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rase #1
4
하늘에는 반달이 얼굴을 들어내고 있었다.
그 빛에 둘러쌓인, 심야의 산길을 달려가는 차들.
그 중심에는 튼튼하게 보이는 고급승용차가 있고, 그 주위를 지키는 듯이, 몇 대의 트럭이 달리고 있었다.
승용차의 창문은 전부 검게 칠해져 있어, 안에 타고있는 인간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승용차를 지키는 트력의 짐칸에는, 험악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림자들이 보이고 있었다.
"좀 춥지 않아, 굴?"
"참아. 그렇게 생각하는건 너 뿐만이 아냐."
"......내참. 엔쵸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서, 이런 고생을 해야한다니 말야. 달도 날 버린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드네."
"투덜대지 마, 토니. 한번 정도 이렇게 동행해주지 않으면, 중개인으로서의 녀석의 신용이 떨어져. 일자리가 없어지면 곤란한건 우리들이라고."
행렬의 맨 뒤를 달리는 트럭 짐칸에서 그런 대화를 다누고 있는건, 토니와 굴 콤비이다.
넓기만 한 짐칸에는 덮개도 없고, 다른 동행자도 타고 있지 않다.
불어오는 바람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같이, 그들의 몸에 박히고 있었다.
보비의 움막을 나오자 마자, 그들은 일의 의뢰주와 맞닥드리게 되어, 어느샌가 이렇게 트럭 짐칸에 올라타 있었다.
다른 트럭에는 훨씬 더 많은 인간들이 부대끼며 앉아있었다.
그들의 트럭에 둘 밖에 타고 있지 않는 건, 오직 '죽고싶지 않아'라는, 제멋대로이지만 당연한 심리가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집단으로 움직일 때, 가장 위험한건 집단의 최후미라고 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당연시 되고 있다.
"그나저나 의외였어. 내 얼굴을 기억 못하고 있다니."
추위에 하얀 입김을 동반한 한숨을 내뱉으며, 토니가 중얼거렸다.
트럭에 타기 직전에 맞닥뜨린 의뢰주 ─ 폰드 브라운은, 그들 두명에게 선금으로써 5만불짜리 수표를 건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차 안으로 사라져갔던 것이다.
대신 나타난 그의 심복인 듯한 남자가, '부디 브라운님을 지켜주게'라며, 토니의 손을 잡고 울면서 청원해 왔다.
긴 세월동안 해결사일을 해 오면서, 울면서 의뢰를 받은 적 따윈, 토니는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었다.
"나는 완전히, 그대로 녀석과 한판 하게 될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야. 함정이나 복수는 커녕, 오히려 울면서 구해달라고 부탁받게 될 줄은 생각치도 못했어."
"무슨 사정인줄 알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말야. 무엇보다......"
말을 하다 말고, 굴은 트럭이 가는 곳에 눈을 돌린다.
그렇게 높지도 않은 산 저편에는, 그들이 사는 마을보다 훨씬 크고, 활기에 넘치는 마을의 빛이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도시 저편에는, 칠흑의 바다를 향해 열려있는 거대한 항구의 모습이 보였다.
"내 기억이 틀리지만 않으면, 저 마을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건 분명, 동양계의 조직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도 그렇게 들었어. 그리고, 이녀석들은 그 조직의 본거지를 지나서, 단숨에 항구로 가겠다는 거로군. 이 것 참"
제 정신이 아니다.
이 차의 행렬은 사실상, 후퇴하고 있는거와 다름이 없었다.
게다가 그 중심에 있는 자는, 적당한 조직이나 경찰에게 넘겨버리면, 고액의 상금을 받을 수 있는 거나 다름없다, 라는 딱지도 붙어있었다.
사정을 모르는 인간에게는, 그들은 그야말로 '호박이 넝쿨채' 굴러들어오는 거나 다름없었다.
"어떻게 할거야, 토니?"
"선금으로 전액을 받았다면 몰라도, 그 반밖에 못받았으니까 말야. 5만불치 의리를 다하면, 재빨리 사라지자고."
"동감이야. 그럼 적당한 곳에서 튈까?"
"그러자.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기 직전쯤에서, 조용히 빠지자고. 무엇보다 이쪽은, 거의 맨몸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토니의 등에는, 한시라도 놓은 적이 없는, 애용하는 장검이 매달려 있었다.
물론 그럴 생각이 있으면, 덴버스 때와 같이 이것 하나로 상대와 호각 이상으로 싸우는 것도 힘든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일대는 이미, 그들과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녀석들의 본거지이다.
그 얼마나 실력에 자신이 있다고는 해도, 자기 외에는 전부 적이라고 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불리하다.
밤바람이 불어오는 중에, 토니는 검을 빼어들었다.
"나는 이녀석 하나 뿐이군. 굴, 당신 무기는?"
"언제나 가지고 다니는 파이슨이랑, 예비 카트릿지가 6개. 네 검과 합치면, 도망치는데는 충분하겠지."
"좋아. 그럼, 남은건 타이밍을 잴 뿐이군."
그렇게 둘은 입을 다물고, 밤바람으로 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옷깃을 여미고, 둥글게 움츠렸다.
차의 집단은 드디어 골짜기를 넘어, 마을 불빛까지 얼마 안남은 지점까지 와 있었다.
습격 소리를 들은 것은, 그로부터 겨우 2분이 지났을 때였다.
어디에선가 정보가 새어나간 것인지, 아니면 그것도 예상을 하고 있었던건지.
브라운이 가는 길을 막는 듯이, 산길에 돌연히 나타난 것은, 전부 백명은 될 듯한 전투집단이었다.
동시에 양쪽 측면을 공격하기 위해, 덤불 속에서 다른 부대가 나타난다.
패주하는 집단에 불과한 브라운 조직은, 눈 깜짝할 사이에 패닉에 빠져있었다.
"솜씨 좋은데. 브라운한테는 미안하지만, 이거 상대가 안돼겠네."
"동감이야. 그럼, 받은 선금 만큼만은 일해줄까."
토니와 굴은 당황한 척도 없이, 트럭 짐칸에서 뛰어 내렸다.
달이 떠있다고는 하지만, 달리 불빛도 없는 산길이다.
조금이라도 냉정함을 읽으면 같은편끼리 쏘아대, 자멸할 가능성도 크다.
"브라운이 있는 곳으로 돌파해볼게. 댁은 여기서 원호해줘, 굴."
"알았어. 다만 지금 탄수가 좀 불안해서 말이지, 1분이 한계야."
"그정도만 버티면 충분해, 간다."
토니는 쓰윽하고 검을 빼어 들고는, 달려나갔다.
그런 그의 길을 막는 적에게, 굴이 정확한 사격으로 견제한다.
둘이서 콤비를 짤때 언제나 쓰는 콤비네이션이었다.
"비켜, 죽고싶지 않으면!"
토니는 낮게 중얼거리며 검을 휘두른다.
상대방을 베기 위해서가 아닌, 때려박기 위한 참격.
칼날이 아닌 검의 옆부분으로, 가는 길을 막는 상대방을 무작위로 쓰려뜨려간다.
"죽일 생각은 없지만 말야, 제대로 먹었다간, 보장 못한다고."
토니와 눈이 맞은 습격자 중 한명이, 공포에 떠는 표정으로 가로막는다.
안그래도 상식을 넘어선 장검을, 괴물같은 속도로 휘두르는 토니의 모습은, 그야말로 악몽과 같이 보일 것이다.
충격이 옆구리를 강타하곤, 그대로 몸이 의지와는 관계 없이 날라간다.
갈비뼈가 분쇄되어, 대량의 위액이 입에서 흘러 나온다.
죽일 생각이 없는 것 치곤, 데미지가 너무 큰게 아닐까 싶은 기술이었다.
그 엄청난 모습에, 습격자들은 본능적으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 자식이랑 관계되면, 위험해)
(이 새♡는 위험해, 너무 위험해)
(죽을거야. 난 틀림없이, 이 녀석에게 살해 당할거야)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공포가, 토니의 모습을 본 습격자들 전원에게 전파되기까지,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았다.
"좋아, 녀석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이틈에 저 새♡들한테 총알이나 좀 먹여주자고!!"
이때다 하며 기세 좋은 목소리가 들렸다.
어느샌가 차에서 내려 선, 중기관총으로 무장한 브라운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그의 병사들은, 마법에서 해방되기라도 한 듯 반격을 시작했다.
이윽고 심야의 정숙했던 산길은, 비명과 함성, 총성과 금속음 등으로 메아리 치고 있었다.
그리고 질퍽거리는 지면을 덮어버리는 듯이, 대량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슬슬 빠질때군. 굴!"
"좋아. 빠져나가자."
어느샌가 토니를 따라와있던 굴이 가볍게 끄덕여 대답했다.
그리고 처참한 항전의 현장에서, 둘은 홀연히 모습을 감추었다.
세계가 정숙을 되찾은 건, 그로부터 한시간이 지나서였다.
결과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제 아무리 토니의 활약으로 반격의 기회를 얻었다고는 해도, 브라운은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선전은 했지만, 압도적인 숫자의 차이 앞에서, 그와 그의 병사들은 전멸당하고 말았다.
"익숙하긴 하지만, 여전히 비참한 광경이야."
시체만이 겹겹히 쌓여있는 어두운 산길을 바라보며 토니가 투덜거렸다.
그 말에는 그 어떤 감상도, 감정도 들어있지 않다.
그는 이미 죽어버린 브라운의 시체로 시선을 돌린다.
양손에 중기관총을 안고, 생명의 불이 꺼지는 그 최후의 순간까지 싸운듯한 그의 시체는, 타버린 차의 잔해 위에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목은 잘려져, 남아 있는 것은 빨갛게 물들은 목 아래부분 뿐이었다.
"상금을 받기위해선, 얼굴만 있으면 된다는 건가. 무서운 세상이구만, 정말."
"우리들도 남 말 할 입장은 아니잖아. 뭐, 결과는 뻔히 보였지만."
토니의 등뒤에 서있던 굴이 말했다.
항전이 격화되기 직전에 몸을 뺀 그들은, 그대로 산의 사면을 미끄러지듯 도망쳐, 지금까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 행위를 비겁하다고 욕하는 것은 간단하다.
그러나 그들은 해결사이다.
받은 돈에 맞는 일은 해도, 질게 뻔한 싸움에, 목숨을 걸 의리는 없다.
"브라운도 필사적이었겠지. 원한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너를 같은편으로 끌어들였을 정도이니."
"그딴 감상은 듣고싶지 않아, 미안하군."
토니는 내뱉듯이 말하고는, 비참한 현장에서 등을 돌렸다.
그러나, 굴은 알고 있다.
토니라는 남자가, 해결사로는 드물게 타인의 죽음을 애도할 수 있는 남자라는 것을.
그가 토니와 행동을 같이 하는건, 결코 보수만이 목적이 아니다.
일 도중에 가끔씩 보이는, 답지 않은 그의 섬세함이 좋았다.
(내가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건, 대체 언제적 이야기려나)
드물게도 센티멘탈 적인 기분이 되어있는 것을 알아챈 굴은 쓴 웃음을 지었다.
그 때였다.
지면에 쓰러져있던 시체가 소리없이 몸을 일이키는 것을, 굴은 보았다.
그 머리는 석류처럼 터져 있었고, 왼팔은 잘라나가져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어설 수 있을리가 없다.
그러나 실제로, 그것은 조용히 ─ 그리고 가뿐하게 일어섰다.
(뭐, 뭐야, 이건!?)
굴도 역시 경험이 많은 해결사이다.
거칠은 일에도 익숙해져 있고, 피튀는 모습이나 시체를 본 정도로는 동요하는 일도 없다.
그런 그가 작게 떨고 있었다.
무서운 것이다.
상식으로는 잴수없는 무언가가 눈 앞에서 벌어지는 것이, 무서운 것이었다.
그것이 부정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작은 존재로서의 한계였다.
"토, 토니!"
그렇게 외칠 수 있었던건 기적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굴은, 이미 늦었다는 걸 깨달았다.
소리 없이 몸을 일으킨 시체는, 소리하나 내지 않고 공중으로 날아올라 날카롭게 삐져나온 손톱을, 토니를 향해 내려치려고 하고 있었다.
댄스를 추는 듯이 가볍게, 부드럽게, 인간같지 않게 삐져나온 그 손톱이 토니를 향해 뻗어갔다.
토니는 여전히, 등을 돌린채였다.
이미 등에 맨 검을 빼어 들 여유는 없다.
절대적인 죽음을 예감한 굴의 몸이 돌처럼 경직되어 있었다.
그러나 ─
"등밖에 노리지 못하는 치킨녀석에게, 내 목은 못줘."
상대방을 도발하는, 언제나와 같은 말투.
마치 등에도 눈이 달려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토니는 등뒤의 습격자에게 반응하고 있었다.
내려쳐진 시체의 팔을 손쉽게, 마치 당연한 듯이 움켜잡는다.
"네녀석들이 하는 짓은 언제나 똑같아. 호러 영화라도 보면서 공부 좀 하라고."
겁없는 표정으로 말한 그 직후.
뿌득.
둔탁한 소리.
몸을 돌리며 쳐올린 토니의 주먹이, 시체의 얼굴을 강타한다.
두꺼운 떡갈나무도 부숴버리는 주먹의 위력에, 내구력이란 없는 시체가 견딜 수 있을 리가 없다.
한번 더 친다.
강타, 강타.
반격의 기회도 주지 않고, 친다.
숨 쉴 틈도 주지않고, 친다.
좌우 콤비네이션이라면 어쨌건, 한손만으로 이렇게까지 연타할 수 있는 것일까.
시체의 얼굴에, 가슴에, 복부에, 셀수없을 정도의 주먹이 꽂힌다.
펀치수가 많은 것뿐만이 아니다. 시체의 몸이 이상한 형태로 일그러지는 걸 봐도, 보통이 아닌 위력이란 알 수 있었다.
토니와 시체와의 거리는, 제로나 마찬가지였다.
그 제로거리에서의 구타가 이렇게까지 위력적이라고,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슬슬 정신 차렸으려나, 이 죽다만 놈."
토니의 몸이 일순간, 깊게 가라앉았다.
숏 펀치의 연타를 마무리한 것은, 땅속부터 하늘로 날려버릴 듯한 위력의 어퍼컷이었다.
올려 친 주먹이 이미 무너져 내릴듯한 턱을 완벽하게 맞추어, 분쇄하여, 더 위쪽으로 올려버린다.
미쳐 흡수할 수 없는 충격에, 시체는 날려져 ─ 가진 않았다.
시체의 팔은 여전히, 토니의 왼손에 잡혀있었다.
부자연스런 자세의 시체가, 꼴사나운 모습으로 토니에게 당겨져갔다.
"그쪽에서 유혹해놓고서, 먼저 자려고하는건 너무하잖아?"
말이 끝나자마자, 토니의 왼쪽 무릎이 날카로운 흉기가 되어 시체의 명치에 파고들었다.
빠각.
기분나뿐 소리가 났다.
시체의 쇠골이 드디어 한계를 넘어, 붕괴해버린 소리였다.
"정신차리라고, 이건 아직 전제일 뿐이니까."
거기서 더욱이, 손 끝이 가슴에 히트.
그대로 흐르듯이 들어올린 뒷꿈치를, 미간을 향해 내리 꽂는다.
"───!!"
소리없는 비명이 시체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시체를 향해 내려차기를 먹인 남자는, 인류사상 최초의 존재일 지도 모른다.
토니에게 잡힌 채였던 시체의 팔은, 이미 뽑혀져 있었다. 이미 이 시체에는 그 어떠한 공격수단도 남아있지 않았다.
"꼴 좋군, 어이."
뽑혀진 팔을 던져버리며, 토니는 시체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그 얼굴은 ─ 원래는 그들에게 덤벼들었던 이름 없는 졸개였을 테지만 ─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일그러지고 터져, 표정따윈 알아볼 수도 없었다.
그러나, 뿜어져 나온 피가 공교롭게도 눈물과 같이 얼굴을 뒤덮어, 마치 우는 듯이 보였다.
"상대가 시체건 뭐건, 울며 용서를 빌게 만들어주지."
처참한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쿨한 미소가, 토니의 얼굴에 떠올랐다.
"그래, 설령 상대가 악마라고 해도 말이지."
토니는 시체의 가슴을 차버렸다.
시체는 견디지 못하고 헛발질을 하며 뒷걸음친다 ─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잭팟!"
토니의 양손이 불을 뿜었다.
어느샌가 잡아든 것인지, 그의 양손에는, 지면에 굴러다니고 있던 권총이 두정, 쥐어져 있었다.
조악한 밀조총으로, 형태에서 추측하기론 베레타의 카피인 듯하지만, 총알만 제대로 나가면 그런건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인간의 한계를 넘은 속도로 방아쇠를 당겨, 기관단총으로도 이렇게까진 안될 것 같은 격렬한 기세로, 그 양손에 쥐어진 두정의 권총이 총알을 뿜어대었다.
손도 댈 수 없다는 건 이런 것이다......라고, 나중에 굴은 동업자에게 말했다.
일초도 안 될 사이에 사십발 이상의 탄환을 맞아, 살아있는 시체는 단순한 고기덩이로 변해버렸다.
그 순간, 귀에는 들리지 않는 절규를 남기고 소멸해버린 이형의 혼이 떠오르는 것을 알아챈 것은, 토니뿐이었다.
(드디어, 온건가......)
보통 인간은 만질 수도 없을 정도로 뜨거워진 총을 아무렇지 않게 홀스터에 넣고선, 토니는 겁없는 웃음을 지었다.
"뒤! 토니, 뒤다!"
굳어진 목소리로 외친 굴의 말에, 토니는 유단없는 몸동작으로 뒤를 돌아본다.
지금 막 쓰러뜨린 것과 같은 "살아있는 시체"들이, 하나하나 일어나, 어둡고 초점없는 눈동자에 빨간 빛을 담아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좋아, 오라고."
도전적인 대사와 함께, 토니의 오른손이 그들을 향해 손짓한다.
상식이 무너진 세계에서, 자신을 잃을 뻔 했던 굴과는 달리, 토니는 왠지 ─ 아니, 평소의 그가 절대로 보이지 않는, 어두운 정렬에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 덤벼. 닥치는 대로 네놈들을 저세상으로 보내줄테니까!"
등에서 빼든 검을 눈 앞의 지면에 꽂아 놓고, 총을 쥔 양손을 가슴 앞에 교차시킨 토니의 표정에는 또 다시, 겁없는 미소가 떠올라져 있었다.
지금부터 촬영에 들어가는 톱모델과 같이, 약간의 틈도 없는, 완벽한 포즈.
그것은 마치, 지옥의 화가가 피와 썩은 고기로 그린 듯한, 배덕의 그림과 같은 아름다움을 가진 광경이었다.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완전히 사고가 정지되어, 살아있는 조각으로 변한 굴에게 다시 생명이 불어넣어진 것은, 귀에 익숙한 언제나의 겁없는 목소리.
"어이, 굴. 끝났어."
굴의 눈이, 이제서야 제대로 된 시력을 되찾았다.
동시에, 돌로 변해있었던 전신의 근육이, 비명과 함께 감각을 되찾았다.
"살아있어, 굴? 죽어버렸다면 나누고 갈거라고."
"부, 불길한 소리 하지 마! 딸애들을 남겨두고 죽을 수 있겠냐!!"
드디어 경직이 풀린 굴은, 뻗어 온 토니의 손을 뿌리쳤다.
되도록 얼굴에 나타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심장의 고동이 격하다.
겨드랑이와 등은 이미 식은땀으로 완전히 젖어 있었다.
그대로 주저 앉아버리고 싶은 것을 겨우 참아내고는, 굴은 강경하게 되물었다.
"......난 뭔가 나쁜 꿈이라도 꾸었던 건가? 뭐였던 거야, 저건?"
"글쎄, 나는 오컬트에는 흥미가 없어가지고. 알고 싶으면, 교회에라도 가서 신부한테 물어보라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한 토니의 태도에, 굴은 겨우 침착함을 되찾은 것을 느꼈다.
이 남자와 함께라면 괜찮아, 라는, 확실한 신뢰감.
한계를 넘은 배짱과, 불손한 태도에는 어느정도 애먹었지만, 역시 그에게 토니는 최강의, 없으면 안될 파트너였다.
"자, 돌아가지. 제시카가 기다리고 있지 않아?"
"음, 밥이라도 만들고 기다리고 있겠지. 너도 먹고 갈래?"
"좋네, 그거. 꼬맹이 제시카도 조금은 괜찮은 요리를 만들 수 있게 되었겠지?"
"멍청한 소리 하지마. 제시카는 이미 15살이라고. 그저그런 작은 요리점따위 보다, 훨씬 실력이 좋 ─ 응!?"
불연히 입을 닫고, 굴은 말끄러미 토니의 발밑을 바라보았다.
"뭘 그렇게 보고 있는거야. 남자한테 반해도 기쁘지 않다고."
"헛소리 하지마! 그게 아니고말야, 네가 신고 있는 그 부츠는......"
"오, 이거? 멋지지. 고생해서 겨우 만들어 받은 하나밖에 없는 사슴가죽으로......만든, 우왓!!"
자랑스럽게 부츠를 바라본 토니는, 마치 세상이 끝난 듯한, 꼴사나운 소리를 질렀다.
"부츠가...... 내 부츠가!!"
"아아~, 이건 이젠, 안돼겠구만."
튼튼함이 자랑인 사슴가죽 부츠는, 피가 튀겨 검게 물들어, 뒷굼치가 무참하게 갈라져 있었다.
앞뒤 생각 않고 저지른 "내려차기" 때문인건 말할 필요도 없다.
".......최, 최악이다. 겨우 결심해서 할부로 산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거."
"뭐 어때. 이걸로 또, 싫어도 다음 일을 해야되게 된건 확실해 진건가?"
"농담마!! 이녀석을 신고, 크레이랑 밥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말야....... 젠장! 크레이랑 약속을 잡는데 몇개월이나 걸렸다고 생각하는거야!!"
"평소 행실이 나빠서 그런거야. 뭐, 어떻게 굴러가던, 네가 바람맞는다는 운명만은 변하지 않을테지만."
호쾌하게 웃으면서, 굴은 토니의 등을 거리낌 없이, 몇번이나 세게 두드린다.
그의 머리속에서는 이미, 방금 전의 악몽과 같은 광경은 사라져 있었다.
=====================================================================================
이 소설은 일본에서 정식 발매된 소설을 번역한거니, 다른 사이트에는 절대 올리지 말아주세요.
이번 챕터는 약간 긴편이라 두번으로 나누어서 올립니다.
요즘 너무 더워서 컴퓨터 앞에 가만히 앉아 있는것도 곤욕이네요...;;
덕분에 소설 번역도 잘 진행이 안되는...
저번에 대체 이 소설을 몇분이나 읽어주시는건지 알고 싶어서 댓글좀 구걸했었습니다만...
결국 언제나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만 달아주시는군요...;;
언제나 댓글 주시는 분들께 감사_(__)_
뭐.. 적어도 조회수의 10의 1분 정도는 읽어주시겠죠...;;
=====================================================================================
두편으로 나누어서 올리기엔... 생각보다 전에 올린게 양이 적더군요.
그래서 어짜피 한편이었으니 같이 붙여놉니다.
참고로 내려차기는 일본어로도 그대로 내려차기(발음은 네리챠기)로 쓰더군요.
그나저나... 영 전투씬은 번역이 어렵네요.
좀 이상하더라도, 실력부족이니 이해해 주세요...;;
4
하늘에는 반달이 얼굴을 들어내고 있었다.
그 빛에 둘러쌓인, 심야의 산길을 달려가는 차들.
그 중심에는 튼튼하게 보이는 고급승용차가 있고, 그 주위를 지키는 듯이, 몇 대의 트럭이 달리고 있었다.
승용차의 창문은 전부 검게 칠해져 있어, 안에 타고있는 인간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승용차를 지키는 트력의 짐칸에는, 험악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림자들이 보이고 있었다.
"좀 춥지 않아, 굴?"
"참아. 그렇게 생각하는건 너 뿐만이 아냐."
"......내참. 엔쵸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서, 이런 고생을 해야한다니 말야. 달도 날 버린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드네."
"투덜대지 마, 토니. 한번 정도 이렇게 동행해주지 않으면, 중개인으로서의 녀석의 신용이 떨어져. 일자리가 없어지면 곤란한건 우리들이라고."
행렬의 맨 뒤를 달리는 트럭 짐칸에서 그런 대화를 다누고 있는건, 토니와 굴 콤비이다.
넓기만 한 짐칸에는 덮개도 없고, 다른 동행자도 타고 있지 않다.
불어오는 바람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같이, 그들의 몸에 박히고 있었다.
보비의 움막을 나오자 마자, 그들은 일의 의뢰주와 맞닥드리게 되어, 어느샌가 이렇게 트럭 짐칸에 올라타 있었다.
다른 트럭에는 훨씬 더 많은 인간들이 부대끼며 앉아있었다.
그들의 트럭에 둘 밖에 타고 있지 않는 건, 오직 '죽고싶지 않아'라는, 제멋대로이지만 당연한 심리가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집단으로 움직일 때, 가장 위험한건 집단의 최후미라고 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당연시 되고 있다.
"그나저나 의외였어. 내 얼굴을 기억 못하고 있다니."
추위에 하얀 입김을 동반한 한숨을 내뱉으며, 토니가 중얼거렸다.
트럭에 타기 직전에 맞닥뜨린 의뢰주 ─ 폰드 브라운은, 그들 두명에게 선금으로써 5만불짜리 수표를 건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차 안으로 사라져갔던 것이다.
대신 나타난 그의 심복인 듯한 남자가, '부디 브라운님을 지켜주게'라며, 토니의 손을 잡고 울면서 청원해 왔다.
긴 세월동안 해결사일을 해 오면서, 울면서 의뢰를 받은 적 따윈, 토니는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었다.
"나는 완전히, 그대로 녀석과 한판 하게 될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야. 함정이나 복수는 커녕, 오히려 울면서 구해달라고 부탁받게 될 줄은 생각치도 못했어."
"무슨 사정인줄 알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말야. 무엇보다......"
말을 하다 말고, 굴은 트럭이 가는 곳에 눈을 돌린다.
그렇게 높지도 않은 산 저편에는, 그들이 사는 마을보다 훨씬 크고, 활기에 넘치는 마을의 빛이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도시 저편에는, 칠흑의 바다를 향해 열려있는 거대한 항구의 모습이 보였다.
"내 기억이 틀리지만 않으면, 저 마을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건 분명, 동양계의 조직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도 그렇게 들었어. 그리고, 이녀석들은 그 조직의 본거지를 지나서, 단숨에 항구로 가겠다는 거로군. 이 것 참"
제 정신이 아니다.
이 차의 행렬은 사실상, 후퇴하고 있는거와 다름이 없었다.
게다가 그 중심에 있는 자는, 적당한 조직이나 경찰에게 넘겨버리면, 고액의 상금을 받을 수 있는 거나 다름없다, 라는 딱지도 붙어있었다.
사정을 모르는 인간에게는, 그들은 그야말로 '호박이 넝쿨채' 굴러들어오는 거나 다름없었다.
"어떻게 할거야, 토니?"
"선금으로 전액을 받았다면 몰라도, 그 반밖에 못받았으니까 말야. 5만불치 의리를 다하면, 재빨리 사라지자고."
"동감이야. 그럼 적당한 곳에서 튈까?"
"그러자.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기 직전쯤에서, 조용히 빠지자고. 무엇보다 이쪽은, 거의 맨몸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토니의 등에는, 한시라도 놓은 적이 없는, 애용하는 장검이 매달려 있었다.
물론 그럴 생각이 있으면, 덴버스 때와 같이 이것 하나로 상대와 호각 이상으로 싸우는 것도 힘든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일대는 이미, 그들과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녀석들의 본거지이다.
그 얼마나 실력에 자신이 있다고는 해도, 자기 외에는 전부 적이라고 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불리하다.
밤바람이 불어오는 중에, 토니는 검을 빼어들었다.
"나는 이녀석 하나 뿐이군. 굴, 당신 무기는?"
"언제나 가지고 다니는 파이슨이랑, 예비 카트릿지가 6개. 네 검과 합치면, 도망치는데는 충분하겠지."
"좋아. 그럼, 남은건 타이밍을 잴 뿐이군."
그렇게 둘은 입을 다물고, 밤바람으로 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옷깃을 여미고, 둥글게 움츠렸다.
차의 집단은 드디어 골짜기를 넘어, 마을 불빛까지 얼마 안남은 지점까지 와 있었다.
습격 소리를 들은 것은, 그로부터 겨우 2분이 지났을 때였다.
어디에선가 정보가 새어나간 것인지, 아니면 그것도 예상을 하고 있었던건지.
브라운이 가는 길을 막는 듯이, 산길에 돌연히 나타난 것은, 전부 백명은 될 듯한 전투집단이었다.
동시에 양쪽 측면을 공격하기 위해, 덤불 속에서 다른 부대가 나타난다.
패주하는 집단에 불과한 브라운 조직은, 눈 깜짝할 사이에 패닉에 빠져있었다.
"솜씨 좋은데. 브라운한테는 미안하지만, 이거 상대가 안돼겠네."
"동감이야. 그럼, 받은 선금 만큼만은 일해줄까."
토니와 굴은 당황한 척도 없이, 트럭 짐칸에서 뛰어 내렸다.
달이 떠있다고는 하지만, 달리 불빛도 없는 산길이다.
조금이라도 냉정함을 읽으면 같은편끼리 쏘아대, 자멸할 가능성도 크다.
"브라운이 있는 곳으로 돌파해볼게. 댁은 여기서 원호해줘, 굴."
"알았어. 다만 지금 탄수가 좀 불안해서 말이지, 1분이 한계야."
"그정도만 버티면 충분해, 간다."
토니는 쓰윽하고 검을 빼어 들고는, 달려나갔다.
그런 그의 길을 막는 적에게, 굴이 정확한 사격으로 견제한다.
둘이서 콤비를 짤때 언제나 쓰는 콤비네이션이었다.
"비켜, 죽고싶지 않으면!"
토니는 낮게 중얼거리며 검을 휘두른다.
상대방을 베기 위해서가 아닌, 때려박기 위한 참격.
칼날이 아닌 검의 옆부분으로, 가는 길을 막는 상대방을 무작위로 쓰려뜨려간다.
"죽일 생각은 없지만 말야, 제대로 먹었다간, 보장 못한다고."
토니와 눈이 맞은 습격자 중 한명이, 공포에 떠는 표정으로 가로막는다.
안그래도 상식을 넘어선 장검을, 괴물같은 속도로 휘두르는 토니의 모습은, 그야말로 악몽과 같이 보일 것이다.
충격이 옆구리를 강타하곤, 그대로 몸이 의지와는 관계 없이 날라간다.
갈비뼈가 분쇄되어, 대량의 위액이 입에서 흘러 나온다.
죽일 생각이 없는 것 치곤, 데미지가 너무 큰게 아닐까 싶은 기술이었다.
그 엄청난 모습에, 습격자들은 본능적으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 자식이랑 관계되면, 위험해)
(이 새♡는 위험해, 너무 위험해)
(죽을거야. 난 틀림없이, 이 녀석에게 살해 당할거야)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공포가, 토니의 모습을 본 습격자들 전원에게 전파되기까지,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았다.
"좋아, 녀석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이틈에 저 새♡들한테 총알이나 좀 먹여주자고!!"
이때다 하며 기세 좋은 목소리가 들렸다.
어느샌가 차에서 내려 선, 중기관총으로 무장한 브라운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그의 병사들은, 마법에서 해방되기라도 한 듯 반격을 시작했다.
이윽고 심야의 정숙했던 산길은, 비명과 함성, 총성과 금속음 등으로 메아리 치고 있었다.
그리고 질퍽거리는 지면을 덮어버리는 듯이, 대량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슬슬 빠질때군. 굴!"
"좋아. 빠져나가자."
어느샌가 토니를 따라와있던 굴이 가볍게 끄덕여 대답했다.
그리고 처참한 항전의 현장에서, 둘은 홀연히 모습을 감추었다.
세계가 정숙을 되찾은 건, 그로부터 한시간이 지나서였다.
결과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제 아무리 토니의 활약으로 반격의 기회를 얻었다고는 해도, 브라운은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선전은 했지만, 압도적인 숫자의 차이 앞에서, 그와 그의 병사들은 전멸당하고 말았다.
"익숙하긴 하지만, 여전히 비참한 광경이야."
시체만이 겹겹히 쌓여있는 어두운 산길을 바라보며 토니가 투덜거렸다.
그 말에는 그 어떤 감상도, 감정도 들어있지 않다.
그는 이미 죽어버린 브라운의 시체로 시선을 돌린다.
양손에 중기관총을 안고, 생명의 불이 꺼지는 그 최후의 순간까지 싸운듯한 그의 시체는, 타버린 차의 잔해 위에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목은 잘려져, 남아 있는 것은 빨갛게 물들은 목 아래부분 뿐이었다.
"상금을 받기위해선, 얼굴만 있으면 된다는 건가. 무서운 세상이구만, 정말."
"우리들도 남 말 할 입장은 아니잖아. 뭐, 결과는 뻔히 보였지만."
토니의 등뒤에 서있던 굴이 말했다.
항전이 격화되기 직전에 몸을 뺀 그들은, 그대로 산의 사면을 미끄러지듯 도망쳐, 지금까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 행위를 비겁하다고 욕하는 것은 간단하다.
그러나 그들은 해결사이다.
받은 돈에 맞는 일은 해도, 질게 뻔한 싸움에, 목숨을 걸 의리는 없다.
"브라운도 필사적이었겠지. 원한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너를 같은편으로 끌어들였을 정도이니."
"그딴 감상은 듣고싶지 않아, 미안하군."
토니는 내뱉듯이 말하고는, 비참한 현장에서 등을 돌렸다.
그러나, 굴은 알고 있다.
토니라는 남자가, 해결사로는 드물게 타인의 죽음을 애도할 수 있는 남자라는 것을.
그가 토니와 행동을 같이 하는건, 결코 보수만이 목적이 아니다.
일 도중에 가끔씩 보이는, 답지 않은 그의 섬세함이 좋았다.
(내가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건, 대체 언제적 이야기려나)
드물게도 센티멘탈 적인 기분이 되어있는 것을 알아챈 굴은 쓴 웃음을 지었다.
그 때였다.
지면에 쓰러져있던 시체가 소리없이 몸을 일이키는 것을, 굴은 보았다.
그 머리는 석류처럼 터져 있었고, 왼팔은 잘라나가져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어설 수 있을리가 없다.
그러나 실제로, 그것은 조용히 ─ 그리고 가뿐하게 일어섰다.
(뭐, 뭐야, 이건!?)
굴도 역시 경험이 많은 해결사이다.
거칠은 일에도 익숙해져 있고, 피튀는 모습이나 시체를 본 정도로는 동요하는 일도 없다.
그런 그가 작게 떨고 있었다.
무서운 것이다.
상식으로는 잴수없는 무언가가 눈 앞에서 벌어지는 것이, 무서운 것이었다.
그것이 부정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작은 존재로서의 한계였다.
"토, 토니!"
그렇게 외칠 수 있었던건 기적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굴은, 이미 늦었다는 걸 깨달았다.
소리 없이 몸을 일으킨 시체는, 소리하나 내지 않고 공중으로 날아올라 날카롭게 삐져나온 손톱을, 토니를 향해 내려치려고 하고 있었다.
댄스를 추는 듯이 가볍게, 부드럽게, 인간같지 않게 삐져나온 그 손톱이 토니를 향해 뻗어갔다.
토니는 여전히, 등을 돌린채였다.
이미 등에 맨 검을 빼어 들 여유는 없다.
절대적인 죽음을 예감한 굴의 몸이 돌처럼 경직되어 있었다.
그러나 ─
"등밖에 노리지 못하는 치킨녀석에게, 내 목은 못줘."
상대방을 도발하는, 언제나와 같은 말투.
마치 등에도 눈이 달려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토니는 등뒤의 습격자에게 반응하고 있었다.
내려쳐진 시체의 팔을 손쉽게, 마치 당연한 듯이 움켜잡는다.
"네녀석들이 하는 짓은 언제나 똑같아. 호러 영화라도 보면서 공부 좀 하라고."
겁없는 표정으로 말한 그 직후.
뿌득.
둔탁한 소리.
몸을 돌리며 쳐올린 토니의 주먹이, 시체의 얼굴을 강타한다.
두꺼운 떡갈나무도 부숴버리는 주먹의 위력에, 내구력이란 없는 시체가 견딜 수 있을 리가 없다.
한번 더 친다.
강타, 강타.
반격의 기회도 주지 않고, 친다.
숨 쉴 틈도 주지않고, 친다.
좌우 콤비네이션이라면 어쨌건, 한손만으로 이렇게까지 연타할 수 있는 것일까.
시체의 얼굴에, 가슴에, 복부에, 셀수없을 정도의 주먹이 꽂힌다.
펀치수가 많은 것뿐만이 아니다. 시체의 몸이 이상한 형태로 일그러지는 걸 봐도, 보통이 아닌 위력이란 알 수 있었다.
토니와 시체와의 거리는, 제로나 마찬가지였다.
그 제로거리에서의 구타가 이렇게까지 위력적이라고,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슬슬 정신 차렸으려나, 이 죽다만 놈."
토니의 몸이 일순간, 깊게 가라앉았다.
숏 펀치의 연타를 마무리한 것은, 땅속부터 하늘로 날려버릴 듯한 위력의 어퍼컷이었다.
올려 친 주먹이 이미 무너져 내릴듯한 턱을 완벽하게 맞추어, 분쇄하여, 더 위쪽으로 올려버린다.
미쳐 흡수할 수 없는 충격에, 시체는 날려져 ─ 가진 않았다.
시체의 팔은 여전히, 토니의 왼손에 잡혀있었다.
부자연스런 자세의 시체가, 꼴사나운 모습으로 토니에게 당겨져갔다.
"그쪽에서 유혹해놓고서, 먼저 자려고하는건 너무하잖아?"
말이 끝나자마자, 토니의 왼쪽 무릎이 날카로운 흉기가 되어 시체의 명치에 파고들었다.
빠각.
기분나뿐 소리가 났다.
시체의 쇠골이 드디어 한계를 넘어, 붕괴해버린 소리였다.
"정신차리라고, 이건 아직 전제일 뿐이니까."
거기서 더욱이, 손 끝이 가슴에 히트.
그대로 흐르듯이 들어올린 뒷꿈치를, 미간을 향해 내리 꽂는다.
"───!!"
소리없는 비명이 시체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시체를 향해 내려차기를 먹인 남자는, 인류사상 최초의 존재일 지도 모른다.
토니에게 잡힌 채였던 시체의 팔은, 이미 뽑혀져 있었다. 이미 이 시체에는 그 어떠한 공격수단도 남아있지 않았다.
"꼴 좋군, 어이."
뽑혀진 팔을 던져버리며, 토니는 시체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그 얼굴은 ─ 원래는 그들에게 덤벼들었던 이름 없는 졸개였을 테지만 ─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일그러지고 터져, 표정따윈 알아볼 수도 없었다.
그러나, 뿜어져 나온 피가 공교롭게도 눈물과 같이 얼굴을 뒤덮어, 마치 우는 듯이 보였다.
"상대가 시체건 뭐건, 울며 용서를 빌게 만들어주지."
처참한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쿨한 미소가, 토니의 얼굴에 떠올랐다.
"그래, 설령 상대가 악마라고 해도 말이지."
토니는 시체의 가슴을 차버렸다.
시체는 견디지 못하고 헛발질을 하며 뒷걸음친다 ─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잭팟!"
토니의 양손이 불을 뿜었다.
어느샌가 잡아든 것인지, 그의 양손에는, 지면에 굴러다니고 있던 권총이 두정, 쥐어져 있었다.
조악한 밀조총으로, 형태에서 추측하기론 베레타의 카피인 듯하지만, 총알만 제대로 나가면 그런건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인간의 한계를 넘은 속도로 방아쇠를 당겨, 기관단총으로도 이렇게까진 안될 것 같은 격렬한 기세로, 그 양손에 쥐어진 두정의 권총이 총알을 뿜어대었다.
손도 댈 수 없다는 건 이런 것이다......라고, 나중에 굴은 동업자에게 말했다.
일초도 안 될 사이에 사십발 이상의 탄환을 맞아, 살아있는 시체는 단순한 고기덩이로 변해버렸다.
그 순간, 귀에는 들리지 않는 절규를 남기고 소멸해버린 이형의 혼이 떠오르는 것을 알아챈 것은, 토니뿐이었다.
(드디어, 온건가......)
보통 인간은 만질 수도 없을 정도로 뜨거워진 총을 아무렇지 않게 홀스터에 넣고선, 토니는 겁없는 웃음을 지었다.
"뒤! 토니, 뒤다!"
굳어진 목소리로 외친 굴의 말에, 토니는 유단없는 몸동작으로 뒤를 돌아본다.
지금 막 쓰러뜨린 것과 같은 "살아있는 시체"들이, 하나하나 일어나, 어둡고 초점없는 눈동자에 빨간 빛을 담아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좋아, 오라고."
도전적인 대사와 함께, 토니의 오른손이 그들을 향해 손짓한다.
상식이 무너진 세계에서, 자신을 잃을 뻔 했던 굴과는 달리, 토니는 왠지 ─ 아니, 평소의 그가 절대로 보이지 않는, 어두운 정렬에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 덤벼. 닥치는 대로 네놈들을 저세상으로 보내줄테니까!"
등에서 빼든 검을 눈 앞의 지면에 꽂아 놓고, 총을 쥔 양손을 가슴 앞에 교차시킨 토니의 표정에는 또 다시, 겁없는 미소가 떠올라져 있었다.
지금부터 촬영에 들어가는 톱모델과 같이, 약간의 틈도 없는, 완벽한 포즈.
그것은 마치, 지옥의 화가가 피와 썩은 고기로 그린 듯한, 배덕의 그림과 같은 아름다움을 가진 광경이었다.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완전히 사고가 정지되어, 살아있는 조각으로 변한 굴에게 다시 생명이 불어넣어진 것은, 귀에 익숙한 언제나의 겁없는 목소리.
"어이, 굴. 끝났어."
굴의 눈이, 이제서야 제대로 된 시력을 되찾았다.
동시에, 돌로 변해있었던 전신의 근육이, 비명과 함께 감각을 되찾았다.
"살아있어, 굴? 죽어버렸다면 나누고 갈거라고."
"부, 불길한 소리 하지 마! 딸애들을 남겨두고 죽을 수 있겠냐!!"
드디어 경직이 풀린 굴은, 뻗어 온 토니의 손을 뿌리쳤다.
되도록 얼굴에 나타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심장의 고동이 격하다.
겨드랑이와 등은 이미 식은땀으로 완전히 젖어 있었다.
그대로 주저 앉아버리고 싶은 것을 겨우 참아내고는, 굴은 강경하게 되물었다.
"......난 뭔가 나쁜 꿈이라도 꾸었던 건가? 뭐였던 거야, 저건?"
"글쎄, 나는 오컬트에는 흥미가 없어가지고. 알고 싶으면, 교회에라도 가서 신부한테 물어보라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한 토니의 태도에, 굴은 겨우 침착함을 되찾은 것을 느꼈다.
이 남자와 함께라면 괜찮아, 라는, 확실한 신뢰감.
한계를 넘은 배짱과, 불손한 태도에는 어느정도 애먹었지만, 역시 그에게 토니는 최강의, 없으면 안될 파트너였다.
"자, 돌아가지. 제시카가 기다리고 있지 않아?"
"음, 밥이라도 만들고 기다리고 있겠지. 너도 먹고 갈래?"
"좋네, 그거. 꼬맹이 제시카도 조금은 괜찮은 요리를 만들 수 있게 되었겠지?"
"멍청한 소리 하지마. 제시카는 이미 15살이라고. 그저그런 작은 요리점따위 보다, 훨씬 실력이 좋 ─ 응!?"
불연히 입을 닫고, 굴은 말끄러미 토니의 발밑을 바라보았다.
"뭘 그렇게 보고 있는거야. 남자한테 반해도 기쁘지 않다고."
"헛소리 하지마! 그게 아니고말야, 네가 신고 있는 그 부츠는......"
"오, 이거? 멋지지. 고생해서 겨우 만들어 받은 하나밖에 없는 사슴가죽으로......만든, 우왓!!"
자랑스럽게 부츠를 바라본 토니는, 마치 세상이 끝난 듯한, 꼴사나운 소리를 질렀다.
"부츠가...... 내 부츠가!!"
"아아~, 이건 이젠, 안돼겠구만."
튼튼함이 자랑인 사슴가죽 부츠는, 피가 튀겨 검게 물들어, 뒷굼치가 무참하게 갈라져 있었다.
앞뒤 생각 않고 저지른 "내려차기" 때문인건 말할 필요도 없다.
".......최, 최악이다. 겨우 결심해서 할부로 산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거."
"뭐 어때. 이걸로 또, 싫어도 다음 일을 해야되게 된건 확실해 진건가?"
"농담마!! 이녀석을 신고, 크레이랑 밥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말야....... 젠장! 크레이랑 약속을 잡는데 몇개월이나 걸렸다고 생각하는거야!!"
"평소 행실이 나빠서 그런거야. 뭐, 어떻게 굴러가던, 네가 바람맞는다는 운명만은 변하지 않을테지만."
호쾌하게 웃으면서, 굴은 토니의 등을 거리낌 없이, 몇번이나 세게 두드린다.
그의 머리속에서는 이미, 방금 전의 악몽과 같은 광경은 사라져 있었다.
=====================================================================================
이 소설은 일본에서 정식 발매된 소설을 번역한거니, 다른 사이트에는 절대 올리지 말아주세요.
이번 챕터는 약간 긴편이라 두번으로 나누어서 올립니다.
요즘 너무 더워서 컴퓨터 앞에 가만히 앉아 있는것도 곤욕이네요...;;
덕분에 소설 번역도 잘 진행이 안되는...
저번에 대체 이 소설을 몇분이나 읽어주시는건지 알고 싶어서 댓글좀 구걸했었습니다만...
결국 언제나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만 달아주시는군요...;;
언제나 댓글 주시는 분들께 감사_(__)_
뭐.. 적어도 조회수의 10의 1분 정도는 읽어주시겠죠...;;
=====================================================================================
두편으로 나누어서 올리기엔... 생각보다 전에 올린게 양이 적더군요.
그래서 어짜피 한편이었으니 같이 붙여놉니다.
참고로 내려차기는 일본어로도 그대로 내려차기(발음은 네리챠기)로 쓰더군요.
그나저나... 영 전투씬은 번역이 어렵네요.
좀 이상하더라도, 실력부족이니 이해해 주세요...;;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