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스탄차는 의자에 앉아 종이를 샅샅히 흩어보는 주인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단어라도 빠지지 않도로 페이지를 읽고 다시 읽고를 반복 하던 양복을 입은 중년의 남자는 크흠 하는 소리와 함께 팔짱을 꼈다.
"그래도 학점을 다시 원래대로 올리는데 성공했군. 조금 불안했는데."
"도련님이 열심히 노력했길 때문입니다."
하우스키퍼인 콘스탄차는 고개를 한번 숙인 뒤 말을 이어갔다.
"이번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방안에서 나오지 않으실 정도였습니다. 오죽하면 저희 메이드 세명이 도련님이 무슨일이 생긴게 아닌가 걱정될 정도로요."
"후계자라면 그런 자세는 기본이지."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 곁에 두고 있던 와인잔을 따른 뒤 한 모금 마셨다.
"앞으로 사업을 이어가려면 수많은 실패 또한 겪어야 한다. 그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어떻게든 만회해 나가는것 또한 중요하지."
말이 끝난 뒤 와인잔에 와인을 따른 뒤 콘스탄챠에게 건네 주었다.
"제가 어찌 주인님의 술을..."
"마셔. 그동안 아들녀석 보필하느냐 수고 한 보상이라 생각하고."
"그럼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미소와 함께 와인을 마시는 콘스탄차를 보면서 남자는 팔짱을 낀 체 창문을 바라보았다. 밖을 보니 서울 도시의 야경이 눈에 보였었고.
"물어보고 싶은게 있나보군 콘스탄차."
"그것을 어찌."
"모르는게 이상하지. 얼굴 표정만 봐도 이젠 생각을 읽을수 있거든."
와인의 음미를 맛보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콘스탄차를 향해 힐끗 바라보았다.
"너랑 같이 지내온 시간이 얼마인데 그정도는 기본이지."
"주인님도 참."
방긋 웃는 콘스탄차를 본 뒤 크흠 하면서 다시 창문을 바라보는 남자. 그런 주인님을 보면서 콘스탄차는 속으로 생각했다. 주인님은 여전하시군요 라고.
"그래서 질문이 뭔가. 부담 갖지 말게."
"다름이 아니고..."
잔에 담겨진 나머지 와인을 마신 뒤 다시 테이블 위에다 놓은 뒤 공손히 손을 모은 뒤 말을 이어갔다.
"오래전 부터 물어보고 싶었던겁니다. 왜 주인님은 도련님을 너무 혼자 두시는지 말입니다. 어리실적부터 도련님이 무슨일이 생기셔도 심지어 최근 학생 회장 건에도 혼내키시거나 그러지 않고 말 몇마디로 끝내시고요. 도련님이 오죽하시면 부모님이 자신을 잊은게 아니신가 라고 말하셨습니다."
"내가 무슨 자식을 방치하는 차가운 부모로 보이는가?"
역시 그 질문인가. 라고 작게 말하는 소리가 콘스탄차의 귀로 들려왔다. 중년 남자는 여전히 팔짱을 낀 체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 또한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고 있다. 아들이 제대로 된 후계자가 되기를 바라고 있고. 단지 이것이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선의 선택이라 함은..."
"말그대로다. 세상은 바뀌었어. 삼안, 블랙 리버 그리고 PECS가 지배하고 있는 이 세상에서는 어느 누구도 아들을 구해주거나 손을 뻗어 주지 않아. 지금이야 부모라는 보호막이 있어서 괜찮지만 내가 사라지면? 자기 자신을 보호할수 없는 능력이 없는체로 말일세."
콘스탄차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소름이 어느정도 돋았다. 주인님 말대로 였다. 만약 주인님과 마님이 없어지고 도련님 혼자만 남겨진다면 누구도 도련님을 구할수 없을테니까. 아무리 도련님이 자신들을 자상하게 대하셔도 결국 상품 취급 받는 바이오 로이드인 이상 자신도 바닐라도 심지어 모모마저도 강제로 끌려가 혼자가 되시는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들이 스스로 결단을 내리는 능력을 가져야만 한다. 어려운 상황이라도 누군가가 정해주는것이 아닌 알아서 판단하고 선택하는 그런 능력을 말이다. 위기 상황이 와도 침착히 대응하고 말이지."
"역시 주인님은 도련님을 생각해 주셨군요. 깊은 뜻을 가지고 계셨고요."
"...흥."
크흠-하는 소리가 다시 들려오면서 팔짱 낀 손을 더욱 더 강하게 쥐시는 모습이 보였었다. 얼굴을 자세히 보니 홍조가 조금 있는듯 하셨고.
"됬고 홍차나 타와. 다과 몇개와 함께 말일세."
"곧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주인님."
"2인분으로 말일세."
"마님것도 준비하시려는겁니까 주인님?"
"아니 자네 마실것도 준비하라는 거네. 간만에 단 둘인데 같이 마실까 생각했는데."
눈을 크게 뜨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콘스탄차에게 다가오면서 어깨에 손을 올렸다.
"왜 그런가? 자네 주인하고 같이 홍차 마시는것이 망설여 지는가?"
"아 아닙니다!"
고개를 푹 숙이는 콘스탄차였다. 내가 무슨짓을 이라고 말하면서.
"무례를 범해서 죄송합니다. 곧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천천히 하게. 그러다 사고 난다."
콘스탄차가 차를 준비하는 사이 자신도 자리에 앉아서 남은 서류들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홍차를 끓고 있는 하우스키퍼를 힐끗 바라본 뒤 다시 서류를 정리하던 와중에 콘스탄차가 말을 꺼내었다.
"그러고보니 마님은 오늘 따라 늦으시네요? 외출 하셨나요?"
"뭐긴 뭐야 집사람 또 거기 갔나 보지."
"거기라 하시..."
콘스탄차가 말을 잇기전에 아! 하면서 입을 가렸다. 차나 끓이겠습니다 라면서 주전자에 물을 끓었고.
"신경쓰지마 콘스탄챠."
"그래도 마님을 그런곳에..."
"자네도 이미 알잖나. 집사람 어린 아이 같은 취미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거."
수많은 놀이기구들이 운영되고 있었다.
롤러코스터, 바이킹, 회전목마 같은 정통적인 놀이기구들을 비롯해 커플들이 탄다는 대관람차도 화려한 불빛을 내면서 천천히 돌고 있었다.
"좋아 좋아..."
이 화려한 불빛 아래를 지나가던 관람용 버스 안에는, 한 여인이 스마트폰을 바라보면서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기 아들을 노렸던 뱀 같은 년하고 더이상 안 만나고 있으니 다시 성적이 올랐던것이다. 예전보다 몇배로.
"역시 내 판단은 언제나 옳아. 빗나가 적이 없고"
이대로 밀어 붙여서 아들을 좀더 완벽하게 만들어 주고 싶다. 지금 보다 더. 남편보다 더 멋지고 완벽한 아들로 말이야. 그래야 자신도 노년을 편하게 지낼수 있으니까.
"몇 가지만 눈에 걸리긴 하지만."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것이 있으니...아들이 너무 바이오 로이드에 의존한다는거?
비록 남편 소유라지만 콘스탄차하고 바닐라에게 너무 의존하는것도 신경 쓰이지만 특히 눈에 가시인게 하나 있었으니. 바로 얼굴에 흉터가 있는 폐기처분 되었어야 할 모모라는 계집이었다. 안그래도 지금도 아들이 그딴 유치한 어린이 쇼를 보는것이 거슬리는데 그 어린이 쇼에 나오던 계집이 가라는 레드 아레나에 가지 않고 집에 눌러 앉고 있으니. 그것도 아들의 소유물로 말이야.
메이드로서 자격 미달로 인해 아들이 그 흉터 계집에게 정나미 떨어졌으면 진작에 직접 처분했을텐데 생각 이상으로 일을 너무 잘해서 뭐라 나무랄수 없는 상황이었다.
"뭐 지금은 상관없겠지."
버스는 테마파크를 지나 어느 건물이 서 있는 곳으로 향해 가고 있었다. 화려하고 고급 스러운 건물과 세트장들이 세워진 어딘가로...C 라고 적혀진 어딘가로...
"그 계집도 그리고 눈에 거슬리는 그 메이드들도 때가 되면 보내버릴테니까. 내가 트집 잡아서라도. 내 눈 요기거리로도 챙기고 말이야."
크크크크큿-하면서 기분 나쁜 웃는 소리를 내 뱉었다. 주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쳐다볼 정도로. 여인은 신경쓰지 않았지만.
"이게 다 아들을 위한거니까."
마법 소녀 매지컬 모모의 한장면.
"골타리온 13세, 마법소녀 나부랭이들이 가장 무서워 하는것이 뭔지 알겠나?"
"그것은 막을수 없는 악의 힘 그 자체가 아닙니까 위대한 대마왕이시여."
"아니야 틀렸어. 우리의 악의 힘은 강하다. 그 어떠한 것보다. 하지만 마법 소녀들은 스스로 믿고 있지. 세상에 희망과 사랑이 있다면 무서울것이 없다고. 하지만 말이다 이런 상상을 해본적 있나?"
"무엇을 말입니까."
"그 거대한 악이 사실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었다는것을 말일세. 친구나 가족 동료였던 사람이 알고보니 악이었다는것을. 그것도 보통 악이 아닌 거악으로 말이야. 그것만큼 마법 소녀들을 무너뜨리기 좋은 수단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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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라 에피소드 2로 소년기는 완전히 끝냅니다.
다음에는 청년기로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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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야기 전개를 여러개를 생각해둔 상태입니다. 결말은 미리 정했지만 그 결말을 어떻게 이끌어 가냐가 또 고민이랄까요. (유년기 1편 초입부갸 청년기 마지막 부분중 하나 입니다) 여러 루트가 있고 어디를 선택해든 후회가 있겠지만 그럴때마다 아쿠시즈 교단의 교리중 하나를 따릅니다. 고민 끝에 나온 답은 어느 걸 골라도 후회하는 것! 어차피 후회할 바에야 지금 편한 걸 고르거라! | 23.03.27 19:2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