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 블레이드 x 블랙 록 슈터 7화
안녕하세요! 기존 6화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제미니의 도움을 받아 수정해 보았습니다.
내용이 길어져 6화와 7화로 나누어 올립니다.
8화부터는 아직 구상 중이지만, 스토리 마무리 작업이 쉽지 않아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욕심에 구상이 더뎌지고 있습니다. 언제 올릴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렵고, 이대로 마무리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쓴 이야기는 정말 즐거웠습니다. 부디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시 스텔라 블레이드에 스텔라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해 의아해하실 분들이 계실 텐데요. 이 팬픽은 스텔라 블레이드와 블랙 록 슈터 세계관의 크로스오버입니다. 블랙 록 슈터 더 게임의 주인공 이름이 스텔라이고 그녀의 무기가 블레이드라는 점에 착안해 두 세계관을 엮어보았습니다.
스텔라 블레이드 X BRS 3화 (스포)
스텔라 블레이드 X BRS 4화 (스포)
※ 주의사항:
본 팬픽은 스텔라 블레이드 및 블랙 록 슈터 더 게임의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내용이므로, 원작 설정과 다를 수 있습니다.
스텔라 블레이드 x BRS 7화
자이온 입구는 변이된 강하부대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함정이었다. 유인 작전은 성공했고, 굶주린 맹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적들을 뒤로하고 이브와 스텔라는 약속이라도 한 듯 뒤돌아섰다. 끔찍한 형상의 변이체들이 맹렬한 기세로 자이온 내부로 침입했다.
라일 잡화점과 그웬 헤어 살롱의 낡은 간판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이브와 스텔라는 도망치면서도 끊임없이 뒤를 힐끗거렸다. 쫓아오는 변이체들의 움직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거대한 나무를 지나 낡은 카페 앞에 이르렀을 때, 이브의 시선이 재빠르게 ‘리프트’ 간판 아래의 파수대 대원에게 향했다. 짧은 눈빛 교환과 이브의 미세한 끄덕임. 그것이 신호였다.
파수대 대원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의 손가락이 스마트 지뢰의 기폭 장치 버튼을 힘껏 눌렀다!
자이온 입구부터 거대한 나무의 뿌리 근처까지, 땅속 깊숙이 묻어두었던 무수한 스마트 지뢰들이 동시에 폭발하며 굉음을 토해냈다.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던 변이된 강하부대원들은 순식간에 거대한 폭발에 휩싸였다. 그들의 몸이 산산이 찢겨 흩어졌고, 주변의 낡은 건물들이 무력하게 무너지며 그들을 덮쳤다. 먼지와 파편이 하늘로 치솟았지만, 폭발의 연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다른 변이체들이 자이온 입구로 멈추지 않고 밀려들어왔다. 그들은 무너진 잔해들을 짓밟고 뛰어넘으며, 알현실 지상 1층을 향해 끈질기게 달려갔다.
이브와 스텔라, 그리고 신호를 보낸 파수대 대원은 이미 알현실 지상 1층 엘리베이터 앞으로 전력 질주하고 있었다. 변이된 강하부대원들이 마침내 리프트의 좁은 통로를 지나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엘리베이터 앞은 이미 방어 태세를 갖춘 파수대 대원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번쩍이는 라이플이 들려 있었고, 총구는 어둠이 드리운 입구를 매섭게 겨누고 있었다. 라이플을 단단히 붙잡은 리암이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호랑이굴에 온 걸 환영한다!"
이브 역시 라이플을 겨누고 있었다. 스텔라는 곁에서 그녀의 드론을 날카롭게 조종하며 다가오는 적들을 조준했다. 카일도 굳은 표정으로 라이플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가디언에 탑승한 릴리는 더욱 비장한 모습이었다. 그녀의 양팔에 장착된 총구는 맹렬한 전투를 예고하듯 입구를 향해 굳건히 겨눠져 있었다. (기억 소거의 영향으로 스텔라의 강력한 록 캐논은 아직 그녀의 의지대로 소환되지 않았다.)
변이된 강하부대원들이 그들을 향해 짐승처럼 달려들었다. 굶주린 맹수처럼, 그들은 사방에서 빠르게 돌진하며 몸을 던졌다.
"발사!!" 라이플을 든 수의 우렁찬 외침이 좁은 공간에 울려 퍼졌다.
알현실 지상 1층 엘리베이터 앞은 좁은 통로로 이어져, 마치 요새와 같이 사격에 유리한 지형이었다. 파수대 대원들은 일제히 방아쇠를 당겼다. 좁은 입구로 쏟아져 들어오는 변이체들에게 총탄이 비 오듯 쏟아졌다. 총알을 맞고 쓰러지는 변이체들의 끔찍한 비명과 함께, 그 뒤를 이어 또 다른 무리들이 맹렬하게 돌진해 왔다. 죽고, 또 죽고, 끝없이 이어지는 악몽 같은 광경이었다.
파수대 대원들은 능숙하게 전투를 지속했다. 탄창이 비면 직접 재장전하는 대신, 옆에 대기하고 있던 스캐빈저들에게 즉시 다른 라이플을 건네받았다. 스캐빈저들은 재장전된 총을 신속하게 파수대원들에게 전달하고, 빈 총을 받아 재장전을 도왔다. 조직적인 협력 덕분에 화력의 공백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변이된 강하부대원들이 마침내 알현실 지상 1층 엘리베이터 앞까지 육박해 왔다. 그 순간, 오른쪽 두 기둥 뒤에 은신하고 있던 샤엘과 왼쪽 두 기둥 뒤에 숨어있던 퀴엘이 기다렸다는 듯이 수호자의 빛을 휘둘렀다. 근접전에 특화된 그들의 공격에 변이체들은 힘없이 쓰러져 나갔다.
(로얄 가드의 무기인 창. 팬픽에서는 "수호자의 빛"으로 명명)
하지만 그 혼란 속에서, 재빠른 변이체 하나가 샤엘과 퀴엘의 공격을 간신히 피하고 파수대 대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녀석이 파수대 대원들 바로 앞까지 다가서는 순간, 굳건한 가디언에 탑승한 릴리가 "미안해요!"라고 외치며 거대한 주먹을 휘둘렀다. 그녀의 주먹에서는 푸른 번개가 '지지직'거렸다. 묵직한 충돌음과 함께, 주먹에 정통으로 맞은 변이체는 뒤따르던 동료들을 덮치며 그대로 벽에 처참하게 박혔다.
샤엘이 놀라움과 감탄이 뒤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오… 쓸만하군." 퀴엘은 특유의 냉담한 표정으로 짧게 "훗." 하고 말했다.
가디언 안의 릴리는 겸손하게 답했다. "아뇨! 칭찬은 카일 씨에게 해주세요!" 라이플로 사격하던 카일은 갑작스러운 칭찬에 "릴리 씨!" 하고 외치며 얼굴을 붉혔다.
릴리의 활약을 지켜보던 이브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내 서포터야!" 드론을 조종하며 사격하던 스텔라 역시 릴리를 향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파수대 대원들 중 몇몇은 "오…" 하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순간적으로 그들의 시선은 가디언에 탄 릴리의 놀라운 활약에 빼앗겼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스캐빈저들이 주먹으로 그들의 옆구리를 '퍽!' 하고 때리며 소리쳤다.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아얏!!" 비명을 지른 파수대원들은 황급히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라이플 사격에 집중했다.
그때, 입구에서 또 다른 변이체가 나타났다. 그는 벽을 타고 순식간에 달려오더니, 공중으로 높이 뛰어 오르며 숨겨왔던 무기를 뽑아 이브를 향해 공격해 왔다. 예상치 못한 기습에 이브는 들고 있던 라이플을 급하게 내던지고 머리 뒤에서 날카로운 엣지를 뽑아 그의 공격을 간신히 막아냈다. 그의 강함을 느낀 이브는 그의 얼굴을 보며 놀라움과 동시에 재빠르게 패링 기술을 시도했다.
기습자는 이브의 날카로운 패링에 의해 중심을 잃고 지하로 향하는 통로 아래로 밀려 떨어졌다. 그대로 그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아차!" 이브가 외치며 그가 떨어진 곳을 바라보았다. 바로 그 순간, 다른 변이체 일곱 명이 벽을 타고 뛰어올라 이브를 지나쳐 지하로 향하려 했다. 스텔라와 리암, 수, 그리고 카일이 즉시 그들을 향해 맹렬한 사격을 퍼부었다! 총탄에 맞아 두 명이 추락했지만, 나머지 다섯 명은 그대로 지하로 뛰어내렸다.
"안 돼!" 이브의 절박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스텔라는 즉시 드론을 거두고 이브의 허리에 손을 댔다. 갑작스러운 접촉에 이브가 고개를 들어 스텔라를 바라보았다. 스텔라는 흔들림 없는 굳건한 눈빛으로 **'내가 맡을게.'**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지하 통로 속으로 뛰어내렸다.
"스텔라!!!" 이브의 절규가 알현실 1층에 울려 퍼졌다. 그 외침에 가디언에 탑승해 사격하던 릴리가 깜짝 놀라 고개를 뒤로 돌려 이브를 바라보았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스텔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릴리는 걱정으로 가득 찬 얼굴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이브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이를 악물고 "젠장!!" 하고 소리쳤다. 그녀는 몸을 돌려 파수대 대원들 앞으로 나섰다. 쏟아져 들어오는 변이체들을 향해 날카로운 엣지를 휘두르며 공격과 방어를 시작했다.
지하로 쏜살같이 내려가는 스텔라의 마음속에는 알현실 지하 2층 오르칼의 방에 대피해 있는 주민들을 지켜야 한다는 굳건한 의지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그녀의 눈빛에서는 결연한 의지가 타올랐다. 발로 벽을 강하게 차며 추진력을 얻은 스텔라의 손에서 날카로운 블레이드가 순식간에 나타났다. 특제 부츠의 추진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그녀는 뛰어내리는 다섯 명의 변이체들을 향해 맹렬한 속도로 급가속했다! 놈들에게 순식간에 다가가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내려오던 다섯 명의 변이체들은 재빠르게 방향을 틀어 알현실 지하 1층으로 되돌아갔다. 스텔라는 공격 타이밍이 늦어 한 명만을 간신히 공격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재빠르게 엘리베이터의 굵은 줄을 붙잡았다.
알현실 지하 2층, 죽은 오르칼의 방 앞에는 만이 굳건히 서 있었다. 변이체 하나가 아래로 내려오자, 그는 침착하게 허리에 찬 강철군림을 뽑으려 했다. 하지만 방금 스텔라의 공격에 당한 변이체의 몸에 기생하던 네이티브는 이미 소멸된 후였다.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만에게 이브는 대피한 주민들을 지키라는 임무를 맡겼던 것이다.
(만의 무기인 검. 팬픽에서는 "강철군림"으로 명명)
만은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다. 멀리 엘리베이터 줄에 매달린 스텔라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스텔라는 엘리베이터 줄을 잡고 매달린 채 알현실 지하 2층을 잠시 내려다보았다가, 이내 고개를 들어 알현실 지하 1층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입술이 아주 미세하게 벌어졌다가 다시 굳게 다물어졌다.
깊은 어둠이 감도는 감옥 안에서
봉인된 레이븐은 바깥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끔찍한 소리에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쿵, 쿵! 거대한 충돌음이 마치 갇힌 문을 부수려는 듯 격렬하게 울려 퍼졌다. 마침내 굳게 닫혀 있던 감옥 문이 산산조각 나며 굉음을 내질렀고,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 부서진 문틈 사이로, 다섯 개의 검고 일그러진 형체가 끈적한 액체와 함께 쏟아져 들어왔다. 변이된 강하부대원들. 레이븐은 그 끔찍한 존재들의 모습을 처음으로 목격했다. 뒤틀린 몸, 혐오스러운 형상. 그의 얼굴은 격렬한 혐오감으로 일그러졌다. 마더 스피어의 변함없는 만행에 대한 분노가 그의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격렬하게 들끓어 올랐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레이븐의 눈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브…?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다섯 명의 변이체 중 하나는… 바로 이브 No.2였다. 과거, 그와 같은 제2차 강하부대원이었던 이브 No.2가 왼팔에 네이티브의 팔이 되고 끔찍하게 변이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는 과거 네이티브에게 죽음을 당했고, 그 후 네이티브에 감염되어 마더 스피어에게 조종당하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변이체 다섯 명이 동시에 레이븐을 향해 달려들었다. "젠장!" 레이븐은 봉인 상태였기에 자신의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릴리가 만들어준 튼튼한 붕대가 그의 팔을 굳게 붙잡고 있었고, 상체는 의자에 단단히 묶여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 특제 부츠의 강력한 추진력을 이용해 쏜살같이 달려온 스텔라가 다섯 명의 변이체를 한꺼번에 베어내려 했다! 하지만 이브 No.2는 놀랍게도 스텔라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재빠르게 몸을 피했다. 나머지 네 명은 스텔라의 날카로운 공격에 힘없이 쓰러졌다.
스텔라는 레이븐 바로 앞에 조용히 내려섰다. 레이븐은 다시 그녀를 보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에, 놀란 눈으로 스텔라를 올려다보았다. 이브 No.2는 즉시 일어나 "Shadow"가 새겨진 검을 움켜쥐고 스텔라를 향해 섬뜩한 검날을 겨누었다. 이브 No.2는 다른 변이체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브 No.2의 움직임과 느껴지는 스킬의 기운 또한 레이븐의 것과 너무나 흡사했다. 변이된 이브 No.2의 슈트는 여기저기 찢어지고 더러워진 채였고, 원래 있어야 할 액세서리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스텔라는 레이븐을 잠시 돌아보지도 않고 이브 No.2를 매서운 눈빛으로 경계했다. 레이븐은 그런 스텔라의 뒷모습을 보며 아무 말 없이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브(주인공 이브)와 닮았어…' 스텔라는 이브 No.2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알현실 지상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이브를 기습했던 변이체가 이브 No.2였다
이브 No.2와 스텔라는 동시에 서로를 향해 돌진했다. 섀도우와 블레이드가 부딪히며 섬뜩한 금속음이 감옥 안에 울려 퍼졌다! 캉! 두 전사의 모습이 일순간 정지한 듯, 그들의 눈빛만이 서로를 꿰뚫었다.
** 스텔라 vs 이브 No.2 **
두 전사는 격렬하게 서로를 밀쳐냈고, 다시 날카로운 눈빛으로 전투 태세를 갖췄다.
이브 No.2의 체력이 80%까지 닳았을 때, 그녀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방향을 급선회하여 봉인된 레이븐을 향해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 이브 No.2의 예측 불가능한 공격을 능숙하게 피하던 스텔라는, 특제 부츠의 추진력을 순간적으로 끌어올려 쏜살같이 레이븐 앞으로 달려왔다. 마치 방패처럼 블레이드를 펼쳐 그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격렬한 충격에 스텔라의 얼굴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그녀는 곧바로 힘껏 패링 기술을 발동하여 이브 No.2의 공격을 쳐냈다. 이 기술… 익숙했지만, 늘 금기처럼 느껴졌던. 잊고 지냈던 이브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자, 순간 과거의 한 장면이 스텔라의 눈앞에 펼쳐졌다.
[스텔라의 회상]
자이온의 아담의 아지트. 이브는 스텔라에게 회피와 패링 기술을 가르치기 위해 끊임없이 훈련을 반복하고 있었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이브의 공격을 스텔라는 간신히 막아내며 숨을 헐떡였다.
이브는 훈련을 멈추고 스텔라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스텔라… 아무래도 네 몸으로는 아직 무리인 것 같아… 차라리 릴리가 만들어준 특제 부츠와 에너지 방패를 사용하는 게 훨씬 안전하고 효율적일 거야…"
이브의 진지한 목소리가 울렸다. "당분간 회피와 패링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게 좋겠어…"
[스텔라의 회상 끝]
스텔라는 다시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브 No.2를 노려보며 전투 태세를 갖췄다.
그런 스텔라의 행동을 지켜보던 레이븐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방금… 나를…?' 그의 눈이 크게 뜨였고, 얼굴에는 희미한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
이브 No.2의 체력이 60%까지 줄어들었을 때, 그녀는 스텔라를 향해 강력한 스킬을 발동했다. 스텔라는 이 공격을 피하려 했지만, 뒤에 봉인된 레이븐이 있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깨닫고 피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즉시 에너지 방패를 소환하여 이브 No.2의 강력한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방패가 충격을 흡수하는 순간, 스텔라의 얼굴에 날카로운 고통이 스쳐 지나갔고, 이마에서 붉은 피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그녀는 재빨리 자세를 재정비하고 다시 전투를 이어갔다.
그런 스텔라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레이븐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왜… 나를… 보호하는 거지? 적인데….' 지난번 황무지에서 그토록 증오했던 존재가 아닌가? 그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격렬한 충격과 깊은 혼란 속에서, 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 미세한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이브 No.2의 체력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을 때, 그녀의 몸에 부착되어 있던 기묘한 네이티브 장치가 섬뜩한 푸른 빛을 내며 번쩍였다. 주변에 힘없이 쓰러져 있는 변이된 강하부대원들의 가슴속에 박혀 있는 코어에서 섬뜩한 기운이 빨려 나오기 시작했다. 코어의 기를 흡수한 이브 No.2의 몸은 더욱 강력한 에너지로 충만해졌다. 놀랍게도, 스킬을 사용해도 에너지 소모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스텔라는 닥쳐올 더욱 강력한 공격에 대비하며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알현실 지상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가디언에 탑승한 릴리는 양팔에 장착된 총구를 쉴 새 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변이된 강하부대원들에게 향하며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계속해서 지하 통로를 향하고 있었다. "이브! 스텔라는 괜찮을 거예요? 아직 안 오는데…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 같아요!" 릴리의 목소리에는 깊은 걱정이 묻어났다. 쳐들어오는 변이체들을 필사적으로 막아내고 있는 이브는 뒤돌아볼 틈조차 없었다. 그녀 역시 지하로 내려가 스텔라를 돕고 싶었지만, 끊임없이 몰려드는 변이체들의 맹렬한 공격에 발이 묶여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스텔라, 제발… 무사해야 해…!' 이브는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스텔라의 안전을 빌었다. 지하 깊은 곳에서 스텔라가 어떤 끔찍한 일을 겪고 있는지 그녀는 전혀 알지 못했다.
스텔라!!
다시 알현실 지하 1층 감옥실에서.
이브 No.2의 체력은 여전히 50%였다.
몸집이 작은 스텔라는 봉인된 레이븐의 앞에 굳건히 버티고 서서, 맹렬하게 쏟아지는 이브 No.2의 스킬들을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피하거나, 때로는 레이븐을 보호하듯 에너지 방패를 펼쳐 막아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강력한 공격에 결국 스텔라의 에너지 방패는 산산조각 나 부서져 버렸다. 스텔라는 순간 당황했지만, 곧 침착하게 입술을 굳게 다물고 미세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평소 자신에게 권장되지 않았던, 블레이드를 이용한 패링 기술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이브 No.2는 멈추지 않고 맹렬한 스킬들을 스텔라를 향해 쏟아냈다. 스텔라는 이브 No.2의 예측 불가능한 공격들을 블레이드로 간신히 패링했지만,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입술 밖으로 붉은 피 한 줄기가 흘러내렸고, 온몸 곳곳에서 핏방울이 솟아났다. 만신창이가 된 스텔라는 힘겹게 비틀거리며 쓰러질 듯하다가도, 간신히 몸을 일으켜 허리를 약간 숙인 채 서 있었다.
그 처참한 모습을 지켜보던 레이븐의 얼굴은 더욱 깊은 충격과 혼란으로 일그러졌다.
레이븐은 자신을 필사적으로 보호하는 스텔라의 뒷모습에서 문득 무의식 속에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레이븐의 회상]
에이도시7에서 네이티브의 공격에 다리 부상을 입고 엎드려진 레이븐. 그의 앞에는 왼팔을 잃은 이브 No.2가 레이븐의 섀도우를 줍고 서 있었다.
섀도우를 쥔 이브 No.2는 고개만 돌려 레이븐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말했다. "뒤를 부탁해…" 그리고 레이븐을 등진 채 알파 네이티브와 네이티브들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에 레이븐이 손을 뻗으며 절규하듯 외쳤다. "안 돼!!"
[레이븐의 회상 끝]
레이븐은 그때의 이브 No.2의 모습과 스텔라가 겹쳐 보였다.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스텔라가 이브 No.2의 날카로운 슬래시에 힘없이 베이는 모습.
레이븐은 고개를 숙이고 온몸과 입술을 격렬하게 떨었다.
스텔라가 이브 No.2의 강력한 실드 브레이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
"그만… 그만하라고…!!!"
스텔라가 이브 No.2의 파괴적인 쇼크웨이브에 그대로 맞아 나가떨어지는 모습.
"망할 봉인 때문에… 움직일 수 없어…!"
스텔라가 이브 No.2의 세 번 연속 공격, 트리플렛에 고통스럽게 얻어맞는 모습.
"이대로는… 이대로는 안 돼…!"
스텔라가 이브 No.2의 모든 스킬을 정통으로 맞고,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을 하늘로 크게 치켜드는 모습.
"...으아아아아!!" 레이븐은 절규하듯, 그의 내면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울부짖었다. 스텔라는 레이븐의 처절한 외침을 들었지만, 자신에게 쏟아지는 이브 No.2의 맹렬한 공격을 막아내기에도 벅찼다. 그녀의 숨결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었다.
레이븐은 다시 스텔라를 향해 격렬하게 소리쳤다. "어이! 너! 내 힘이 필요하냐!? 빌려줄 테니! 이 봉인을 풀 수 있겠어!?" 그의 목소리는 격렬하게 떨렸다.
하아… 하아…
하지만 얼굴을 숙인 채 입가에서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스텔라가 레이븐을 돌아보지 않고 미동도 없이 서 있자, 레이븐은 더욱 고통스러운 듯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그래… 쉽게 풀어줄 리가 없지…' 그는 절망적인 생각에 휩싸였다.
스텔라는 그의 외침에 담긴 간절한 진심을 직감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레이븐을 풀어주는 것이 최선인지, 아니면 눈앞의 이브 No.2를 먼저 무력화하는 것이 급선무인지, 찰나의 순간에 그녀의 머릿속에서 복잡한 계산이 빠르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미 그녀의 몸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든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레이븐의 진심 어린 외침을 들은 스텔라는, 맹렬하게 쏟아지는 이브 No.2의 공격을 순간적으로 왼눈에 푸른 불꽃을 켜며 날카롭게 패링해냈다. 이브 No.2를 향해 즉시 반격하자, 이브 No.2는 이 공격을 똑같이 패링으로 막아내고 스텔라에게 다시 반격해 왔다. 스텔라는 그의 공격을 패링으로 흘려낸 힘을 역이용하여, 블레이드가 사라지자마자 재빠르게 온몸의 회전력으로 전환했다. 그녀는 오른쪽 특제 부츠를 강력한 부스터 삼아,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이브 No.2를 향해 돌진하며 강력한 발차기를 날렸다. 그 순간, 오른쪽 특제 부츠에서는 '지지직'거리는 스파크가 튀며 심하게 손상되었다.
이브 No.2는 스텔라의 예측 불가능한 강력한 발차기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방어할 틈도 없이 그대로 벽에 깊게 박힐 정도로 처참하게 날아갔다.
스파크가 '지지직'거리는 손상된 오른쪽 특제 부츠를 신은 채, 스텔라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뒤돌아섰다. 왼눈의 푸른 불꽃을 서서히 끄며, 그녀는 봉인된 레이븐을 향해 조용히 걸어갔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레이븐은 스텔라가 다가오자 퍼뜩 고개를 들었고, 만신창이가 된 그녀의 처참한 모습에 숨 막힐 듯한 놀라움을 느꼈다.
스텔라는 레이븐 바로 앞에 멈춰 서서 허리를 숙여 그와 눈을 맞췄다. 그녀의 맑고 순수한 푸른 눈은 레이븐의 흔들리는 갈색 눈동자를 깊숙이 응시했고, 레이븐은 당황한 채 "뭐… 뭐 하는 거지?"라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필사적으로 그녀의 시선을 피하고 싶었지만, 스텔라의 강렬한 눈빛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친 바로 그 순간, 레이븐의 내면 깊숙한 곳에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그때, 벽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킨 이브 No.2가 다시 스텔라를 향해 맹렬한 기세로 달려들었다.
스텔라는 즉시 손에서 날카로운 블레이드를 소환하며, 그 빛나는 칼날로 레이븐을 굳건히 봉인하고 있던 슈트의 연결 부위를 정확하게 베어 찢었다. 스텔라의 블레이드가 슈트의 특수 섬유를 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갈가리 찢어발겼다. 검은색 슈트 파편들이 허공으로 흩날렸다.
그리고 다시 왼눈에 푸른 불꽃을 맹렬하게 타오르게 하며, 스텔라는 몸을 돌려 이브 No.2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
봉인에서 마침내 해방된 레이븐은 스텔라의 날렵한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가, 다시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내가… 정말 저 아이에게…?' 그의 입술이 힘없이 벌어졌다.
[레이븐의 내면 속 회상]
짙은 어둠이 끝없이 펼쳐진 캄캄한 공간 속, 주변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죽은 강하부대원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레이븐은 그 끔찍한 광경 속에서 홀로 고개를 숙인 채 힘없이 서 있었다. 그의 팔과 다리에는 검붉은 피로 얼룩진, 끈적한 형체의 네이티브가 마치 족쇄처럼 덮여 있었다.
'난… 살인자야…'
문득 앞에 느껴지는 존재감에 레이븐이 천천히 고개를 들자, 그곳에는 놀랍게도 스텔라가 서 있었다.
자신을 말없이 응시하는 스텔라의 맑고 깊은 푸른 눈을 레이븐은 숨을 죽인 채 유심히 바라보았다.
마치…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과 같았다…
스텔라가 갑자기 레이븐의 손을 부드럽게 잡은 바로 그 순간, 그의 팔다리를 덮고 있던 검은 형체의 네이티브가 마치 환상처럼 사라졌다. 널브러져 있던 죽은 강하부대원들의 시체들 또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텅 비었던 바닥은 어느새 푸른 풀잎으로 가득 뒤덮였다. 삭막했던 주변 환경은 순식간에 드넓은 푸른 초원으로 바뀌었고, 끝없이 펼쳐진 잿빛 하늘은 맑고 푸른 하늘로 깨끗하게 변해 있었다.
레이븐은 눈앞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광경, 푸른 하늘과 풀밭을 번갈아 바라보며 스텔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앞머리가 부드럽게 찰랑거리는 스텔라는, 마치 그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려는 듯 레이븐의 손을 잡은 채 말없이 어딘가로 이끌어갔다.
레이븐은 여전히 입을 다문 채 스텔라가 자신의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고개를 들어 스텔라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과거, 적으로 만났던 스텔라를 공격하고 모욕했던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들이 뇌리를 스치자, 레이븐은 죄책감에 입술을 굳게 다물고 온몸을 떨었다.
'난…'
[레이븐의 내면 속 회상 끝]
레이븐은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봉인이 풀리자 그의 몸에 강력한 힘이 되돌아왔고, 동시에 찢어졌던 슈트에는 액세서리들이 자동으로,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등 뒤에서는 길고 투명한 에너지 케이블들이 주렁주렁 늘어져 있었다.
쓰러져 있는 변이된 강하부대원의 손에서 낡은 검을 빼앗아 든 레이븐은 잠시 그 검을 내려다보았다가, 스텔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정말… 도저히 알 수 없는 존재로군…' (레이븐의 그레이브는 아직 그의 손에 없었다.)
이브 No.2와 격렬하게 싸우던 스텔라가 지쳐서 이브 No.2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는 순간, 레이븐이 재빠르게 달려들어 그녀의 공격을 대신 막아내고 강력한 발차기로 이브 No.2를 멀리 날려 버렸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밀쳐진 이브 No.2는 다시 힘겹게 전투 태세를 갖췄다.
레이븐이 스텔라를 향해 낮게 불렀다. "어이…" 스텔라가 고개를 들어 레이븐을 바라보았다.
레이븐은 스텔라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녀의 온몸은 상처투성이였다. 다음 순간, 그의 시선은 그녀의 왼눈에 타오르는 푸른 불꽃에 머물렀다. 마치 처음 보는 경이로운 현상이라도 되는 듯, 그는 그 빛나는 불꽃을 숨 막힐 듯이 응시했다. 이내 그는 이브 No.2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전투 준비를 마쳤다. "내가 막을 테니, 넌 공격에 집중하도록 해."
스텔라의 만신창이가 된 모습에 걱정되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는 애써 궁금함을 누르고 그녀를 배려하기로 했다.
이브 No.2는 다시 날카로운 전투 태세를 갖추며 스텔라와 레이븐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스텔라와 레이븐은 다가오는 이브 No.2와 동시에 공격하려는 찰나, 일순간 정지한 듯, 서로의 눈빛을 짧게 마주쳤다.
** 스텔라, 레이븐 vs 이브 No.2 **
캉! 격렬한 굉음과 함께 세 전사는 다시 한번 충돌했고, 서로를 밀쳐낸 후 다시 날카로운 경계 태세를 갖췄다.
격렬한 전투가 이어지는 동안, 이브 No.2가 베타 스킬을 사용하려 할 때마다 놀랍게도 레이븐은 그녀의 기술을 완벽하게 꿰뚫고 있었다. 그는 이브 No.2가 스킬을 발동하지 못하도록 정확한 타이밍에 공격을 차단하거나, 무력화시켰다.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스텔라는 맹렬한 공격을 이브 No.2에게 퍼부었다.
이브 No.2의 체력이 25%까지 줄어들었을 때, 레이븐은 여전히 격렬하게 싸우면서도 변이된 이브 No.2의 텅 빈 듯한 무표정한 얼굴을 잠시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레이븐의 회상]
콜로니의 훈련장, 마더 스피어를 굳게 믿었던 과거. 레이븐은 훈련을 쉬는 시간에 홀로 앉아 두 팔로 무릎을 감싸 안은 채 자신감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때, 밝은 미소를 지은 이브 No.2가 그의 옆에 다가와 앉으며 활기찬 목소리로 물었다. "뭘 그리 소심하게 구는 거야?"
레이븐은 풀이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몰라! 난 잘하는 게 없어!"
이브 No.2는 레이븐을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가르쳐줄까?"
레이븐이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이브 No.2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뭘?"
"내 실력을 말이야. 너라면 분명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이브 No.2는 망설임 없이 레이븐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잠깐! 이브! 갑자기 뭐 하는 거야?" 레이븐이 당황한 듯 묻자, 이브 No.2는 그에게 나무 검을 건네주며 활짝 웃었다. "자, 준비!"
"괜찮아. 싸우면서 익숙해질 수 있을 거야! 자신감을 가져, 레이븐!"
두 손으로 나무 검을 잡은 레이븐은 이브 No.2의 따뜻한 격려와 진심 어린 위로에 감동하여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나무 검을 제대로 잡고 전투 태세를 갖췄다.
그런 레이븐의 달라진 모습에 이브 No.2는 더욱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그 환한 미소가 레이븐의 뇌리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레이븐의 회상 끝]
갑자기 밀려드는 이브 No.2와의 과거 회상에 잠시 젖어들었던 레이븐은 아릿한 고통과 함께 순간적으로 빈틈을 보였다. 바로 그때, 이브 No.2가 재빠르게 레이븐을 향해 공격해 왔다! '아차, 방심했다!' 레이븐이 당황하는 찰나, 놀랍게도 스텔라가 그의 공격을 대신 막아냈다. 스텔라를 본 레이븐은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이브 No.2를 맹렬하게 공격했다!
공격을 받고 멀리 밀쳐진 이브 No.2는 다시 힘겹게 전투 준비를 했다!
스텔라의 무표정한 얼굴에는 희미한 걱정이 스쳤지만, 그녀는 괜찮은지 묻는 듯 레이븐을 응시했다.
레이븐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며 전투 준비를 했다. 스텔라도 준비를 마쳤다.
이브 No.2가 체력 0%가 되자, 그녀는 힘없이 쓰러졌다. "끝났군." 레이븐은 무기를 거두고 뒤돌아 팔짱을 꼈다.
죽은 줄 알았던 이브 No.2가 다시 일어났다. 스텔라의 눈이 크게 뜨였다.
스텔라와 레이븐의 합동 필살기가 시작될 때였다.
스텔라가 레이븐의 허리에 부드럽게 손을 대자, 서서 얼굴을 뒤돌고 있던 레이븐은 예상치 못한 스킨십에 살짝 움찔하며 팔짱을 풀며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스텔라는 아랑곳하지 않고 먼저 앞으로 나아갔고, 레이븐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도 검을 뽑아 그녀의 뒤를 따랐다.
합동 필살기 시작!
스텔라와 레이븐은 함께 저항 못 하는 이브 No.2에게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 이브 No.2가 쥐고 있던 섀도우를 놓치자, 레이븐은 쓰던 검을 버리고 미련 없이 자신의 검, 섀도우를 다시 움켜쥐었다. 그가 섀도우를 꽉 움켜쥐자 검날에 푸른 번개가 '지지직'거리며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했다. 동시에 스텔라의 손에 들린 블레이드에도 섬광이 일었다.
스텔라는 이브 No.2 위로 높이 솟구치며 **'블래스트'**를 발동할 준비를 마쳤다. 거대한 푸른 불꽃을 수직으로 뿜어낼 기세였다. 바로 그 순간, 이브 No.2의 옆으로 파고든 레이븐은 **'레퀴엠'**을 발동하며 수평으로 베어낼 준비를 했다.
스텔라의 텅 빈 듯 차분한 얼굴과 레이븐의 고통이 서린 일그러진 얼굴이 클로즈업되었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어둠과 빛이 하나가 된 것처럼 보였다.
"블래스트!"
"레퀴엠!"
하나가 된 두 전사의 공격이 십자(十字) 궤적을 그리며 섬광처럼 이브 No.2의 몸을 꿰뚫었다.
그들의 강력한 일격에 이브 No.2에 붙어있던 네이티브는 비명과 함께 소멸했고, 이브 No.2의 시체는 힘없이 쓰러졌다. 레이븐은 질끈 눈을 감으며 마음 아파했다. 그는 자신의 섀도우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얼마 만에 레퀴엠을... 이토록 슬픈 레퀴엠은 처음이군.'
그는 섀도우를 거두고 쓰러진 이브 No.2를 바라보다가, 그녀의 시신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스텔라를 보았다.
차분한 스텔라는 이브 No.2의 시체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의 얼굴을 조용히 감싸 눈을 감겨주며 애도했다.
레이븐은 그런 스텔라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렇게까지…' 그는 고개를 저으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스텔라가 일어나 알현실 지상 1층에서 막고 있는 이브 일행이 걱정되어 지하 1층의 엘리베이터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 멈춰서 뒤돌아 레이븐을 쳐다보았다. 레이븐에게 함께 가자는 무언의 제스처였다.
레이븐은 스텔라의 표정에서 어떤 의미를 읽어내려 애썼다. '혹시… 함께 가자는 건가?' 스텔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텔라의 순수한 눈을 마주 보다가, 결국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한숨을 쉬었다. '못 이기겠군.' 그는 스텔라를 따라갔다.
레이븐은 걸으면서 스텔라가 닫아준 이브 No.2의 편안한 얼굴을 보았다. 그의 얼굴에 슬픔과 애도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잠시 눈을 감았다.
엘리베이터 안.
스텔라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 앞에 서 있었고, 다음으로 레이븐이 타고 스텔라를 지나 왼쪽 끝에 기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올라가기 시작한다.
엘리베이터 안, 지상 1층으로 올라가는 중.
레이븐은 왼쪽 끝에 기대어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숙이고 깊은 상념에 잠겼다. 그의 머릿속에 과거의 한 조각이 떠올랐다.
[레이븐의 회상]
콜로니의 훈련장에서
레이븐과 같이 훈련한 이브 No.2는 레이븐에게 "전에보다 훨씬 강해졌네."라고 칭찬했다.
훈련을 멈추고 그레이브를 거두고 앉아서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치며 레이븐을 바라보며 웃었다.
레이븐이 섀도우를 거두고 이브 No.2 옆에 가서 앉았다.
훈련을 쉬고 앉아있던 레이븐이 옆에 있는 이브 No.2의 등에 있는 투명한 에너지 케이블을 관심 있는 듯 만지며 이브 No.2에게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 왜 날 챙겨주는 거야?"
이브 No.2가 레이븐의 질문에 살짝 놀라며 레이븐을 본다.
이브 No.2가 웃으며 "모르겠어… 네가 외로워 보여서?"
레이븐이 "뭐!?" 발끈하자, 이브 No.2가 손을 뻗으며 "농담이야."
"사실은.. 네 눈에서 아주 특별한 빛을 봤어. 다른 누구에게도 보지 못한 잠재력 말이야." '네 안에 숨겨진 강인함을 내가 알아본 거지.'
이브 No.2는 레이븐의 어깨를 잡고 그를 바라보며 "할 수 있어, 레이븐!" 미소 짓는다.
레이븐은 "난… 너한테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어."
이브 No.2는 "그럴 필요 없어. 넌 내 옆에 있으면 든든하니까 됐어."
레이븐은 놀라고 눈이 촉촉해지며 얼굴을 숙인다. "고마워…" (작은 소리)
이브 No.2가 "에? 뭐라고?? 안 들리는데??"
레이븐이 "고맙다고…" (작은 소리)
이브 No.2가 "미안한데 안 들리는데~?"
레이븐이 발끈하며 고개 들며 "고맙다고 했잖아!!"
이브 No.2가 "하하하, 장난이다!" 입을 닫고 웃으며 말했다. "레이븐, 내 실력을 이어가 줘! 만약에 내가 죽으면…"
레이븐이 "그런 말 하지 마!!" 말하며 두 팔로 무릎을 안고 얼굴을 무릎에 묻었다.
이브 No.2가 그런 레이븐에 살짝 놀란다.
레이븐이 "난… 너 없이 어떻게 살라고…!" 울부짖었다. "그렇게 날 이해해주고 믿어주고 잘해주는 건 이브밖에 없어!"
이브 No.2가 웃으며 부드럽게 레이븐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이브 No.2가 "괜찮아… 나 말고 분명히 널 이해해주고 믿어주고 잘해줄 사람 있을 거야. 반드시…"
[레이븐의 회상 끝]
레이븐의 시선은 엘리베이터 안 문 앞에 서 있는 스텔라의 옆모습에 머물렀다. 그의 입술이 살짝 벌려졌다가 이내 닫혔다.
알현실 지상 1층 엘리베이터 앞.
스캐빈저들이 파수대 대원에게 재장전 안 된 라이플을 받고 비어버린 탄약통을 보고 당황하며 외쳤다. "천사님! 총알이 다 떨어졌어요! 어떻게 해요!" 이브, 퀴엘, 샤엘은 필사적으로 변이된 강하부대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이브는 속으로 절규했다. '젠장! 젠장! 왜 끝이 없는 거야? 어째서 천사의 힘이 아직 돌아오지 않는 거야?'
그때, 지상 1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스텔라가 나타나 이브 일행에 합류했다. 최전선에서 막고 있던 릴리는 스텔라를 보자 안도하며 외쳤다. "무사했구나! 다행이다!" 하지만 이내 만신창이가 된 스텔라의 모습에 얼굴을 굳혔다. "스텔라? 이 모습이…?"
변이체들을 막던 이브도 옆에 선 스텔라가 무사한 것에 안도하며 미소 지으려다가, 그녀의 상처투성이 모습에 표정을 굳히며 물었다. "누구 짓이냐?"
"나는 건드리지 않았다."
목소리가 들려오자, 이브는 눈을 부릅뜨고 고개를 들었다. 열린 엘리베이터 문 안, 어둠 속에서 한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누구인지 알아본 순간, 이브의 눈은 경악으로 커졌다. 레이븐이었다.
"왜… 여기에…?"
레이븐은 1층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눈을 뜨며 걸어왔다. 가디언에 탄 릴리는 고개를 돌려 레이븐을 보고 당황했다. 퀴엘과 샤엘, 파수대 대원들, 그리고 스캐빈저들 모두가 당황하며 그를 경계했다.
입을 벌린 채 얼굴을 찌푸린 이브는 엣지를 움켜쥔 채 레이븐을 경계하며 관찰하기 시작했다.
레이븐은 섀도우를 꺼내 이브를 향해 순간이동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템페스트"**를 발동하려는 듯 자세를 잡았다! 이브는 **'안 돼! 주변에 동료들이 위험해!'**라고 생각하며 전투 준비도 못 한 채 눈을 질끈 감았다. '우릴 죽일 셈이다!'
레이븐은 눈을 감은 이브를 흘끗 보더니 "템페스트!" 하고 외쳤다. 하지만 눈을 감던 이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눈을 뜨며 '어?' 하고 의아해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스텔라, 릴리, 퀴엘, 샤엘, 파수대 대원들, 스캐빈저들 모두 멀쩡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보니, 템페스트의 공격에 당해 날아가는 것은 바로 변이된 강하부대원들이었다.
이브는 날아가는 변이체들이 쓰러진 것을 보고 놀라며 생각했다. '(설마…)'
변이체들을 향해 걸어가며 이브를 지나칠 때, 레이븐이 일그러진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 "착각하지 마라."
"네 파트너 때문에 빚을 갚아야 할 뿐이다."
** [ 쿠키 장면 1, 2, 3, 4, 5 ] **
1. 타키의 죽음과 스텔라의 결심
보스인 타키를 물리친 뒤, 이브의 얼굴에는 깊은 슬픔이 드리워져 있었다. 죽어가는 타키는 힘없이 손을 들어 스텔라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예상치 못한 접촉에 스텔라는 살짝 놀랐지만, 타키의 간절한 시선이 그녀를 붙들었다.
"나의 이브를… 지켜줘… 부탁해…" 타키의 목소리가 간절하게 스텔라에게 닿았다.
스텔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그 약속은 마음속에 깊이 새겨졌다. 타키는 그런 스텔라에게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이브를 바라보았다. "나의 이브… 좋은 아이를 잘 만났구나… 이제… 안심하겠…네…" 그의 마지막 말이 흩어지자, 타키는 숨을 거두며 몸이 빛이 되어 소멸했다.
스텔라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는 이브를 보았다. 망설이던 스텔라의 손이 이브의 등에 조용히 닿았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이브의 슬픔을 함께했다. (타키의 마지막 부탁을 위해, 이브를 지켜야 한다는 굳은 다짐이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에 아른거렸다.)
2. 이베리스의 유산과 스텔라의 공감
릴리의 아틀리에에서, 릴리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그녀는 죽은 이베리스의 이마에 마지막 뽀뽀를 하고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줄곧 혼자 두어서 미안해… 이베리스. 자주 찾아올게."
이내 그녀는 이브 일행을 향해 뒤돌아섰다. "여기엔 이베리스의 기억과 함께 알고리즘 해킹 시스템이 들어있어요." 릴리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 "그녀가 세상에 남긴… 유산…이죠. 헤헤.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이제 가죠."
이브 일행은 뒤돌아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 스텔라는 몇 걸음 걷다가 멈춰 서서 고개를 뒤돌아 릴리와 이베리스를 바라보았다.
릴리는 다시 이베리스를 향해 몸을 돌렸다. "이베리스…" 그녀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작게 "안녕…"하고 속삭였다. 그리고 다시 뒤돌아 스텔라에게로 다가왔다. "가자." 릴리는 스텔라의 손을 잡고 이브 일행을 따라갔다.
스텔라는 이베리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릴리가 잡은 자신의 손을 보았다. 마지막으로 릴리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의 입술이 굳게 닫혔다. (이베리스의 남겨진 유산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그 유산을 소중히 여기는 릴리를 위해 그녀를 보호해야 한다는 결의가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에 떠올랐다.)
3. 레이븐의 상실과 스텔라의 연민
황무지에서 (3화 레이븐과 전투), 레이븐과의 격렬한 전투가 한창이었다. 레이븐이 이브를 향해 강력한 발차기를 날리려는 순간, 스텔라가 이브를 밀쳐내 대신 그 발차기를 맞았다. 스텔라는 레이븐의 표정을 흘끗 보았다. 그 순간 레이븐의 일그러진 얼굴에는 이브와 릴리의 슬픈 얼굴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무언가를 소중히 잃은 듯한 깊은 상실감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레이븐 역시 안쓰러운 존재다… 내가 잘 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무표정한 스텔라의 얼굴에 잠시 스쳤다.)
4. 진실을 마주한 스텔라의 결의
제8차 강하부대와의 전투가 끝난 뒤 (스블1의 진엔딩), 격렬했던 전투의 흔적만이 남은 전장. 스텔라는 처참하게 죽은 제8차 강하부대원들 앞에 무릎 꿇은 채 고개를 숙였다. 굳게 닫혔던 그녀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고, 싸늘하게 식은 그들의 얼굴을 응시하는 푸른 눈동자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연민이 번졌다. 칼날처럼 예리했던 시선은 사라지고, 깊은 죄책감이 그 자리를 채웠다.
옆에서 릴리는 조용히 두 무릎을 꿇고 앉아 스텔라의 작은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릴리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옆에 서 있던 천사 이브를 바라보았다. 이브 역시 스텔라에게 시선을 주다가, 이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스텔라는 망설임 끝에 손을 뻗어, 마지막 남은 온기마저 사라진 부대원의 얼굴을 조용히 감싸고 눈을 감겨주었다. 차가운 피부의 감촉이 그녀의 손끝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듯했다.
그 순간, 마치 거대한 퍼즐이 맞춰지듯, 그녀의 기억 속에 산산이 흩어져 있던 진실들이 하나로 결합되기 시작했다. 넥스트에서 아담에게 들었던, 믿고 싶지 않던 이야기들. 네이티브의 끔찍한 기원과 마더 스피어의 잔혹한 진짜 모습까지. 모든 것이 뒤틀리고 왜곡되었던 과거의 조각들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들은 단지 적이 아니었다. 시스템에 의해 조종당한, 또 다른 희생자들…' 스텔라의 무표정한 얼굴에 서서히 결의가 어려왔다. '반드시, 모든 강하부대를 이 지옥 같은 속박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설령 그들이 한때 자신들의 적이었다 할지라도.')
5. 마더 스피어의 새로운 도구
콜로니의 깊은 심장부. 어둠 속에 잠긴 공간에서 마더 스피어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고, 마치 누군가에게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나설 때가 됐군요. 나의 도구여."
그녀의 목소리가 끝나자, 굳게 닫힌 문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의문의 강하부대원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마더 스피어의 명령에 따라 콜로니의 발사대로 향했다.
새하얀 은빛의 긴 머리카락이 그의 등 뒤로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그의 새하얀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는 뒷모습과 함께, 7화의 막이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