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람 크로스포드의 수기 (1)
빅터 할로우 근방을 여행하고 있었을 때, 나에게 편지가 도착했다.
아내의 병세가 악화되었다고 한다.
서둘러야 한다……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배를 타고 바던트 해를 건너기로 했다.
약의 마지막 재료는 '텐구 독수리'라고 불리는 마물의 날개다.
바다 너머에 있는 루베 숲에 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항구에는 배 한대만 정박하고 있었다. 멋진 배였다.
선장의 이름은 레온 바스트랄.
이 바다에서 이름을 날린 해적, 이라고 들었다만……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상선의 선장으로 직업을 바꾼 모양이었다.
한 시가 급했던 나는, 출항하려는 그에게 승선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애원했다.
"그냥 태워줄 수는 없겠는데"
그는 나를 시험하듯이 물었다.
마치 신뢰할 수 있는 사람만 배에 태워줄 수 있다,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진 돈도 변변찮았던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에게 내 수기를 내밀었다.
"이건 내가 가진 물건 중에서 가장 가치있는 물건이다. 대륙 전체를 여행했던 내용을 기록한 것이지.
분명 어딘가 도움이 될 거다. 뱃삯으로는 부족할 지도 모르겠다만……"
더 이상 수기를 쓸 일은 없겠지.
그저 나는 아내 곁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레온 선장은 크게 웃고 나더니, 나를 흔쾌히 받아들여 주었다.
"그런 물건을 뱃삯으로? 꽤나 재미있는 녀석이군. 맘에 들었다."
그의 배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나는 아내 생각을 했다.
아내의 미소를 떠올리며 무사하기를 빌었다.
한 시라도 빨리 약을 완성시켜서 아내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
얼마 안 남았다. 기다려 다오…….
이제 나는 그 수기가 있는 곳을 알 방도조차 없다.
하지만 생각한다.
그 수기를 내 손에서 떠나보냈던 게 잘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그 후에 일어난 비극을 쓸 일도 없어져 버렸으니까…….
--------
수기의 주인은 그람 크로스포드였습니다. 아펜 스토리에도 나왔지만 떠돌이 약사이자 어릴 적 아펜의 목숨을 구했던 그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