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나미는 감시자니까 모두를 잘 부탁해. "
그는 자신을 ' 나에기 마코토 ' 라고 소개했다. 미래기관이라는 큰 기관에서 나온 사람인듯 했다. 그에게 이 임무를 처음 부여 받았을때의 감정과 악수를 청하여 맞잡았던 손에는 은은한 온기가 남아있었다. 악의였는지 , 선의였는지. 어느 편인지가 구분부터가 가지않았다. 왠지 모르게 불안해졌다. 이 키보가미네 학원이라는 곳에 있는것 부터가 불안했다.
난 아직 ' 친구 ' 라는 존재를 몰랐다. 사랑도 우정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부여받은 명령과 임무만 중요했을뿐- 하지만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내 인생은 뒤틀려버렸다. 감정조차 느끼기 힘든 이 몸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없었다. ' 초고교급 게이머 ' 라는 타이틀로 그들의 옆에 끼어든것은 처음부터 계획된 일이였다.
한명씩 기억을 더듬으면서 자신의 이름이나 재능등을 말했다. 나역시 이름과 재능을 말하며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유난히 눈에 띄었던건 여긴 어디냐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은 남자였다.초록색 넥타이와 큰 키. 그리고 유일하게 자신의 재능을 기억 못 한다는 그 남자는 ' 히나타 하지메 ' 였다.
" 분명 괜찮을꺼야 ... 절망적인 것은.. 여기엔 .. 없을 ... 테니까 ... "
싱긋 웃어주며 말했다. 가식의 일부분이였다. 정말 그것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다. 머리에 텍스트가 써지지않아 천천히 말하는데도 히나타는 끝까지 들어주었다. 그리고는 나의 어깨를 감싸주며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때 난 처음 사랑이라고 , 또는 우정이라고 일컫는 감정을 속에서 느꼈다. 무언가 끓어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서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곧 날은 어두워졌고 , 첫날이랍시고 파티를 열었다. 그리고 요리는 초고교급 요리사 ' 하나무라 테루테루 ' 가 맡고 , 제비뽑기에서 뽑힌 초고교급 행운 ' 코마에다 나키토 ' 는 회장 청소를 하기로 했다. 섬에 오기전 자신을 선생이라 소개한 이 토끼인형. ' 모노미 '라 했다.난 이미 이 인형을 알고있다. 아니 , 알고있는것이 당연했다.
초고교급 상속자 ' 토가미 바쿠야 ' 는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살인에 대비하여 무기로 쓸만한 모든것을 거두어서 상자에 넣어두었다. 다만 주방의 ' 바비큐 꼬치 ' 는 요리에 쓰이는 바람에 미처 걷지 못했다. 모노미와 회장밖에서 별을 보던 난 살인이 일어날 껄 감지했다. 이미 핀트는 어긋나있었지만 , 퍼즐은 맞춰져있었다.
범인은 ' 하나무라 테루테루 ' 로 밝혀졌다. 알고있었다. 곧 하나무라가 진짜 범인은 코마에다인데 자신은 그 일을 막기위해 한것이라며 해명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처형을 받고야 말았다.
그리고 서서히 죽어갔다. 코이즈미를 죽인 페코야먀와 미오다 , 사이온지를 죽인 츠미키 , 메카 니다이를 죽인 타나카 - 어느새 반이 죽은 상태였다. 난 임무의 성취감에 잠겨있었으나 한방에 그것을 깨버린 이가 있었다.
" 나나미양 , 나랑 얘기 좀 할래? "
키보가미네 학원 마크가 박힌 파일을 든채 은밀한 미소를 짓는 남자. 내 기억속 디스크로는 ' 코마에다 나키토 ' 라는 ' 초고교급 행운 ' 이였다. 확실했다. 하얀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먼저 가버리는 그의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 나나미양은 내가 아는 거와는 달리 ' 절망 ' 이 아닌거 같네. 이제 알아버렸거든 . ' 초고교급 희망 ' 이라고 믿고있었던 모두가 미래기관에서 판명한 - 그리고 몰살시키라 명령한 ' 초고교급 절망 ' 이란것을 말이야. "
혼자 말을 꺼내고 이내 피식- 웃는 그를 보며 , 난 생각에 잠겼다. 아주 큰 비밀이 손실된것. 좀 혼란 스러웠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난 말을 이었다.
"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
" 널 뺴고 내가 대신하여 모두를 죽여줄께. 난 이제 예비학과인 ' 히나타 하지메 ' 역시 필요가 없어. 내 삶의 전부인 너희가 ' 절망 ' 일 줄은.. - 상상도 못한일이지. "
" .. 어떻게 죽일껀데 ? "
" 난 ■■할꺼야. 아주 교묘한 트릭을 이용해서. 왠만한 ' 절망 ' 들의 머리로는 풀 수없는. 하하하!!- 재밌을껏 같지않아? 이제 여기서는 오직 너만 살아나가는거야. 나나미 치아키. "
" 절망병이 도지기라도 한거야 ? "
" 글쎄. 난 이만 갈께. 푹 자둬 ."
씩 - 웃고는 그대로 발을 돌려버리는 코마에다를 보며 정말 재수없다고 생각했다. 히나타만은. 그만은 죽일 수가 없다. 몰살시키는게 명이지만 나에기라는 남자의 발끝에 매달려 빌기라도 하고 싶었다. 그만은 날 믿어줄 뿐더러 , 절망의 일당 모두를 감싸 주려고 애를 썼다. 정말 그만은 그랬다. 토가미나 , 키리기리와는 달리.
그리고 다음날 정말 짜인 천인듯. 일은 터졌다.
화르륵- 하며 타오르는 불길. 소니아가 급히 소화탄이라면서 들고왔다. 뭔가 수상한 감이 느껴졌다. 마치 키보가미네에 처음 들어왔을때 느낀 감정. 살짝 빛이 바랜 소화탄을 보고 슬프게 웃고있던중 히나타가 그걸 집으려 하자 급히 낚아채 던져버렸다.
이제 나의 임무도 , 목숨도 끝났다.
" 짝짝짝!! 나나미양이 이번 학급재판의 검정으로 정해졌습니다!! 맞아! 너네들 정답이야!! 게다가 나나미양이 배신자인것도 사실이구우-!! "
이제 저 꼴통 곰돌이를 안봐도 된다고 생각하니까 속은 후련했다. 기분이 좋았다. 모두를 구했다. 난 모노미의 손을 꼭 잡고 처형당하러 발을 옮겼다. 하지만 도중 발을 멈추고 살아있는 모두를 바라봤다. 조금의 눈물을 머금고 날 바라보고있었다. 처음에 저게 뭔지 난 잘 몰랐다. 하지만 나도 알게됬다. 저건 ' 눈물 ' 이라는 거다.
내가 모두의 생활이나 감정을 이해할 수 없었던건 사실 난 ' 인간 ' 이 아닌 ' 프로그램 ' 이였을 뿐이기 때문이였다. 나에기가 모두를 인도하기 위해 만든 감시자이자 지도자 프로그램. 그래도 좋았다. 그에게 고마웠다. 히나타를 만날 수 있어 기뻤고 , 그외 모두를 만날 수 있어 기뻤기 때문이였다.
난 멈춘 발걸음을 다시 움직였다.날 슬프게 바라보는 모두들. 괜찮을꺼라 말해주었던 나였는데. 그런 나였는데 - 코마에다를 죽일줄은 생각도 못했던 일이였겠지. 코마에다가 미울 뿐이 아니였다. 오히려 그걸 말해주어서 고마웠다.초고교급의 행운답게도 내가 소화탄을 던져 그를 죽였다. 다행이였다. 정말로.
친구.친구란건 정말 신기했다. 지루하기만 했던 내일이 재밌어지게 되고 , 기대하게도 했다. 갑자기 내가 처음 이곳을 와서 이들을 만났을때가 머릿속에 생각났다.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 오늘도 참가자처럼 연기했다. 이미 다 짜여진 각본이였다. 하지만 코마에다가 그걸 깬것일뿐이지. 누군가의 음모처럼 절망의 색은 연해지지 못하고 점점 진해져갔다. 그리고 아무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 검정 ' 이 되고 말았다. 물론 나도 그랬다. 내가 모르는 사이 코마에다 를 죽였다. 난 끝까지 살아남아 임무를 수행하여야 했다. 하지만 .
정말 배신자가 나라면. 내가 죽어서 ' 친구 ' 라고 생각한 모두의 미래가 밝아진다면. 죽는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이미 그들이 다 죽으면 나역시 없어지고 말았기에. 의미없는 죽음일바에는 차라리 모두를 구하며 죽는편이 훨씬 낮다고 생각했다.
내가 죽은 다음 모두는 미래를 향해 잘 나아가고있을까? 절망 , 제발 더이상 누군가의 미래를 망치지 말아줘. 부탁이야.
엄청 큰 테트리스 블럭이 날 누르고나서야 난 끝내 ' 정지 ' 될 수있었다. 이제 더이상 누군가를 괴롭히지는 않겠지.
나나미와 모노미가 죽자 섬이 흔들리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머리가 어지러운 히나타가 나나미 방문을 조사하던중 무언가를 발견했다.
' 미안해 . 지지말아줘. '
그녀의 마지막 언어. 부탁 . 소원 . 갖가지 단어들이 다 떠올랐다. 히나타가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방문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 난 .. 지지 않아 .. 히나타 ... 하지메니까 ... "
나나미의 진실과 이 섬의 진실을 알게된 모두는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모노쿠마가 연기한 나에기가 사라지고 진짜 나에기가 나와 상황을 설명했다. 자신의 진실또한 알게된 히나타는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떴다. 그러자 그의 뇌리속에 나나미가 생성되었다.
" 히나타.. 모두는 게임같은게.. 아니잖아... 게임인건 나뿐.. 모두는 그렇지.. 않잖아.. "
" 고마워 .. 나나미 .. 정말 .. 고마워 ... "
" 모두에 대해서 절대 잊지 않아 ... 절대, 절대로 잊지 않을거니까 ... "
" 나도 잊지 않을께.. 나나미... 고마워... "
" 앞으로도 ...이세상 어딘가에서.. 모두를 응원할테니까 ... "
" .... "
" 왜냐하면 ... 언제까지나 ' 친구 ' 니까... "
말을 끝낸 나나미는 삭제되듯 사라졌다. 그녀는 어차피 시스템에 불과하기 때문에- 오래 살아있을수도 히나타가 나이를 먹어도 그녀는 그대로다. 언제까지나.
현실세계로 돌아온 히나타는 하늘을 바라봤다. 햇살이 살짝 따갑게도 느껴졌지만 왠지 편안해졌다. 나나미를 언젠가는 다시 볼수 있을꺼다. 정말 언제까지는 -
" 가상세계 게임시물레이션을 종료합니다 - "
모두 잘 돌아갔겠지? 잘가. 너네들을 영원히 잊지않을께. 다음에 또 만나자! 꼭 응원할께. 왜냐하면 , 우리들은 언제까지나 ' 친구 ' 니까 -
출처 : http://blog.naver.com/jnayoung0328/4020119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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