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콜옵이 또 나왔네요.
몇년간 가상의 전쟁, 그것도 길어봐야 며칠밖에 되지 않는 유사전쟁게임만 나오다가 이제 드디어 진짜 전쟁을 보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콜옵 2차대전은 여러 국가를 배경으로 여러 전선의 일을 보여주었지만 이번작은 미군 그것도 서부전선에 한정해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스토리도 그만큼 강화되어서 츤데레 부사관과 능략 좋은 장교와 함께 적진을 쓸어버리던 배달의 기수식 이야기에서 좀 더 인간적인 이야기가 진행이 됩니다
그만큼 기대도 많이 했죠. 슬렛지 해머 전작인 어드밴스드 워페어가 고스트와 모던워페어3의 악명을 이기고 좋은 스토리와 그래픽으로 무장한 게임이었으니 이번 작도 그 이상을 하지 않을까 하는 거였죠.
그 결과물은 기대대로는 아니었지만 걱정대로의 게임이었습니다.
장점은 많습니다. 우선 그래픽의 발전이 눈에 띕니다. 개인적으로 어워 시절 그래픽이 제일 좋았는데 그보다도 훨씬 나은 비주얼을 보여줍니다. 숲의 안개가 가라앉은 표현이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장점은 이게 다입니다. 그래픽도 첫눈에는 우와 좋다 소리가 나와 자세히 보려고 가면 도트튀는 텍스쳐가 반겨줍니다. 뭐 이건 60프레임을 추구하는 콜옵이니 최적화를 위한 거라고 생각하죠.
게임플레이로 넘어가면 발전은 있었습니다. 블옵3처럼 맵이 넓어져서 여기저기 우회로가 생겨서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분대원 지원을 받아 좀 더 유리하게 전투를 이끌어 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입니다. 결국 이건 콜옵입니다. 적들 만나서 공격하는 적들 물리치고 체크포인트 밟아나가는 방식에서 크게 바뀐 건 하나도 없어요. 길 가다가 포탄떨어져서 시야 흐릿해지고 동료가 얼굴 들이대면서 그래픽 자랑하며 정신차리라 하는 그 콜옵입니다. 그 재현도 측면에서는 잘 만든 것 맞지만 그 방식이 좋냐 하면 호불호 갈릴 수 있다고 봅니다
앞에서 말했듯 제가 이번 콜옵에 기대한 것은 전장에 있는 병사의 체험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는 이 게임은 콜옵이야! 라면서 통수를 쳐주네요.
시작은 부대원들과 다같이 진격하지만 어느순간 돌아보면 그 사람들은 다 어디론가 사라지고 세네명이서만 미션을 계속하다가 마지막에서야 어디서 뺑끼치다 나오는지 여기저기서 기어나오는 동료들을 만날 수 있는 예비군 조교 게임이 되어버립니다.
거창한 배경들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들어가면 태반이 잠입 미션에 특작미션에 제가 원했던 대규모 전투는 손에 꼽을 정도네요.
그리고 탈 것 미션. 자동차야 큰 불만 없었습니다. 물론 차타고적진에서 깽판치는 건 실소가 나오긴 했지만 원래 콜옵은 이랬지 소리가 나오긴 하더군요.
문제는 탱크랑 비행기입니다. 이 게임 제작진은 과연 시리즈 전작에 나왔던 전차미션이나 비행기 미션을 해본 것인가 의심될 정도의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셔먼이! 4호전차와 영거리 전투를 벌이는데 일방적으로 털린다고요? 심지어 4호전차 전면장갑도 못뚫어요? 지금까지 잡졸이던 전차가 이제 중간보스급으로 나옵니다. 분명 근거리에서는 티거도 위협할 수 있는 게 셔먼인데 4호전차는 먼 미래의 카본 코팅이라도 두른 건지 앞에서 뭔 짓을 해도 무조건 도탄도탄거립니다. 다른 전차 게임이 각도와 거리 관통능력 따져서 공격모델 만들 때 이 게임은 셔먼은 약하니 무조건 무슨 전차든 옆구리를 쏴야 이길 수 있어요! 하는 패배적인 마인드로 만든 것이 분명핮니다.
그와중에 조작방식은 wasd기준으로 앞뒤 좌우회전이 아닌 앞뒤좌우 이동입니다. a누르고 있으면 잠시 회전하더니 왼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포탑달린 전차는 이동방향과 조준방향이 다른 것을 이점으로 하는데 이 게임은 무조건 포탑 방향이 기준입니다. 아무리 잠깐 몰고 마는 거라고 해도 이정도는 너무하죠.
비행기는 키마에 익숙하지 않고 설정에 바꾸는 데도 없어서 패드로 했더니... 우스틱이 방향조절이요? 에컴도 안해봤나! 하고 키마로 억지로 했네요.
그리고 고증. 전문적으로 깊은 지식과 그런 거 없이도 이게 말이 되나? 싶은 것들이 튀어나옵니다.
노르망디의 한국인도 아니고 소련제 파파샤가 굴러다니질 않나 매번 우리를 반기던 카구팔이 아니라 뜬금없는 카라빈인지 뭐시긴지 듣보잡총이 어느새 독일군 스나이퍼 제식이 되어있다던가 어이없는 총기 출현은 게임적 허용이라 봐준다 치더라도 아직도 무릎까지 내려오는 누가봐도 나치 스타일의 가죽자켓을 입은 전차장은 잊혀지지 않네요. 저런걸 입고 다니니 주인공한테 털리는 거지란 생각밖에 안들던 모습이었습니다.
아마도 싱글의 고증오류만으로 영상 만들면 게임보다 길어지지 않을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토리입니다.
처음 트레일러 보고 영화 퓨리처럼 전쟁으로 피폐해져가는 미군들의 모습과 PTSD같은 것을 다룰 줄 알았습니다만 결국은 피폐조무사 멘탈갑 미군들이었습니다.
그냥 무난한 전쟁영화입니다. 적당히 부대원들과 충돌이 있고 독일군 박살내면서 서로를 이해해가는 그런 스토리요. 아주 좋다고는 못하지만 플레이에 방해가 되지 않고 적당히 적당히 괜찮은 스토리였습니다. 다만 엔딩이 너무 급작스럽게 나오고 주인공의 트라우마란게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사실 6만원돈이 안아까운 게임은 아니에요. 싱글만 하기에는 아까워요. 근데 전에 정가주고 샀던 몇몇 콜옵을 생각하면 그것보다는 덜 아까워요. 어차피 멀티가 주인 게임이고 싱글은 주 목적중 하나일 뿐이니까요. 만일 싱글만 할 거라면 정가는 살짝 비추합니다. 그 돈이면 다른 게임사서 수십시간 즐길 수 있는데요. 작년 콜옵 가격방어 실패한 거 생각하면 조금 기다리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 싶어요.
내년 콜옵은 무슨 게임이 나올지 기대는 되지만 큰 기대는 안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트레이아크? 갑자기 설마 이번에는 잘 만들겠지란 기대가 생기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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