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편 링크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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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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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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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여기가 어디인지 궁금하지 않아?”
확실히 스파르탄은 수많은 전장을 돌아다녀 봤지만 이런 지역은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황폐하고 너저분하면서도, 이상하리만치 활기와 생명력이 가득해 보였다. 보통 이렇게 황폐하고 너저분한 곳은 비통함과 죽음의 냄새만 맡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크레인에 실려 가면서 눈에 띈 것은 쓰레기와 고철을 이어붙여 만든 가건물. 그리고 한 집 걸러 술과 음식. 뭔가 이상한 약품을 파는 가게.
종이 쪼가리를 들고 히히덕거리는 사람들과, 그걸 바닥에 패대기치며 화를 내는 사람들.
어디서 나오는 건지 몰라도, 돈이 무한하게 솟아나는 것처럼 식량과 부품을 길거리에 뿌리는 취객. 확실히 대도시나 분쟁지역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종류의 인간들이었다.
대도시의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무질서하고 불규칙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분쟁지역의 사람들이 저렇게 즐거움에 취해 사는 모습을 본 적도 없었다.
부머 03은 그때 존재하지 않는 메모리가 또 다시 흘러나오는 걸 인지했다. 그는 데이터에 존재하지 않는 메모리가 재생되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
이번에는 팔다리가 없거나, 휠체어에 몸을 유지해야 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천막촌의 풍경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절망과 좌절에 가득 차, 하루하루 목숨만 이어붙인다는 식으로 굼뜨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도 깨진 유리조각에 비쳤는데, 팔다리는 멀쩡히 붙어있지만 몸의 절반이 흉측하게 문드러져 있었다.
‘즉 이곳에서 멀쩡한 사람은 없는 건가? 대체 어디지?’
하지만 그 광경 안에서도 한 소녀가 정크로 만든 인형으로 인형극을 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녀의 인형극에 잠시나마 깊은 절망을 씻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놀랍게도 줄도 없이 허공에 인형을 띄워, 아주 자연스럽게 인형극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인형극을 하는 소녀를 이전에 어디서 본 것 같은 기시감에, 데이터 오류를 의심했다. 그 와중에 소녀는 인형극을 마친 뒤, 자신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자신은 머뭇거리면서도 그녀의 손을 붙잡았고, 그녀는 자신을 끌고 어딘가로 향했다.
거기까지 메모리를 재생한 스파르탄은, 바로 정신을 차린 뒤 바깥 풍경을 둘러봤다. 메모리에 저장된 그곳과 다른 모습에, 그는 다시금 의문을 표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곳이다. 대체 여기가 어디인가?”
부머의 질문에 여성이 그의 먼지와 기름때 가득한 본체 위에, 새롭게 페인트로 도장을 입히며 대답했다.
“여기? 쓰레기와 투기장 도박의 도시 소모라. 일자리를 잃은 가난한 사람들이나, 중요 모듈을 제거한 바이오로이드. 그리고 박살 난 AGS까지 전부 다 여기로 흘러들어오지.”
스파르탄은 처음에는 그녀가 인간 여성인 줄 알았지만, 그녀의 목덜미에 새겨진 바코드를 보자마자 바이오로이드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바이오로이드? 그것도 아쿠아 모델인가? 아쿠아 모델이라면 이런 빈민촌 같은 곳에 있을 리 없을 텐데?”
아쿠아 모델이라고 불린 바이오로이드는 목덜미 쪽을 만지작거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확실히 아쿠아 모델은 보통 부잣집이라 불리는 대 저택에서 정원 관리 업무를 맡았다.
실제로 부머 03도, 가끔 높으신 분들에게 임무 보고를 할 때. 아쿠아가 정원을 손질한 것도 몇 번 보긴 했다.
“응 바이오로이드야. 중요 모듈이 다 제거되어서 반쪽짜리지만.”
그러자 젊은 남성 쪽이 환하게 웃으면서 한마디 했다.
“그래도 우리가 차량 조작이랑 기계 수리법을 가르쳐줘서 한 사람 몫은 할 수 있다고. 반쪽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제 몫을 하는 거야.”
젊은이의 모습은 이렇게 우중충한 황무지 같은 곳과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노인도 청년도 반쪽짜리가 된 바이오로이드를 대하는 게 흔히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그건 그렇고 이런 도시는 처음 본다. 바이오로이드와 인간. 그리고 AGS가 나란히 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라니.”
노인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투로 스파르탄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다가 금방 이해했다는 듯 크게 웃으며 스파르탄의 어깨를 가볍게 때렸다.
“하긴 스파르탄이면 나름 신형이니 이런 광경을 못 봤겠지.”
“소모라에서는 인간이나 바이오로이드나 다를 게 없으니 서로 차별할 일도 없거든. 사이좋게 모두 다 밑바닥을 긁어먹으면서 살아야지. 그건 너희 AGS도 마찬가지야.”
스파르탄은 모두 다 밑바닥을 긁어야만 한다는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지, 카메라만 몇 번이고 공회전을 시킬 뿐이었다.
“아무튼 네 그 몸을 더 말끔하게 움직이도록 도와줄까?”
노인은 이런 눈치를 빨리 잡아채고서 그가 바로 알아들을 말로 분위기를 돌렸다.
확실히 임시로 긁어모은 부품을 조립한 탓인지, 이전보다 몸을 움직이는 게 더 쉽지 않았다. 부머는 지금 상태로는 블랙 리버의 본사 근처에도 못 간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부탁한다. 내 몸을 더 좋은 부품으로 수리해줬으면 한다. 내게는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할 수 없는 임무가 있다.”
“임무?”
셋은 반대로 스파르탄이 내뱉은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봐도 오래 전에 폐기처분을 당했을 법 같은 AGS가 ‘임무’를 주장한 것이다.
“조금 이상한 기종 같은데.”
“어딘가의 모듈에 이상이 있는 건가?”
아쿠아는 거기까지 말했다가 괜한 소리를 했다는 생각에 입을 가렸다. 자신 역시 그런 걸로 따지자면 할 말이 없었고, 언니나 다름없는 기종인 리제 역시 심각한 결함으로 인해 폐기율이 상당히 높았다.
‘그래도….’
게다가 리제 기종도 이곳에 다수 버려진 덕분에, 아쿠아의 가슴 속이 더욱 답답하고 무거워졌다.
“일단 우리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사실은 확실하잖아. 최근에 후원해주던 선수도 하나 잃어버렸고. 게다가 AGS가 우리한테 통수 같은 걸 칠 일이 있겠어?”
하나하나가 다 맞는 말이었다. 셋은 당장 경기에 내보낼 선수부터 찾아야 할 판이었다. 그러지 않았으면 고철 더미까지 뒤져서 ‘좀 멀쩡한’ AGS를 찾으러 다닐 일이 없었으니까.
“그렇게까지 말하면야 일단 얘기는 꺼내봐야 하겠군.”
노인이 그렇게 말하며 스파르탄에게 다가갔다. 스파르탄은 셋이 자기들끼리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다, 자신에게 다가오는데도 별로 경계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먼저 노인이 두어 번 정도 목을 가다듬은 뒤 이야기를 꺼냈다.
“혹시 인간들이 쓰는 속담 중에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말은 알지? 그 부품도 그렇지만 새롭게 구할 부품도 여기선 전부 다 비싼 물건이라고.”
스파르탄은 노인이 뭔가를 요구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바로 대답했다.
“뭐든 하겠다. 애초에 내게 용건이 있어서 수복한 게 아닌가?”
이에 노인은 얼굴에 미소를 가득 담았다.
“확실하지? 그러면 따라오라고. 마침 오늘도 경기가 있으니까. 구경도 할 겸 뭘 해야 할지 미리 봐야지.”
그 모습에 청년과 아쿠아는 일이 너무 쉽게 풀린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스파르탄을 데리고 소모라 시에 활기를 불어넣는 용광로 같은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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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새벽에 일어나서 비축분을 써두느라 정신이 없네요. 일단 전개 상황은 중반을 넘어서긴 했습니다. 아마 다음주 쯤에 후반으로 넘어갈 것이고 이 주 뒤면 스파르탄의 시즌 1 분량은 다 쓸 것 같습니다. 물론 이래도 시즌 4까지 예상하고 있는지라, 쉬지 않고 계속 세이브 원고를 만들겠죠. 거기에 틈틈히 넣을 외전도 필요하고 말이죠. 그러니 편당 원고 수가 다소 짧아 보여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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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담 같은 동네보다는 그래도 나을 것 같습니다. 물론 멸망 전의 이야기니 어딜 가도 부머 03에겐 지옥이겠지만요 | 20.11.04 12: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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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곳이 달라지면 보는 것도 달라지니까요 아쿠아는 소모라에 잘 적응한 겁니다 | 20.11.04 15:0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