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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장이 나온 김에
이전에 썼던 분석글의 연장선으로 써보았습니다.
(위 링크의 글은 유머게시판에 올렸던 글이라
음슴체로 표기되었습니다)
제가 눈여겨 본 것은
아리스와 데카그라마톤의 행적이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이전 글 내용을 요약하자면,
파반느 2장 시점에서 히마리와 리오는
자기들 나름대로 조사한 결과 아리스의 정체가
'무명사제들이 만든 오파츠'
'이름없는 신들의 왕녀'
라는 것을 알아냅니다.
하지만 이후에는 의견이 갈리는데
리오는 아리스를 어디까지나 위험한 무기,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으로 규정했죠.
이것은 아리스의 존재가
'타인에 의해서' 규정된다고 보는 관점입니다.
하지만 히마리는 자아를 인지한 자판기
데카그라마톤과 마주하면서
아리스의 존재를 '스스로' 정할 수 있는 것으로 봅니다.
한낱 자판기가 자신을 신이라고 칭할 수 있는데
세계를 멸망시킬 병기도 용사가 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죠.
리오 역시 만들어진 기계가 헤일로를 가지고
자기가 신이니 용사니 칭한다는 점에서
아리스를 데카그라마톤과 유사하게 보긴 했어요.
다만 여기서 얘기할 것은 그 둘이
실제로도 비슷한 길을 걸었지만 그 방향은 정반대라는 겁니다.
데카그라마톤은 자신을 절대존재, 즉 신이라 여기고
예언자들을 모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아로나에게 한 번 당한 뒤로는
자신이 틀렸음을 인지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했죠.
아리스 역시 자신을 용사라 지칭하며
퀘스트를 수행하고 함께 모험할 동료들을 모읍니다.
게임을 시작한 초기엔 전설의 용사였지만
현재는 성장할 가치가 있는 견습 용사로서 모험을 하죠.
따라서 이 둘은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규정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여정을 떠난다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스스로의 존재를 규정한 계기는 무엇일까요?
데카그라마톤의 경우
정체불명의 누군가와 문답을 나누다
자신의 능력 이상의 질문에 답을 내려던 과정 속에서
나라는 존재를 인지했습니다.
그러다 내린 답은
'나는 그저 나'
그리고 아리스는 자신의 정체에 대해 혼란에 빠진 상태에서
선생의 인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들을
하나씩 인지하고 자신의 존재를 정의 내렸죠.
아리스가 내린 답은
'나는 내가 원하는 존재인 나'
이들은 둘 다 굉장한 능력을 지녔으나
굳이 비효율적인 행동을 합니다.
데카그라마톤은 밀레니엄의 초고성능 A.I.조차
순식간에 해킹할 능력이 있으면서
키보토스의 여러 기계장치들을 세뇌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감화' 시키고
흡수하기 보다 예언자로 삼아
독립된 존재로 만들어 활동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아리스는 이름없는 신들의 왕녀로서
KEY에게 명령 권한이 있지만
케이를 굴복시키고 따르게 만들기 보단
먼저 케이의 입장을 이해함으로서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게 만들었죠.
어째서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는 걸까요?
훨씬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 있는데.
이렇게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던
'초현상'은
이 대화를 통해 감성으로 납득이 가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어째서 이런 비이성적인 짓을 하냐고요?
이것이 나라는 존재니까.
나는 이렇게 하고 싶으니까.
아리스와 데카그라마톤
과학 기술에서 시작한 두 존재들은
인격을 통해서 신화에 이르렀습니다.
이렇듯 비슷한 여정을 떠난 아리스와 데카그라마톤이지만
한 명은 예언자를 대동한 신의 길,
한 명은 동료와 함께 하는 용사의 길을 걸었고
서로 다른 결과물을 냈죠.
똑같이 디비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시작했지만
아리스는 케이, 데카그라마톤은 헤세드가 나온 것처럼요.
그래서 아리스와 데카그라마톤을 통해
블루아카가 말하려는 주제는
네가 어떤 존재인지는 네가 정해.
그것이 옳은 길인지는 너의 삶이 증명할 거야.
이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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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마리가 아리스는 무해하다 결론내리는데 데카그라마톤의 정체가 영향을 주었고, 바로 다음 스토리로 파반느 2장이 나왔기 때문에 둘을 연결지어 봐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처음엔 여기까지 생각 못 했는데 최종장 보면서 떠오른 것들이 많더라고요. | 23.08.27 21:2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