. 운아는 오라버니 말씀을 듣고 집으로 돌아가렴.""려, 령 언니......"운상도 눈을 잠시 감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운에게 다가갔다."나는 너와 지냈던 시간이 짧아. 그래서 너를 아직 잘 몰라. 그렇지만 묵령에게 대회가 끝난 후, 얼마 전에 전해들었어. 령아가 당문에 도착했을 때부터 계속해서 수발을 들어주고, 도와줬다면서? 그 이야기를 듣고 너와 묵령의 만남이 그렇게 의미없다고는 생각이 되지 않았어. 이토록 묵령이 너에게 부탁하는 것을 보면 보통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해. 그만큼 너는 묵령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일거야. 그래서 너를 잃고 싶지않은 모양이야."운상이 고개숙인 묵령을 쳐다보았다."뭐, 나도 묵령에게는 편지 한 통 제대로 답장 못한 것이 있어서 크게 상처를 줬겠지만, 그래도 어찌저찌 살아남아서 겨우 용서받았지. 그런거야. 나도 부탁하고 싶어. 묵령에게 아픈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물론, 최후방에서 남아있는 사람들이 너를 보호해준다면야 모르겠지만, 우리들이 마주 하게될 적들은 앞뒤 가리지 않을거야. 그래서 네 생명을 장담하지 못하겠어. 그래서 우리 둘이서 얼마전에 서로 이야기 한 것 중에 네 처우가 일순위 였던거야.""......내가 일순위?"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너는 내가 다시 일어설수 있게 도와줬어. 기억해? 내가 방황하고 있었을때 한 말? 내 몰골을 보라며, 세수라도 하라고 했던 날. 나는 뭘 어떻게 하고 다녀야 했는지 조차 애매했어. 그런 네가 천천히 정리 해주었어. 그래서 제일 먼저 세수부터 하고나서 물에 비치는 나를 봤어. 더러웠던 얼굴이 깔끔해졌어. 기분이 상쾌했어. 그래서 생각을 좀 더 정리하면서 당문을 지킬 방도를 천천히 생각할 수 있었어. 네가... 네가 있었기에 가능 했던거야.""령 언니...""너무 고마웠어. 내가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네 한마디 덕분이야. 그래. 그래서 네가 소중해. 그러니, 이 싸움에 네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만큼 네가 소중하니까."묵령은 고개를 들어 조운의 글썽이는 눈빛과 마주쳤다."그러니, 더 고집부리지말고... 그만 집으로 돌아가. 그리고 다시 만나자. 그때는 사형... 네 오빠와 같이 얼굴을 보자. 그리고 정식으로 네 가족들과 만나 우리 둘의 혼인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같이 가족이 되는거야."묵령은 조운의 손을 잡고 새끼손가락을 서로 걸어 약속의 뜻을 전했다."우리, 절대 다시 만나는 거야. 알겠지? 꼭 데리러 올게.""어... 언니..."운상도 다가와 새끼손가락을 걸었다."나도! 나도 약속해! 우리는 꼭 다시 만날 것이야!""운상 언... 니..."서로는 서로를 각별히 마주보았다. 묵령은 일어서서 조균을 바라보았다."늦었지만 이렇게라도 말하게 부탁드립니다. 시숙(媤叔). 운아에게는 부디 뭐라 마시길. 그리고 안전하게 부탁드리겠습니다. 꼭... 부군을 모시고 다시 뵙겠습니다."묵령은 예를 차리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 조균도 따라서 고개를 숙였다."알겠습니다. 부디, 동생을. 활아를 부탁드립니다. 어릴 때 부모님의 손을 제대로 타지 못한 아이입니다. 큰 형님되는 자로서 당시 어린 탓에 아무 것도 못해준 것에 미안할 뿐입니다. 하지만 그 덕이라고 해야 할까요? 당 소저처럼 아름다운 미모의 여성을 아내로 만들었다니요, 부모님이 보신다면 놀라고 기뻐하실 것입니다. 그러니 저는 소저와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부디 무사하시고, 다시 뵙도록 청합니다.""......고맙... 습니다."조운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의 어리석음과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억울할 뿐이었지만, 어른들의 모습을 통해 조금이나마 자신의 고집을 꺾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는 그녀에게 붙들릴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묵령과 운상의 손을 잡았다."미안... 해요. 내가 아직 어려 고집을 부린 것에... 할 말이 없어요. 그러니 부디..."조운이 소매로 눈물을 훔치고 억지로 미소지어가며 말했다."부디 우리 꼭 다시 만나요. 그때는 본 적도 없는 활 오빠를 소개 시켜줘요. 평생 모르고 지낼 뻔했는데, 이렇게 그냥 가려니 억울해요. 꼭... 꼭 우리 다시 봐요.""운아...""그래! 꼭 다시 만나 못한 이야기나 밤새 나누자고!"조운은 아쉽지만 최대한 밝게 웃으며 말했다."네!"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조균과 조운은 어느새 길을 떠나 성도현 근처 객잔에 머물었다. 조균은 미안했다. 조운이 어떻게 맺은 관계인지까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들이 보여준 관계는 결코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그간 그녀들의 뒷바라지를 한 조운이 그저 애정스러웠고, 기특하기만 했다. 그리고 마치 이 모든 것이 조활의 덕이라고 생각되었다. 어릴 때는 제대로 지켜주지 못해 미안했지만, 이런 식으로 모두와 연결되게 만들었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괜찮니?""......응."조균은 조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많이 컸구나.""크긴 큰거야?""그럼."조운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조균의 손을 떼어냈다."그럼 이제 머리 쓰다듬는 것도 그만해.""큰 오빠한테 너무 매정한거 아니니?""나 다 컸다며?""다 컸다는 이야기는 안했다. 컸다고 했지.""그게 그거 아니야?"조운의 떼는 여간 귀여운 것이 아니었다."아니란다.""칫."조운이 물었다."그... 활아 오빠는 어릴 때 어땠어?""흐음... 글쎄..."조균은 어떻게든 흐릿한 어릴 적의 기억을 떠올렸다."외모는 못... 생겼다고 해야하나...""무엇을 근거로?""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외모는 어머니를 닮았다고 해야하나... 사내 놈이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구별이 어렵고, 메말랐으며, 키도 짜리몽땅하던게 못생겼다고, 모두가 활아의 공격 대상이었지."조운은 뾰루퉁해졌다."너무해.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차별하고 못살게 굴었어?"조균은 조운의 당찬 한 마디에 기특해서 머리를 쓰다듬었지만 곧바로 손을 뿌리치는 아쉬운 조운이었다."그러게 말이다. 왜 어린 아이에게 그런 이름을 지어주고, 모든 책임을 온전히 떠넘긴걸까. 결국 활아는 용모가 못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버려졌고, 동아는 예뻐할 시간도 없을 새에 그렇게 죽었는지... 오히려 동아가 곱상했다면 곱상했구나. 부모님의 생각과는 완전 정반대가 되어버렸어. 못생긴 아이는 그리 모질게 굴더니, 애지중지하던 애가 죽으니 집안이 크게 일어나고... 너도 태어나고..."조운은 큰 오빠의 생각을 지레짐작할 수 있었기에 조심스레 물었다."오빠는... 그래서 나처럼 엄마랑 싸우고 집을 나간거야?"조균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래도 상회는 버릴 수 없어서, 거처만 옮긴거지. 부모님의 생각이 아주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렇게 다니는 것을 보자니 치가 떨려서 얼굴을 마주하기가 어렵더구나.""......나도 엄마가 도저히 그렇게 함부로 말하는거 보면 머리 아파. 왜 그럴까 싶기도 하지만,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돼."조균은 조운의 머리를 다시 대견스레 쓰다듬었다."이해하려면 시간이 아주, 아주 많이 필요하단다. 그렇다고 갑자기 화난다고 가출까지 하다니, 너무 대담하지 않니?"조운은 뾰루퉁해졌다."큰 오빠보고 따라한거야. 그날 그렇게 엄마랑 싸우고 나가더니, 가출에 답이 있나 싶었거든.""이, 이거... 미안해 지는구나."조운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덕분에 령 언니도 만나고, 당문 사람들도 결국 우리의 가족이 되었잖아? 이제와서 후회 할 수는 없어. 나는 이 만남이 정말 고마울 뿐이야. 게다가 한 번은 반항해보는게 좋긴하구나 싶어.""그래도 아무 것도 없이 움직이는 건 좋지않아. 나야, 재산이라도 있으니 집을 나간거잖니."조운은 묵령과의 첫 만남이 그다지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최악의 기억이면서 목숨을 잃을 뻔 했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가 없었다."......그, 그렇구나. 나는 결국 아무 것도 없이... 죽을 뻔하기도 했었으니...""당 소저에게는 큰절을 올려도 모자랄 판이구나. 하필 부랑배를 만나버리는 바람에, 당 소저가 없어서 큰일이라도 치뤘으면... 난 정말..."조균이 고개를 떨구자 조운이 미안함에 손을 잡고 말했다."미, 미안 오빠. 나 너무 철없었지?""그래. 하나 뿐인, 가장 어린 여동생이 처참하게 되었다는 걸 상상하기만 하면... 다음엔 절대 이러지 말거라. 큰 오빠가 제 명에 살지를 못한다.""응... 미안...".........' 미안해요. 오라버니. 운아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고집부릴게요. 걱정끼쳐서 미안해요. 하지만 나는 령아 언니의 힘이 되고싶어요. 그러니, 꼭 돌아올게요. 활아 오빠하고 령 언니하고 꼭, 돌아올게요. 미안해요. 큰 오빠. '....."하아... 운아. 너..."조운은 이미 객잔에서 사라졌다. 미안하다는 편지 한 통만을 남겨 놓은 채. 조균은 그저 편지의 내용을 바라볼 뿐이었다. 많은 생각이 오갔다. 이게 맞는 상황인 건지 모르겠다. 그리 이야기를 했건만, 말귀는 이해 한 것 같은데, 이미 마음은 당문으로 간 모양이었다. 막내 여동생을 붙잡지 못했다. 그녀를 끝까지 보호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었지만, 그녀를 그저 어린 아이로만 봐야 하는지도 마음에 걸렸다."그래도 내가 집으로 갈 돈 만큼은 남기고 다 가져갔구나... 그래. 아무 것도 없는 것 보다는 낫겠지... 이렇게 되면 도로 돌아가서 데려올 수도 없는 노릇이구나."어떻게 그녀를 이해해야 할지 몰랐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를 몰랐다. 하지만 잠시 끓어오르는 생각을 잠재우고 차라리 반대로 생각해봤다. 그녀가 이토록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분명 그에 걸맞는 그녀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의 막내 동생에게 있어서 꼭 그래야만 할 이유가 있다는 것을 믿을 뿐이었다."그래. 내가 활아에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것에 회한이라도 될 것처럼, 조금이나마 도와주마. 하아... 이리되었으니 나도 내 힘을 써야겠다. 그래도 명색이 성도현 제일 상회의 감독관인데, 힘이 있으면 써야지. 무림계에 큰 도움을 주기는 어렵겠지만, 동생만큼은 어떻게든 보호해야겠구나."....."적단(赤段)."휙! 척!조균이 적단이라는 이름을 부르니 어느샌가 그의 뒤에 검 한 자루를 품고 그림자 속에서 안개처럼 나타났다. 그렇다. 조균은 성도현에서 나온 뒤, 내내 혼자일리가 없었다. 그는 거대 상회의 감독관이며, 조 가의 버팀목이었다.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을 상황이었으니, 그는 결코 혼자 다니는 일이 없었다. 호위무사 정도는 당연할 법 했다.조균이 물었다."당문 사람들을 만났을 때도 코빼기도 안보이더니, 여동생이 사라지는 것을 잠자코 보고만 있었느냐?"적단은 고개숙여 말했다."저에게는 명령이 없다면 다른 어떤 인물보다 조 대인이 우선입니다. 우선 지켜야 할 목표에 그녀는 없습니다. 귀띔이라도 해야했나 싶었지만, 그녀의 올곧게 뻗은 눈빛에 감히 막을 생각 조차도 못했습니다.""그럼 내가 당문에서 운아를 데리고 가려했던 때는 왜 아무것도 안했느냐?"적단은 고개를 들어 조균의 눈빛을 마주하며 답했다."죄송합니다. 당시 상대는 당문이었습니다. 제가 나서봤자 좋을 것 하나 없었기에 그녀들이 저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조균에게 있어 그리 확고한 이유는 되지 못했다."고작 그게 이유더냐?"적단은 그리 순순하지 않았다."......그 고작이란 것이 바로 무림입니다. 이미 그곳을 떠난 자로서 다시 검을 뽑아들고 들어간다면, 소인은 모두에게 손가락질 받을 것입니다. 소인은 그것이 두려워 감히 나서지 않았습니다."조균은 계속해서 추궁했다."만일에 내가 그녀들에게 목숨에 위협을 받았다면?"적단 역시 자신의 생각은 부동명왕처럼 굳힐 뿐이었다. 그만큼 그의 믿음은 확고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그녀들에게 살기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막내 동생분도 같이 계셨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생각하길, 큰일은 없겠구나 싶었습니다.""나는 분명 그녀들에게 제압당했거늘, 그것 마저도 방관했다는 것이냐?"적단은 여전히 단호했다."......소인은 다른 뜻은 없었습니다. 단지 그간 조용히 관찰한 결과, 그녀들은 사람을 함부로 할 인물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믿고 있었지요. 대인께서 별일이 없을 거라고 말이지요."조균은 혀를 찼다. 변명하나는 어디서 준비를 해왔는지, 호위무사의 대답은 철두철미했다. 조균은 괴씸했으나 이내 생각하는 것을 접었다."그래. 네 말이 옳다. 무림계를 우리가 간섭 할 이유는 없지. 너도 마찬가지고. 그러나 나는 운아의 큰 오빠로서 할 일은 해야겠구나."적단은 그의 명령을 기다렸다."하명하시지요.""당문에 현재 필요한 물자가 무엇이 있더냐?""현재 당문에는 상관세가의 외동딸인 상관형 소저가 있습니다. 아마 물품에 있어서 부족함은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전국 상회 중에서도 꽤나 유명한 이름이 들려서 적잖이 당황한 조균이었다."상관가의 딸이 당문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굉장한 인맥이구나, 당문이라는 곳은. 그럼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정말 없다는 것이냐?"적단은 당문을 조용히 살펴본 결과를 떠올리기 시작했다."아무래도 가장 문제인 것은 당문의 후방을 지키는 인원이 부족한 것 이겠지요. 당문 인원들이 얼마나 남을지 모르겠지만 만약에 그들이 적진으로 출진한다면 과연 후방이 든든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대강 보아도 아비규환일 수준이었으니..."무언가 이상했다."상관가 외동따님께서 있는데도?""그분이 움직이는 것은 상회의 이름과 자금 뿐입니다. 상관세가의 창방은 이미 저쪽으로 넘어간지 오래라, 이름값만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은 상관가 따님 외에 인원이 극히 드뭅니다. 당문이 잔류 인원에 허덕인다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닙니다. 그들이 출사한다면 후방은 반드시 위태롭습니다."조균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윽고 결단을 내려야 했다."좋다. 그렇다고 관군을 움직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명령이다, 적단. 당문 주변에 은거하는 용병단 중에 가장 깔끔하고, 깨끗한 민간 사병이 있다면 막대한 자금을 써서라도 당문 후방에 호위를 붙여라. 그리고 적단, 너도 당문에 가거라."적단은 조균의 의도를 단박에 알 수 있었다."......막내 동생분을 지키면 되겠습니까?조균은 피식 웃었다."그래. 무림계에 다시 몸 담기는 너도 싫겠지. 그러니 내가 내릴 명령은 딱 하나. 운아를 지키기만 하거라. 그정도 선이면 되겠느냐?""......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럼 대인의 안위는 다른 자에게 맡기려 하십니까?""그래. 너를 뒤로하고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이 있다. 너만이 나의 비장의 수가 아니니라. 그러니 걱정은 말거라.""알겠습니다. 그럼...""아, 그리고."적단은 아직 말이 끝나지 않은 모양인지, 자신을 부르는 조균을 흔들림없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오늘부터 운아의 개인 호위를 맡아주게. 보수는 배로 주겠다."적단은 이마저도 알고 있는 듯 했다."......제가 지켜드리지 않아도 괜찮으시겠습니까?"조균은 그저 미소지을 뿐이었다."내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친구에게 내 가장 소중한 막내 동생을 맡기려 한다. 이정도면 괜찮은 구실이지 않겠느냐?"그의 굽히지 않는 결단에 적단은 그저 고개를 숙이며 말할 뿐이었다."여부가 있겠습니까.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그래. 믿겠다. 부탁한다. 운아를 지키는 데에 수단과 비용을 아끼지 말거라.""존명."그리 말하고 적단은 사라졌다.조균은 혼자 남아 뻥 뚫린 하늘을 바라보았다.맑았다.무심히 사라진 막내 동생이 한편으로는 원망스러웠지만, 무언가를 위해 움직이는 것을 보아하니 적어도 부모님보다는 낫겠다 싶었다.조균은 한 가정의 가장이면서 자식도 있는 몸이었지만, 그의 자식은 열 살도 채 되지않은, 온전히 다 키워낸 상황도 아니었다. 게다가 조운은 어릴 때부터 귀여워라 보아왔던 열 몇살 터울인, 딸이나 다름없던 막내 동생이었다. 그녀는 날이 갈수록 커가는데 주변은 언제나 어수선하니 어찌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투성이었다.그런 상황에서 어느 날 막내 동생은 부모님과 싸우고 가출했다. 그 소식을 듣고는, 다른 형제들 보다도 먼저 움직인 큰 오빠였다. 씁쓸했다. 부모로서 자식을 독립시켜본 적도 없어서 더욱 혼란스러웠고,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오래 데리고 있기도 어려운 동생이라면, 차라리 그녀의 선택을 믿기로 했다. 그녀의 알게 모르게 성장한 강인한 정신과 결단을.이제 조운은, 더이상 어린 막내 여동생이 아닌, 한 명의 여성이 되어있었다."운아. 부디, 몸 건강해야한다. 오빠는 너를 도울 수 있는 만큼 도와주마. 그리고 염치없지만 부디 활아를, 어린 시절 어쩔 수 없이 잃어버린 동생을 부탁하마."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조운은 큰 오빠의 자금을 이용해서 말을 타고 당문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미 오래 떠나왔지만, 큰 오빠에게서 배운 것이 있다면, 결코 빈 손으로 그녀들을 보러 가지 말라는 것이었다. 조운에겐 돈이 있었다. 큰 오빠에게서 가져온 돈이. 자신은 무림인이 아니다. 그럼 오빠에게서 힘을 빼앗아온 자신이야말로, 당장 부릴 수 있는 힘을 그녀들을 위해 휘두르리라."언니, 꼭... 꼭 도움이 되겠어요. 그래, 일단 당문에 가면 내 자금으로 후방을 일단 든든히 하고, 당문 보수에도 인력을 투입하고, 그리고 또......"척.그때 조운의 앞길을 막아서는 한 사내가 나타났다. 조운은 말을 세우고 자리에 내려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사내를 바라보았다."당신은... 누구시죠?"자신감 넘쳐보이는 미소. 그 미소 속에서 자신있게 자랑하듯 보이는 삐죽삐죽한 상어이빨. 함부로 다가갔다간 목숨줄이 왔다갔다 할 것 같은 분위기. 이 사람은 위험하다. 본능이 그리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덜덜 떨리는 손목을 겨우 붙들고 절대지지 않을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사내는 그런 그녀의 당돌함에 웃으며 혀를 찼다."이봐, 아가씨. 당문 사람이지?""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아는 거죠?"사내는 제자리에서 의미모르게 한바퀴를 돌며 한껏 여유를 부렸다."나야, 떠도는 걸 좋아하니까. 당문에 가끔 들를 일이 있으면 조용히 가기도 했어. 최근엔 그... 대련... 대회? 그런 것도 재밌게 관람했었으니까. 그래서 아가씨 얼굴은 익숙해. 그런데 그쪽은 지금 당문에 있어야할 상황아닌가? 혼자서 꽤 먼 곳까지 왔군 그래? 사연이라도 있어?""......"조운은 생각했다. 이 상황을 타파할 자신의 무기. 자신을 지켜줄 무기. 그것은..."얼마나 필요하죠? 나, 당신을 고용하겠어. 돈은 있는대로 줄테니까 나의 호위역을 맡아줘."사내는 기세좋게 휘파람까지 불어가며 조운에게 은근 겁을 주며 쏘아댔다. 그러나 조운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휘유! 하하! 재밌는 아가씨네. 내가 무섭지 않아?""나는 내가 가진 무기로 대응하는 것 뿐이야. 나는 무공도 모르는 일반인에 불과해.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쓰겠어. 그리고 내 목숨을 건든다면 당문 언니들이 가만두지 않을거야!"사내는 한껏 삐죽삐죽한 상어이빨을 보이다가 조운의 이야기를 듣고는 이내 입을 닫고 이빨을 숨겼다.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사내는 천천히 조운에게 다가와 그녀를 이리저리 살폈다. 살기는 없었지만, 조운은 그의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는 모습에 소름끼쳐 식은 땀이 절로 흘러내렸다."왜, 왜 이러는 거죠?"그러더니 씨익, 사내는 다시 상어이빨을 드러냈다. 무언가 재미있는 일을 떠올린 것인지 모를 미소를 지으며."좋아. 재밌을 것 같군. 아가씨. 아가씨랑 다니면 내 입장도 괜찮아지겠어. 안그래도 차별당하고 다닌게 여간 기분나쁜게 아니었지만 뭐, 이정도로 퉁치면 좀 낫겠지."조운은 그의 말에 유심히 듣다가 차별이라는 단어에 얼굴도 모르는 오빠가 떠올랐다."당신도 차별을 받았어?""응? 뭐야. 차별을 받는게 ' 우리들 ' 만은 아닌가보네? 뭐, 차별이란 각양각색의 이유가 있는 법이니까 당연한가. 그중에서 우리는 무림의 암적존재였으니까. 뭐, 그들은 이미 와해된지 좀 됐지만, 인정 받기도 전에 사라진게 아쉽긴 하네?""무림의... 암적존재?"사내는 깍지를 끼고 머리를 뒤로 감쌌다. 아무래도 좋다는 느낌의 여유로움이 그의 몸짓에 그대로 묻어났다."아무리 지난 과거라지만 그래도 우리는 미움받기는 싫거든? 만약에 내가 당신을 돕는다면, 조금이나마 나을까? 싶어. 후후. 좋아. 돈은 관심없어. 그냥 봉사한다 치고 아가씨를 성심성의껏 보호해 주지. 당분간 단체생활은 종료다. 잘 부탁한다고, 아가씨?"너무나 의외로 다가온 그의 합류는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 누구지? 대체 이 여유넘치는 사내는? 조운은 잠시 멍했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조심스럼게 사내에게 물었다."당신. 이름은?"..............."유악(劉顎)"
월영전(月鍈傳) (37). 끝.
* 다음은 연재는 망우협려전입니다.
* 대충 처음보시는 분들은 이해어려울 수도 있는 인물의 등장입니다. 조활 가족사는 전부 제 창작입니다. 유악은 창작이 아닌 공식 오피셜입니다. 월영전 초기에 등장한 아귀도 법왕이구요.
* 저는 연재소설 게시판에서 개인작을 쓰고 있습니다.
http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8 (연재소설 게시판)
http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8?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574330 (모음)
개인작과 활협전 팬픽을 번갈아 연재중 입니다.
링크 남기니 관심 부탁드려요!
* 개인소설은 지금, 프롤로그부터 살짝 살짝 리모델링 중입니다.
수정하고 있으니 당분간 망우협려전하고 병행 연재합니다.
* 마이피도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천천히 내용물들을 마이피에
옮길 예정이니 관심 부탁드려요!
마이피에서는 자작시도 쓰고 있습니다!
https://mypi.ruliweb.com/mypi.htm?nid=574330
정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