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콘솔유저분들과 일부 접속장애를 심하게 겪고 계시는 PC유저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20년 전에 상병 휴가를 나와서
그 긴 시간 동안 디아만 하다 들어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플레이타임만 보면 하드코어 유저였지만
플레이 내내 뻘짓만 하고 다녀서
남들이 봤을 때 우와~ 할만 한 템은 하나도 없었어요.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 당시 오심과 죽숨 같은 것들이 나왔는데
제 가난한 창고로는 꿈도 못꿀 그런 것들이였습니다.
그러다 지겨워진 스탠을 뒤로 하고
하드코어로 넘어가서
짜릿한 스릴을 맛보며 꽤 오래 즐겼습니다.
같이 하던 친구놈도 있어서 더 재미있었죠.
그렇게 또 오랜 시간이 지나고
90렙 대의 발리 아마를 보내며 디아를 완전히 접었습니다.
이런 저런 다른 게임들을 하다가
다시 디아가 리마스터 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솔직히 좀 회의적이였습니다.
그렇게 오래 즐겼던 게임인데
그래픽 말고는 바뀌는 것도 없다던데
그걸 다시 하면 재미있을까?
솔직히 추억보정 기간이 끝나면
쳐다도 안볼 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체험판이 나오고 나니
컴 사양도 얼추 되겠다, 일단 찍먹이나 해보자. 는 생각으로
잠시 플레이를 했습니다.
처음 1~2시간은 역시 그저 그랬습니다.
그래픽은 눈이 즐거운 정도까지는 아니였고
수십 수백번을 쓸었던 덴 오브 이블도 좀 지겨웠습니다.
그렇게 3시간 정도가 지났는데...
왜죠?
재미가 있는 겁니다.
이유는 모르겠어요.
그냥 재미있더라구요.
끄기가 싫었습니다.
갑자기 이게 체험판이고 정식오픈 때
내 캐릭터가 사라진다는 게 너무 싫었습니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체험판을 껐습니다.
더 했다가는 오픈까지의 시간이 더 괴로울 것 같았거든요.
그 후로 오픈날만 목빠지게 기다렸습니다.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오픈날이 오고
첫캐로 마음 먹고 있던 조폭네크를 시작했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힘이 빠지더라구요.
해골들 칼질도 너무 느려터진 거 같고
좁은 골목에서 비비적 대는 것도 보기 싫고
보스전에서 순삭되는 해골들이 너무 짜증났습니다.
아아 그래.
역시 첫캐는 소서지.
헬을 무난하게 뚫을 수 있다는 파볼오브 소서를 시작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오브를 찍었고
시원하게 날아가는 오브와 그 앞에서 쓰러져가는 잡몹들은
제게 쾌감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또 역시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텔 잘못타면 스치듯 안녕하는 물몸과
통찰을 가지고 있었지만 쪼렙이라 수시로 바닥나는 마나통에
헬을 입성하니 2원소지만 몹들마다 이뮨 확인하는 것도
귀찮더라구요.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기다렸던 게임이고
게임 자체는 잘 뽑힌 거 같은데
(서버 문제는 제외하구요;;)
왜 체험판 때의 재미가 없을까 하구요.
그러다 문득 답을 찾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다 예전에 한번이 아니라 수십번씩 키워봤던 캐릭이였기 때문이였습니다.
아무리 리마스터가 되었다 한들
많이 해본 캐릭터들이라 쉽게 지겨움을 느꼈던 거였죠.
그래서 예전에 한번도 키워보지 않은 캐릭터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휠바바, 킥씬, 트랩씬, 프렌지바바, 활아마, 퓨리마 등등
그러다 추려졌습니다.
햄딘과 독넥이 유일하게 안키워본 두 캐릭이더군요.
하지만 엄청난 성능을 가졌지만 햄딘은 저에게 1도 흥미를 주지 못했습니다.
(재미있게 하시는 분들에겐 죄송합니다)
독넥은 영상으로만 몇번 봤지만
워낙에 템이 좋아야 성능이 나온대서 아예 포기했었던 캐릭이였습니다.
어차피 이젠 직장인이라
빡시게 할 시간도 없었고
래더를 할 것도 아니라서
스탠에서 느긋하게 키워보자 생각하고
키워놨던 조폭네크를 리셋 했습니다.
지금 64렙인데
헬에서 사냥이 안됩니다.
나메 액트5도 집중하지 않으면 순삭입니다.
용병도 수시로 죽어서
골드난에 허덕입니다.
하지만 재미있습니다.
가끔씩 용병이 죽으면 육두문자가 튀어나오던
전과는 달리
지금은 용병이 죽어도
몹한테 둘러 쌓여 노바 한방 못쏘고 끔살 당해도
화가 나질 않습니다.
언젠간 좋은 템을 두르고 다 독뎀으로 녹여버릴테니까요.
(나메 카우방에서 소들을 엄청 몰아 녹색으로 물들이면 정말 장관입니다.ㅎㅎ)
안해본 캐릭터를 키우는 게
저에게는 정답이였습니다.
보스전에는 취약하다는 독넥이니
보스들은 파티로 클리어 해야겠습니다.
독넥이 수수께끼를 입게 되면
그 후엔 보스들 전용 앵벌머신으로
질딘 하나 키워볼까 합니다.
질딘도 끝을 보지는 못했던 캐릭이거든요.
주절주절 일기를 여기까지 읽으신 분은 안계시겠지만
계신다면 오늘도 무난히 접속하시길 바라며
벡스룬을 주우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