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한 버그가
1. 단점들이 좀 있지만 확실히 재미는 있습니다. 챕터 3 진행 중인데 현재까지 플레이타임 12시간. 두번째 플레이 때 한 번 패드 잡고 7시간정도 달렸네요.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들며 모험 여행을 하는 느낌을 현대적으로 잘 살려낸 게임인 듯 합니다. 전투 시스템은 고민한 흔적이 많습니다. 이왕 액션성을 높이는 거 공격 중 캔슬 방어나 회피를 좀 자유롭게 해줬으면 하는 지엽적인 아쉬움은 있지만 ... 전투는 아직 좀 더 파봐야 알거 같아요. 본편 재밌으면 DLC는 나중에 사려고 일반판 DL로 질렀는데 개인적으론 아주 만족합니다.
2. 요리나 사진 시스템도 소소한 재미가 있어요. 요리의 경우 테일즈 시리즈 전통이기도 한데 파판15는 완성된 요리의 비쥬얼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차별 포인트 같네요. 만화 <토리코> 먹방 보듯 가상 식재료들로 만든 음식들을 군침 흘리며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하루 지속되는 버프 효과와 연계해서 실제 플레이에 밀접하게 엮은것도 자연스러워요. 사진 시스템은 아이디어가 좋다고 느꼈습니다. 플레이어가 애써서 정신 없는 액션 중에 피사계심도와 노출과 색감을 지정하지 않아도 동료가 알아서 여행의 면면을 기록한다는 느낌이라 편해요.
2. 메인 스토리. 초반에 뜬금없이 내용이 뚝뚝 끊기는 동영상이 나오는 부분에서 좀 의아했습니다. 영상은 나오는데 더빙이나 효과음 없이 배경음악만 나와서 사운드 설정 잘못됐나 하고 재부팅도 해보고. 알고 보니 이게 CG영화 킹스글레이브에 나오는 왕도습격 내용인가 보더군요. 6만 9천원 짜리 게임을 샀는데 스토리를 다 알려면 추가 영상물을 구매해야 된다는 점은 마이너스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고 세계관 설정에 공을 들였다는 얘기도 되니 ... 개인적으로는 애니메이션 브라더후드와 킹스글레이브를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오픈월드 여행 분위기는 밝은데 메인퀘스트 상황은 암울한 탓에 캐릭터 감정선이 일관되지 못한 점도 단점이라면 단점이네요.
3. 그래도 게임이 전체적으로 상쾌해서 좋아요. 블러드본, 다크소울3도 즐겁게 클리어했습니다만. 프롬의 RPG들은 액션과 던젼 탐험에 특화한 재미가 있는 반면 세계관과 아트웍이 어둡고 기괴해서 플레이하다보면 기분이 묘하게 나빠지는 데가 있었습니다. 불친절한 설명이나 높은 난이도 때문에 공략을 찾아봐야 된다거나 하는 진행 스트레스도 있죠. 덕분에 한 번 달리면 몰입하게 되는데 한동안 엄두가 안 나서 손이 잘 안 가기도 했어요. 반면 파판15는 여러모로 초보들을 위한 안배가 돼 있어 공략 없이도 시원시원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게 장점이네요. 난이도도 높지 않아서 부담 없이 건드릴 수 있고. 자연 풍광도 시원시원. 플레이하면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4. 서브퀘스트 퀄리티는 좀 실망스러워요. 용과같이 시리즈나 위쳐3도 재밌게 했는데 특히 위쳐는 서브퀘스트의 퀄리티가 대단했습니다. 파판15의 경우 대형 서양 RPG 프랜차이즈에 비해 서브퀘스트의 스토리 밀도가 떨어지는 게 아쉽습니다. 위쳐3의 경우엔 NPC의 삶에 직핍한 문제들이 대부분이라 퀘스트 진행이 자연스럽게 드라마가 되는데 말이죠. 플레이어에게 가치관에 따른 선택지를 들이밀고 이를 이야기에 반영해 결말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설계도 좋고 말이죠. 파판15는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이 뜬금없이 뭘 부탁해 오는데, 대부분이 그저 ‘심부름’에 가깝다는 게 아쉽습니다. 제대로 된 서브퀘 스토리작가가 있었더라면 하는 ... “내가 이런 NPC들 똥이나 닦아주려고 비싼 돈 주고 게임을 샀나”하는 자괴감이 들게 만듭니다 ... 추후 DLC로 개선되길 희망하는 부분입니다.
5. 탈것 관련. 일단 말 많은 자동차 운전. GTA 수준의 자유로운 자동차 운행을 생각했다면 (제가 그랬으니) 확실히 실망스럽긴 합니다. 그래도 운행중 상점 이용, OST재생 등등 지루함을 덜어줄 요소들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특히 OST는 신의 한 수. 강제 자동 운행땐 파판7 OST 걸어놓고 시원한 경치 감상이나 합니다. 시스템 UI메뉴에 항목이 없어서 몰랐는데 트리거 버튼 누르면 레이싱 게임처럼 시점 변환도 됩니다. 운전석 1인칭도 되고 와이드화면도 되고 ... 추억의 OST 들으며 잠깐 몇 분 달리는 거 생각보다 괜찮은 기분입니다. 계속 이러다보면 질리겠지만요 ... 초코보를 탈 수 있게 되니 필드 도보 이동도 즐거워지더군요. 지긋지긋한 L3달리기에서 해방돼서 팍팍 스피드를 내며 달리고 언덕에서 점프 공중부양 하는 맛이 중독성 있습니다. 초코보는 사랑입니다.
쓰다 보니 좀 길어졌네요. 아직 게임 구매 결정을 못 내린 분들께 도움이 될까 싶어 감상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