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rase #1
2
보비의 움막은,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사람이 별로 안다니는 골목길에 있다.
해가 짐과 동시에 가게를 열고, 해가 뜨는 동시에 문을 닫는, 술마시는 사람들에겐 고마운 영업시간을 자랑하고 있다.
썩은 쓰레기의 신내만 신경쓰지 않는다면, 그럭저럭 맛있는 술과 요리를, 그럭저럭 싼 값에 파는, 서민적인 술집이다.
그러나, 서민적인건 어디까지 가격만이고, 술집의 분위기는 완전히 일반인의 출입을 거절하고 있다.
<빨랑 집으로 돌아가 똥싸고 자버려>
간판에는 큼지막하게 싸인펜으로 이렇게 써져있다.
입구는 상당히 튼튼해보이는 떡갈나무로 만들어져있지만, 보기 싫은 모양으로 쪼개져 있다.
열고 닫는것 조차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가게 안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말싸움 소리.
가끔은 총소리마저도 들려오기도 한다.
아무리봐도, 일반객은 사양한다는, 특수한 장소임에 틀림없었다.
슬슬 아침해가 얼굴을 들어낼 시간이다.
점주인 보비는 무표정한 얼굴로 가게를 정리하고 있다.
그런 시간임에도 가게 안에 남아있는 손님들은 열명 이상이다.
어느 손님도 보통이 아닌 분위기를 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토니는 한층 더 눈에 띄었다.
너무 젊은 것이다.
미성년이라고는 하지 않지만, 그가 내는 분위기는 젊고, 기력에 차있었다.
"들었어, 토니. 또 그 광견 자식이랑 한판 했다며."
제일 안쪽 자리에서 조용히 술을 홀쩍이는 토니에게, 한명의 남자가 말을 건다.
같은 해결사인, 굴이었다.
중년 즈음으로 보이는 용모는, 고생한 만큼의 주름살이 새겨져있다.
그러나 잘 단련된 육체가, 상대방에게 연령을 느낄 수 없게하는, 그런 타입의 남자이다.
"덴버스 자식에게는 상관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뭐. 여자뿐 아니라, 남자에게도 인기가 좋은게 진정한 멋진 남자니까 말야."
"무시하는게 제일 좋아, 그런 녀석은. 돈도 안돼는 싸움은, 네 취향이 아니잖아?"
"심심해서 말야, 딱 좋은 심심풀이였어."
가지고 있던 술잔을 단숨에 비우고, 토니는 씨익하고 웃었다.
한숨과 함께 어깨를 들썩이며, 굴은 토니와 마주보는 형태로 의자에 앉았다.
"덕분에 단벌 옷이 못쓰게 되었지만 말야. 뭐, 그건 나중에 변상 받으면 되니까."
"그래서 그런, 묘하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건가. 안어울리네, 역시."
"......내버려둬. 어쩔수 없잖아."
뾰로통하진 토니가 입고있는건, 유행에 늦는다고도 못하는, 낡은 형태의 쟈켓이다.
싼 것도 아니고, 디자인도 나쁘진 않지만, 화려하진 않다.
쿨 앤 터프를 표방하는 토니에게는, 좀 얌전한 디자인이다.
"빨랑 다른 옷을 찾는게 좋겠네. 장례식에 가는 것도 아니고, 그런 시커먼 모습으로 돌아다니다간, 이쪽도 할마음이 안생겨."
"좋아서 이런 옷 입고 있는게 아니라고."
"해결사 중에는 나처럼 미신을 믿는 녀석이 적지 않으니까 말야. 새까만 걸 싫어하는 녀석이 많다고."
굴은 타이르듯이 말하고는 주머니에서 꺼낸 담배에 불을 붙였다.
값싼 3급품 잎을 종이로 싼 담배이다.
그 연기가 피어오는 걸, 토니는 짜증난다는 듯이 손으로 막았다.
"여전히 이 녀석은 싫은가보군."
"내가 좋아하는 건 술뿐이라고. 자기가 자기 폐를 태우는게 재밌어?"
"흥, 어린애는 괜한 핑계만 부리지. 그래서 덴버스같은 녀석이 시비를 걸어오는 거라고."
굴은 약간 미소를 지으며, 담배를 껐다.
자기보다 훨씬 어린 토니의 언동이나 반응이, 그에게는 너무나도 유쾌했다.
"뭐라고든 하라고. 그런데 굴, 상담이 있는데 말야."
"돈이라면 안 빌려줘."
굴의 반응은 쌀쌀맞았다.
"아직 아무 말도 안했잖아!"
"니가 하고 싶은 말따윈, 듣지 않아도 다 안다고. 지금까지 얼마나 빌려 주었다고 생각하는거야?"
모르는체하며 굴은 맥주컵을 기울인다.
안에 들어있는 건 이 움막집에서 가장 싼, 싸구려로 만든 맥주였다.
쓴 맛은 보통 맥주 이상이었지만, 굴 이외에 이걸 마시는 손님은 아무도 없다.
"그딴 술로 딴청을 부리다니, 웃기지도 않군. 상당히 꼼쳐두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어떤거야?"
"딸 세명을 키우고 있다고. 돈을 모을 여유따윈 없어. 뭐, 그건 어쨌건."
"굴의 왼손이 뭔가를 잡아 던진다."
차락, 하는 마른 소리가 들렸다.
테이블 위에, 굴이 던져놓은 코인이 부딪치는 소리였다.
"여기 술 값 정도는 내주지. 어차피 한푼도 없지?"
"땡큐, 금방 갚아 줄게."
"기대하지 않고 기다리지."
굴은 다 비운 맥주잔을 조용히 테이블에 놓고 일어났다.
그 표정은 온화한 중년 남자의 얼굴이었지만, 잘 단련한 몸과, 허리에 찬 거대한 파이슨이
그 또한 어둠이 가업에 손을 대고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여실없이 나타내고 있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엔쵸가 오는 모양이야. 잊지 말고 얼굴이나 보고 오라고."
"그렇게 하지."
등을 돌린채 손을 흔들며, 굴은 움막집을 나간다.
토니는 가볍게 잔을 흔들며, 그에 답한다.
점심무렵, 태양이 비추고 있는 세계에, 토니가 있을 곳은 없다.
평소에는 조용히 집에서 밤까지 자고 있었겠지만, 덴버스와의 싸움때문에 어정쩡한 시간에 눈이 떠져버려, 잘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볼일이라도 봐둘까."
가볍게 중얼거리면서 그가 발을 돌린 곳은, 번화가 중심에 있는, 낡은 빌딩이었다.
풍속점과 돈을 빌려준다는 가게의 간판이 이것저것 들어서 있는 빌딩에 들어가더니, 망설임 없이 비상계단으로 향한다.
끼익, 끼익하고 무너질 듯한 소리를 내며 삐걱대는 계단을 다 올라간 곳에, 그의 목적지가 있었다.
<골드스타인의 가게>
문 위에, 그렇게만 써있는 소박한 간판이 걸려져있었다.
입구는 이, 비상계단에 접해있는 더러운 문 뿐.
주위에는 좀더 노력을 든, 화려한 건물이 들어서 있다.
그 가운데, 여기는 꽤나 틀린 분위기가 들었다.
"들어간다, 할멈. 안에 있지?"
망설임 없이 토니는 문고리를 돌린다.
녹슨 문은 의외로,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열린다.
"어이, 할멈. 죽어버린 건 아니겠지?"
"시끄럽네, 이 아이는. 들어올 때는 노크라도 하라고, 몇번 말하면 알아듣겠니?"
밉살스런 말투로 한 말에 대한 대답은, 같은 밉살스런 말투.
창문 없는 방 안에는, 어둡게 조정한 램프가 어둡게 비춰지고 있다.
밤낮의 구별이 없는 그 방 가장 안쪽에, 책상을 향하고 있던 여성이 고개를 돌렸다.
할멈, 이라고 하기엔 약간, 젊다.
그녀의 손에는 분해된 총의 부품이 쥐어져 있었다.
"나 참, 오랫만에 조용한 하루가 시작되겠다고 생각했건만......"
투덜거리며, 손에 쥐고있던 총의 프레임을 가만히 펠트 위에 놓는다.
그녀의 이름은, 닐 골든스타인.
총의 개조에 관해서는 이름이 알려진, 그 실력에 있어서는 정평이 나있는 건스미스이다.
예전에는 '45구경의 예술가'라고 까지 불리운 경이로운 기술을 가진 기술자였지만,
어느샌가 그 실력을 봉인하고, 지금은 이렇게 조금씩, 뒷세계 사람들을 상대로만 조정을 해주고 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자는, 지금은 얼마 없다.
단지, 벽에 걸린 낡은 금속 플레이트에 새겨진 라는 로고가 왕년의 그녀의 영광을 조용히 말하고 있을 뿐이다.
"이 나한테 할멈이라고 부르는 건, 세상이 아무리 넓다고 해도, 너 정도일거다. 참 내, 부모 얼굴이나 한번 보고싶네."
"그런 말 말라고, 할멈. 만나게 해주고 싶어도 내겐 이젠 부모가 없다고."
작업을 멈추고 쓴소릴 하는 닐에게, 토니는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였다.
덴버스에게 보인 차가운 미소와는 달리, 더 순수한, 악의 없는 웃음이었다.
"게다가 말야, 적당히 이 플레이트에 쓰인 저 오자 좀 고치는게 어때? 애들이라도 이런 스펠링 미스는 저지르지 않는다고."
벽에 걸린 플레이트를 가볍게 두드리며, 토니가 농담처럼 말한다.
조금만 주의해서 본다면 누구나 알아챌 수 있는, 플레이트에 쓰인 라는 글자는 물론 를 잘못 쓴 것이었다.
"뭐야, 또 그거냐? 옛날부터 그렇게 쓰고 있다고, 별로 상관 없어. 난 신경 안써."
"노안이 심해서, 알파벳도 못읽는 거 아냐?"
"시끄러! 정말로 입만 살아있다니까, 너는. 그래, 오늘은 무슨 일이니?"
"음, 또 총하나를 손에 넣어서 말야, 좀 봐달라고."
대답도 듣지 않고 방안으로 들어가선, 토니는 닐에게 한자루의 권총을 건냈다.
덴버스에게 빼앗은 밀조된 모젤이었다.
"또냐...... 이번달만 몇 정을 가져왔다고 생각하는 거야, 너는."
"뭐, 어때. 신경쓰지 마."
"나 참, 나는 네 전용의 건스미스가 아니라고."
닐은 투덜거리면서도 모젤을 집어들었다.
책상 위의 스탠드의 빛을 밝게 조정하고는, 확대경을 붙여놓은 안경을 쓰더니, 세부적인 곳까지 천천히 조사하기 시작했다.
마치 마법에 걸린 듯, 그녀의 손 안에서 모젤은 춤추듯이 움직였다.
"어때, 할멈. 쓸 만 해?"
"쓸만하긴 한데......"
안경을 벗고서, 닐은 쏘아보듯이 토니를 쳐다본다.
"너한텐 안 맞아. HSC는 분명 튼튼한 총이지만, 바보처럼 마구 쏘아대는 녀석에게는 안 어울려."
"그걸 어떻게 좀 안돼겠어? 이 전에 얻었던 P08은 이미 꽤 오래전에 망가졌다고."
"......적당히 좀 해줘. 그 루거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었는데 말야."
닐은 후우, 하고 한숨을 쉰다.
이런 식으로 토니가 총을 가지고 오는 건, 이걸로 벌써 몇번째인 걸까.
그는 분명, 총을 잘 다룰 줄 안다.
하지만, 인간을 초월한 연사속도를 자랑하는 그 사격 스타일은, 총을 근본에서부터 망가뜨려버리는 것이었다.
그녀 정도의 실력으로도, 그 부담에 견딜 수 있는 개조를 하는 건, 꽤나 어려운 것이다.
"애초에 말야, 보통 인간은, 머신건 같은 스피드로 쏘아부치는 짓은 안한다고. 그걸 견딜 수 있을 만한 개조를 하는건, 아예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거랑 다를 바 없어."
"그렇겠지. 그래서 할멈에게 밖에는 부탁할 수가 없어."
"부탁받는 이쪽의 입장도 좀 생각해 달라고."
트집을 잡으면서도, 닐은 여전히 모젤을 살표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몇번이나, 그녀는 토니를 위한 개조를 해 주었다.
강화할 만한 포인트는 거의 전부, 머리 속에 들어있다.
남은 문제는, 개조를 위한 노력과, 무엇보다 그 비용에 있었다.
"프레임 그 자체부터, 다시 손보지 않으면 안돼겠어. 그렇게 하면, 부품 비용 만으로도 손해라고. 역시 그만 두는게 좋아."
"그렇게 말하지 말고, 부탁해 할멈. 해결사가 총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폼이 안나잖아."
"언제부터 해결사 따위가 스타일을 신경쓰기 시작한거냐? 흥."
투덜거리면서도, 닐은 건네받은 모젤을 책상 서랍에 넣어두었다.
"시간도 걸리고, 비용의 반은 미리 받을테니까. 그걸로 어때?"
"좋아, 불만 없어!"
새♡ 고양이 처럼 천진난만한 얼굴로 토니는 웃었다.
실컷 험한 말을 들으며, 할멈이라고 불리고, 말도안되는 의뢰만 받으면서도, 닐이 그를 미워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가, 이거였다.
"마침 오늘 밤, 엔초 자식도 오고 말야. 돈은 걱정 없어."
"그래그래. 뭐, 기대는 안하고 있지만."
"가끔은 솔직하게 사람이 말하는 걸 믿어보라고. 맨날 의심만 해선, 주름살만 늘어간다고."
"괜한 참견이야!"
소리치는 닐을 향해 놀리듯이 손을 흔들며, 토니는 재빨리 가게를 나섰다.
들어올때와 마찬가지로, 돌연히 나가버린 것이다.
"......내 참. 예의도 모르는 녀석을 상대하는 건 피곤하네, 정말."
닐은 쓴 웃음을 지으며 다시 책상을 향해 자세를 바로잡았다.
오늘만으로도, 해야 할 작업이 다섯정 남아있었다.
그러나 작업을 시작하기 전, 그녀는 책상 위에 덮어두었던 액자를 일으키고는, 그곳에 끼워져 있는 사진을 잠시동안 바라보았다.
밤색 머리카락을 한 소년이, 뿌연 유리 건너편에서 미소짓고 있었다.
자기 키 보다도 큰 개와 함께였다.
평범한 가족 사진이었지만, 한가지 이상한 점은, 소년이 손에 쥐고있는 칠흑의 권총.
<마미, 사랑해요>
사진 위에는, 서투른 문자로 메세지가 곁들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소년의 얼굴은, 토니와 상당히 닮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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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일본에서 정식 발매된 소설을 번역한거니, 다른 사이트에는 절대 올리지 말아주세요.
눈치 채셨을 분도 있으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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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비의 움막은,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사람이 별로 안다니는 골목길에 있다.
해가 짐과 동시에 가게를 열고, 해가 뜨는 동시에 문을 닫는, 술마시는 사람들에겐 고마운 영업시간을 자랑하고 있다.
썩은 쓰레기의 신내만 신경쓰지 않는다면, 그럭저럭 맛있는 술과 요리를, 그럭저럭 싼 값에 파는, 서민적인 술집이다.
그러나, 서민적인건 어디까지 가격만이고, 술집의 분위기는 완전히 일반인의 출입을 거절하고 있다.
<빨랑 집으로 돌아가 똥싸고 자버려>
간판에는 큼지막하게 싸인펜으로 이렇게 써져있다.
입구는 상당히 튼튼해보이는 떡갈나무로 만들어져있지만, 보기 싫은 모양으로 쪼개져 있다.
열고 닫는것 조차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가게 안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말싸움 소리.
가끔은 총소리마저도 들려오기도 한다.
아무리봐도, 일반객은 사양한다는, 특수한 장소임에 틀림없었다.
슬슬 아침해가 얼굴을 들어낼 시간이다.
점주인 보비는 무표정한 얼굴로 가게를 정리하고 있다.
그런 시간임에도 가게 안에 남아있는 손님들은 열명 이상이다.
어느 손님도 보통이 아닌 분위기를 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토니는 한층 더 눈에 띄었다.
너무 젊은 것이다.
미성년이라고는 하지 않지만, 그가 내는 분위기는 젊고, 기력에 차있었다.
"들었어, 토니. 또 그 광견 자식이랑 한판 했다며."
제일 안쪽 자리에서 조용히 술을 홀쩍이는 토니에게, 한명의 남자가 말을 건다.
같은 해결사인, 굴이었다.
중년 즈음으로 보이는 용모는, 고생한 만큼의 주름살이 새겨져있다.
그러나 잘 단련된 육체가, 상대방에게 연령을 느낄 수 없게하는, 그런 타입의 남자이다.
"덴버스 자식에게는 상관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뭐. 여자뿐 아니라, 남자에게도 인기가 좋은게 진정한 멋진 남자니까 말야."
"무시하는게 제일 좋아, 그런 녀석은. 돈도 안돼는 싸움은, 네 취향이 아니잖아?"
"심심해서 말야, 딱 좋은 심심풀이였어."
가지고 있던 술잔을 단숨에 비우고, 토니는 씨익하고 웃었다.
한숨과 함께 어깨를 들썩이며, 굴은 토니와 마주보는 형태로 의자에 앉았다.
"덕분에 단벌 옷이 못쓰게 되었지만 말야. 뭐, 그건 나중에 변상 받으면 되니까."
"그래서 그런, 묘하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건가. 안어울리네, 역시."
"......내버려둬. 어쩔수 없잖아."
뾰로통하진 토니가 입고있는건, 유행에 늦는다고도 못하는, 낡은 형태의 쟈켓이다.
싼 것도 아니고, 디자인도 나쁘진 않지만, 화려하진 않다.
쿨 앤 터프를 표방하는 토니에게는, 좀 얌전한 디자인이다.
"빨랑 다른 옷을 찾는게 좋겠네. 장례식에 가는 것도 아니고, 그런 시커먼 모습으로 돌아다니다간, 이쪽도 할마음이 안생겨."
"좋아서 이런 옷 입고 있는게 아니라고."
"해결사 중에는 나처럼 미신을 믿는 녀석이 적지 않으니까 말야. 새까만 걸 싫어하는 녀석이 많다고."
굴은 타이르듯이 말하고는 주머니에서 꺼낸 담배에 불을 붙였다.
값싼 3급품 잎을 종이로 싼 담배이다.
그 연기가 피어오는 걸, 토니는 짜증난다는 듯이 손으로 막았다.
"여전히 이 녀석은 싫은가보군."
"내가 좋아하는 건 술뿐이라고. 자기가 자기 폐를 태우는게 재밌어?"
"흥, 어린애는 괜한 핑계만 부리지. 그래서 덴버스같은 녀석이 시비를 걸어오는 거라고."
굴은 약간 미소를 지으며, 담배를 껐다.
자기보다 훨씬 어린 토니의 언동이나 반응이, 그에게는 너무나도 유쾌했다.
"뭐라고든 하라고. 그런데 굴, 상담이 있는데 말야."
"돈이라면 안 빌려줘."
굴의 반응은 쌀쌀맞았다.
"아직 아무 말도 안했잖아!"
"니가 하고 싶은 말따윈, 듣지 않아도 다 안다고. 지금까지 얼마나 빌려 주었다고 생각하는거야?"
모르는체하며 굴은 맥주컵을 기울인다.
안에 들어있는 건 이 움막집에서 가장 싼, 싸구려로 만든 맥주였다.
쓴 맛은 보통 맥주 이상이었지만, 굴 이외에 이걸 마시는 손님은 아무도 없다.
"그딴 술로 딴청을 부리다니, 웃기지도 않군. 상당히 꼼쳐두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어떤거야?"
"딸 세명을 키우고 있다고. 돈을 모을 여유따윈 없어. 뭐, 그건 어쨌건."
"굴의 왼손이 뭔가를 잡아 던진다."
차락, 하는 마른 소리가 들렸다.
테이블 위에, 굴이 던져놓은 코인이 부딪치는 소리였다.
"여기 술 값 정도는 내주지. 어차피 한푼도 없지?"
"땡큐, 금방 갚아 줄게."
"기대하지 않고 기다리지."
굴은 다 비운 맥주잔을 조용히 테이블에 놓고 일어났다.
그 표정은 온화한 중년 남자의 얼굴이었지만, 잘 단련한 몸과, 허리에 찬 거대한 파이슨이
그 또한 어둠이 가업에 손을 대고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여실없이 나타내고 있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엔쵸가 오는 모양이야. 잊지 말고 얼굴이나 보고 오라고."
"그렇게 하지."
등을 돌린채 손을 흔들며, 굴은 움막집을 나간다.
토니는 가볍게 잔을 흔들며, 그에 답한다.
점심무렵, 태양이 비추고 있는 세계에, 토니가 있을 곳은 없다.
평소에는 조용히 집에서 밤까지 자고 있었겠지만, 덴버스와의 싸움때문에 어정쩡한 시간에 눈이 떠져버려, 잘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볼일이라도 봐둘까."
가볍게 중얼거리면서 그가 발을 돌린 곳은, 번화가 중심에 있는, 낡은 빌딩이었다.
풍속점과 돈을 빌려준다는 가게의 간판이 이것저것 들어서 있는 빌딩에 들어가더니, 망설임 없이 비상계단으로 향한다.
끼익, 끼익하고 무너질 듯한 소리를 내며 삐걱대는 계단을 다 올라간 곳에, 그의 목적지가 있었다.
<골드스타인의 가게>
문 위에, 그렇게만 써있는 소박한 간판이 걸려져있었다.
입구는 이, 비상계단에 접해있는 더러운 문 뿐.
주위에는 좀더 노력을 든, 화려한 건물이 들어서 있다.
그 가운데, 여기는 꽤나 틀린 분위기가 들었다.
"들어간다, 할멈. 안에 있지?"
망설임 없이 토니는 문고리를 돌린다.
녹슨 문은 의외로,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열린다.
"어이, 할멈. 죽어버린 건 아니겠지?"
"시끄럽네, 이 아이는. 들어올 때는 노크라도 하라고, 몇번 말하면 알아듣겠니?"
밉살스런 말투로 한 말에 대한 대답은, 같은 밉살스런 말투.
창문 없는 방 안에는, 어둡게 조정한 램프가 어둡게 비춰지고 있다.
밤낮의 구별이 없는 그 방 가장 안쪽에, 책상을 향하고 있던 여성이 고개를 돌렸다.
할멈, 이라고 하기엔 약간, 젊다.
그녀의 손에는 분해된 총의 부품이 쥐어져 있었다.
"나 참, 오랫만에 조용한 하루가 시작되겠다고 생각했건만......"
투덜거리며, 손에 쥐고있던 총의 프레임을 가만히 펠트 위에 놓는다.
그녀의 이름은, 닐 골든스타인.
총의 개조에 관해서는 이름이 알려진, 그 실력에 있어서는 정평이 나있는 건스미스이다.
예전에는 '45구경의 예술가'라고 까지 불리운 경이로운 기술을 가진 기술자였지만,
어느샌가 그 실력을 봉인하고, 지금은 이렇게 조금씩, 뒷세계 사람들을 상대로만 조정을 해주고 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자는, 지금은 얼마 없다.
단지, 벽에 걸린 낡은 금속 플레이트에 새겨진 라는 로고가 왕년의 그녀의 영광을 조용히 말하고 있을 뿐이다.
"이 나한테 할멈이라고 부르는 건, 세상이 아무리 넓다고 해도, 너 정도일거다. 참 내, 부모 얼굴이나 한번 보고싶네."
"그런 말 말라고, 할멈. 만나게 해주고 싶어도 내겐 이젠 부모가 없다고."
작업을 멈추고 쓴소릴 하는 닐에게, 토니는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였다.
덴버스에게 보인 차가운 미소와는 달리, 더 순수한, 악의 없는 웃음이었다.
"게다가 말야, 적당히 이 플레이트에 쓰인 저 오자 좀 고치는게 어때? 애들이라도 이런 스펠링 미스는 저지르지 않는다고."
벽에 걸린 플레이트를 가볍게 두드리며, 토니가 농담처럼 말한다.
조금만 주의해서 본다면 누구나 알아챌 수 있는, 플레이트에 쓰인 라는 글자는 물론 를 잘못 쓴 것이었다.
"뭐야, 또 그거냐? 옛날부터 그렇게 쓰고 있다고, 별로 상관 없어. 난 신경 안써."
"노안이 심해서, 알파벳도 못읽는 거 아냐?"
"시끄러! 정말로 입만 살아있다니까, 너는. 그래, 오늘은 무슨 일이니?"
"음, 또 총하나를 손에 넣어서 말야, 좀 봐달라고."
대답도 듣지 않고 방안으로 들어가선, 토니는 닐에게 한자루의 권총을 건냈다.
덴버스에게 빼앗은 밀조된 모젤이었다.
"또냐...... 이번달만 몇 정을 가져왔다고 생각하는 거야, 너는."
"뭐, 어때. 신경쓰지 마."
"나 참, 나는 네 전용의 건스미스가 아니라고."
닐은 투덜거리면서도 모젤을 집어들었다.
책상 위의 스탠드의 빛을 밝게 조정하고는, 확대경을 붙여놓은 안경을 쓰더니, 세부적인 곳까지 천천히 조사하기 시작했다.
마치 마법에 걸린 듯, 그녀의 손 안에서 모젤은 춤추듯이 움직였다.
"어때, 할멈. 쓸 만 해?"
"쓸만하긴 한데......"
안경을 벗고서, 닐은 쏘아보듯이 토니를 쳐다본다.
"너한텐 안 맞아. HSC는 분명 튼튼한 총이지만, 바보처럼 마구 쏘아대는 녀석에게는 안 어울려."
"그걸 어떻게 좀 안돼겠어? 이 전에 얻었던 P08은 이미 꽤 오래전에 망가졌다고."
"......적당히 좀 해줘. 그 루거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었는데 말야."
닐은 후우, 하고 한숨을 쉰다.
이런 식으로 토니가 총을 가지고 오는 건, 이걸로 벌써 몇번째인 걸까.
그는 분명, 총을 잘 다룰 줄 안다.
하지만, 인간을 초월한 연사속도를 자랑하는 그 사격 스타일은, 총을 근본에서부터 망가뜨려버리는 것이었다.
그녀 정도의 실력으로도, 그 부담에 견딜 수 있는 개조를 하는 건, 꽤나 어려운 것이다.
"애초에 말야, 보통 인간은, 머신건 같은 스피드로 쏘아부치는 짓은 안한다고. 그걸 견딜 수 있을 만한 개조를 하는건, 아예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거랑 다를 바 없어."
"그렇겠지. 그래서 할멈에게 밖에는 부탁할 수가 없어."
"부탁받는 이쪽의 입장도 좀 생각해 달라고."
트집을 잡으면서도, 닐은 여전히 모젤을 살표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몇번이나, 그녀는 토니를 위한 개조를 해 주었다.
강화할 만한 포인트는 거의 전부, 머리 속에 들어있다.
남은 문제는, 개조를 위한 노력과, 무엇보다 그 비용에 있었다.
"프레임 그 자체부터, 다시 손보지 않으면 안돼겠어. 그렇게 하면, 부품 비용 만으로도 손해라고. 역시 그만 두는게 좋아."
"그렇게 말하지 말고, 부탁해 할멈. 해결사가 총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폼이 안나잖아."
"언제부터 해결사 따위가 스타일을 신경쓰기 시작한거냐? 흥."
투덜거리면서도, 닐은 건네받은 모젤을 책상 서랍에 넣어두었다.
"시간도 걸리고, 비용의 반은 미리 받을테니까. 그걸로 어때?"
"좋아, 불만 없어!"
새♡ 고양이 처럼 천진난만한 얼굴로 토니는 웃었다.
실컷 험한 말을 들으며, 할멈이라고 불리고, 말도안되는 의뢰만 받으면서도, 닐이 그를 미워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가, 이거였다.
"마침 오늘 밤, 엔초 자식도 오고 말야. 돈은 걱정 없어."
"그래그래. 뭐, 기대는 안하고 있지만."
"가끔은 솔직하게 사람이 말하는 걸 믿어보라고. 맨날 의심만 해선, 주름살만 늘어간다고."
"괜한 참견이야!"
소리치는 닐을 향해 놀리듯이 손을 흔들며, 토니는 재빨리 가게를 나섰다.
들어올때와 마찬가지로, 돌연히 나가버린 것이다.
"......내 참. 예의도 모르는 녀석을 상대하는 건 피곤하네, 정말."
닐은 쓴 웃음을 지으며 다시 책상을 향해 자세를 바로잡았다.
오늘만으로도, 해야 할 작업이 다섯정 남아있었다.
그러나 작업을 시작하기 전, 그녀는 책상 위에 덮어두었던 액자를 일으키고는, 그곳에 끼워져 있는 사진을 잠시동안 바라보았다.
밤색 머리카락을 한 소년이, 뿌연 유리 건너편에서 미소짓고 있었다.
자기 키 보다도 큰 개와 함께였다.
평범한 가족 사진이었지만, 한가지 이상한 점은, 소년이 손에 쥐고있는 칠흑의 권총.
<마미, 사랑해요>
사진 위에는, 서투른 문자로 메세지가 곁들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소년의 얼굴은, 토니와 상당히 닮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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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일본에서 정식 발매된 소설을 번역한거니, 다른 사이트에는 절대 올리지 말아주세요.
눈치 채셨을 분도 있으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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