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저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게임 안의 룰, 도덕
모든 게임은 일단 공개하면, 들어온 유저들 사이에서 비슷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일종의 규칙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리니지의 경우, 거대길드의 사냥터 길막 등은 초창기 및 리니지 비 유저층에게 큰 비난을 받았습니다.(저도 싫어합니다)
그러나 일단 굳어진 뒤로는 최소한 그 안에서는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죠.
이것이 규칙입니다. 리니지 안의 한정 규칙이죠.
유저의 결정을 존중(이라는 핑계로 방치)한 엔씨 운영진의 태도도 한 몫을 합니다.
거대길드의 횡포가 너무 심해지면서 바츠 해방전쟁 등의 사건도 일어납니다만,
큰 흐름에서 한 번 정해진 관념이 뒤집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좀 극단적인 예를 들었습니다만, 다른 게임에서도 유저 룰이 생기는 경우는 많습니다.
보편적인 것이라면, 예를 들어 채팅창의 도배는 자제하자, 성적인, 혹은 부모의 욕을 하면 안 된다 등등.
이는 시스템적인 필터링으로 처리되는 부분도 있습니다만, 대부분 현실의 도덕관념이 게임에서도 룰로 굳어지는 경우죠.
이 규칙은 곧 도덕관으로 진화하죠.
즉,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도덕적으로 비매너인 행위를 한 것이 되어 비난을 감수해야 합니다.
설사 그것이 시스템적으로 허용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요.
온라인 게임이 크게 늘어나면서, 성향이 비슷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경우에
다른 게임에서 가져온 도덕관념을 현 게임에 적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현실세계의 도덕관과도 유사한 부분이 있는 룰은 빠르게 정착하게 되죠.
좀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양학이 비난받는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저레벨 유저를 학살하는 고레벨은, 영락없이 약자를 괴롭히는 못된 강자의 이미지죠.
이것은 약한 사람을 괴롭히면 안 된다는 우리의 도덕관과 결부되어 비난과 조롱을 당하는 원인이 됩니다.
그런데, 지금 블소의 유저 룰은 PVP를 회피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 룰이 정착되면, 적어도 흔히 말하는 '똘끼 넘치는' 플레이어 외에는 필드쟁이 거의 죽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겠지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2. 이득 없는 PVP
위에서 설명한 유저 룰의 형성 과정에는, 그 게임의 시스템이 깊은 영향을 끼칩니다.
리니지가 지금처럼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를 뚫고 지나다닐 수 있었다면, 사냥터 길막 등의 유저 룰은 아예 생기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블소의 경우 이 PVP 시스템의 문제 때문에 유저들이 PVP를 회피하는 쪽으로 룰이 만들어져 굳어져 가는 중입니다.
PVP를 함으로써 이득이 없기 때문입니다.
와우의 경우, 전장이나 투기장을 뛰어 명예점수나 투기점수를 쌓아
그것으로 전용 장비나 탈것을 구입하거나 칭호를 달 수 있습니다.
필드쟁만으로도 명예점수가 쌓이니 전투의 보상이 확실한 것이죠.
나는 탈것만 아니었다면 필드쟁은 지금 이상으로 활성화가 되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블소의 경우 보상이 없습니다.
PVP로 얻을 수 있는 직접적인 이익은 영기인데, 이는 세력 등급 상승과 문파 레벨 상승에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8급이면 승천비를 배울 수 있는 현 상황에서 적 플레이어를 처치해 영기를 축적할 이유가 딱히 없습니다.
문파창고 등 문파 특전도 공개가 안 되었고요.
그리고 영기는 PVP만이아니라 적대세력의 NPC를 처치함으로써도 올릴 수 있습니다.
세력과 문파 등급은 영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퀘스트로도 올릴 수 있고요.
영석?
퀘스트로 얻을 수 있지만 그 세력 퀘스트라는 것의 내용이 PVP가 아니라 수집이나 사냥입니다.
적 세력 NPC를 죽이는 거나 몬스터를 죽이는 거나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의상?
마찬가지로 적 NPC 처치해서 나오는 보스급 NPC 잡으면 얻는 주화로 구입합니다.
PVP가 아니라 PVE입니다.
순수하게 전투를 즐기는소수의 유저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보상에 이끌려 행동을 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블소의 PVP는 이런 층을 흡수할 마땅한 PVP 보상을 제공하고 있지 않죠.
3. 싸운 뒤에도 다시 만나 협력해야 하는 유저
진영을 철저히 분리하는 다옥이나 와우와 달리, 블소는 옷을 바꿔 입음으로써 PVP와 PVE를 전환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신과 협력할 수 있는 다른 유저의 수를 두 배로 늘린 것이나 다름없지요.
와우에서 얼라이언스 2천명, 호드 2천명이 접속을 했다고 하면, 자신이 실제로 보는 인원은 2천명입니다.
하지만 블소는 무림 2천, 혼천 2천이라고 해도 던전이나 퀘스트에서는 4천 명의 동지가 있는 거나 마찬가지죠.
(뭐, 레벨차이나 공략숙지 등등 문제는 많습니다만, 일단.)
그런데 이 시스템이 PVP를 죽입니다.
사실 PVP에서 상대방과의 합의 후에 동시에 시작하는 비무, 즉 듀얼이 될 가능성은 극히 적습니다.
대부분 누가 다른 누구의 뒷다마를 까는 것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럴 경우 선타를 맞은 입장에서 입에서 좋은 소리가 튀어나올 리가 없죠.
그런데 한창 지역챗으로 비겁하니 마니 싸우던 두 사람이 용기둥 앞에서 같은 팟으로 만난다면?
합격기라는, 대놓고 협력하라고 만든 공격 시스템까지 있는 블소입니다.
참 뻘쭘한 상황이 이어지겠죠.
이는 도덕적인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그런 상황이 연발된다면 과연 적극적으로 PVP를 시도할 수 있을까요?
4. 템포를 빼앗고 부담을 지우는 쟁(집단전투)
그러면 이젠 집단전을 봅시다. 흔히 쟁이라 불리는 것이죠.
사소한 시비가 붙은 것이 곧 대규모 전투로 발발하는 경우도 잦은데, 이 경우도 문제가 됩니다.
영기 시스템.
영기야 지금은 무용지물이 되다보니 오히려 단점이 가려지는 편인데, 초창기의 문제가 바로 영기반납이었습니다.
한창 싸우다가 영기가 어느 정도 쌓이면 본진으로 돌아가 영기를 반납하는 것이 자신에게 이익입니다.
한 번만 죽어도 뺏기는 영기는 유저를 소극적으로 만들죠.
그래서 적당량이 쌓이면 적 세력에게 인식되기 전에 빠르게 반납하는 게 이익입니다.
그런데 전투조 입장에서는 영기 반납한다고 하나둘씩 전선이탈하면 전선이 무너지거든요.
그런데 안 무너지는건, 상대편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ㅡㅡ;
전투 중 딴짓을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전투의 집중을 낮추고 템포를 빼앗는 셈이죠.
오히려 퀘스트로도 4급이 찍히는 요즘은 영기가 별무소용이다보니 이런 단점이 안 보입니다.
게다가 사망시 수리비도 만만치 않아요.
이는 PVP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동합니다.
와우는 PVP 사망시 수리비를 거의 0에 가깝게 만들어 유저가 걱정없이 전투를 할 수 있게 만든 부분과 대비됩니다.
이 외에도
전투만 풀리면 완벽한 도주가 가능한 채널 시스템
카리스마 있는 PVP 전투 영웅의 부재
(진소아와 당여월이 왜 무림과 혼천의 영웅으로 나오는지? 게다가 진소아는 혼천교에 감정 없다는 말까지 하며 사과한다! 전투중에!)
저레벨지역 보호 장치의 부재로 양학을 당해 PVP 혐오를 갖는 유저의 증가
등등 깔 거리는 참으로 무궁합니다.
5. 맺으며.
제 사견입니다만, 블소는 아무래도 PVP를 부랴부랴 집어넣은 느낌이 강합니다.
예전부터 기본 기획은 있었는데 개발 중에는 다른 작업에 밀려 후순위로 밀려 있다가,
사내 테스트에서 높은 분의 '어, 왜 PVP 없나?'라는 말을 듣고 후다닥 집어넣은 듯하달까요.
왜냐면, 개발팀 중에는 유저도 아는 사실을 모를 정도의 바보는 없기 때문입니다.
(정말 바보들 투성이라면 게임 자체가 안 나오겠죠)
영석퀘 등을 보면 PVP를 상당히 적극적으로 유도하려는 기획의도가 엿보입니다.
기획 단계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잡거나 대처할 수 있는 오류인데도 그대로 튀어나온 것이 참 안타깝네요.
지금도 좀 늦었지만, 외양간의 소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소 다 나가기 전에 외양간을 고쳐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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