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옷이랑... 속옷이랑...”
“침구류는 오후에 배송해준다고 했으니... 이걸로 장보기 끝!!!”
“헤헷~ 이러니깐 진짜 신혼같네. 막 이래~”
“신혼 맞잖아.”
“에헷, 그러네?”
“아직도 꿈만같아, 정말~”
“드디어 유빈이랑 만나고, 이렇게 바로 또 결혼도 하고...”
“... 아버님이랑 어머님까지 한 큐에 만나뵙고...”
“아...”
“반가워, 새 엄마야.”
“새 아빠야.”
“아, 네, 네! 어머님, 아버님!”
“저도 잘 부탁드리겠ㅅ...”
“그래서...”
“아키하바라에 내 등신대 동상을 세운 것도 너였구나, 우리 새 아가?”
“네, 네...????”
“...”
“... 어우... 어머님 포스가...”
“아, 아하하하...”
“아, 장 볼거 더 안 필요해??”
“으음... 더 안 필요하냐고 물으면 사실 필요한 게 많긴 한데...”
“그래도 아끼면서 살아야지~”
“즐거운 토모였던 시절에는 햄버거를 한 달에 한 번 밖에 못 먹는 일도 있었었다구.”
“이젠 그럴 일 없어.”
“리앤이 원하는 거, 먹고 싶은 건 내가 다 들어줄테니깐.”
“진짜??”
“그럼~ 우리 저기 가서 도넛먹을까?”
“좋지.”
신혼 장보기를 하던 유빈과 리앤은 집으로 돌아가던 중 근처 카페에 들렸다.
해운대 바다가 잘 보이는 바깥 테라스를 배경은, 일본에서 봤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주문하신 글레이즈드 도넛이랑 아메리카노 두 잔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그러고보니 돌아와서 기록들을 좀 찾아봤었어.”
“응, 내 찌찌도 대놓고 다 보고 말이야, 그치~?”
“앞으로 집에서 매일 볼건데 예행연습 했다치지 뭐.”
“아핫~ 왓슨 정말 응큼해~”
“하여튼 그래서?”
“음...”
유빈은 잠시 뜸을 들이고 말을 이어나갔다.
“셜록은...”
“... 그 이후로 어떻게 된 거야?”
“... 셜록은...”
“... 죽었어. 키리시마 게이트 터진 뒤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설마 그ㄱ...”
“아니야.”
리앤은 유빈의 불길한 예측을 부정하듯 엷게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사고였어. 조금의 의혹도 없는... 아주 완벽한 사고...”
“그럴리가...”
“확실해. ‘내’ 가... 잡혀가기 전까진 모든 걸 바쳐서 검증해봤으니깐.”
“잡혀가다니?”
“펙소 콘소시엄으로 말이야.”
“사실 나 이미 한 번 걔네한테 납치당한 적이 있거든. 물론 지금의 내가 아니라 예전에 즐거운 토모 시절의 나지만.”
“알잖아, 즐거운 토모의 유전자로 만들어진게 나라는 걸. 그래서 우리 리앤 자매들 모두 자신들을 즐거운 토모로 인식하고 있다고.”
“그랬었지, 참.”
“펙스는 연합전쟁 터지기 전부터도 그랬구나.”
“정부를 뒤짚어 엎으려고 했던 제왕적 기업이니깐. 그나마 삼안이랑 블랙리버는 법의 테두리를 거의 벗어난 적이 없지만, 펙스는 이미 그 때부터 저질러 놓은 짓이 꽤 많았어.”
“나도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법적으로는 상적으로 태어난 사람이 아니지.”
“그렇구만...”
리앤이 씁쓸하게 대답하였다.
즐거운 토모의 유전자를 베이스로 자비로운 리앤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허나 그 유전자를 어떻게 취득하였느냐는 모르고 있었는데, 대놓고 무식한 방법을 썼을 줄이야.
“하여튼 그렇게 조사를 했고, 셜록은 정말 사고사로 죽은 게 맞아.”
“어쩌면... 사람에게는 평생 이룰 수 있는 업적의 한계치가 있는 지도 몰라.”
“셜록은 엄청 평범한 사람이었거든. 그런데 평범한 사람이 평생 걸려서 이룰 만한 일을 한 번에 이뤄버린거야.”
“응... 분명히 그런 걸 거야...”
“그렇게. 생각해보면 평범한 사람이었지.”
“겁도 많고...”
“융자도 32년이나 남아있었고...”
“하하하하하!!!!”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다. 그래서 기왕 카페에 들린 거, 도넛을 좀 더 시켰다.
즐거운 토모 시절 셜록과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 리앤은 지칠 줄 몰랐다.
엄밀히 말하자면 셜록은 즐거운 토모 시절의 리앤과 친구였을 뿐, 유빈과 친구였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유빈은 리앤의 말을 들으며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아련함이 퍼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사랑과는 또 다른 감정.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친구를 위한 아련한 그리움이었으리라.
“아 참, 아까 융자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이번에 관사도 새로 신청했거든? 지금 요코스카에 있는 내 관사는 독신자 숙소니깐, 기혼자 숙소로 변경 신청했어. 아마 조만 간에 숙소가 배정될 거야.”
“그 때까지는 뭐, 일단 지금 살고 있는 관사부터 짐 빼고 부산이랑 일본 오가면서 출퇴근해야지.”
“괜찮겠어? 괜히 무리하는 거 아니야?”
“괜찮지, 너가 있는데.”
“어유~ 말은 청산유수야, 정말~”
“하하하하하하~”
“... 우리 저녁에는 초밥이나 먹으러 갈까?”
“초밥?”
“응.”
“초밥이 좀 땡기네.”
“그, 한 접시에 100엔 하는 초밥...”
“여기도 있거든, 그런 곳.”
“...”
“... 좋아!”
“가자, 초밥 먹으러!”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그 친구가 만약 이 자리에 있었더라면, 아마 결혼식 들러리를 해주지 않았을까?
그러고 나서 뒤풀이 파티에 초밥을 왕창 시켜놓고 먹었겠지.
... 메인스트림 엔딩의 후일담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챕터의 시작이었다.
이제는 셜록과 즐거운 토모에서, 리앤과 자신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꾸려 나갈 차례였다.
혹여나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다면 이 모습을 꼭 봐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메인 챕터 제1장의 막을 내리도록 하자.
... C.H. 두 도시 이야기 : 후일담 – 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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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중 삽화로 사용되는 그림과 사진의 출처는 구글링과 핀터레스트입니다.
네에~! 흐린 기억 챕터가 드디어 끝났습니다!!!
가장 공을 많이 들여 쓴 챕터였습니다. 이렇게 해피엔딩...? 으로 끝나서 참으로 감개가 무량합니다!!!!
쓰면서 제가 감정 이입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스스로 작중 상황에 화를 내기도 해보는, 그런 챕터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챕터는 참 애착이 깊습니다.
그리고 리앤에게 뽀끄루 흐붕이 만큼이나 푹 빠져버린 결정적 계기가 된 챕터이기도 합니다... 으흐흐흐흫ㅋㅋㅋㅋㅋㅋㅋ
어떤 의미에선 민하준 장군 챕터의 마지막 에필로그 챕터라는 느낌도 조금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약간 그런 의도를 넣기도 했구요.
이제 다음 챕터 부터는 오르카 인류 저항군이 아닌 새로운 이름으로 나올 것 같습니다. 물론 이유는 다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오메가 잡으러 가야죠, 이제!
다음 챕터는 아마 8지역과 9지역을 합친, 동부전선 이상없다 입니다. 감마가 메인 주인공으로 나올 것 같은 챕터인데요, 다들 많은 기대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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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03.04 23: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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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03.08 21:4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