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 8 / 6 : 카메라 바깥 (키노코)
달린다. 달린다.
세계가 한창 멸망하는 와중이라는데,
나는 지금, 어이없을 만큼 상쾌하다.
◆
"예언의 아이를 부탁해, ■■■ · ■.
당신이 옆에 딱 붙어서 지켜주렴.
아아, 그리고--- 매일, 하루가 끝날 때 어떤 여행을 했는지,
나에게 들려주지 않겠니?
입장상 나는 함께 갈 수 없으니까......
적어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고, 같은 기분이라도 느끼고 싶어."
처음은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나는 차츰, 그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어렴풋하게 눈치채고 있었다.
눈치챈 상태로 계속 보고하고, 전장엔 나가지 말라는 명령을 지키며, 그리고---
멀리, 옥스포드에서.
론디니움의 불꽃을 보았다.
"---아아---"
속죄할 방법은 없다. 애초에 내 책임이 아니다.
정말로 여왕군이 습격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스스로를 타이르며,
"기회만 되면 론디니움 녀석들에게 뼈저리게 깨닫게 해주마."
"뭐가 원탁 해방군이냐. 공장에서 버려진 삼류품 놈들이,
선택받은 인간(우리)들과 나란히 설 셈이냐."
솔즈베리의 인간들의 목소리가,
그런 식으로 그들을 부채질한 요정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불이 꺼진 론디니움을 봤을 때, 뒷다리가 둔해졌다.
이제 두 번 다시, 자유롭게 달리지는 못한다.
누구에게 말하지도 않고,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애초에 요정 나라의 존재 방식은, 나에게는 너무 어려웠다.
좀더 단순하게, 있는 그대로, 자신의 성능을 행사할 수 있는 세계가 좋았다.
말도 없이, 차별도 없이, 경쟁도 없이.
야생 그대로, 평원을 달리는 생물이고 싶었다.
바람처럼 달리고 싶었다.
짐승처럼 달리고 싶었다.
내 목적은 그뿐이다.
단지 그것 하나일 뿐인 목적이, 그 불꽃을 봤을 때, 산산조각 났다.
그러나 마지막에 기회가 찾아왔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타이르며, 전력을 다해 땅을 찼다.
격통이 느껴졌다.
육체가, 정신이, "이제 와서 무슨 생각이냐"고 묻는다.
나에겐 돌려줄 말이 없다. 그 용감한, 용맹스러운 소녀 기사를 애도할 자격도 없다.
나도 모르게 씁쓸히 웃었다. 무슨 생각이냐는 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면, 나머진 할 수 있는 걸 할 뿐이다.
◆
달린다. 달린다.
격통이 느껴졌다.
환희가 느껴졌다.
세계가 한창 멸망하는 와중에, 이제껏 있던 중에 가장 자유로운 내가 있었다.
다리가 부러지면 요정마의 생명은 끝난다.
그 강렬한 아픔에 혼이 찢긴다.
하루 반나절. 마차를 끌고 전력질주하는 것이니, 모든 다리가 곧 분쇄되겠지.
그 아픔을, 환희로 바꾸며 달린다.
그들을 해안까지 보내주기 위해서만 달린다.
희망을 숨기는 것이 아닌, 희망을 살리기 위해 달린다.
얼만큼 더러워진 것이라 해도,
나를 낳고, 기르고, 기쁨을 준 세계를, 사랑했던 브리튼의 대지를 달린다.
바퀴는 부숴졌고, 짐칸은 빠졌고, 나는 홀로 숲을 달린다.
달리면서, 몸이 잘게 썰리는 소리를 듣는다.
이 얼마나 큰 행복이며.
이 얼마나 큰 용서인가.
나는, 내가 사라지는 그 순간(때)까지, 환희 속에 있었다.
---마지막까지,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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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들 여기서 우셔야 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저 아직 6장 안 깼는데도 우럿..... 어허어헝허엏ㅇ헝헝
다정하다며!
부드럽고 다정하며 따땃한 세계라며!
우와아ㅏ아아앙 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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