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명봉장을 너무 뒤늦게 다 봐서 스포 붙이기도 애매하지만
아직 이벤트가 일주일 정도 남았으니 붙이도록 하겠습니당.
명봉장이 지난 허월관처럼 스토리 위주 이벤트란 걸 익히 들어서 별 부담스럽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하필 사건부 미션 아직 다 못 깸 + 개인 작업하느라 페그오할 시간도 별로 없음 등등으로 인해 어제 오늘 몰아서 봤습니다.
사건부도 이벤트 마지막날 되어서야 미션 다 깨고, 덕분에 명봉장 투표를 잊어버린 바람에 마나프리즘 200개도 못 받았네요ㅋㅋㅠㅠ 바이바이
음... 일단 소감을 쓰기에 앞서 저는 작가 지망생이고,
명봉장을 하면서 글쟁이로서 느낀 걸 쓸 예정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스토리를 쓰다가 타이밍 좋게(?)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좀 막혔었는데
명봉장의 여러 루트를 보면서 이야기를 이렇게 짤 수도 있구나 영감을 받았거든여!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이건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아마추어 작가가 쓰는 개인적인 소감과 의견이니 재미로 봐주세요!
명봉장 스토리 자체가 시키부(영화감독)가 얼마 남지 않은 마감에 치이면서 시나리오를 짜내는 바람에
영화에 등장하는 서번트들(배우)이 거의 즉흥적으로 촬영에 임하게 되죠.
그리고 등장인물 설정 및 관계도, 이야기의 흐름, 결말까지 유일하게 이야기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던 시키부가 쓰러지고,
각자 맡은 배역의 일부 설정만 알았던 서번트들이 즉흥극을 펼치기로 합니다.
그렇게 배우들이 티키타카하면서 이야기를 진행시키다가
바솔로뮤가 각성을 하면서 이야기가 꼬여버린 바람에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주연 서번트 5명이 각자 자신이 알고 있는 설정과 앞서 나왔던 복선을 이용해 앞으로의 진행 방향을 제시합니다.
1. 아라쉬(등장인물의 관계도 비틀기)
아라쉬는 자신과 관련이 깊은 배역인 삼촌맨과의 관계도를 틀어버립니다.
몰락한 나라의 왕자 - 그의 시종이라 하면,
아라쉬와 삼촌맨을 잘 아시는 분들은 왕자(삼촌맨) - 시종(아라쉬)라 생각하실 겁니다.
물론 저 둘도 작중에서 그렇게 이해를 했지만, 아라쉬는 이 관계도를 비틀어 버립니다.
즉, 왕자(아라쉬) - 시종(삼촌맨)로 바꾼 것이죠.
그리고 모 교수님이 아직 촬영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이용해 흑막으로 내세웁니다.
2. 료마(등장인물, 세계관 분석하기)
료마는 자신의 배역을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배역이 가진 설정, 심리적 상황, 관계도와 세계관를 분석하고, 이를 중심으로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킵니다.
그리고 자신이 맡은 배역이 일본계라는 점을 이용해서 배역-배우를 동일시합니다.
즉, 일본계 서번트인 료마, 이조, 야규, 시키부가 맡은 배역을 일본계일 것이라 추측합니다.
그리고 시키부가 맡은 배역인 가브리엘라는 왜 혼자 영어이름인가인 점에서 얘도 사실은 일본계일 거라는 가설을 내세웁니다.
이 후, 일본계 서번트 중심이긴 하지만 관계도를 확장시켜 이야기를 진행시킵니다.
3. 살리에리(작가가 깔아뒀던 복선 이용하기)
살리에리 또한 료마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배역이 자신과 비슷하다는 점과
시키부가 아직 쓰러지기 전에 촬영했던 장면의 대사를 떠올립니다.
바로 료마의 대사에 있었던 '그 학살'을 떡밥으로 사용하고 이를 회수하기로 합니다.
학살을 피할 수 없었던 등장인물들이 무사히 살아남는 법을 설정하고,
학살에서 살아남았던 자신의 배역에게 목적의식을 쥐어줍니다.
4. 흑잔(심리와 트릭 이용하기)
흑잔은 얼마 전에 읽었던 철학책(이라 쓰고 만화책이라 읽는다)을 읽고 이를 참고해 자신이 맡은 배역의 심리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배역과 접점이 있던 시키부, 살리에리를 이용하여 이야기를 물 흘러가듯이 진행시킵니다.
앞서 3명이 흑막을 모 교수님으로 설정했다면, 흑잔은 완전히 방향을 바꾸는 선택을 합니다.
흑막은 고용인 중 한명이며,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습을 보이지는 않지만 등장인물 중 한명인 마스터를 지목하면서
영화 배역과 영화 관객의 심리를 이용하는 트릭을 선보입니다.
(선수 빼앗긴 트리스탄에게는 애도를... 아이디어는 먼저 선점해야 하는 것이란다)
5. 트리스탄(무대 확장하기)
본래 흑잔과 같은 트릭을 이용하려 했던 트리스탄은 다른 장치를 이용하기로 합니다.
무대 뒤편의 이야기 또한 영화의 이야기로 설정하는 겁니다.
즉, 대본에 없었던 이야기 또한 영화의 이야기에 포함시키고, 배역들 또한 자신이 배역임을 인지하는 메타픽션을 이용합니다.
이 5개의 제안 중에 하나가 결말이 되고,
결말을 다 찍은 후에야 감독인 시키부가 깨어나 시키부가 만든 시나리오를 듣게 됩니다.
시키부의 이야기와 배역이 만든 이야기의 방향성이 다르자,
둘의 교집합을 찾아 외전격 이야기를 만들어 종지부를 찍음으로써 명봉장의 이야기는 막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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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ㅏ... 줄거리 쓰는데도 되게 오래 걸렸네요...
지금 약간 졸려와서 비몽사몽할 수도 있지만 계속 써내려 가보겠습니다.
저는 아쉽게도 투표를 하지는 못 했지만, 일단 한명만 꼽자면 흥미로웠던 제안은 아라쉬였습니다.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들 수 있는 요소는 3가지가 있는데,
인간 관계, 상황, 환경입니다.
대다수의 서번트들이 인간 관계를 이용하긴 했지만 아라쉬가 인간 관계를 비틀면서 흥미가 생기더군요.
물론 아라쉬가 첫 주자여서 임팩트가 제일 크다고 느꼈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겠습니다ㅋㅋㅋ...
게다가 허월관과 비슷하다고 해서 저는 범인 찾는 건 줄 알았습니다... 쿨럭
이야기라는 것 자체가 등장인물의 갈등이 서로 엮이고 엮이면서 결말까지 가는 것인데,
매력적인 세계관도 분명 중요하지만 어떤 식으로 갈등을 맞이하고 풀어나가면서 스토리를 이어가느냐가 관건입니다.
개인적으로 인간 관계가 갈등을 만들어주는 가장 큰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 셋 중에서는 인간 관계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3개가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긴 합니다만..;;
아라쉬는 이 인간 관계를 한번 꼬고 이야기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면서 독자가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모 교수님의 재등장 떡밥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하기도 하죠.
료마 같은 경우는 이야기를 꽤나 논리적으로 펼쳐서
보면서 '오... 이야기 진행과 설정이 굉장히 논리적이야...꽤나 잘 쓰는 걸...' 생각은 했지만 흥미가... 생기지는... 않더군요....ㅠㅠ
저 또한 작가로서는 '이야기가 작가와 독자가 납득할 수 있으며, 논리적으로 진행이 되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독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논리가 좀 부족해도 사실 재밌으면 장땡이더군요....
이야기라는 게 일종의 오락이나 다름없으니까요...ㅋㅋ
게다가 작가는 작품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써내려가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게 유잼인지 노잼인지,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인지 아닌지 분간이 안 간다는 게 문제입니다....
제가 아마추어라서 그런 걸 수도 있겠습니다만....;;
살 슨상님과 트리스탄은 워낙 언급한 게 다른 서번트들에 비해 적다보니 판단하기가 애매하고,
흑잔은 매력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끌리지는 않았습니다.
킹치만 서버페스를 헤치고 나온 그 감은 죽지 않았더군요ㅋㅋㅋㅋ
취향이 안 갈리는 이야기는 없는 겁니다..!
사실 작가가 만든 이야기와 결말이 전부 다 정답인 건 아닙니다.
용두사미로 끝나는 작품들도 있고,
작가가 생각도 안 한 떡밥을 독자가 캐치했더니 작가가 그걸 실제로 써먹었다라는 썰도 있고,
독자의 반응을 보고 작가가 이게 더 낫겠다 싶은 건 진행을 확 틀어버리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어찌됐든 스토리텔링 또한 오락이고 상업적인 것과 관련이 되어 있기 때문에 독자(혹은 시청자)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것이고, 공급이 있어야 수요가 생기는 것이니까요.
작가가 원하는 것과 독자가 원하는 것을 적절히 조율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 아닐지... 생각을 해봅니다.
만 이걸 실전에서 활용할 수 없으면 말짱 꽝이지요 껄껄껄...
암튼 페그오 덕분에 저도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도 생기고, 스토리 구성에 대해 도움도 받네요.
제가 친구의 꼬드김에 넘어가(?) 입문을 했지만,
그 이후에는 애정캐들 덕질도 하고, 재밌는 스토리를 플레이하면서 견문이 넓어졌으니 말이죠.
물론 그 중에 폭탄도 몇 개 있긴 합니다.
으... 어느 정도 생각도 정리되었으니 이만 마무리하겠습니다.
나는 왜 이 글을 2~3시간 동안 붙들고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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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투표할 때는 흑잔은 아니겠다 싶었는데 막상 흑잔이 제일 투표가 높게 나오는 걸 보니까 아닌가? 얘가 맞나!? 하고 팔랑거리는 중 줏대nothing | 21.05.16 14:2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