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권총과 해충 패쇄기
2
위에 일을 알지 못하는 리리스와 리제는 훈련장 대기실에 준비된 모니터를 통해 공연을 보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공연이 끝나자 모니터는 자동으로 꺼졌다. 리리스는 훈련이 곧 시작됨을 예상한 리리스는 리제에게 레모네이드 감마의 대한 전투력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용과 감마의 전투 데이터를 본 리제는 별다른 감흥이 없는 듯 했다.
“뭐야. 리리스 겁먹었어? 내가 그년을 죽이고, 주인님의 사랑을 차지할까봐?”
“어휴... 내가 말을 말자. 절대 혼자서 무리하게 싸우지 마. 나도 분하지만 정면 싸움으로는 확실히 이길 수 있다고 장담 못하니깐.”
이후 계속 리리스와 리제는 대화를 나누다가 훈련 통제실에서 훈련 준비가 끝났다는 연락과 함께 훈련장으로 들어갔다.
훈련장 안에는 한 가운데 서있는 감마 로봇이 있었다. 어째서인지 훈련장 관람석에서 감마에게 박수를 치고 있었다. 리리스와 리제는 무슨 상황인지 파악을 할 수가 없었다.
감마 로봇의 외형은 완벽할 정도로 재현이 되어 있었다. 게다가 용과의 전투 보고서로 보았던 건틀릿과 드릴 캐넌도 장비하고 있었다. 모조품이지만 오르카 호의 엔지니어들이 최선을 다해 재현한 로봇이니 실제 감마에 비해서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전투력임이 분명했다.
리제는 감마 로봇을 보자마자 리리스가 한 경고가 괜히 한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로봇이지만 보기만 해도 강하다는 알 수 있었다. 리제가 감마 로봇을 보고 처음 떠올린 것은 레아였다. 자신이 아무리 훈련을 해도, 넘을 수 없는 벽과 같은 존재가 레아인데, 감마 로봇도 레아와 같이 자신을 압도하는 강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리제는 내심 속으로 겁을 먹었다. 하지만 이내 과거 레모네이드 감마가 사령관을 위협 했다는 것이 생각난 리제는 두렵다는 감정을 넘어서 살의가 가득차기 시작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령관을 위협한 감마와 똑같이 생긴 로봇을 보면서 리제는 엄지손톱을 깨물면서 중얼거렸다.
“망할 해충 년. 죽여버리겠어... 죽여버리겠어... 죽여버리겠어...”
이런 리제의 모습에 리리스는 질린 듯 표정을 지었다. 난민 구출 작전 상황을 생각하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리제는 리리스도 살의 하나만은 인정했다. 당시를 생각하면 리리스도 당장 달려들어서 감마 로봇을 때려 부수고 싶은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리제와의 대화가 무의미하다고 느낀 리리스는 훈련 통제실에 준비됐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럼. 훈련을 시작하겠습니다.
아자즈의 말을 시작으로 훈련장 관람석에는 불투명한 보호막이 생성됐다. 훈련이 시작되었다는 소리와 함께 리제는 단숨에 날아서 감마 로봇에게 파고들었다. 감마 로봇이 주먹으로 다가오는 리제를 공격함과 동시에 리제는 공중에서 급제동에 이어서 급가속으로 이동하여 주먹을 지르고 있는 감마 로봇의 뒤를 잡았다. 그리고 리제는 가위를 온 힘을 다해 수직으로 휘둘렀다. 공기가 갈리는 소리와 가위는 휘둘러졌지만 가위가 가른 것은 훈련장의 바닥뿐이었다. 자신의 공격이 실패함을 알아챈 리제는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감마 로봇은 보이지 않았다.
“리제. 뒤!”
리리스의 말에 리제는 기겁하고, 빠르게 공중으로 날아서 자리를 이탈했다. 리제는 자신이 있던 자리를 보았다. 그곳에는 감마 로봇이 웃으면서 리제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리제는 여유로운 감마 로봇을 보고 화가 폭발했다. 가위를 분리시킨 리제는 양손으로 가위를 들고 감마 로봇에게 휘둘렀다. 하지만 감정에 휘둘려져서 공격이 단순해진 리제의 공격에 감마 로봇이 맞을 리가 없었고, 단숨에 감마 로봇은 리제의 품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뭐야? 시시한데, 이게 끝이야?”
“뭐... 뭐?
순식간에 자신에게 다가온 감마 로봇을 보면서 리제는 당황 했지만, 감마 로봇의 도발에 리제는 이성을 잃고, 자신의 품 안으로 들어온 감마 로봇을 공격하려고 했다. 리제는 감마 로봇을 바라보며 뒤로 날았다. 그리고 X 모양으로 분리된 가위를 휘둘러 공격 했다. 그러나 리제의 공격은 끝나기도 전에 또 다시 자신의 간격 안쪽으로 파고든 감마 로봇에게 양팔이 붙잡혔다. 힘으로는 못 벗어나는 것을 깨달은 리제는 무릎으로 감마 로봇의 턱을 공격했지만 역시나 감마 로봇은 간단히 피하면서 공격은 실패했다.
계속되는 리제의 발버둥에 감마 로봇은 질린 듯 한 표정을 짓더니 박치기로 리제의 머리를 공격했다. 리제는 감마 로봇의 박치기를 맞고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온몸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복부로 날아오는 감마 로봇의 주먹을 피하지 못하고 무방비 상태 그대로 맞아버렸다. 공기를 찢는 소리를 내는 감마 로봇의 주먹을 무방비 상태로 복부에 맞은 리제는 복부를 끌어안고 쓰러져 피가 섞인 위액을 토해냈다. 얼굴이 피와 위액으로 더렵혀진 리제는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감마 로봇을 보고 전의 상실과 동시에 기절하고 말았다. 쓰러진 리제를 바라보던 감마 로봇에게 다가온 리리스가 말했다.
“야! 너 조금만 기다려.”
감마 로봇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바보야. 내가 조심하라고 했잖아.”
쓰러져 있는 리제를 훈련장 구석으로 데려다놓은 리리스는 이내 감마 로봇을 쏘아보았다.
“넌 죽었어.”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리리스는 감마 로봇을 향해 총을 쐈다. 간단히 피한 감마 로봇은 검지를 들어 까딱거렸다. 이 모습을 본 리리스는 화내면서 감마 로봇에게 뛰어갔다. 리리스는 감마 로봇의 도발에 겉으로는 화냈지만 움직임은 리제와 달리 차분했다. 멀리서 쌍권총으로 계속 공격했지만 여유롭게 피하는 감마 로봇을 보고 원거리 전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리리스는 감마 로봇에게 총을 쏘면서 견제를 하며 다가갔다.
감마 로봇에게 다가간 리리스는 몸통박치기를 했다. 달라붙은 리리스로 인해 뒤로 밀려나던 감마 로봇의 발과 몸통을 향해 리리스가 총을 발사했다. 자신의 기동력 저하와 치명상을 동시에 노리는 리리스의 공격을 피하려고 대각선으로 몸을 비틀며 회전시키면서 사선(射線)을 벗어났다. 그리고 회전 중에 더해진 원심력을 이용해 바닥을 향해 건틀릿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원심력이 더해진 건틀릿의 공격은 용의 전투 데이터 그대로를 재현하듯이 훈련장 바닥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훈련장 바닥이 부서지면서 나온 먼지와 함께 감마 로봇은 슈츠에 내장된 은폐 기능을 사용했다.
리리스는 먼지와 함께 은폐 기능으로 숨은 감마 로봇의 습격을 대비해 신경을 곤두세웠다. 자신의 위치를 교란시키기 위해 뛰어 다니는 감마 로봇의 발소리를 주의 깊게 듣던 리리스에게 건틀릿에서 발사된 충격파가 덮쳐왔다. 공격을 예상한 리리스는 자신의 장비인 로자 아줄을 이용해 충격파를 막았다. 그리고 이어서 드릴 캐넌에서 발사된 빔 공격이 이어졌다. 이어진 공격 역시 로자 아줄로 막아낸 리리스가 반격을 하려고 로자 아줄의 방어를 풀고 쌍권총으로 반격을 하려고 할 때 감마 로봇의 드릴 캐넌이 날아왔다. 목표는 리리스가 아닌 핵 공격도 막아내는 방어력을 가지고 있는 로자 아줄이었다. 반격 때문에 방어가 약해진 틈을 노리고 그대로 날아들은 드릴 캐넌은 로자 아줄을 낚아채서 함께 벽에 박혔다. 리리스는 벽에 드릴 캐넌과 박혀버린 로자 아줄을 회수하기 위해 조종했지만 드릴 캐넌에 묶여서 조종이 불가능했다. 이 싸움이 끝나기 전까지는 로자 아줄을 못쓰게 만들려는 감마 로봇의 계획이었다. 잠시 리리스의 신경이 로자 아줄에 팔려있을 때 틈을 놓치지 않고 건틀릿을 휘두르며 공격해왔다. 자신을 향해 날라오는 건틀릿을 본 리리스는 황급히 발차기로 올려 차서 궤도를 바꿨다. 하지만 이 공격은 미끼. 이어서 은폐 되어있던 감마 로봇의 왼쪽 주먹에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은폐 때문에 대응이 늦어져 감마 로봇의 주먹을 얼굴에 정통으로 맞아 버린 리리스는 날아갔고, 이내 벽에 부딪히면서 쓰러졌다.
쓰러진 리리스를 향해 감마 로봇은 추가 공격을 하려고 뛰려고 할 때 앞으로 넘어졌다. 감마 로봇의 오른쪽 무릎에는 리리스의 총알이 박혀있었다. 리리스가 감마 로봇에게 공격을 허용함과 동시에 쏜 총알이었다. 보통의 바이오로이드였으면 치명상으로 이어졌을 위력의 리리스의 쌍권총이었지만, 근력 보조 및 여러 가지 기능이 내장된 슈츠와 뼈대가 AGS와 같은 로봇이기 때문에 무릎의 연골 기능을 하던 생체 부품만이 부서진 상태였다. 리리스는 비틀거리면서 일어났다. 공격을 맞은 오른쪽 얼굴에 붓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훈련이 끝나면 주인님께 데이트를 신청하려고 했는데...”
코피가 흐르는 코를 풀어 코피를 멈추고, 붓기가 올라오는 자신의 얼굴을 만지던 리리스는 분노에 차서 바닥에 쓰러져있는 감마 로봇을 향해 쌍권총을 난사했다.
“죽어!”
감마 로봇은 건틀릿으로 급소를 방어하면서 일어났다. 연골이 박살난 오른쪽 무릎은 슈츠의 기능으로 지혈과 함께 슈츠의 인공 근육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슈츠의 인공 근육으로는 연골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해 기동력이 낮아진 상태였다. 리리스는 감마 로봇에게 달려들었다.
감마 로봇은 은폐 기능을 공격 할 때마다 활성화 시켜서 공격했다. 이 때문에 리리스는 공격에 대한 반응이 조금씩 느려져 밀리고 있었다. 이대로 싸우면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리리스는 건틀릿을 끼지 않은 감마 로봇의 왼쪽 주먹을 정면으로 받아주면서 동시에 팔에 달라붙어 온힘을 다해 팔 관절을 꺾기 시작했다. 아무리 로봇이라고 해도, 인간형은 관절이 꺾이게 되어있고, 리리스의 판단은 정확했다. 감마 로봇의 팔꿈치와 손목의 관절을 부러트리기 직전에 감마 로봇은 왼팔의 은폐 기능이 있는 슈츠 외피 부분을 분리시키면서 리리스의 관절기를 빠져나갔다. 관절기로 은폐 기능을 왼팔만 무력화 시켰지만 사실상 왼팔이 노출되는 은폐 기능은 쓸모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무력화 시킨 것과 다름이 없었다. 이번에는 리리스가 오른손을 들어 검지를 까딱 거렸다.
“덤벼. 박살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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