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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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스트 오브 어스 스토리 총정리 1부 - <지난편 링크>
■ 라스트 오브 어스 스토리 총정리 2부 - 현재 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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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우-! 대체... 이 사람은 어떻게 이런 걸 가지고 다닌담?”
“에... 엘리. 그건 애들 보는 거 아니다.”
엘리가 차 뒷좌석 구석에서 발견한 게이 포르노 잡지를 보고 감탄사를 연발하자 조엘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엘리는 잡지보다는 조엘이 당황해하는 모습에 더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다행히 금세 흥미가 떨어진 엘리는 이내 창밖으로 잡지를 던져버렸다. 그 잡지가 사라져서 가장 아쉬워할 사람은 그들이 아니라 조금 전 그들에게 차를 빌려준 본래 차 주인, 빌이었다.
대재앙 이전의 생활상이 담긴 책(특히 만화책)들을 매우 좋아하는 엘리
빌은 오래전부터 테스와 조엘에게 밀수할 이런저런 물품들을 구해다 주던 남자였다. 항상 툴툴대고 까탈스럽지만 근본은 선한지라 조엘이 믿는 몇 안되는 사람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사람이 살지 않는 버려진 도시에서 사람과의 교류를 끊은 채 혼자 살아가고 있었는데, 이런저런 일들로 좀비보다 사람이 더 믿을 수 없는 존재들이라는 가치관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소중한 사람을 여러 차례 잃은 경험으로 그는 이제 마음을 완전히 닫아버린 상태였다.
스토리 감독 피셜에 의하면 빌은 엘리가 없었을 경우 완성되었을 조엘의 모습이라고 한다.
수시간 전 조엘과 엘리는 감염자들을 뚫고 빌이 있는 세이프 하우스로 찾아가 차를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그 과정에서 빌의 거친 태도 때문에 서로에게 따뜻한 말(?)을 퍼붓는 엘리와 빌의 신경전이 잠시 있긴 했지만, 조엘은 다행히 빌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빌은 그들이 타고 갈 차량을 점검해준 뒤 조엘에게 ‘사람에게 다시 정 붙이지 말라’며 자신처럼 될 거라 경고하고는 아지트로 돌아갔다.
한마디도 지지 않는 엘리(...)
조엘이 차를 구한 이유는 토미가 있는 미국 서부의 와이오밍 주로 향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얼마 못가 피츠버그 근방에서 길이 막힌다. 약탈자들의 방해 때문이었다. 단순히 보호받는 역할이 아닌 제 몫을 하고 싶었던 엘리는 이때 조엘을 구하기 위해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게 된다. 조엘은 처음엔 솔직하게 고마워하지 못하고 왜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았냐고 다그쳤지만, 점차 엘리를 인정하면서 그녀에게 총 쏘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 주었다.
보살핌 받는 대상이 아닌, 한 명의 파트너가 되고 싶었던 엘리
이처럼 함께 갖가지 수난을 극복하며 엘리는 점차 조엘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게 된다. 그동안 엘리의 주변 사람들은 모두 엘리를 버리거나, 이용만 하거나, 쉽게 죽어버렸다. 그런데 조엘은 비록 살갑지는 않았지만 진심으로 자신을 대해주며 끝까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진짜로 의지할 만한 어른을 처음으로 만난 느낌이었다.
벌써 수개월간 생사고락을 함께 한 엘리와 조엘
다만 그런 엘리의 마음과는 다르게, 조엘은 여전히 벽을 두고 그녀를 대했다. 여정 중에 만난 헨리와 샘이라는 흑인 형제를 만난 뒤로 그러한 심리는 더욱 견고해졌다. 조엘이 엘리를 데리고 다니는 것처럼 헨리 역시 마찬가지로 어린 동생 샘을 보호하며 데리고 다녔는데, 결국 동생이 감염되어 방도가 없어지자 직접 동생을 쏴 죽이고는 자신도 자살을 택한 것이다. 빌이 했던 경고가 다시 한번 각인된 사건이었다.
샘의 죽음은 조엘과 엘리의 여정의 최악의 결과를 나타내는 상징이기도 하다.
가을. 조엘과 엘리는 마침내 토미가 거주하는 마을 <잭슨 카운티>에 도착한다. 토미는 인근 수력 발전소에서 아내 마리아와 함께 살고 있었다. 수력 발전소는 전기 담장 덕분에 감염자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곳이었다.
과거 감염 사태 이후 조엘과 토미는 함께 보스턴으로 이주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갈라섰다. 둘은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는 태도가 너무도 달랐다. 토미는 기본적으로 세계는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으리라 믿는 이상주의자였다. 과거에 대한 향수가 강해 이전처럼 사람들이 이웃과 가족처럼 살 수 있는 환경을 꿈꾸었다. 하지만 조엘은 생존을 위해 비인간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무법자가 되었다. 결국 토미는 조엘과 크게 마찰을 빚어 헤어졌고, 마침 마를린의 설득으로 한동안 파이어플라이 자경단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파이어플라이의 이상에도 의문을 느낀 토미는 조직마저 탈퇴하여 서부를 떠돌다 한 수력 발전소에 도착해 그곳의 리더인 마리아와 결혼하여 마을 재건에 힘쓰며 살아오고 있었다.
동생 토미와 수년 만에 재회한 조엘
오랜만에 만난 토미와 조엘의 사이는 여전히 살갑지만은 않았다. 예전에 갈라설 때의 감정도 남아 있었고, 뭣보다 아내 마리아의 반대로 토미는 조엘의 부탁을 거절했다. 엘리를 대신 파이어플라이에게 데려다 달라는 부탁은 매우 위험했기에 남편을 잃을까 걱정된 마리아로써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토미는 수력 발전소에 약탈자들이 쳐들어와 그들을 함께 물리치는 과정에서 조엘이 엘리로부터 오래전 잃었던 딸 사라를 투영하고 있음을 느끼고 결국 부탁을 들어주려 한다. 마리아도 토미가 설득할 것이다. 그렇게 일이 잘 풀리나 싶었다. 그런데 조엘은 이번엔 다른 난관에 부딪힌다. 엘리가 사라진 것이다. 추적 끝에 조엘은 엘리가 스스로 도망친 것이며, 무언가 자신에게 시위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위험천만한 좀비밭을 뚫고 간신히 엘리를 다시 찾아낸 조엘은 버럭 화를 냈다.
“네 목숨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기는 하냐? 제멋대로 위험에 빠지질 않나, 정말 멍청한 짓이었어!”
“그럼 우리 둘 다 서로에게 실망한 거네요.”
“대체 뭐가 불만이냐?”
“늘 저를 떼어놓고 싶어 했잖아요!”
결국 응어리를 터뜨리는 엘리
“미안하다... 하지만 내가 나 자신보다 토미 녀석을 더 믿으니까 그래. 토미랑 있으면 더...”
“난 그 애랑은 달라요, 아저씨.”
“뭐?”
“테스가 사라에 대해 말해줬어요. 그리고...”
“엘리... 그 얘긴 그 이상 꺼내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딸에게 일어난 일은 유감이에요, 아저씨. 하지만 저도 제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어요.”
“넌 상실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조엘에겐 자신의 딸 사라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아직 악몽처럼 남아 있었다. 때문에 조엘은 두려웠다. 하루하루 생사의 고비를 겪는 이 시대에, 만일 엘리마저 눈앞에서 잃는다면 자신은 정신적으로 결코 버틸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떠밀어내듯 토미에게 맡김으로써 도망 치려했다. 그러나 엘리는 그것을 적극적으로 거부했다.
“모두가... 제게 소중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거나 나를 버렸어요. 전부요. 빌어먹을 당신만 빼고! 그러니깐 다른 사람이랑 있는 게 더 안전하다는 소리 하지 마요!”
엘리는 ‘혼자 남겨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자신의 앞가림은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매번 자신의 신변이 결정되는 것을 더 이상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조엘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조엘이 자신을 떼내려는 건 귀찮거나 미워서가 아니다. 과거 딸을 잃었던 경험의 상처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사라처럼 되지 않으리란 자신이 있었다. 그녀는 조엘이 자신에게 사라를 투영시켜 밀어내려는 것을 거부했다.
또다시 사람을 잃을까 두려워 타인을 밀어내는 조엘에게 적극 저항하는 엘리
딸의 이야기에 화가 난 조엘은 그만 각자 갈 길을 가자며 몸을 돌렸다. 그러나 직후 이어진 또 한 번의 감염자들과의 사투 중 머리를 식힌 조엘은 결국 생각을 바꾼다. 조엘은 엘리가 타고 있던 말을 토미에게 돌려주라 했다. 둘이서 함께 떠나기 위해 필요한 말은 한 마리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파이어플라이가 있는 목적지는 토미에게서 이미 자세히 들었으니 문제없었다. 토미가 괜찮겠냐고 우려를 표했지만, 조엘은 한번 정한 것은 좌고우면하지 않았다. 엘리는 잽싸게 조엘의 말 등 위로 올라탔다. 조엘은 토미에게 와이프나 잘 챙기라며 작별을 고하고는 그대로 동쪽으로 말고삐를 돌렸다.
결국 마음을 바꾸고 엘리를 직접 데려가기로 마음먹은 조엘
또다시 긴 여정을 거쳐 둘은 마침내 토미가 알려준 동부 콜로라도 대학에 도착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학교 내부는 인기척이 전혀 없었다. 급하게 짐을 싸서 이동한 흔적과 실험에 이용됐던 것으로 보이는 원숭이 몇 마리만이 있었을 뿐이다. 조엘과 엘리는 크게 실망했으나 다행히 한 파이어플라이 대원의 시체 옆에 놓인 녹음기와 기록들을 통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파악한다. 발단은 곰팡이에 감염된 실험용 원숭이에게 파이어플라이 과학자가 물린 사건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대학은 2차 감염사태를 맞이하고 결국 실험소를 솔트레이크 시티로 옮겼다. 즉 조엘과 엘리의 다음 목적지는 솔트레이크 시티였다.
말 타고 거기까지 또 언제 가냐...
그런데 얼마 후 또다시 약탈자 무리가 나타나 조엘과 몸싸움을 벌인다. 싸움 도중 둘 다 난간 아래로 추락했고, 이때 조엘은 철근에 하복부가 관통하는 중상을 입게 된다. 엘리는 조엘을 데리고 약탈자들을 쓰러뜨리며 필사적으로 출구로 탈출해 말을 타고 안전한 곳까지 빠져나갔다. 그러나 조엘은 결국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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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부상을 입은 조엘을 간호 중인 엘리가 식량을 구하기 위해 호숫가 근처에서 사냥을 나선다. 운 좋게도 그녀는 사슴을 발견해 사냥에 성공했다. 이때 엘리는 사슴 시체를 챙기려다 뜻밖의 인물을 만난다. 활을 겨누며 경계하는 엘리에게 남자는 자신을 데이빗이라 소개했다.
데이빗은 엘리가 필요한 것을 가지고 있었다. 조엘에게 당장 필요한 약(페니실린, 주사기)이었다. 엘리는 사슴고기를 주는 조건으로 그것을 요구했고, 이에 응한 데이빗은 동료가 그것을 가지러 간 사이 잠시 모닥불 앞에 앉아 엘리와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눈치 빠른 엘리는 대화 도중 그가 매우 위험한 인물임을 알아챈다. 그는 사실 근방 약탈자 무리의 리더였다. 그것도 식인을 하는 끔찍한 습성을 가진 약탈자들의 우두머리.
사상 최악의 쓰레기 데이빗의 등장
왜인지 순순히 약을 건네준 데이빗은 앞으로 그녀를 자신이 보호해주겠다며 엘리의 환심을 사려 했다. 제안을 거부하고 말을 달려 조엘에게 돌아온 엘리는 즉시 약을 주사하여 조엘의 회복을 기다렸지만, 그럴 틈도 없이 그녀를 미행해온 약탈자 무리에게 엘리는 결국 납치되고 만다. 이때 약탈자 한 명은 엘리를 ‘데이빗의 새 노리개’라고 표현하는데, 사실 데이빗은 페도필리아였다. 데이빗이 엘리를 해치지 않고 환심을 사려 했던 것도 그런 이유를 위한 그루밍 시도였던 것이다.
한국과 달리, 해외에선 합의하에 이뤄지는 이른바 ‘그루밍 성착취’도 엄하게 다스린다.
그동안 정신을 차린 조엘은 주변에 엘리가 보이지 않자 곧장 그녀를 찾아 나선다. 조엘은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약탈자 둘을 생포하여 고문과 협박을 통해 엘리가 잡혀간 마을 위치를 캐물었다. 조엘은 평소같지 않게 매우 다급하고, 또한 잔인했다. 약탈자가 입을 열지 않자 그의 무릎을 칼로 찍고 돌리며 재차 엘리의 위치를 물었고, 결국 원하는 정보를 알아낸 조엘은 주저 없이 쇠파이프로 그들의 머리를 깼다.
한편 엘리는 데이빗의 추근거림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었다. 자신을 만지는 데이빗의 손가락을 꺾고 특유의 욕설과 조롱으로 일관했다. 이에 분노한 데이빗은 결국 엘리를 식용으로 썰어버리기로 결정하고 그녀를 감옥에서 꺼내는데, 이때 엘리는 데이빗의 손을 한차례 물어버린다. 데이빗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문제는 이어진 엘리의 폭탄 발언이었다. 자신이 감염자라는 것이다. 데이빗은 코웃음을 치면서도 장단에 한번 맞춰주겠다며 엘리가 말한 그녀의 소매 부분을 걷어올렸고, 누가 봐도 감염자에게 물린 상처를 두 눈으로 목도하게 된다. 데이빗을 돕던 약탈자 동료 한 명이 당황하며 동요하자 데이빗은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그럴 리 없다며 부정했다. 그 틈에 엘리는 자신을 붙잡고 있던 약탈자의 목에 칼을 꼽고 도망친다.
엘리는 면역이지만 엄연히 보균자이기 때문에 데이빗이 감염된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 근방 일대는 모두 약탈자들이 진을 치고 있는 아지트였다. 마을의 모든 약탈자들이 엘리를 찾아 돌아다녔다. 다행히 극심한 눈보라 덕분에 엘리는 들키지 않고 이동해 어느 레스토랑으로 숨어 들어갔다. 그러다 결국 데이빗에게 들킨 엘리는 그와 사투를 벌였고, 엘리를 구하러 온 조엘이 그녀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상황은 끝나 있었다. 엘리는 데이빗이 이미 죽었음에도 분노와 두려움에 이성을 잃고 데이빗의 머리를 계속해서 난도질했다. 그러다 조엘이 나타나 그녀를 말리며 감싸안자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녀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상황을 타개했을 만큼 용감하고 영리했지만, 아직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엘리를 안아줄 때 조엘은 그녀를 “Baby Girl”이라 부른다. 과거 친딸 사라를 불렀던 애칭이다.
이때 조엘은 마침내 완전히 마음을 먹는다. 더 이상 과거에서 도망치지 않고 엘리를 지키며 그녀와 함께 살아가겠노라고. 조엘의 마음에서 무언가가 허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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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과 엘리는 다시 함께 솔트레이크로 향했다. 차 없이 가려다보니 이번에도 여정은 길었고, 어느덧 계절은 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둘의 분위기는 예전과 조금 달라져 있었다. 항상 말이 없었던 조엘은 예전보다 친근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반면 엘리는 오히려 조용하고 목소리 톤도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여정의 막바지에 이르자 무언가 생각이 많은 듯했다.
장장 1년여를 거쳐 미국을 횡단한 조엘과 엘리
목적지인 성 메리 병원이 있는 솔트레이크 시티에 도착한 엘리는 기린 한 무리가 광장에서 나뭇잎을 뜯고 거니는 장면을 보고 오랜만에 아이처럼 좋아한다. 그 모습을 보던 조엘은 조심스럽게 엘리에게 이야기했다. 원한다면 언제든 그만두고 토미네 마을로 돌아가 평범하게 살아도 된다고. 얼마 전 조엘은 토미가 일군 잭슨 카운티 마을을 바라보며 ‘새 공동체 생활’을 꿈꾼 적이 있었다. 그러한 미래를 엘리에게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엘리는 지금까지 힘들게 왔으니 멈출 수 없다며 길을 재촉했다. 무언가 각오가 서있는 듯했다. 그녀는 과거의 생활상이 담긴 책들을 매우 좋아한다. 기린이 한가롭게 거니는 풍경도 대재앙 이후론 매우 보기 힘든, 마치 과거의 세계를 떠올리게 하는 듯한 장면이었다. 엘리는 그런 것들을 너무도 좋아했다. 조엘과 다르게 그녀는 ‘구 공동체 생활’이 부활하기를 누구보다 바랐다.
엘리가 꿈꾸는 미래를 암시하는 기린 등장씬
그러나 그들 여정의 고난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 조엘과 엘리는 터널 아래에 급류가 흐르는 곳을 지나다가 물살에 휩쓸리게 된다. 조엘은 수영을 하지 못해 의식을 잃은 엘리를 간신히 구출해 물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기억 한구석에서 끔찍한 데자뷰가 일어나는 듯했다. 이때 조엘의 앞에 무장을 한 남자들이 나타나 총구를 겨눈다. 파이어플라이 대원들이었다. 꼼짝 말고 손들라는 그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조엘은 엘리에게 계속 응급처치를 행했다. 그러다 결국 그들의 개머리판에 맞아 정신을 잃는다.
조엘이 눈을 떴을 때 그의 곁에는 엘리가 아닌 마를린이 있었다. 그녀는 파이어플라이 대원들을 이끌고 따로 미국을 횡단해온 참이었다. 다만 그들 역시 여정이 쉽지 않았던지 오는 도중 대부분의 대원들을 잃었다고 했다. 조엘은 엘리의 신변부터 물었다. 그리고 다행히 그녀가 별일 없이 잠들어 있다는 대답을 듣는다.
다시 만난 파이어플라이의 리더 마를린
그런데 뭔가 조금 이상했다. 엘리를 절대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유를 묻는 조엘에게 마를린은 엘리가 수술 준비 중이고, 엘리의 몸에 퍼져있는 포자 기생체를 추출하면 드디어 백신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해준다. 마침내 인류의 염원이 이뤄질 단초가 마련된 것이다. 마를린이 전하는 의사의 말에 따르면 엘리가 완전 면역이 된 것은 그녀의 포자 기생체가 돌연변이를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 원인을 알 수 없었기에 현재로서 방법은 완전한 변수 통제 상태에서 그것을 복제해야 했고, 때문에 포자 기생체를 온전하게 추출하는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엘이 알기로 포자 기생체는 뇌 전체에 퍼져 자란다. 그것을 추출한다는 것은 즉 엘리의 뇌를 다 들어내야 한다는 것 아니냐고 되묻는 조엘에게 마를린은 침묵으로 그 답을 대신했다.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방 밖으로 나가려는 조엘의 다리를 찍어 넘어뜨린 것은 곁에 있던 마를린의 동료였다. 이미 조엘의 반응을 예상하여 대비하고 있던 것 같았다. 마를린은 자신 역시 엘리를 아기 때부터 지켜봐왔기에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조엘을 설득하려 들었다. 그녀는 여차하면 조엘을 죽일 심산이었지만, 이런 결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해하고 있는 사람을 되도록 죽이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예상대로 조엘이 태도를 쉽게 바꾸진 않았고, 마를린은 경비원에게 조엘을 밖으로 내보내라고 명령한 뒤 사라졌다. 그러나 조엘에게 경비를 한 명만 붙여둔 것은 그들의 실수였다. 조엘은 상황을 틈타 경비를 제압한 뒤 수술실 위치를 알아내어 병원 최상층에 있는 엘리를 즉시 구하러 나섰다. 수가 얼마 남지 않은 파이어플라이의 포위망은 조엘을 막을 수 없었다.
비켜 임마
조엘은 수술실에서 마취된 엘리를 안고 재빨리 엘리베이터로 뛰어가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조엘이 앞으로 나간 순간, 마를린이 조엘에게 총구를 겨누며 나타난다. 마를린은 그 애를 데리고 나가봤자 어차피 이런 세상에서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며, 수술을 해도 아이는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며 총구를 돌리고 또 한번 설득을 시도하지만, 조엘은 엘리를 건네주는 척하다가 마를린의 복부에 총을 쏴버린다. 그리고 살려달라 목숨을 구걸하는 마를린을 향해 어차피 살려두면 애를 추적할 게 뻔하다며 주저 없이 마무리 총격을 가한다. 직후 조엘은 주차장에 있던 차 뒷좌석에 엘리를 태우고 도주에 성공한다.
게임 초반부 조엘이 사라를 안고 도망치는 연출과 비슷하다. 다만 이번엔 결말이 다를 뿐.
“알고 보니 너 같은 사람들이 많더구나. 면역인 사람들 말이야. 수십 명이야. 그런데 그 사람들은 사실... 치료법 찾는 걸 포기했어.”
차 안에서 눈을 뜨고 자신이 왜 수술복을 입고 있는지, 어딜 가고 있는 것인지 묻는 엘리에게 조엘은 준비해둔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이제 토미의 집으로 돌아간다고 말해주었다. 언젠가 토미는 일이 마무리되면 돌아오라고, 원한다면 그들이 함께 살 공간은 충분히 있을 거라고 조엘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힘겨운 여정이 허무해지는 조엘의 뜻밖의 설명에도 엘리는 아무 말이 없었다. 이상하리만치 아무 의문도 제기하지 않았다. 조엘은 깨달았다. 그녀는 바보가 아니다. 알면서도 따지지 않은 것이다. 생각해보면 너무나 서투른 거짓말이었다. 다른 면역 체제를 가진 자가 많다면 왜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까지 엘리를 기지로 보냈으며, 파이어플라이는 왜 귀한 무기까지 제시하며 거래를 했겠는가. 게다가 치료를 포기했다면 수술 가운을 입힐 리도 없었다. 수술복을 입히고 마취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수술 준비를 했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치료법의 시도일 텐데 말이다. 뭣보다 엘리는 조엘이 익숙지 않은 거짓말을 하는 것을 말투만 들어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그녀가 아무 말하지 않은 것은, 그럼에도 조엘이 이런 서투른 거짓말까지 하며 자신을 다시 데리고 나온 이유 역시 쉽게 추측이 됐기 때문이다.
말없이 생각에 잠기는 엘리
“전 아직도 제 차례를 기다리는 중이에요.”
토미가 있는 마을에 거의 다다랐을 때, 엘리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녀가 꺼낸 이야기는 그동안 자신의 주변에 있다가 먼저 죽거나 떠나간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갑자기 왜 그런 얘기를 하나 싶었지만, 그것은 그동안 엘리가 말수가 줄고 생각이 많아진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런 과거를 겪으면서 엘리는 언젠가 자기 차례가 올 것이라 쭉 생각해왔고, 솔트레이크 시티에 도착할 무렵 그 각오는 깊어졌다. 솔트레이크에 도착하면 대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야 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조엘과 만나기 전 마를린과 많은 대화를 나눴던 엘리로써는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긴 숙고의 시간 끝에 생각을 정리하고 각오를 다졌던 엘리
“라일리와 제가 좀비에 물렸을 때, 그 애가 말했어요. ‘그냥 기다리자. 어차피 우린 전부 다 언젠가 비극적으로 미쳐갈 거니까’”
“엘리. 난 살아보겠다고 오랫동안 발버둥 쳤어. 그리고 너도...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살아갈 이유를 찾아야 돼. 이런 얘긴 듣고 싶지 않다는 거 안다만...”
“맹세하세요.”
엘리는 하려고 했던 말을 꺼냈다. 지나간 이야기를 굳이 꺼냈던 것은 이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
“아까 말했던 파이어플라이 얘기 다 진짜라고 맹세하세요.”
그제야 조엘은 알았다. 그녀는 단순히 거짓말 여부를 캐묻는 것도 아니고,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따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인류를 위한 대의를 포기하면서까지 조엘이 그러한 결정을 했다면, 엘리는 따를 것이다. 다만 그녀는 확답 받고 싶었다. 자신의 죽음으로 구할 수 있는 세계를 전부 포기할 만큼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를. 그가 절대로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는 것을.
조엘은 마침내 아주 무겁게, 진심을 다해, 마치 자신에게도 다시 한 번 더 다짐하듯, 답했다.
“맹세할게.”
많은 상실감 끝에, 마침내 자신과 마지막 순간(The Last of Us)까지 함께할 가족을 찾은 조엘과 엘리.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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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뒤, 엘리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증오에 사로잡힌다. 그녀는 피범벅이 된 시체들이 즐비한 방 한구석에서 앉아, 조엘이 가르쳐주었던 기타를 나지막이 연주하며 다짐했다. 한 놈도 빠짐없이, 자신이 찾아서 모두 죽일 것임을.
to be continued.
20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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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는 정말로 단순하기 그지 없는 스토리. 근데 그 단순하기 그지 없는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스토리 텔링이 올타임 남바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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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gonna find.. And I’m gonna kill.. Every last one of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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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2부 엄청 기다렸습니다,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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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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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BGM 틀어놓고 쭉 읽었군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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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는 정말로 단순하기 그지 없는 스토리. 근데 그 단순하기 그지 없는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스토리 텔링이 올타임 남바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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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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