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더랜드2 시즌패스를 살까 하다가 저번 스팀 주간할인에서 캡콤 게임을 세일하길래 한 번 구입했습니다. DmC 메타스코어가 꽤 괜찮게 나와서 3부터 DLC까지 싹 구입했지요. 데드라이징2도 할인하던데 그건 지역락이 걸려있더군요. 바이오 하자드는 공포게임을 원체 싫어하기도 하지만 "조작이 어려운건 공포감을 유발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결코 우리가 게임 못 만드는 게 아님" 이러는 소릴 듣고 애저녁에 관심 끊은 게임이고요.
3 SE 메타스코어가 60점대인게 불안불안했었는데... 역시나.
콘솔은 모르겠고 PC버전(+키보드) 3SE를 해 본 소감은 딱 하나.
이거 가격은 게임 가격이 아니라 만든놈들 양심 가격이구나.
완전 쓰레기입니다. 처음 시작부터 조작이 안 먹히길래 부랴부랴 포럼에가서 평을 살펴보니 그제서야 아차!
공통된 문제점 몇가지를 나열해 보자면,
1. 게임 진행 불가능 혹은 렉. 이 경우에는 사운드 파일을 대거 삭제하면 플레이는 가능합니다. 다만 아시다시피 공격하는 소리를 못 들으면...
2. 당시에도 시대에 뒤떨어진 640*480 해상도. HD패치를 깔면 된다던데 그거 깔기전에 지워서 잘 모르겠네요.
3. 이식 비용으로 소고기를 사 처드셨는지 콘솔용 조작 그대로 키보드에 이식.
그리고 개인적인 불만
1. 시점이 너무 지랄맞다. 콘솔게임 특유의 고정+확대시점인건 말로만 들었지 실제 접해보니 참... 내가 지금 어디있는지 적이 뭘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으니 (+소리 제거) 뭘 해 볼수가 없더군요.
2. 불친절한 인터페이스. 처음 하는 사람은 조작부터 막힙니다. 튜토리얼도 제대로 안 되어있는데다가 무려 콘솔용 패드 설명 그대로 내보내는 위엄까지.
3. 그 외 어렵다, 그래픽 후지다 등등.
여튼 2시간동안 그래도 재미있겠지, 익숙해지면 재미있겠지 하고 자기최면만 걸다 결국 켈베로스 잡고 때려치웠습니다. 이딴걸 돈 받고 파는 놈들도 그렇고 그걸 산 나도 병x이고. 속으로 욕이란 욕은 다 튀어나오더군요. 거기다 아무리 할인이라지만 냉큼 질러버린 4, DmC+DLC는 또...
다들 3가 데메크 최고 명작이라고 하길래 기대는 엄청 했는데 이런 코즈믹 호러같은 물건이 튀어나오니 황당. 그래도 단테 캐릭터는 재밌었습니다. 뭔가 좀 신선하기도 하고.
그 후 보더랜드만 다시 줄창 하다가 기왕 산거 어떤지나 보자 하는 마음에 4를 잡아봤는데...
어?
괜찮네요? 뭣보다 일단 깔끔한 그래픽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옵션에서 안티, 해상도 최고로 올리니까 오~
콘솔은 안해봐서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일반적으로 PC가 그래픽은 더 좋죠. 그래픽 카드 하나가 콘솔기기 하나 값이니; 적어도 PC와 콘솔의 차이는 아는구나 싶었습니다. 최적화도 잘 되어 있었고요. 불편한 키보드 조작은 마찬가지였지만 키 입력은 (순전히 감입니다만)3 SE버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잘 먹히더군요. 뭣보다 쉬운 조작! 제대로 된 튜토리얼! 그제서야 좀 제대로 즐기겠구나 싶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일단 뭐가 콰콰강! 하고 터지고, 슉슉 썰다가 멀어지면 일단 땡기고 보고. 게임 자체의 난이도는 처음부터 데몬헌터로 해서 그런지 몰라도 꽤 어렵더군요. 중반 이후 단테로 플레이하면서 아무래도 데메크 자체가 하드코어 팬들에게 기대는 면이 있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쉽고 재밌고 짱 센(이때는 콤보라는 개념이 없었던 때라) 네로는 어디가고 조작해야 할 커맨드 숫자가 두배로, 입력속도는 세배로 늘어난 단테 형님이...
그래도 조이패드 하나 사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게 플레이 했습니다. 4의 캐릭터들도 나름 매력이 있었고, 튜토리얼에서 네로 익시드 따라하는 단테나 거기에 지기싫어하는 네로, 이름은 기억안나는 그 등에 대가리 보스와 단테의 연극 같은 꽁트도 웃겼고요. 액션게임에서 스토리 따위 따져서 뭐하겠습니까마는 적어도 다음 판 더 해보자, 하는 의욕을 불러 일으키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아, 성우 연기도 3보다 훨씬 낫더군요.
불편한 점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가장 먼저, 여전히 불편한 시점(카메라 조정키가 있긴 한데 쓸모가 없습니다). 마우스나 단축키, 키 배치등 PC의 특성을 무시한 입력. 마지막으로 신규 유저에게는 여전히 높은 난이도. 특히 미리 파해법 힌트를 주는 연출이 없는 보스전의 경우 공략을 안 보면 게임이 매우매우 어려워지더군요. 처음엔 보스전만 유난히 난이도가 확 높아지는 바람에 내가 뭐 잘못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반부 교황 잡을 때 초반 5분에 피통 다 깎고 나머지 두 칸을 못 지워서 몇 십분간 그거 쫓아다니느라 손가락에 쥐가 났는데, 공략을 보고 일단 땅에 떨군뒤 버스터로 잡으니 특별 연출과 함께 한 방에 와장창! 이 뭐...
의외라고 할까 맵 재탕은 그닥 신경쓰이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난이도를 순회할 생각도 없었고, 단테라는 새 캐릭터로 어려워진 스테이지를 둘러보는 형식이니 "액션게임이란 쉽게 때리고 부수면 화려한 효과와 함께 터지는 액션만 나오면 OK" 란 생각을 갖고 있는 저한테는 그저 새 캐릭터로 조금 더 어려운 2회차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뿐. 남들 말처럼 좀 아쉽긴 하더군요. 그래도 3SE처럼 시궁창에서도 냄새를 맡을 수 있을거 같은 빅똥이 아닌것만 해도 어디냐 싶은게 가장 중요한 점수벌이였던 것 같습니다. 3SE는 남들이 명작이랬는데 막상 해보니 메이드 인 후쿠시마였고, 4는 이런저런 악평이 많았는데 꽤 괜찮은 액션게임이었으니.
그리고 대망의 DmC.
어,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첫 느낌이 딱 그거였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후속작인 매드니스 리턴즈는 아직 안 해봐서 모르겠고 아메리칸 맥기의 앨리스 그거 말입니다.
당연히 전 오오오!!!! 하면서 플레이했고... 오늘까지 사흘간 총 플레이시간 26시간을 달성. 아마 40시간은 더 즐길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냥 뭐, 말이 필요없어요.
아메리칸 맥기의 앨리스를 좋아하셨다면 꼭 플레이 해 보셔야 할 게임입니다.
일단 연출.
다이렉트9에 언리얼3 엔진이라 요즘 그래픽에 익숙해진 눈에는 불안불안한 요소가 많습니다. 그리고 2,3 회차가 되면 확실히 눈에 들어오는데, 처음 플레이 할때는 정말 멋진 연출과 효과로 그거 신경쓸 겨를이 없습니다. 광기는 좋은데 공포는 싫어하는 취향이시라면 아마 저처럼 플레이 하는 내내 오오오!!! 하면서 즐기실 수 있을겁니다. 전 그랬거든요. 아 근데 이거 정말 안해보면 모르는건데, 근데 한 번 해보면 딱 눈에 들어와서 머리에 박히는데 어떻게 글로는 설명할 방법이 없네요. 연출 뿐만 아니라 색감은 언리얼 엔진답게 화려한데 게임 디자인(아슬아슬한 점프 퍼즐과 숨겨진 요소 등)이나 분위기는 딱 아메리칸 맥기의 우중충한 그거라서 연상이 안 될래야 안될수가 없습니다.
게임 디자인도 1회차만 하고 마는 소프트(+신규)유저들을 고려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액션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히 집중력을 환기시키기 위한 요소들이 많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가령 색깔별로 달리 공격해야 하는 적이나 타이밍에 맞춰 패리해야 하는 공격들 같은 거 말이죠. 신규 유저라고 하니까 보스전이 엄청, 매우, 많이 쉬워진 것도 생각나네요. 4와는 달리 이젠 공략을 보면서 보스전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충 때려도 데미지가 콱콱 박히고 때가되면 알아서 약점을 가르쳐 주거든요. 시간도 넉넉합니다. 아 또 트레이닝 룸이 있어서 언제든 커맨드를 연습해 볼 수 있는점도 배려하고 있네요.
단 이같은 점은 야리코미에선 독으로 작용하는데, 이미 볼장 다 본 요소는 2,3회차를 넘기면서 전혀 새로움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액션의 흐름을 끊는, 시간만 잡아먹고 짜증만 불러일으키는 방해물이 되어버리거든요. 그래도 2,3회차는 일종의 보너스같은 거니 이 점은 넘어가야겠죠. 다만 엔딩 이후에는 액션에만 치중할 수 있게 해줬으면 어땠을까 생각합니다. 체크 포인트 간 이동스킵이라던지, 색상에 관계없이 공격가능하다던지. 그런거 말이죠.
다시 장점으로 돌아가서, 조작이 엄청 간편해졌습니다. 마우스를 지원하면서, PC판 데메크 최악의 결점이었던 조작과 시점, 두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죠. 이제 키보드로 일일이 방향 생각하면서 커맨드 넣을 필요 없이, 그냥 f를 누르면 띄워 올리고 클릭만 하면 공격이 나갑니다. 무기와 스타일 체인지도 대폭 축소시키고 캔슬 범위를 왕창 늘려서 적당히 클릭질하고 적당히 쉬프트 눌러주면 여타 액션게임하듯 즐길 수 있었네요.
개인적인 취향인 캐릭터 부분에선, 욕을 마구 들어먹는 검은머리 단테도 괜찮았습니다. 개그캐 3, 능구렁이 4가 더 낫지않나 싶긴한데 요즘 워낙 대세가 "존나 Badass"니까. 성우 연기도 그렇고 행동묘사도 그렇고 캐릭터를 잘 표현했습니다. 캐릭터 차이는 리부트니까, 하고 넘어갑시다. 배트맨이나 슈퍼맨도 리부트하는판에. 근데 데메크는 단테라는 캐릭터에 기대는 부분이 큰 게임인 것 같아서 이 부분은 또 미묘하군요. 4 판매량을 보면 사람들이 그닥 단테의 캐릭터성이나 데메크의 배경 설정에 굳이 목매는 것 같진 않아보이기도 하고... 아직 씐나는 버질의 대탐험은 안해봐서 버질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3의 똥폼만 잡는 중2병 보단 훨씬 생동감있어서 괜찮았습니다. 후속작이 있으니 막판엔 둘 다 ㅁㅁ 되는건 어쩔 수 없었지만; 히로인인 캣은 전형적인 서양식 액션게임의 강한 듯 약한 히로인. 여담이지만 처녀속성에 목매지 않는 걸 보고 과연 양놈들, 하는 생각이.
전체적으로 게임 배경도 그렇고 캐릭터도 그렇고 훨씬 현실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게,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전 좋았습니다.
요약하자면, 이제야 제대로 된 PC용 액션 게임을 만들었다는 생각입니다. 근데 문제는 그게 데메크가 아니라 아메리칸 맥기 앨리스 후속작이라는 거. 게임 자체만 놓고보면 흠잡을 데 없는 양질의 게임입니다. 그래픽은 화려하고 몽환적인 연출로 커버하고(후반가면 약발이 딸리지만) 타격감 좋고 조작 쉽고 적당히 집중을 요하는. 딱 두 세번 플레이 해서 40시간은 확실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 다른말로 하자면 돈 값은 하는 게임. 메타스코어 80 이상은 아무 게임이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죠.
시리즈마다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다음 후속작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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