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의도가 다르단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장내가 술렁였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들은 케시크에 대해서 잘 모를테니깐 말이다.
하물며 제2차 연합전쟁 당시 블랙리버 군과 펙소 콘소시엄의 지휘관이었던 벨리코프 원수 조차, 케시크의 원래 생산 목적이 뭔지는 모를 것이다. 실제로 표정을 보니 그러했다. 이 또한 당연했다. 벨리코프 원수는 기업군 군대의 지휘관이었지, 바이오로이드를 생산하고 제작하는 기술개발부가 아니었으니깐. 애시당초 T-4 케시크는 제1차 연합전쟁 이후 생산이 중단된 모델이었다. 제2차 연합전쟁 당시 앵거 오브 호드를 지휘했던 벨리코프 원수가 알 부분이 아니었다.
다만 T-4 케시크의 바이오로이드 모델 생산 자체는 중단되었어도, 제1차 연합전쟁 이후 제2차 연합전쟁 당시 그녀를 케시크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긴 했었다. 하지만 그건 개조되기 전의 모델이 케시크였기 때문에 칸이라는 새 이름보다 기존의 이름을 더 익숙해하는 사람들이 부르는 별명 혹은 별칭에 가까웠다. 민하준 원수가 저항군 초창기에 합류했을 때 칸을 보고 케시크라고 불렀던 이유도 이와 무관하진 않았다. 특히나 오르카 인류 저항군의 칸은 멸망 전 제2차 연합전쟁 당시 삼안의 기업 군대 소속으로 그의 지휘를 받았었으니깐, 그 당시 삼안 기업군 군대의 군사고문이었던 그가 모를 리 없었다.
다만 이 모든 것들을 다 떠나고 솔직히 말해서, 칸이 듣기에는 그다지 썩 기분 좋은 별명은 아니었다.
“T-4 케시크는 원래 부대의 군수 및 의무지원을 위해 개발된 바이오로이드 병사입니다.”
“쉽게 말해서, 의무병이었죠.”
“저는... 그러니깐 케시크였던 제가 칸이 될 수 있었던 건...”
“그런 운용의도를 한 참 벗어난 개조를 받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케시크가 원래 의무병이었다구요?”
“네, 그렇습니다.”
평의회는 물론이고, 벨리코프 원수 또한 몰랐다는 듯 반응을 내비췄다.
T-4 케시크는 제1차 연합전쟁 당시 앵거 오브 호드에서 후방지원과 의무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위생병, 혹은 지원병이었다. 평의회가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이 케시크의 존재를 잘 모르는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 케시크가 칸으로 개조되면서 더 이상 케시크를 만들 이유가 없어져 케시크의 대한 바이오로이드 생산라인의 가동이 중단되어졌기 때문이었다. 속된 말로 반짝 나타났다가 곧 바로 사라진 바이오로이드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나마 생산라인이 중단되기 전에 생산되어져 남아있는 케시크들은 모두 칸으로 개조되거나 했으니 더더욱 모를 수 밖에 없었다.
이러니 T-4 케시크라는 바이오로이드에 대해서 다들 아는 것이 없는 것이고, 그나마 알고 있는 내용이 칸이 케시크로부터 개조된 것으로 알고 있으니, 평의회가 칸을 불러 이렇게 물어보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었다. 조금은 안일한 생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르카 인류 저항군의 유일한 칸인 그녀 만큼의 능력을 단 번에 끌어내어 발휘해낼 수 있는 그런 전투 지휘자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이, 솔직한 말로 조금은 무책임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칸은 마저 평의회의 물음에 대한 대답을 이어나갔다.
“그러니 여러분들의 의도대로 T-4 케시크를 복원해서 지휘관으로서 양성하실 목적이시라면...”
“아마 복원과 동시에 사관학교로 보내서 장교 양성 교육을 처음부터 다시 받게 하시는 게 더 빠를 겁니다.”
“전력 확충을 위해서 케시크를 복원하실 목적이라면 저로서도 딱히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녀는 분명 저항군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니까요.”
“하지만 지휘관이 필요해서 복원하는 것이라면 저는 반대합니다.”
“저 말고도 앵거 오브 호드의 지휘관이 필요하신 거라면 차라리...”
“차라리?”
“...”
칸이 이어서 무언가 다음 말을 하려다가 순간 짐짓 멈칫하며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눈을 질끈 감고 잠시 침묵을 한 뒤, 천천히 눈을 뜨며 다시 말하였다.
“아닙니다, 아무것도...”
“... 하여튼 제 의견은 이렇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T-4 케시크는 저항군에 우수한 전력이 될 순 있을겁니다. 하지만 만약에 저 같은 전투 지휘관으로 배치시킬 생각이시라면...”
“감히 청언하건데 그만두어주시길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 어... 예, 일단 알겠습니다.”
“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아니요,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칸 소장. 이만 돌아가보셔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인류에 영광있으라.”
칸은 통령을 향해 경례를 하곤 정모를 챙겨서 서둘러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마치 그 모습이, 무언가를 애써 숨기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평의회 멤버들 모두가 그런 느낌을 받았다.
“칸 소장, 마지막에 말할 때 뭔가 숨기는 것 같지 않았나요?”
“숨긴다기 보다는 그냥 뭘 더 말 하려다가 주저한 듯한 느낌이군요.”
“구태여 묻지는 맙시다. 어쨋건 간에 그녀의 의견은 들었잖소.”
“T-4 케시크는 전력으로서는 충분하나, 지휘관으로서는 부족하다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각하?”
“그녀가 원래 의무병이었다고 해도, 어쨋건 앵거 오브 호드 사단의 부대 증편은 필연적입니다. 차후 통합전투사령부 증창설의 문제도 있구요.”
“호드 사단의 증편 문제와 케시크에 대한 이야기는...”
“제가 칸 소장과 따로 만나서 다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흐음...”
“좋습니다, 의장.”
“T-4 케시크를 복원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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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에는 오랜 만에 사장되었던 대원이 다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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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미처 거기까진 생각을 안하였읍니다... 헣ㅎ... | 23.10.29 19: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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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10.29 19:5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