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람 크로스포드의 수기 (3)
나는,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저 아내를 다시 살려내고 싶다는 마음 뿐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아내를 되살려낼 방법이 있다는 리블랙의 감언이설에 넘어가고 말았다.
문에 도착한 순간 내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머리가 아니라 본능이, 그 문을……
아니, 그 문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거부했다.
내가 숨을 삼키고 있는 사이에, 리블랙은 익숙한 움직임으로 마법진을 바닥에 그려나갔다.
마법진을 그리고 있는 내내 한 순간도 그녀의 손이 멈추지 않았다.
복잡한 마법진을 그렇게까지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그녀의 마음 속에서 계속 반복했던 행위였겠지.
그 광경이, 그녀가 그 의식을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던 것인지를,
그리고 그 집념의 깊이를 내가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이건 문을 열기 위한 의식이에요. 조금 괴로울 지도 모르겠지만……
아내를 되살려내려면 견뎌내도록 하세요"
리블랙의 말에 따라 나는 마법진의 중심에 섰다.
의식이 시작되고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전신을 덮치는 고통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이 안쪽부터 부풀어오르는 미지의 감각.
시야의 한 구석에서 자신의 손이 이상한 형태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공포심.
그리고 변해가는 나를 보는 리블랙의 황홀한 미소.
이런 것이 문을 열어 아내를 되살리는 의식일 리가 없다!
피니스의 문, 그 저편에 있는 존재.
그것을 이 세상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그 그릇으로서 나를 이용한 것이었다.
나는 이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리블랙과 했던 대화 속에서 이 의식에 필요한 것이
대마술사의 가계를 잇는 우리 크로스포드 가문의 피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내가 그녀의 흉계를 저지할 필요가 있었다.
만약 내가 그녀의 곁에서 도망친다면, 다음에 내 아들 크리스를 노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만큼은…… 그것만큼은 반드시 막아야만 한다.
내가 리블랙의 의도를 도중에 눈치채면서도 마지막까지 함께 행동했던 것은
이 의식에 대해 파악하고 그것을 망가뜨리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 의식의 끔찍함은 내 상상을 넘는 것이었다.
나라는 의식이 희미해져갔다.
다른 누군가가 내 안에 들어오는 듯한 감각을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그에 비해 나…… 인간의 정신 따위는 벌레를 밟아 죽이는 정도에 불과했다.
내 마음이 사라져 간다…… 어둠에 삼켜지기 직전에
내 뇌리에는 아내와 크리스의 웃는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
나는 절규했었다…… 고 생각한다.
아내의 존재가 내 마지막 순간에 저항할 힘을 가져다 주었다.
리블랙도 설마 내가 반격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지.
그리고 내 힘은 과거의 나보다 월등히 강력했다.
내가 날린 일격은 그녀에게 중상을 입혔으며, 의식을 중단시키기에는 충분했다.
다음은 도망친 리블랙을 쫓아 화근을 없애면 끝, 이었을 것이다…….
그 뒤부터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사람이 아닌 존재가 되었다는 그 자각만이 존재했다.
그 이후로 나는 각지를 떠돌아 다녔다. 가끔 의식을 잃으면
주변에는 파괴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기억에는 없었지만
내가 그렇게 했다는 사실만은 자각할 수 있었다.
갈수록 의식을 잃는 간격이 짧아지기 시작했다.
그 무렵부터 나는 쫓겨다니게 되었다.
그만둬 주게나, 나는 사람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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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사가 갖고 있던 수기의 주인이자, 아펜을 살려주었던 약사. 그리고 서브스토리에 아버지를 찾으러 여행을 떠났던 크리스의 아버지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리블랙의 꾀임에 넘어가 붉은 눈이 되었고,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첫 등장때부터 뭔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조금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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