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에 대해서는... 저는 말이 좀 많습니다. 헤헤.
1. 어제는 제 실수로 교통편 놓치고, 헤메다가 취소도 못하고 백석 관람을 포기했습니다.
여러모로 피곤하고 기분 안 좋은 날인데, 몸까지 안 좋아져서 오늘 일어나니 몸이 천근만근이더군요.
병원가서 천식과 호흡기 관련 주사 맞고 언제 출발하나 각 재다가 또 늦을 뻔 했습니다.
2. 몸은 안 좋은 상태로 미체험 호라이즌 할 때 입장했습니다.
들어가자 마자 몸이 축 늘어지더군요.
콜하는 기력도 없고, 출발 전에 보니 블레이드 하나 있는거 부서지고 하나 있는거 고장났더군요.
언어 그대로 울고 싶었습죠.
3. 그래서 다들 서 있을 때 앉아서 관람하고 콜도 못하던 제가... 뮤즈 나오니까 제 몸이 아프다는 것도 잊게 되더군요.
아쿠아 나오니까 고장난 블레이드도 때마침 사용할 수 있게 조작 되기 시작하더군요.
ㅋㅋㅋㅋㅋ 거참.
니지동
1. 다들 어리고 다들 조심조심스럽고, 다들 긴장 반짝 들어 있고...
아이고 등짝팡팡 꿍디팡팡이라도 해 줘서 기운 나눠 주고 싶을 지경으로 안쓰러웠습니다.
2. 아구리, 나츠미, 카오리 세 분 어깨 노출이 많은 의상으로 중간에 딱 위치해 있다 보니 드는 생각이
'와... 정말 너무 갸냘프게 삐쩍 말랐네... 라이브 준비한다고 고생 많았겠다...' 였습니다.
하긴 아쿠아 초창기 때도 아이컁, 슈카슈 다리 보고 '아니, 너무 안 먹이는 거 아닌가요? 저게 사람 다리에요?'
싶었던 적이 생각 났습니다.
3. 이모티콘 표정 바뀌는 리나짱 보드가 씬 스틸러였습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직접 라이브로 보니까 신선하고 귀여웠습니다.
4. 근데 리나짱 보드 착용한 채로 무대에서 움직이려니 옆에서 도와 줘야 하는 거 보고 빵 터졌습니다. 근데 안 위험... 하겠죠?
5. 무대는... 아, 좀 할 말이 많아지네요.
물론 1인 아이돌 컨셉이라고 확실히 알아 들었습니다. 근데 그게 효과적일까요?
이제 갓 데뷔한 초짜들에게 갑자기 1만, 3만 스타디움에 세워 두는데,
백댄서도 없이 혼자서 둥그렷이 무대를 채워야 하는 거에요.
뮤즈도 데뷔하고 개인곡 할 때가 있었습니다만, 그 땐 3천 5천 규모 무대였고,
이후 몇 만 무대인 SSA에서 개인곡할 때는 경험치 충분히 받고 나서였습니다.
아쿠아 역시 메트라이브 짭돔 써드부터 개인곡을 했습니다.
이미 그 시점의 아쿠아는 라이브 무대에 이골이 난 상태로 했습니다.
오늘 보니 마에다 카오리 이 분은 의연하게 '견뎌냈다'는 기분이었고,
사시데 마리아님은 가창이 제대로 발휘된 것 같진 않았습니다.
무라카미 나츠미 이 분은 중반 이후에 체력적으로 지쳐서 숨은 점점 가빠오고, 그걸 보는 제가 다 긴장했습니다.
그나마 사가라 마유님은 좀 능글하게 대응하면서 여유가 좀 보였고, 거기다 뒤에 동료들이 백댄서로 서 있어 주더군요.
우리도 알지 않습니까.
뮤즈, 아쿠아 분들이 무대에서 얼마나 서로를 의지했고 서로의 도움을 받고 서로를 끌어올려줘서
퍼포먼스 능력을 몇 배 업그레이드 시켜왔고 무대의 위기들을 극복해 왔는지를요.
그런데, 니지동 이분들은 아직 경험치도 제대로 쌓이지 않은 상태로 바들바들 떨면서
동료들은 모두 백스테이지에 들어가서 보이지도 않고,
오로지 혼자서 몇만명이 집중하고 있는 무대를 본인들의 기량으로 채워야 하는 냉정한 상황입니다.
단호하게 말해서, 이렇게 세팅한 공식이 너무 잔인해 보였습니다.
사자는 절벽에서 올라온 새끼만 키운다... 뭐 그런 신조일까요?
그런데, 그렇게 보던 제가 마지막의 쿠스노기 토모리님의 무대에는 감동했습니다.
이 분도 분명히 두렵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을 텐데,
정말 씩씩하고 의연하게 자신의 노래와 자신의 기량을 펼쳐 보이더군요.
이 분은 뮤즈의 난짱이나 아쿠아의 아이냐의 역할을 니지동에서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끝나고 저절로 저는 박수를 치고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요.
6. 니지동은 정말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것 같았습니다.
혹여나 실수할까 마음 졸이고, 그래도 대견하기도 하고, 앞으로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도 해 주고 싶고...
리더인 오오니시 아구리 이 분부터 갸냘프고 목소리도 조곤조곤하고 몸매도 하늘하늘하고 말입니다.
뮤즈
1. 어디보자... 2016년 4월 1일이었나? 그 후로 거의 4년 만이군요.
2. 생각해 보면, 이제 아이돌 코스츔 벗고 개인 무대, 개인 팬을 거느리고
하고 싶은 음악/성우일과 계약 다시 해서 얻는 수입, 원하는 일정으로 살던 아홉 분이
한 분의 예외도 없이 다들 나이 30넘게 먹고(릿삐는 한국식 서른살 ^^ ), 한 분은 신혼의 달콤함을 뒤로하고 다시 뭉쳤습니다.
팬들에 대한 감사함과 럽라버들에 대한 진심이 없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게 너무 감동인거죠.
3. 저는 파이널 시점 몇 달 전에 럽라 입덕해서 그 때의 팬들의 세세한 정서까지는 자세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만,
제가 이해한 뮤즈의 팬들이 느낀 상처는 '갑작스레 일방적으로 버림 받은 상실감'이이 가장 컸다고 봤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4년 후에 기약없는 기다림을 하던 팬들에게 이런 방식으로 돌아와서 다시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은
그 상처에 가장 적합한 치유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오늘 뮤즈 분들에게서 받은 인상은 딱 이거였습니다.
'우리는 러브라이버 여러분을 버리지 않았고, 진심으로 언제고 돌아오고 싶어했습니다.'
4. 이런 메세지만 받을 수 있다면, 뮤즈 세트리스트가 좀 적건, 토롯코를 타면서 안무를 적게 했건, 메들리로 1절만 편성했건
그게 뭐가 중요할까 싶어졌습니다.
그냥 아홉분이 무대 한 구석에 서 아무것도 안하고 서 계시기만 해도 저절로 럽라버로서의 버프를 쭉쭉 받는 것 같은데.
5. 각 분들을 보니
소라마루, 서른 넘으시더니 더 예뻐지셨어 ㄷㄷㄷ
난죠르노, 노익장을 과시하십니다?
주책 바가지 마법소녀 웃치, 서른 넘어도 너무 귀여워요.
아이고, 미모링 새댁이 되시더니 러브 애로우 슛이 더 특대포로 날라오는 것 같습니다요?
울보 릿삐, 울다가 웃으면 어떻게 된다고 했죠?
이러니 저러니 해도 뮤즈의 센터에 서 있는 대장님은 누구? 에미츤
파이짱, 그 새 요염해지셨어요?
쿳승, 웃는 보조개가 더 푹 패여서 예전보다 더 환하게 웃더군요.
여전히 도와주러 달려가고 싶은 시카코의 눈망울은 여전히 초롱초롱했습니다.
6. 이 분들은 뭐 하나 찔러만 주면 그냥 지들끼리 농담꺼리 만들고 무대에서 장난쳐서 재밌게 하고, 능청 떠시고... 아주 만렙들입니다.
파이널 때도 이미 그렇게 진화 완료 되었는데, 여전합니다. 과연 '전설의 레전드의 귀환' 기믹 그대로였습니다.
세인트 스노우
1. 이 분들은 아까 니지동을 보니 더더욱 비교가 됩니다.
세인트 스노우 두 분, 그 중에서 특히 아즈사님은 엄청나게 두려운 상황에서도 단 둘이서 의젓하게 잘 해내왔습니다.
갑자기 하코다테, 메트라이프 돔, 도쿄돔의 무대를 차례로 올라와서
백댄서 지원도 없이, 아쿠아처럼 다수가 나오는 것도 아닌 단 둘이 나오는 상황에서
전혀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쭉 퍼포먼스를 잘 해왔습니다. 그야말로 모범생들이죠.
물론 정식으로 공식의 푸쉬를 받는 상황과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참 대범했고, 카리스마 넘쳤으며, 역량도 훌륭했습니다.
새삼 세인트 스노우의 온 길이 떠올라서 감탄했습니다.
2. 그리고 지나가듯이 한 말 '어라이즈' ... 정말로 잘 알고 있군요. 러브라이버들의 아픈 손가락을 ㅠㅠ
3. 가끔 힘든 모습을 보이거나, 가끔 인간적인인 실수도 좀 하고 하면 몰라도 너무 잘만 해 왔기에
세인트 스노우가 걸어온 길의 험란함을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두 분은 러브라이브의 뺄 수 없는 존재들이십니다.
아쿠아
1. 아주 신났습니다. 이제는 능숙할 대로 능숙해져서 다들 즐기고 다들 신나서 무대 합니다.
2. 이젠 무대 위에서 깜짝 팬서비스 하거나 깜짝 상호 퍼포먼스나 돌발 액션 하는 건 그냥 일상입니다. 그래도 하나하나 다 맞춰 집니다.
3. 라이브 특성상 가창력과 상관없이 노래 삑사리도 자주 날 수 밖에 없는데,
그 노래 삑사리가 나도 그걸 능청스럽게 애드립으로 메꾸는 건 다들 이제 패시브 스킬이 되었습니다. (특히 리언니 ㅋㅋㅋ 아주 능숙해요.)
4. 스와와 레일건으로 놀리곤 하지만, 그래도 애정으로 놀리는 거 말고 진지 빨고 말하면 이젠 레일건 졸업해도 되겠어요. ㅎㅎㅎ
5. 역시 아리샤는 미녀답게 긴 생머리 나풀나풀하는 것이 제일 예쁩니다. 거기다가 아젤리아 토리코리코 의상일 때가 제제일 예쁩니다.
6. 아이냐는 웬지 점점 더 작아지는 것 같아요. 대조적으로 그 '파닥파닥'이 점점 큰 액션으로 진화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다가 요정 진화해 버리기 전에 어디 잡아 놔야겠습니다.
7. 아이컁은 미모도, 몸매도, 퍼포먼스 실력도, 가창도, 무대매너도, 예능감도 처음부터 높은 수준에서 출발해서 지금까지 끝없이 성장한 듯합니다.
훗날에 개인 활동을 하실 때 잘 되실 것 같아요.
8. 후리링의 약간 어두운 구석이 어느샌가 사라진 듯 합니다. 그 때 눈물의 고백이 계기였을까요? 정말 보기 좋습니다.
9. 슈카슈는 그냥 타고난 엔터테이너입니다. 무대만 올라가면 사람이 기를 확 받고 사람이 바뀌어서 방방 뜨는 그런 타입의 사람 말이에요.
10. 킹짱의 단발머리!!! 이런 귀한!!!! 전혀 예상 못했습니다. 단발머리는 미인이 해야 성공한다던데.... 하긴 요새 보는 킹짱은 좀 요망하더군요.
11. 안짱에 지워졌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을까요. 그런데 그걸 전부 다 이겨냈습니다.
선배 뮤즈들로 받은 것을 받아 지탱해 내고, 후배 니지동들이 성장하기까지 버텨내고 버텨냈습니다.
어린 나이로 언니들 사이에서 강한 마음을 인정받고,
대중이 아쿠아를 보는 시선 맨 앞에 언제나 나와서 총기를 담은 눈으로 똑바로 정면을 바라 보며 무대를 헤쳐 나왔습니다.
수만 명의 팬들 앞에서 팬심에 어쩌면 그렇게도 잘 맞을 수 없는 절절한 표현들을 외쳐 줍니다.
그리고 무언가 봉인 해제 된 것처럼, 이번 페스에서 말하더군요. "뮤즈가 좋아요"
우린 알죠. 그녀의 일개 하나요 광팬으로서의 러브라이버 시절을.
그랬던 그녀가 몇 년 동안 저 한 마디를 하고 싶었던 것을 지금까지 꾹꾹 참아 왔던 겁니다.
그래서 그 한 문장에 담긴 감정이 얼마나 진한 지는 그걸 아는 사람들은 알고 있었을 겁니다.
라이브는 끝나고
기분 나쁜 음향에 안 좋은 몸에 축 쳐진 채로 극장에 들어간 저는
살짝 흥분한 채로 땀 투성이가 되어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몸이 탈색 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방 좀 따뜻하게 하고 푹 누워 있어야겠습니다.
참, 들어갔을 때 그 신촌 5층 3관의 진동도 바닥에 손을 대고 확인 했는데, 공진에 취약하긴 하더군요.
점프나 쿵쿵 거리는 것을 안 해도 극장에 사람들이 블레이드 흔드는 동작의 반동으로 발에 힘을 가하는 것이
그대로 진동으로 바닥이 약간 흔들리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 관 자체가 진동에 취약한 곳이더군요.
이제 이후의 러브라이브에서는 어떤 길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뮤즈/아쿠아/니지동/세이트스노우의 당사자들은 또 어떤 것들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아직 알 수 있는 건 없지만,
제게 이 컨텐츠가 더 긴 호흡으로 향유할 거리가 된 것임은 확실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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