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리가미: 경시청 괴사건 파일 -불행의 편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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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지, 이곳은......?
요사스럽게 흔들리고 있는 양초의 등불,
어디에 쓰이는지도 알수 없을 수많은 도구들,
본 적도 없는 문자가 쓰여져 있는 고문서.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른 것은 호러 영화의 한 장면에
등장하는 흑마술의 제단이였다.
"여기야. 이 장소에서 그녀는......"
또 과거의 악몽이 떠오른 것일까,
하야시 나오는 양쪽 눈을 마구 비벼대기 시작했다.
이 이상한 풍경에는 압도당할 지경이다.
마치 현실감이 없다.
안 쪽에 눈에 띄게 이상한 형태를 띄고 있는 거대한 철 덩어리로,
나는 무언가에 홀리듯 다가갔다.
검은 빛을 띄고 있는 금속제의 거대한 인형.
은은한 미소를 띈 얼굴이 방 안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섬뜩한 기분마저 들게 했다.
박물관에 전시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존재감이다.
그리고, 희미하게 나는 피냄새는 기분탓인걸까?
"선배. 이건 대체 뭘까요......?"
공포에 질린 소이치로 씨가 거대한 인형을 만져보려 했다.
"손대지 마!"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소이치로 씨의 손을 막았다.
"거기에 손대지 마! 만지면......위험해"
"위험? 뭐가 위험하다는거죠?"
기분나쁜 말투에 나는 반문했다.
"그건 '철의 처녀 (아이언 메이든)' 라고 부르는 고문도구야.
안에는 무수히 많은 바늘들이 있어서, 그곳에 갇힌 인간은......"
찔려 죽는다는 건가......
고문도구 라기 보다는, 차라리 처형도구 라고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그 무서운 고문도구는, 갇혀진 인간의 피를 수집하는 효과도 있어......
발 밑에 도구를 준비하면, 무참히 찔린 인간의 피가 한방울도 새어나가지 않아......"
"피를 수집? 그런 짓을 해서 어쩌려는 겁니까?"
이상한 행위의 이유를 묻고 싶어져, 완전히 경직된 소이치로 씨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말했다.
"예로부터 피는, 죽음과 동시에 재생을 상징해서,
신비한 존재로 여겨져 왔어."
"메이크를 공부할 때 알게 된건데,
피는 피부의 탄력을 유지해주고, 신진대사를 촉진시켜주는
콜라겐의 원료가 포함되어 있어.
"중세 유럽 때는 아름다움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가난한 사람들의 피를 고문으로 수집해서, 흑마술 의식을 행했던 것 같아."
"물론 콜라겐 같은 건 모르고 있었겠지만,
생명의 신비와, 언제까지나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싶은 뒤틀린 욕망이
피를 갈구했던 것이겠지."
"그렇다면, 연쇄살인범의 목적은......"
"그래, 피야.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을 죽여온거야."
"그리고, 자기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강렬한 질투를
느끼고 있어......"
어떤 사람이라도 오래 살고 싶을 것이고, 여성이라면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싶은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을 사람의 목숨과 맞바꿔가면서까지.......
여성의 욕망은, 남자인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서, 선배! 누가 옵니다!"
"여기야! 빨리 숨어!"
아무래도 들키진 않은 모양이다.
그늘 속의 남녀 3인은 숨을 죽였다.
어떤 소리가 들려온다. 대체 뭐하고 있는거지?
여기서는 상황을 알 수가 없다.
무슨 소리지?
무거운 것을 상 위에 올려놓는 소리같은데......
물건이 아니다, 살아있는 물체의 소리다.
뭔가를 준비하는 것 같은데...
이윽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왠지 외국 말인 것 같은데 영어는 아니다.
여자는 억양있는 목소리로 주문같은 말을 외우는 것을 계속했다.
기회일지도 모른다.
여자의 의식이 다른 곳에 집중되어 있는 지금이라면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소이치로 씨에게 신호를 보내, 그늘에서 여자를 살펴보았다--------
그 곳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무작위로 잘라낸 듯한 고깃 덩어리를 기쁘게 바라보며,
입으로 핥고 있는 여자.
눈으로 보고 있는데도 믿기지 않는 현실.
지옥이 존재한다면,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바로 그 곳일 것이다.
이것이 살인귀의 정체인가......?
이것이 정말로 국민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
카와바라 미유키와 동일인물 이란 말인가......?
"저, 저게, 미유키 쨩......?
마마마마 말도 안돼......!"
소이치로 씨는 지금이라도 당장 거품을 물고 졸도할 것만 같았다.
지금쯤, 편하게 과자를 먹으면서 TV를 보고 있을 경부가
부러우면서도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우리들은 경찰이다.
용의자를 확인한 이상,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누구냐!?"
당했다! 눈치챈건가!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다.
"소이치로 씨! 피의자를 확보합니다!"
--------대답이 없다.
"어라? 소이치로 씨?"
발 밑에 눈을 하얗게 까집고 쓰러져 있는 소이치로 씨가 있다.
"키히이이이잇......!"
귀를 찣을 듯한 울부짖음이 들려오는 동시에,
엄청난 압력이 목에 걸려왔다.
"그, 크흐으윽......!"
조여오는 목에서 희미하게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팔을 뿌리치려고 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것이 여자의 힘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
나는 죽을 것만 같아 마구 날뛰었다.
여자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배를 걷어찼다.
상대가 여자라고 해도 주저할 수 없다.
이대로는 살해당한다.
나는 방어본능에 기대며 행동했다.
하지만 아무리 저항해도, 차츰 의식이 멀어져가고,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나는......죽는건가......?)
"......"
"......카자미"
"어이, 안 일어날낀가, 카자미!!!"
"겨, 경부......?"
"겨우 눈을 떳고마"
"경부... 어떻게 여기를?"
"아니, 경마권을 사고 돌아오는데 여기 분위기가 이상해서 말이제.
여기서 쓰러져 있는 니들을 발견한기라."
"그럼, 경부가 저희들을 구해준겁니까?"
"구해? 내가 그런 촌시런 짓을 왜하노?
내가 와보니께, 모두 쓰러져 있었구마."
"모두...... 그렇지!
소이치로 씨는!? 그리고 범인은요!?"
"옷쓰! 저는 보시는대로 무사합니다!
......면목 없습니다, 선배.
중요한 때에 저는...... 저는......"
"무사하다면 그걸로 됐습니다.
그런데, 범인은.....?"
"옷쓰......그게......"
"내가 긴급체포했다.
방금 수사 1과 사람들이 연행해갔제."
"소이치로 한테서 대강의 이야기는 들었데이.
그 카와바라 미유키가 범인이라니.
매스컴에서 또 떠들썩하겠고마."
"이 건물도, 조금 조사해보니까 이것 저것 나왔데이......
여기 저기서 사람의 신체 일부들을 발견했다.
그렇게 모아대다니 악취미가 따로 없제."
하야시 나오의 증언은 옳았다.
그녀의 증언이 없었으면, 카와바라 미유키의 살인을 막는 일은
불가능 했을 것이다.
혹시, 그 때 나를 구해주었던 것도
하야시 나오 였는지도 모른다.
"경부. 하야시 나오는 어디에......?"
"선배...... 그 일 말입니다만, 경부님이 왔을 때는 이미
어디에도 하야시 나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어째서?"
"잘은 모르겠지만, 언론을 타는 것이 두려워서 그런게 아닐까요?
직장에도 영향이 갈테니까 말이죠."
그런가.
그녀는 예능계에서 메이크 업을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발표되면, 그녀가 고발했다는 사실이 알려질테고,
시비에 관계없이 그녀의 일에 타격이 갈 것이다.
하지만 가엽게도, 경찰은 어떻게든 그녀를 사정청취할 것이다.
그리고, 틀림없이 증언대에 오르게 된다.
"어떻게든 그녀의 생활은 지켜줘야 할텐데요......
그렇죠, 경부? ......어라? 경부?"
어느 틈엔가 대화에서 빠져버린 경부가
흥미롭다는 듯, 오래된 초상화를 보고 있었다.
아름답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어딘가 병적이였다.
이 곳을 바라보는 눈동자 속에는 알 수 없는 광기를
품고있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랬군...... 그런 거였나......"
"저기......경부?"
"중세 유럽...... 자신의 아름다움과 생명을 영원히 지키기 위해,
300명 이상의 젊은 처녀들을 죽인 여자가 있었제."
"그 여자는 처녀들의 몸을 도려내서, 피로 목욕했다는구마."
"그 여자의 이름은 '엘리자베스. 바토리'
역사에 악명을 떨친 여자 흡혈귀인기다."
"그러고보니, 하야시 나오도 같은 말을......
범인의 목적은 피라고......"
그렇다면, 카와바라 미유키는 아름다움을 영원히 지키기 위해,
이런 끔찍한 연쇄살인을 저질렀단 말인가?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부정할 수는 없었다.
이 사건을 통해 본 사실은, 나에게는 너무나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 후의 조사로, 카와바라 미유키가 연쇄살인범 이라는 것이
정식으로 판명되었다.
폐건물에선 피해자들의 유체와, 그 일부가 차례차례 발견되었다.
매스컴들은 빠짐없이 의식살인이라는가 하면, 쾌락살인이라는 등
연일, 인기가수의 숨겨진 모습을 세간에 알리고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하아~~~......"
또인가. 오늘도 소이치로 씨의 한숨이 들려온다.
그 일 이후로 소이치로 씨는 매일 매일, 무거운 한숨을 쉬고있다.
무리도 아니다. 평소 사모하던 아이돌 가수가,
하루 아침에 살인귀의 낙인이 찍힌 것이다.
"하아~~~~~~......"
"아---! 거 짜증나는구마!"
"그, 그치만, 경부님......"
"그치만이고 저치만이고 간에!
카와바라 미유키는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인기라.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제."
"니도 형사라믄, 개인적인 감정을 버리고
사실을 받아들이거래이!"
"우, 우우......"
꾸짖음 당한 소이치로 씨는, 불쌍하게도 풀이 죽어버렸다.
하지만, 전혀 기운을 차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소이치로 씨에게는
이 정도의 따끔한 한마디가 좋은 약이 될지도 모른다.
"경부, 그러고보니, 그 뒤로 하야시 나오는 발견됐습니까?"
나는, 문득 그녀가 걱정되어 물어보았다.
하야시 나오가 모습을 감춘 뒤, 그녀가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아아. 그 일이라면 알아냈제......"
"정말입니까!?"
"자, 이거다"
나와 소이치로 씨는 경부에게 받은 서류를 손에 들고
얼굴을 마주했다.
대체 무슨 서류지?
"아래에서 둘째줄"
경부의 무뚝뚝한 말에 따라
우리들은 서류를 훑어봤다.
피해자: 하야시 미오
직업: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 이럴수가......!
그녀가...... 하야시 나오가 피해자라고......!?"
"그 폐건물에 있던 철의 처녀(아이언 메이든)라는 고문 도구에서 그녀를 발견했제"
"양쪽 눈이 찔려, 바늘에 관통된 채로......
정말이지 끔찍한 살해 방법 아이가"
"양쪽 눈이 찔려 있었단 말입니까.....!?"
소이치로 씨도 같은 것을 생각해낸 것 같다.
우리들이 하야시 나오와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자주 양쪽 눈을 비벼대고 있었다는 것을......
"부검 결과, 하야시 나오가 살해당한건 4개월 전.
비교적 초기 피해자인 것 같데이."
"4개월 전!? 우리들이 그녀를 만난 것은
겨우 1주일 전이라구요!?"
상관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나는 경부에게 고함쳤다.
"어이, 카자미. 그리고 소이치로도, 잘 듣거래이.
이 세상에는 상식이나 이론이 통하지 않는 불가사의한 일들도
많은 법인기라."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자신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보고 들은 사실을 부정해버리면, 언제까지고 진실은 보이지 않을기다?"
우리들은 경부의 말에 아무런 반론도 하지 못 하고
그저 고개를 숙이고 사건을 되새겨 보았다......
1976년, 사이타마 현 치치부 군, 어느 절 근처의 도로에서
여자 유령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도로 옆에는 커다란 저수지가 있었는데,
그 주변에서 여자 유령이 목격된다는 자주 있을 법한 내용의 괴담이였다.
하지만 다음 해, 그 지역 소방관들이 저수지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제보를 받고, 저수지 안을 조사해본 결과,
심하게 부패되어 있는 여성의 타살된 시체가 발견되었다.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은 목격담에 등장하는 여자 유령과
너무나도 똑같았다고 한다......
죽은 자의 고발---------
말이 없는 사자(死者)가 원통한 마음을 전하기 위한 행위.
살아있는 자들은 대부분의 경우, 그 현상을 눈치채지 못한다.
하지만, 실은 생각지도 못할만큼 가까운 곳에서
당신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제 0 화: 불행의 편지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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