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너의 수기
"호른부르크를 멸망시키고 싶어요"
나는 지금도 그렇게 말한 그 여자의 미소를 기억하고 있다.
20년도 더 이전에,
일개 용병이었던 내게 그 여자가 그런 의뢰를 했다.
애초에 나는 일개 용병 따위로 끝날 생각은 없었다.
그녀가 제시한 선금은 물론이고 계획을 위해 아낌없이 얹어주는 자금이나
공작을 위한 인맥같은 것은 정말이지 매력적이었다.
그 여자는 써먹을 만 하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그녀의 손을 빌려 한 나라를 멸망시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수하들을 만들기 위해 용병단 슈바르체 콜을 결성, 호른부르크의 정보를 모으는 데 3년을 쏟아부었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방해될 만한 것들을 치워 나갔다.
그 다음으로 그녀의 인맥을 이용해 슈바르체 콜을 선전했다.
갈 곳 없는 부랑자들을 해적이나 산적으로 키워서 호른부르크 왕국의 변경을 습격하도록 하고,
그들을 슈바르체 콜을 이용하여 제압한다…
말 그대로 장대한 자작극이었다.
중심지에서 떨어져 있기에 절대 손을 쓸 수 없는 군대와는 달리,
상대가 어디에서 나타나더라도 사전에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싸울 상대는 적이 아닌 아군.
제압한 척 하는 건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이 자작극을 통해 슈바르체 콜은 변경에 있는 사람들의 민심을 장악해 나갔다.
이렇게 변경에 있는 유력자들의 소개를 거친다는 방식으로
나는 호른부르크 왕국 내에서 신용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즈음에 슈바르체 콜의 소문은 나라 밖으로도 퍼져나가고 있었다.
나는 그 여자에게서 받은 자금을 아낌없이 이용해
나라 밖의 유력자들과의 연줄도 더욱 튼튼하게 이어 나갔다.
하지만 알프레드 왕은 백성이나 신하들에게 신뢰가 두터운 왕이었다.
이 왕에게서 민심을 빼앗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만큼 알프레드 왕만 없애면 호른부르크 왕국은 간단히 와해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알프레드 왕에게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에어하르트에게 눈독을 들였고,
그 자를 기사로 심어 놓기로 했다.
알프레드 왕을 암살한다는, 그 목적을 위해.
그 다음은 에어하르트가 왕을 암살할 상황을 만들기만 하면 되었다.
불씨를 만들어내기 위해 연을 맺어 두었던 국외의 유력자들에게
거짓을 섞은 정보를 불어넣었다.
그 거짓이 얼마나 황당무계한 것인지는 상관이 없었다.
사람은 진실이 아닌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을 믿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나는 겨우 12년에 불과한 시간으로 호른부르크 왕국을 멸망시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는 그 여자와의 관계를 청산하기로 결심했다.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진 용병단을 해산시키고, 벌어들였던 돈으로 지위와 영토를 손에 넣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쉽기도 했다…
그 여자는 아직 이용할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호른부르크 왕국을 멸망시키기 위해 드러냈던 그 집념은
이제는 망집이라고 불러야 할 만한 것이었다.
겉모습이 매우 아름다운 여자였음에도
조금이라도 정욕을 품는 일은 없었다.
그 안에 든 것은, 사람을 멸망으로 이끄는 악의 그 자체…
거기에 닿은 것이라면, 닿은 부분부터 썩어 문드러지기 시작하여
반드시 죽음에 이르를 독과 같은 여자…… 마녀라 불러야 마땅할 존재다.
그렇기에 나는 그 여자와의 관계를
거기에서 완전히 끊어버리려 한 것이다.
분명 그 예상은 맞아떨어졌을 것이리라.
마지막에 나를 파멸시킨 것은,
내가 멸망시켰던 호른부르크의 기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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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른부르크 왕국의 멸망과 관련된 뒷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