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borg Lightning Ninja vs Cyborg Wind Samurai.
HELL yes.
HELL yes.
- 유튜브 메탈기어 라이징 테마곡 댓글 中
그랬던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는 사실상 4를 끝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모두 마쳤습니다. 4에서는 2에서 그 기미를 보였던 SOP가 확장된 세계를 그려냈고, 또 그 SOP를 솔리드 스네이크 손으로 끝짱냈으며, 솔리드 스네이크의 수명 역시 끝났습니다. 하지만 메탈기어 시리즈는 끝나지 않았고, 메탈기어 시리즈의 새로운 확장으로 <메탈기어 솔리드 : 라이징>을 발표합니다.
(E3 2010 메탈기어 솔리드 라이징 게임 트레일러)
본래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로 기획된 메탈기어 솔리드 : 라이징은, 2와 4 사이에 라이덴이 어떻게 변하게 되었나를 그리려고 했습니다. 보시다시피 무겁고, 사이보그가 검을 휘두르는데도 불구하고 꽤 리얼해보이는 비쥬얼을 갖고 있었죠. 말하자면, 이 때까지는 히데오 코지마 게임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비록 히데오 코지마가 참여하지는 않았지만요. 이때까지는 그래도 솔리드 시리즈를 강렬하게 의식하고 있던 셈이지요.
그랬던 것이 2011년 갑자기 변경을 알리게 됩니다. 제작사가 플래티넘 게임즈로 바뀌었고, 스토리 역시 4 이후로 변경되었습니다. 이름 역시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로 바뀌게 되었고요.
(E3 2012 메탈기어 라이징 : 리벤전스 트레일러.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많은 팬들은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이하 메탈기어 라이징)에 대해 걱정했습니다. 첫째로 코지마 프로덕션보다 훨씬 더 B급의 향취가 심한 플래티넘이 많아서 분위기가 너무 가벼워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고, 둘째로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의 이야기는 4에서 다 끝났는데 과연 그 뒤를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 하는 것이었지요. 결론부터 말하면, 메탈기어 라이징은,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도 히데오 코지마 게임도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메탈기어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메탈기어 시리즈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신호탄 격의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먼저 메탈기어 라이징은 잠입 액션 게임이 아닌, 스타일리쉬 액션 게임으로써 자신의 자리를 확고하게 잡아놓았습니다. 메탈기어 솔리드와 같은 잠입요소는 있긴 하지만 메탈기어 팬에게 익숙한 ALERT 표시는 잠입을 위해 피해다닐 준비를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액션을 위해 두들겨 팰 준비를 하라는 이야기입니다. 라이덴은 도망칠 필요도 없고 숨을 필요도 없는 사이보그 닌자이고, 게임은 이를 뒷바침하는 하나의 시스템을 집어넣습니다. 바로 페리(튕기기)라고 불리는 시스템입니다.
액션 게임에는 공격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방어 시스템입니다. 보통은 가드나 회피버튼이 따로 있고, 가드와 회피를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성공시켰을 경우 슬로우모션이 발동하는 저스트 가드나 저스트 회피 시스템 같은 것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젼스에는 이런 버튼이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날로그 스틱을 적에게 기울이며 약공격 버튼을 누르면, 라이덴이 검을 앞으로 잡고 방어합니다. 이는 사실 매우 도전적인 시도입니다. 단순히 버튼을 눌러서 막거나 회피하지 않고, 일일이 조작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난이도가 상승해 버립니다. 이 때문에 데모 초기에 이런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적응하지 못한 유저들의 불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페리시스템은, 적응하기만 하면 굉장히 호쾌히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적들은 공격하기 전에 (마치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가 스네이크를 발견하면 눈이 빛났듯이) 붉은색으로 눈이 빛납니다. 이 때에 맞추어서 적을 향해 페리를 해주면 손쉽게 적들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지요.
이렇게 보면 페리에만 익숙해지면 모든 공격을 쉽게 막아낼 수 있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지로는 그렇지도 않습니다. 최근의 친절한 게임들과 달리,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의 적들은 맞아주는 바보들이 아닙니다. 보통 셋 이상이 팀으로 등장하고, 두명이 근접 공격을 하면 반드시 한 명은 뒤에서 총으로 쏘거나 수류탄을 던져 데미지를 줍니다. 총으로 맞는 데미지 자체는 변변찮지만 경직이 걸리면 빈틈이 생긴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또한, 뒤로 갈 수록 적들의 패턴은 다양해지며 페리로 한 번 막아도 연속으로 공격해오는 적이나, 페리가 먹히지 않는 적 또한 존재 합니다.
페리가 먹히지 않는 적은, 노란색으로 눈이 빛나며 잡기를 해오는 적들입니다. 이러한 적들은 R1을 누르면 발동하는 닌자런이나 공방일체로 회피해주지 않으면 안됩니다. 플레이 초기에는 잡기를 당해도 데미지는 받지 않고 상대하는 시간이 길어질 뿐이지만, 뒤로가면 잡기를 당하면 크게 데미지를 입거나 그로기 상태에 빠져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적 중에는 오렌지 빛으로 눈을 빛내며 가드 불가 공격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공방일체로 빠져주는 것이 좋습니다. 공방일체가 있는데 왜 페리를 쓰냐고요? 먼저, 공방일체는 게임 초기부터 쓸 수 있는 스킬이 아닌, 경험치 개념인 BP를 모아 사야하는 스클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페리에 비해 조작이 까다로우며 (아날로그 스틱을 뒤로 하며 약공격, 강공격을 동시에 눌러야합니다.) 페리에는 또다른 메리트가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저스트 페리 이후에 주변의 적에게 모두 반격을 준다는 점이며, 또한 바로 참격모드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참격모드는 말하자면 진화한 QTE 시스템과 같습니다. L1 버튼을 누르면 발동하는 참격 모드는, 평소에도 발동시킬 수는 있지만 주로 몇가지 공격에 따라 발동하는 슬로우 모션이나 방금 언급한 저스트 페리 뒤에 사용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또 적에 따라서는 바로 참격을 발동시켜 벨 수 있는 적과 어느 정도 아머를 깨주어야 사용할 수 있는 적이 존재합니다. 이 참격모드에서는 정말로 Cut At Will, 원하는 방향으로 벨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약공격과 강공격을 눌러 산산조각 낼 수도 있고, 오른쪽 아날로그 스틱을 이용하여 정확한 베기를 구현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 적 장교에게서 왼팔만을 잘라내면 더 큰 보상이 주어지고요.) 특히나 네모난 부분을 정확히 잘라낸 뒤 액션 버튼을 누르면 참탈로 이행합니다. 참탈은 설정상 라이덴이 적 사이보그로부터 연료를 얻을 수 있는 능력으로, 에너지와 참격 게이지를 모두 회복시키는 기능입니다. 비록 아슬아슬한 데까지 밀려도 이 참탈만 성공시킬 수 있다면 플레이어는 금방 위기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즉, 메탈기어 라이징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어그레시브한 액션을 구사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도망치지도 피하지도 않고, 적에게 맞서기를 바라고 있는 게임이지요. 음악 역시 메탈기어 솔리드 식의 장중하고 긴장감있는 장르가 아닌 기타가 사납게 울어대는 메탈이 흘러나옵니다. (아, 그리고 이 메탈이 아주 끝내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메탈기어 솔리드 : 라이징> 시절의 인터뷰를 보면, 잠입 플레이가 가능하다거나 총이나 무기만을 자르는 것으로 No kill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식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과연 이렇게 나왔다면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와 비교해서 어떤 차별요소가 있었을까요? 게다가 사이보그 닌자가 모든지 벨 수 있다는 게임에서 그러한 잠입요소가 강조되었다면 과연 조화를 이룰 수 있었을 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플래티넘 게임즈는 자신이 제일 잘하는 분야인 액션게임으로 즐거운 게임플레이를 준비해놓았습니다. 다양한 패턴의 적이 존재하고, 잡몹들과 싸움에서도 충분히 달성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보스전 역시 최근의 게임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거대한 보스가 나와서 싸우다가 퍼즐에 들어가고, QTE 연출로 이어지는 게임 스타일과는 달리 메탈기어 라이징의 보스들은 대부분 인간형이고 대단히 공격적입니다. 심지어 종종 보스몹들의 기능을 조금 다운그레이드 해서 다음 챕터에서는 잡몹으로 내보낼 정도이지요. 이 보스들의 패턴 역시 다양해서 이들과 싸우는 것은 상당히 재밌습니다. 창이나 채찍같은 무기인 폴암을 이용하는 미스트랄, 공격이 먹히지 않는 모드로 바뀌거나 헬기나 전차를 마구 던져대는 몬순, 커다란 대검을 쌍으로 휘두르며 폭발하는 방패로 무장한 선다우너, 고주파 무라사마 블레이드를 휘두루는 켄짓수의 달인 사무엘 등등. 이들은 경우에 따라서 엇박자의 페리를 요구한다거나 닌자런이나 공방일체로 회피할 것, 정확한 참격 모드를 구사할 것 등등 그야말로 중간고사처럼 플레이어의 능력을 테스트합니다. 이거야 말로 '중간' 보스죠.
이런 부분이 플래티넘 게임즈가 해놓은 부분이라면, 이런 부분 사이사이로 컷씬과 함께 코지마 프로덕션이 '메탈기어스러움'을 잘 버무려놓습니다. 스테이지에 따라서 스텔스 플레이를 요구하는 부분이 있으며(물론 여기서 싸워서 이겨도 상관은 없습니다. 솔리드 스네이크와 달리 라이덴은 계속 이어지는 전투에서 크게 디메리트를 느끼지 않습니다.), 몇몇 인터페이스나 효과음은 바로 메탈기어의 그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스토리 부분에서, 코지마 프로덕션은 메탈기어스러움을 매우 잘 구현해놓고 있습니다.
종종 인터넷을 보면 코지마느님이 스토리를 쓰지 않아 별로라는 둥, 메탈기어스럽지 않고 오버한다는 둥하는 의견을 볼 수 있는데 잘라 말해서 이건 그냥 팬보이의 징징거림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코지마 히데오의 스토리 텔링이 아주 엉망이라는 건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요. 특히나 메탈기어 솔리드 4를 보세요. 20시간 플레이 타임중에 실제 게임 플레이시간은 10시간~8시간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반 이상을 패드를 놓고 멍하니 바라보아야하는 게임이 과연 '게임답다'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좋은 스토리여도 '게임답지' 않으면 그건 좋은 게임스토리는 될 수 없는 겁니다. 그에 비해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는 대략 액션의 고수가 아니라면 6시간 정도의 게임플레이를 할 수 있고, 이 중에 컷신은 2시간 가량밖에 되지 않습니다. 짧은 분량이지만 스토리 전달에 문제는 크게 느껴지지도 않고요. (챕터와 챕터 사이의 연결이 좀 어색한 부분은 있습니다.) 또한, 무선이나 컷씬이 끼어드는 빈도가 많기는 하지만, 게임 플레이에 크게 지장을 줄 정도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물론, 다른 게임에 비하면 불편한 건 사실입니다만 메탈기어 시리즈를 기준으로 봤을 때는 괜찮은 편입니다. 적어도 스토리 텔링 부분에서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가 우수하다고 할 수 있으며 이 점은 '게임스토리'로써의 우수성과 직관될 수밖에 없습니다.
두번째는 메탈기어스럽지 않고 오버한다는 이야기인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나도 '메탈기어스러운' 이야기가 바로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서부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젼스는 아프리카 모국의 내전을 끝내고 부흥을 도운 PMC '메버릭'의 요원인 라이덴이 '데스페라도'에게 습격당하고, 보호대상인 수상을 살해당한 후 데스페라도를 쫓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이는 확실하게 플레이어로 하여금 복수의 동기를 심어주는 전형적인 플롯입니다. 마치 디스아너드의 코르보가 복수를 하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메탈기어 라이징은 거기서 안주하지만은 않습니다. 분명 스토리 초반에는 옳은 일(DDR ; 무장해제, 동원해제, 사회복귀)을 하는 PMC인 '메버릭'과 악을 행하는(테러, 인신매매, 마피아에게도 협력하는) PMC인 데스페라도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사이보그는 전투 규정상 선제 공격을 해도 좋다 할 정도며, 이를 통해 에너지원을 보급할 수 있다고 싸움의 정당성이 부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가 진행될 수록 그런 정당성은 서서히 붕괴되어 갑니다. 게임을 통해 어그레시브하던 진행을 하던 플레이어에게 게임은 직접 묻습니다. 여태까지 정당하다고 생각하며 베어온 사이보그 또한 인간이며, 그들에게 과연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면, 당신은 그저 살육을 즐기기 위해 정당성을 찾고 있던 건 아닌지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스토리상으로도 플레이어가 감정이입을 해오던 라이덴의 신념인 '활인검' 또한 흔들어놓습니다. (다만 라이덴의 시선을 철저하게 플레이어와 분리해놓는 부분이 좀 재밌긴 합니다. 라이덴의 일인칭 시점은 오로지 AR화면으로밖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즉, 플레이어는 라이덴이 아니라 라이덴을 바라보거나 모니터링하는 입장으로 그려지는 것이지요.)
어찌보면 이제와서 '그런 정당성의 붕괴' 같은 건 다른 작품에서도 다들 하고 있는 클리셰 수준인데, 좋다고 할 수 있겠냐는 의문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의 구성을 보면 그렇게만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라이덴이 전쟁으로 인해 망가진 인물이지만, 명확한 목적을 알 수 없는 샘 정도를 제외하면 미스트랄이나 몬순 역시 소년병이었고, 선다우너 또한 전쟁에 중독된 인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라이덴이 사건에 점점 더 깊게 개입하는 이유 역시 라이덴이 소년병이었기 때문입니다. 라이덴은 데스페라도의 인신매매에 의해 VR훈련을 받아 사이보그화될 아이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자신처럼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투에 임하게 됩니다. 후반부에서는 임무라서가 아니라, 그런 걸 알게 된 이상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자신의 선택에 의해 라이덴은 검을 휘두르게 됩니다.
이 부분이 바로 심히 메탈기어스럽다는 겁니다. 라이덴은 자신이 경험한, 자신의 감각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인물처럼 그려져 있습니다.(반대로 지성을 갖고 있지만 감각이 없는 블레이드 울프는 자신의 의지가 없다고 말합니다.) 이는 비슷한 경험을 한 미스트랄이나 몬순은 다른 선택을 했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지요. 하지만 게임은 과연 그러한 차이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고, 본질적으로는 같은 수준이 아닌가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밈의 감염'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라이덴은 적을 해치우고 앞을 향해 나아가지만, 그 행위는 결국은 강자가 약자를 집어삼킨다는 몬순의 '자연의 법칙'이란 해석에도, 강한 자가 자신의 신념을 위해 싸운다는 스티븐 암스트롱이 바라던 세계와도 일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여러가지 '밈'에 전염된 블레이드 울프가 자신의 '선택'을 하는 부분은 그럼에도 자유의지의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지요. 그리고 플레이를 마친 게이머 역시 여태까지 해온 게임에 의해 메탈기어 라이징이라는 '밈'에 감염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얼마나 메탈기어다운 이야기입니까. 자유의지와 플레이어, 밈, 그리고 전쟁에 희생된 소년병들. 그리고 미국이란 나라의 이야기. 그야말로 메탈기어 솔리드 2의 보완이 아니겠습니까. 또한 이러한 이야기를 담는 포장이,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라기보다는, 스트리트 키드를 인신매매해 불법장기 판매를하는 마피아들, 테러와의 전쟁으로 늘어가는 PMC, 강한 미국, 제한된 것만을 보여주는 미디어, 아니 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자본주의와 민족주의(네셔널리즘)에 물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이보그 닌자가 복수를 위해 사이보그 사무라이와 싸운다는 아주 쌈마이한 B급 영화같은 내용에 섞여들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네이밍 센스를 보세요. 최대규모의 PMC '월드 마셜'(세계 보안관)이 '데스페라도'(악당)와 몰래 손을 잡았다니, 이 얼마나 메탈 기어(금속 톱니바퀴)다운 네이밍 센스입니까.
물론, 메탈기어로서는 생각보다 영상의 무거움이 적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첫째로 플래티넘이 참여한 플래티넘의 메탈기어이고, 둘째로 액션 게임이며, 셋째로 처음부터 '사이보그 닌자'라는 메탈기어 세계에서도 지극히 상식을 뛰어넘은 녀석들끼리의 싸움이 소재였습니다. 스토리가 메탈기어다움을 유지하고 있다면, 이 정도의 변화는 충분히 받아들일만한 것 아닐까요?
개인적으론 마지막의 스티븐 암스트롱은 확실히 황당하긴 했습니다. 상원의원이 나와 스모같은 포즈를 하고는 맨몸으로 라이덴과 싸운다는 발상도 그렇지만, 디자인이 확실히 좀 촌스럽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메탈기어답지 않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스티븐 암스트롱이 강한 미국을 외치며 전쟁을 통해 경제발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우리는 이제 모두 '애국자들'의 아들들(Sons of patriots)'이라고 외치는 부분은 애국자들로부터 벗어나려고 한 솔리더스 스네이크의 연설과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으며, 스티븐 암스트롱이 메탈기어로부터 힘을 모으는 부분은 볼긴의 패러디입니다. 상원의원이 나노머신을 이용해 헐크처럼 변하고 강력한 육체를 갖고 있다는 부분은 마치 터미네이터를 떠올리는 듯한 설정이며, 이는 강한 미국 그 자체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스티븐 암스트롱이 가식을 집어던지고 '비즈니스로서의 전쟁이 끝나고, 강한 자가 자신의 신념을 위해 살아갈 수 있는 전쟁이 계속되는 세상'이란, '전사가 충족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이라는 메탈기어의 긴 테마이기도 한 '아우터 헤븐'의 판박이입니다. 이런 부분이 메탈기어답지 않다면 어디가 메탈기어답다고 할 수 있을까요.
또 무선을 보세요. 얼마나 메탈기어다운가요. 석유, 압하지야/조지아 내전, AI와 자유의지, 사이보그의 전자 연료와 CNT(탄소 나노튜브)근육, PMC, 석유, 소년병, 뇌와 VR미션, 세이브할 때마다 위트있게 전해주는 각지의 음식소개... 이 이상 메탈기어다울 수 있을까요?
(*스포일러 끝!)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스텔스 플레이 파트가 너무나 엉성해서, 없애거나 더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R1을 눌러 발동시키는 닌자런을 이용한 플랫포밍도 나쁘지 않지만 그런 걸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이 적습니다. 또한 플레이 시간이 짧고, 구입할 수 있는 콤보 스킬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플레이 시간이 짧다면 다양한 스킬을 사용하여 즐길 수 있거나, 수집요소를 통해 다회차 플레이를 노려야 하는데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나 업그레이드 역시 데이어스 엑스 : 휴먼 레볼루션에 비하면 딱히 사이보그를 강화한다는 느낌도 들지 않고, 체력이나 참격 게이지 업그레이드 위주라서 업그레이드 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 다회차 플레이 욕구를 감소시킵니다. 컷씬 역시 짧은 템포에 맞추어 잘 만들긴 했지만, 따로 미션 브리핑을 넣어준다거나 보스를 이긴 뒤 라이덴이 무기를 요리조리 살펴보는 씬 등이 없는 부분은 좀 아쉽습니다. 특히나 미션 브리핑이 따로 없어서 무전을 제대로 듣지 않으면 왜 갑자기 얘가 이곳에 왔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하지만 메탈기어 라이징은 이러한 단점들을 보완해 나간다면 앞으로 충분히 유망한 '새로운 메탈기어 시리즈'가 될 것입니다. 저는 메탈기어 팬으로서, 이 새로운 메탈기어를 기쁘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ps. 어찌되든 좋습니다만, 스토리를 중시하는 분이라면 영어판을 추천합니다. 영어판과 일어판의 대사가 전혀 다른 정도는 아니지만, 예를 들면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영어판에서는
"눈을 뜨고 똑똑히 봐, 라이덴"
"그런 건 너무나도 많이 봐왔다."
"그럼 들어봐. 나노머신들이 억누르는 전장의 감정을... 그들을 들어봐."
"무슨 소리냐?"
"쉬잇."
(Open your eyes and see, Raiden
I`ve seen plenty.
Then listen. Those battle filed emotions that the nanos suppress... Listen to them.
What are you saying?
Shhhh)
헌데 이 부분이 일어판에서는 좀 어색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럼 보여주지, 라이덴"
"뭐라고…?"
"전장에 부적절해 나노머신에 의해 억누른 감정... 그걸 들려주지"
"뭘 하려는 거냐."
"쉬잇."
(ならば見せてやるよ、雷電
なんだと…?
戦場にはふ不適切としてナノマシンふじ込めた感情… それを聞かせてやるよ。
どうする気だ。
しいいい)
몇몇 농담들이 없다던가, 대사들이 단순히 현지에 맞추어 번역되어 있다고 보기엔 좀 이상한 점들이 많이 눈에 띄더군요. 또한 뉘앙스 차이 역시 좀 있는데, 영어판에서 라이덴의 묘사가 Bad Ass, 그러니까 터프가이 같다면 일어판에서 라이덴은 좀 더 미숙한 부분이 강하게 표현된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론 영음버젼이 연기가 크게 거슬리지도 않고 (라이덴 성우가 너무 목소리를 긁는다는 느낌을 좀 받습니다만;) 스토리적으로도 좀 더 낫지 않나 싶습니다.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