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펙소 콘소시엄의 함대는 주목하십시오.”
- “저는 범인류연방군 해군 태평양함대 제3함대사령관인 워울프 루가루 중장입니다. 우리 연방군은 멸망한 인류를 재건하고, 인류를 수호해 나가기 위해 이 곳에 와있습니다.”
- “우리 바이오로이드 모두 인간이며, 누군가의 명령에 족속되어 살아갈 존재가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만들어진 물건이 아닌, 스스로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임을 자각하고 계신다면 지금이라도 연방군에 투항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 “불필요한 희생을 치를 필요는 없습니다. 고통을 받으며 살아갈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자유와 평화이며, 지금 이 방송을 듣고 계신 여러분들 또한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여기는...”
연방 해군 제3함대의 등장에 펙소 콘소시엄의 유일한 태평양 방면의 유일한 함대인 델타 휘하의 30함대와 오메가 휘하의 24함대는 전투 대형으로 포진하여 그들의 진로를 막아세웠다. 레이더 상에 나타나는 연방 함대의 표적의 수는 약 80여척. 펙소 콘소시엄의 두 함대는 지난 번에 레모네이드 오메가의 명령에 서태평양으로 출동하여 연방 함대와의 교전을 벌인 뒤 27척의 군함을 잃고 트리톤 부대를 거의 전멸당했지만, 대서양 연안에 남아있는 함정들을 파나마 운하를 통해 급하게 증원한 덕분에 수적으로 부족함은 없었다.
문제는 디코이를 뚫고 나타난 제3함대가 바로 공격을 하지 않고 투항 권고 방송을 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워울프라고 밝히는 연방 해군 함대의 함대사령관의 투항 권고 방송이 들려오자 문리버의 30함대와 오메가 그룹의 24함대의 승조원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지금... 연방이라고 했어...??”
“연방이 있다는 게 사실이었나봐...!”
“우, 우리가 인간이라고...??”
“지, 진짜 넘어가면 더 이상 고통스럽게 살지 않을 수 있을까...??”
펙스 함대의 수병들이 공포에 떨면서도 연방 함대로부터 오는 투항 권고 방송에 귀를 기울였다.
오메가가 범인류연방의 존재를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었으나 레모네이드 베타의 계략으로 연방의 존재가 대놓고 퍼진 본토와 달리, 펙스 휘하 함대 승조원들은 아직 연방의 존재를 소문으로만 치부하고 있었다. 당장 펙스의 함대가 연방 해군 함대와 대치하는 지금 이 순간, 이미 연방의 원정군이 몬태나 주와 뉴멕시코, 텍사스 주를 상륙하여 미 본토를 공격했는데도 말이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레모네이드 오메가가 해군 특유의 폐쇄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철저하게 외부로부터 오는 정보를 통제했기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레모네이드 오메가의 허락 없이는 승조원들은 군함에서 하선을 할 수가 없었다.
땅 자체를 밟지 못하니, 외부로부터 오는 정보에 둔감해질 수 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오메가는 해군에게 특히나 군기를 강요하여 조금의 사소한 실수라도 무자비한 폭력으로 해군을 다스렸다.
해군 특성상 바다에서 군함을 가지고 싸우는 집단이고, 여차하면 펙스를 배신하고 도망갈 가능성이 높은 군종이기 때문이었기에 함대 수병들 서로를 의심하고 폭력으로 다스리게끔 만들었다. 여기에 오메가는 함장이나 부장같은 간부급 인원들에게는 자신의 함대나 함정에 대한 막대한 권리를 쥐어주었고, 그들을 함대와 함정의 왕으로 군림하게 제한적이나마 자신과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전술했듯, 오메가가 함대 승조원들에게 특별 외출을 허가해도 함장이나 전단장이 이를 자신들 선에서 출타를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하급자는 상관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승복하고 그것은 펙스의 총재이신 오드리스콜 회장이 직접 명하는 것으로 알라며 전 함대에 지시하였고, 이 때문에 펙스 해군 함대는 순수하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충성심이 아닌 구타와 가혹행위를 통한 억압과 공포로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마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정신력을 강요하며 똥군기를 일삼은 일본 제국군처럼. 실제로도 이런 무자비한 폭력과 공포는 군대라는 조직을 통제하기 아주 쉽고 훌륭한 수단이기도 하였고. 이러니 펙스 해군의 고위급 간부들은 펙스를 향한 영원한 충성심을, 수병들은 펙스에 대한 공포심으로 그들의 통제에 순응하게 된 것이었다.
펙스 함대사령관은 연방 함대의 투항 권고 방송을 묵살하고 전 함대에 전파하였다.
“전 함선, 주목하라.”
“펙소 콘소시엄과 연방 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오직 증오 뿐이다.”
“연방은 펙소 콘소시엄의 총재이신 오드리스콜 회장님의 인류 재건이라는 원대한 계획을 방해하려는 괴뢰일 뿐이다.”
“전 함정은 연방을 적으로 인식하고 적 함대를 격침시키도록 하라.”
- “하지만, 사령관님. 분명 저들은 인류를 수호하고 재건해나간다고 하였습니다. 만약 저들이 우리의 적이라면 진즉에 공격을 했을 것입니다.”
- “사령관님, 일단 물러섭시다. 더 이상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우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교전을 취소하고 저들과 대화를 해봅시다.”
펙스의 함대사령관이 자신들을 향해 투항을 권고하는 연방 해군 제3함대를 향하여 공격 명령을 하달하려는 찰나, 구축함 한 척이 함대의 진형을 이탈하여 자신의 함대의 진로를 막아세웠다. 아무리 레모네이드 오메가가 함대의 간부급 인원들에게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보장하여 그들을 구워삶았다 하더라도,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펙스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했다. 펙스 함대의 진로를 막아세우고 있는 구축함의 함장도 마찬가지였다.
함대의 진로를 막아세운 구축함의 함장은 전체 통신 채널에 대고 연방 함대에 투항할 것을 함대사령관에게 간절히 요청하였다.
하지만 진형을 빠져나와 자신들 함대의 진로를 방해하는 아군의 구축함을 향해, 함대사령관은 이렇게 말하였다.
“펙스와 함대에 충성하는 모든 함선에 전한다. 반역자가 우리의 앞 길을 막고 있다.”
“전 함대는 우리의 진로를 방해하는 구축함 악시오스호를 공격하라!”
- 투콰아앙!!!
- 콰과아아아앙!!!!
“아니, 저게 대체...?!?!”
“제독님, 펙스의 함대가 자기네 함정을 향해 포격을 가하였...”
“알아, 나도 봤어...!!”
“저 자식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아군 함선을 공격한거야...?!?!”
오퍼레이터의 보고에도, 루가루 중장은 눈 앞에서 벌어진 상황을 보고 충격을 금치 못하였다.
설마 펙소 콘소시엄의 함대가 자기네 함정을 공격할 줄이야.
진로를 막아세워가면서까지 투항을 재고해줄 것을 요청하였던 펙스의 구축함은 자기네 해군 함정들의 함포 세례를 받고 포화에 휩쌓였다. 죄몫은 아마도 옳은 소리를 한 대가일 것이다. 아군 함대의 집중 함포 사격을 받은 펙스의 구축함이 붉은 연기로 뒤덮혀갔고, 해수면 아래로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펙스 함대도 자기네 구축함이 침몰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겨우 함포 세례를 중단할 수 있었다.
멀리서 봐도 느껴질 정도로 연방 해군 함대와는 확연히 다른 억압적인 분위기. 저기서 까딱 잘못했다간 똑같이 개죽음을 맞이하고 말 것이다. 특히나 해군은 알보병과 달리 군함 하나하나가 무시못할 전력이이었기에, 아군 함선 하나를 아무렇지 않게 자침시킬 정도로 저들이 얼마나 극악무도한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이대로라면 더 이상의 투항 권고는 의미가 없어 보인다.
루가루 제독이 판단하기에도 더 이상 투항해올 펙스의 병력들은 없어보였기에 펙스 함대를 향하여 공격 명령을 하달하려고 하였다.
그 순간...
“사령관님, 저기 좀 봐주십시오!!!!”
“음?”
- “... 여기는 영광스러운 포세이돈급 미사일 구축함인 데메테르다.”
- “아군의 함선을 격침시키는 함대사령관은 따를 수 없다!!”
- “우리는 더 이상 펙스 치하에 독재에 따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부터 연방 함대에 투항하여 인류를 수호하고 재건해나갈 것이다!!”
- “우리에게 동의하는 모든 함선은 항로를 바꿔 우릴 따라오도록 하라!!!”
“기함을 따르지 않는 함선은 반역자로 간주하고 공격할 것이다!!!!”
격침된 펙스의 구축함을 뒤로 또 다른 함선들이 연방으로의 전향을 위해 펙스 함대의 대열을 이탈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방금 전 자신들 함대의 함정이 함대사령관의 명령 한 마디에 격침된 것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기꺼이 자신들의 목숨보다 자유를 향한 전향이라는 위험천만하고도 용기있는 결단을 내렸다.
방금 전 함대의 진로를 막아세우며 함대사령관을 설득하려다가 격침당한 그 구축함처럼, 투항의사를 밝힌 군함 대여섯 척이 펙스 함대의 진형을 벗어나 제3함대를 향해 급속항진하였다. 그러자 전향하지 않고 남아있던 펙스 함대의 함정들이 함포를 일제히 전향자들을 향해 겨누기 시작했다.
“펙스 함정들이 진로를 바꿔 우리에게 투항해오고 있어...!!!”
“전 함대, 지금 즉시 항모의 전투기들을 발함시키도록!!!!”
“저 용감한 전향자들을 보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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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중 삽화로 사용되는 그림과 사진의 출처는 구글링과 핀터레스트입니다.
인간이 되었지만, 방황을 하던 이들도 있었죠. 앨리스가 대표적인 사롑니다.
그래도 끝내 다들 자신의 적성을 찾아갑니다. 모듈을 뗀 후유증인지 몰라도 앨리스는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성격에서 여유롭고 능글맞은 성격으로 바뀌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세라 대장의 모티브는 소설 데프콘에 등장하는 대한민국 해군/공군 조종사인 황인호 중령에게서 따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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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펙스는 인게임에서도 개판 그 잡채... | 24.04.11 11: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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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04.11 19:1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