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람 크로스포드의 수기 (2)
나는 절망했다.
아내가, 죽었다.
나는 이미 약을 완성했다.
하지만 약간 늦고 말았다.
내가 도착하기 며칠 전에 아내의 숨이 끊어졌다고 한다.
나는 3일 내내 울었다.
눈물로 강이 생길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아내의 장례를 치르고 난 이후.
살아갈 의미를 잃은 나에게 한 여자가 다가왔다.
여자는 리블랙이라며 자신의 이름을 댔다.
"아내분과 다시 한 번 더 만나고 싶지는 않으신가요?"
마성의 속삭임이 내 귀에 울려퍼졌다.
아내와 한 번 더 만날 수 있다면 이 목숨조차도 아깝지 않았다.
리블랙이 말하기로는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을 잇는 '피니스의 문'이라는 문이 있다고 한다.
그곳에 가면 아내와 만날 수 있다고 말이다.
그 문의 이야기는 언제 한번 들어본 적이 있었다.
아들 크리스를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지인에게 부탁하고 나는 남동쪽으로 여행을 떠났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말이다.
그러고 있을 때였다.
클리어브룩 마을에서 어떤 소년과 만났다.
소년은 병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몸 전체에서 경련을 일으키며, 보랏빛 반점이 생겨나고 있었다.
곧바로 알아차렸다. 분명 아내의 목숨을 빼앗은 병이었다.
나는 운명을 느꼈다.
아내의 목숨을 구하지 못하고, 쓸 곳이 없어진 약이 내 가방에 들어 있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그 약을 소년에게 처방했다.
안도하는 소년의 얼굴에 아내가 겹쳐 보였다.
그 편안한 표정을 보고, 나는 어딘가 용서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 아저씨처럼 될 수 있을까?"
소년은 그렇게 말했다. 약사가 되고 싶다고.
뜻박의 수확이었다.
내 여행에 의미가 있었다고, 그리 생각했다.
나는 남은 약을 두고서, 다시 여행을 떠났다.
'피니스의 문'을 찾아서.
하지만 그 때 나는 알지 못했다.
그것이 내 최대의 과오가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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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펜의 목숨을 구했던 약과 관련된 뒷이야기입니다. 그가 만들었던 약이 돌고 돌아 아펜 스토리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