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
내가이곳에 오고 처음으로 본 색이 아닐까 싶다.
좋아하냐싫어하냐를 따지면 좋아하는 쪽에 가깝지만,그렇게 깊게 생각해본적은없었다.
깔끔함에흑백을 고른 적도 있고,열정적인 기분에 빨강을,밝은 느낌에 노랑을,평화로운 느낌에 초록을고른 적도 있다.
그런데파랑은 어떠한가?조금만 어두워져도우울함의 상징이 되기 일쑤이고,조금만 밝아져도 그눈에 띄는 채도에 주위와 어울리지 못해 툭 튀기마련이다.
어찌보면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파랑은 자연에서 보기힘든 색이다.하늘과 물을 제외하고파랑을 볼 수 있는 건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그럼에도 사람들은 파랑을 골랐다.부자연스러운 색,사람이 병들었다는증거,음식이 상했다는 신호,흔히 보기 힘든 생명체의상징,그 모든 것을 넘어서파랑은 우리 주변을 물들였다.
하늘에대한 동경일까,바다를 향한 존경일까,아마 나보다 더 잘 설명할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하지만 나는 간단히답을 내렸다.
“예쁘네.”
“으헤.갑자기 일어나서 한다는소리가 그거야?”
내리쬐는태양 아래 몰려오는 파도.이보다 더 파랑의아름다움을 설명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까?그 아래 뛰노는 학생들.청춘이구만.
“정말이지,두 분 다 놀지만 말고도와주세요.”
“으헤,아저씨는 움직이지않았는데도 더워서 움직일 수 없어~그러니까 부탁할게아야네짱.“
“벌써부터그렇게 부지런하게 안 움직여도 괜찮잖아.아야네도 간만의 바다인데좀 즐기는 게 어떻겠니?”
“두사람 다 그렇게 말하고 벌써 몇 시간 째 그대로 계시잖아요.그렇게 계실 거면 도와라도달라는 말이었어요.”
나와호시노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말하지 않아도 호시노의말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저렇게까지말하는데.’
‘좀움직여 볼까?’
그렇게무언의 대화를 마치고
“사랑스러운후배가 그렇게 말하는데 이렇게 있는 것도 선배로서못할 일이지.으헤,역시 덥네.”
“그럼힘내,호시노.”
“선생님도가시는 거예요.”
“농담이야농담.”
나는어깨를 으쓱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잠시 눈을 붙여서 그런지몸은 가볍다.
“그럼뭐를 도와주면 될까?”
“바베큐준비에요.저 혼자 하려면 몇 번이고왔다갔다 해야 하니까요.”
“으헤,그럼 가볼까?”
나와호시노와 아야네는 리조트에서 BBQ장비들을꺼내왔다.무게가 꽤 있지만 둘에게는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내일 허리 좀 각오해야겠는걸?
“기구는이 정도면 됐고,나머지는 재료러나?”
“숯은있었어요.”
“그럼아저씨가 다른 애들이랑 같이 가서 사오도록 할까?”
“장을보려면 거리가 좀 있으니 물구름호를 가져올게요.”
“좋아.그럼 선생님은 준비를해보도록 할까?”
각자자기 할일을 하기 위해 흩어지고 나는 혼자 남아 기구들을설치하고 상태를 점검했다.
“덥네.”
고개를드니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보였다.이 청명한 파랑은 보고있는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정말이지.호시노 선배,갑자기 와서 부르길래뭔가 했더니 튜브에 붙어서 일어나질 않는다니까.”
“호시노선배도 놀고 싶었나 보네요.”
“응.내가 불었어.튜브.”
“시로코선배,그거 자랑스러워 할일이야?”
“네네,잘했어요~♪”
“으헤.”
다들돌아왔네.생기 넘쳐서 보기 좋네.다들 죽어가는 얼굴하고 있던게 어제 같은데.
“여어,다들 재미있게 놀았어?”
“응.내가 잡은 대어야.”
“우와아.잡아먹힌다!”
“소금구이로하면 될까요?”
“아,나는 양념구이 쪽이…….라니,그게 아니잖아!호시노 선배는 못먹는다고?”
“세리카는너무 딱딱해.”
“그럴땐 배에 재워두면 돼요.”
“이젠날 먹으려고 하잖아?“
“으헤.”
이왁자지껄함.푸른색 배경에 너무나도잘 어울린다.다른 배경이었다면 이런느낌은 나지 않을 거 같아.
“선생님!웃지만 말고 정리 좀해줘!이야기가 진행이 안되잖아!”
“하핫.재미있고 좋은 걸 뭐.”
“와아☆바베큐인가요?좋네요♡”
“아야네가헬기를 가지러 갔으니까 곧 올 거야.기구는 다 있으니까재료만 사오면 돼.”
“그런거라면,가실까요?호시노 선배?”
“아저씨너무 힘든걸.이 나이 먹으니 더 못움직이겠어.”
“나이차이 얼마 안 나잖아.”
이런흐름의 대화도 몇 번째 보는지 모르겠다.하지만 볼 때마다 미소가지어지는 걸 보면 참으로 신기하지.
“헬기소리,아야네 짱이 왔나 봐요♤”
“자자,호시노 선배.얼른 안 일어나면 아야네짱이 화낸다고?”
“으헤,그건 싫은데.”
“응응☆아야네짱 화나면 무서우니까요♧”
“짐보기는나한테 맡겨줘.완벽하게 지켜낼게.”
“그럼선생님,다녀오겠습니다.”
한바탕소란이 끝나고 해변가엔 다시 파도소리만이 남았다.대강의 정리도 끝났고나도 쉬어볼까?
그렇게생각하고 다시 파라솔로 돌아가려는데 시로코가 뭔가분주히 하고 있는 게 보였다.뭔가 짐을 뒤지고 있는데뭐라도 찾고 있는 걸까?
“뭐찾고 있는 거 있어?”
“응,낚시대.”
“낚시대?”
“응,낚아서 저녁으로 할거.”
“그래?멀리 가진 마렴.”
“여기선생님 몫.”
“응?나도 가는 거니?”
“한마리라도 더 낚아야 돼.”
여전히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는 아이다.하지만 그 종잡을 수없는 면이 더없이 파랑색의 이 배경에 어울리는 것같다.
“그래,가보자.”
이아이는 내가 이곳에 부임하고 첫번째로 받은 의뢰의주인공이다.키보토스가 어떤 곳인지몰라 난처해하던 나에게 도움을 주었고,하마터면 사막에서 끝날수 있었던 내 여정이 이어질 수 있게 해준 은인이라고도할 수 있겠다.
“응.여기.”
시로코는해안가에 불쑥 튀어나온 곶에 자리를 잡고 바다에낚시대를 드리웠다.주변에 비해서는 나름깊이가 있는 곳이었다.치밀한걸.
“그럼난 여기서 해볼까?”
나도시로코의 근처에서 낚시대를 드리웠다.실제로 잡힐 거라는기대는 하지 않지만,어차피 달리 할 일도없으니 어울려주도록 할까.
조죵하다.시로코는 원래 말이없는 아이이기도 하고,솔직히 무슨 생각을하고 있는지 잘 구분이 안 가기도 한다.기본적으로 말을 해주질않으니 말이지.
“시로코는낚시 좋아하니?”
“물고기는영양가가 풍부하고 한번 잡으면 여러마리를 같이 잡을확률도 높아서 훌륭한 식량이야.”
“갑자기엄청난 정보를 말하기 시작했어?”
“구워도좋고,끓여도 좋고,쪄도 좋아.응.완벽.”
꿈에서보았던 정체불명의 소녀와 더불어 이 아이가 내 안의파랑의 근원.이런 아이를 보고 파랑에서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수는 없지.
“그래.시로코가 좋다면 된거지.”
“응,맛있는 물고기를 낚을거야.”
나로선도무지 떠올릴 수 없는 발상이다.아비도스의 누구도,다른 학교의 누구도,키보토스의 누구도저렇게 생각할 순 없겠지.저것이 시로코만의색이고,파랑이다.눈이 부실라 그래.진짜 부셔.
“으음.선생님한텐 햇빛이 좀강한걸.다른 곳은 없으려나?”
시로코는귀가 축 쳐졌다.기껏 발견한 자리인데낚시를 더 못하게 돼서 슬퍼하는 거려나?만약 그렇다면 미안한걸.
“아냐,시로코.아직은 버틸만해.”
“나한테작전이 있어.”
시로코는낚시대를 잠시 내려두고 일어났다.그 상태로 바다를 노려보던시로코는 이내 망설임 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다이빙했어?!”
나는다급하게 일어나 일단 낚시대들부터 챙겼다.그리고 시로코가 어디로갔는지 눈으로 찾고 있으니 이내 근처에서 시로코가고개를 내밀었다.
“응.물고기.”
시로코는자기가 잡아온 물고기를 땅 위로 던졌다.
“오오.대단한걸?”
나는가져온 물통에 물을 담은 후 어떻게든 바다로 돌아가려는녀석을 붙잡아 물통에 넣었다.
“더있어.잡아올게.”
내가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시로코는 바닷속으로 사라졌다.그리고 머지 않아 한마리를더 잡아왔다.
“조금만더.”
거기서그치지 않고 시로코는 계속해서 물고기를 잡아왔다.물통이 많이 차 들고가기힘들 수준이 되었음에도 시로코가 계속 잡으려고 하자나는 시로코를 막았다.
“이제그만.더 안 잡아도 돼.”
“하지만물고기 더 있어.팔아도 되고 숙소에가져가서 먹어도 돼.”
“시로코.”
시로코는귀를 축 늘어뜨린 채로 바다에서 나왔다.슬그머니 손에 물고기를한마리 더 쥐고 있었지만,펄떡거리는 탓에 금방보였다.
“으흠.”
내가헛기침을 하자 시로코는 머쓱해하며 들고 있던 물고기를놔주었다.나는 잘했다는 의미로시로코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물에 젖은 머리카락이살짝 미지근하게 손에 감겨오는 느낌.이대로 강아지 쓰다듬듯이곳저곳 쓰다듬고 싶은 느낌이다.
“다들곧 돌아올 시간이니까 맞이할 준비를 해볼까?불도 미리 피우고.”
“응.불피우기라면 맡겨둬.”
시로코는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기운을 차리고 씩씩하게 파라솔로돌아갔다.
“하하,기운차서 좋네.그럼 이건 내 몫인가?”
나는덩그러니 남겨진 양동이와 낚시대를 들고 시로코의뒤를 따랐다.하하 이녀석 얼마나잡은 거야.선생님 팔 떨어지겠다.
“선생님,늦어.”
내가낑낑거리며 양동이를 가져오는 동안 시로코는 이미숯을 준비하고 불을 붙일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아 이런,눈부시잖아.화도 못내겠네.
“이게생각보다 무겁구나.”
나는생선을 내려두고 파라솔로 기어들어갔다.아,이대로 자고 싶다.
“다들돌아오면 불러주겠니?선생님 너무 피곤하구나.”
내가그렇게 말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어딘가에서헬기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재미있는 모양의 구름이떠있는 푸른 하늘 사이로 헬기가 빠르게 다가오고있었다.
“선생님30분만쉬면…….안 되겠지?”
“안돼.”
단호하다.새파랗게 끊었어.선생님 슬프구나.
“아야네짱한테혼나는 건 무서우니 말이지.세리카짱도 한마디할거고.영차.”
나는일어나서 모두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머지 않아 다들 도착했다.
“저희왔어요♪ 두 사람 다 잘 있었나요?”
“응,완벽.물고기도 잡아놨어.”
“와하.물고기다.”
“잠깐!이렇게 많이 잡아도 다못먹는다고.정말 시로코 선배는.”
“괜찮아.구워서 포로 만들면오래 보관할 수 있어.”
“응응☆해결이네요!”
“다들식재료 옮기는 거 도와주시겠어요.”
“네에.”
파도소리밖에없던 해변에 소란스러움이 가득찼다.좋네.앞으로도 이런 풍경이이어질 수 있도록 힘내야겠지.
“어른의실력을 보여줄 때인가?”
“방해되니까선생님은 비켜 있어.여긴 우리끼리 하는 게편하니까.”
“그럴수가.나는 모두의 도움이되고 싶어서…….”
“아아,이건 세리카짱이너무했어.”
“아.이런 그런 의미가 아니라!아아,정말!진심 아니니까 그렇게풀죽지 마!”
“농담이야.어른의 불피우기를보여주지!”
“캬악!선생님 진짜!”
나는불을 뿜을 기세의 세리카를 뒤로 하고 불판으로 갔다.그러자 거기엔 왠지모르게 총을 들고 있는 시로코가 있었다.
“저기시로코씨?”
내부름에 시로코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자신의 행동을 전혀설명하려는 기미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다시 물어야했다.
“혹시그 총 쏘려는 건지 물어도 될까요?”
시로코는일말의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한방으로 붙을 거야.위험하니까 선생님은물러나.”
내가무어라 말하기 전에 시로코는 다시금 총을 겨눴다.나는 기겁해서 몸을피했다.그와 동시에 시로코가방아쇠를 당겼다.
“우왁!”
시로코의총구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와 숯을 덮쳤다.불은 깔끔하게 숯에옮겨 붙었고,부가적으로 화덕 밖으로튀어나간 불똥이 바람을 타고 파라솔까지 옮겨 붙었다.
“불이야!”
“우와아!다들 도망쳐~”
“거대한모닥불이네요♧”
“지금감탄할 때야?”
“어서꺼야죠!다들 보지만 말고요!”
“어쩔수 없구만.”
호시노는망설임 없이 달려와 그 가녀린 몸으로 파라솔의 기둥을걷어차 모래사장에 쳐박았다.그러는 사이 세리카와노노미가 빠르게 다가와 파라솔에 모래를 퍼부어 불을껐다.
“후우.다들 다친 사람 없지?”
“선생님,괜찮으신가요?”
“응.나는 괜찮아.그보다 시로코.”
내부름에 시로코가 잔뜩 풀이 죽은 모습으로 다가왔다.양 귀가 모두 축 쳐져선.화내기도 힘들구만.
“뭐잘못했는지 알지?”
“응.죄송합니다.”
참혼낼 수가 없다니까.이 아이가 언제나 웃고지낼 수 있도록 해야지.이 파랑은 어디에서도볼 수 없을 이 아이만의 것이니까.
“알면됐어.자,바베큐 계속 해야지.선생님 배고프네.”
“으헤,시로코짱한테만무르다니까.”
“착각이야.선생님은 모두를사랑한단다?”
“휴휴♥사랑고백인가요?”
“에?그런 거야?”
“세리카짱.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마요.자자,여기 고기랑 채소준비됐답니다.”
다시왁자지껄한 분위기로 돌아와 바베큐 파티가 재개되었다.채소와 고기가 올라가고,음료가 돌아가고,한쪽 구석에서 생선이구워졌다.이따금 투닥거리고,이따금 마찰이 있었지만,웃음 가득한 파티였다.
아아,눈부시다.
이게네가 나한테 지켜달라고 부탁한 풍경이겠지?
이파랑을.이 청춘의 이야기를.
언제까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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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하고 첫글은 블루아카 글로.
푸른하늘을 보자마자 떠오른 이미지로 써봤습니다.
생각해보면 PV에서 바베큐 하는 일러는 나왔는데 막상 이벤스에서는 바베큐를 하는 모습이 안 나왔죠.
나름대로 아비도스 애들이라면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읋 해보았습니다.
블루아카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