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진공 / 그림: Lazaroos
Story
밤의 독서가 길어지는 날이면 궁인들은 차를 끓였다.
황제로 선 이래, 에르제가 단 한 번도 제시간에 편히 잠든 적 없음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책장을 훑는 그녀의 눈이 어쩐지 먼 곳을 보듯 할 때면 작은 몸이 산만큼 커보였다가, 등에 진 것이 하늘만큼 높아보였다 했다.
몰수한 반란 귀족들의 재산은 전쟁에 피해를 입은 나라와 백성을 살피는 데에만 써야 한다는 명이 있어, 차 한 잔을 내려면 정원에서 찻잎을 따다 오래 말려야 했다. 부러 그런 수고를 감내하는 것은 그 한 잔에 담긴 걱정을, 염려를 전하기 위함이었다. 자신을 살피는 일에 박한 에르제라도 그 마음까지 기어이 물러내진 못하였다.
이 밤, 찻잎향 그윽한 서재에는 뜻밖의 손님이 들어 계셨다.
"드릴 것이 있습니다."
에르제는 대답 대신 더운 차로 입술을 적셨다. 눈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에드윈은 품안에서 꺼낸 물건을 서안 위에 올렸다.
"아버지의 처소에서 발견한 것입니다."
청빛을 품은 자개함이었다. 덮개를 열어 들여다 본 안에는 푸른 끈에 묶인 섭정의 인과 한 자루의 총이 들어 있었다.
"고민이 길었으니, 이야기도 길어지겠구나. 여봐라. 차 한 잔을 더 내어다 주겠느냐?"
의중을 파악한 궁인들이 일제히 자리를 뜨자, 에드윈은 그제야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는… 저를 신뢰하십니까?"
신뢰라. 에르제는 부정도, 긍정도 없이 다만 기다릴 뿐이었다.
"저는 지금에라도 폐하를 해하려 들 수 있습니다. 순간은 웃으며 물러날지라도 돌아서 다른 얼굴을 내보일지 모릅니다. 저는..."
"유르겐 가의 사람이기 때문인가."
무겁게 이어지는 침묵. 에드윈은 가뭄에 마른 가지처럼 수척해져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사제가 아닌 법제로써 다스리는 천계를 만들고자 하셨습니다. 그 뜻이 최고 사제이자 황녀셨던 폐하께 반하는 것임은 알았으나, 천계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에르제는 사도 안톤이 처음 나타났을 때, 몇 차례에 걸쳐 제를 지내야 했던 것을 떠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르텔이 나타났고, 어느 우악스러운 손에 붙들려 끌려가는 동안에도 에르제는 하늘의 뜻에 기대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길고 긴 절망 속에서 에르제를 구해낸 것은 간절히 바라온 하늘의 기적이 아닌 목숨을 걸고 카르텔에 맞선 군인들과 어느 모험가였다.
"비록 뜻은 같을지언정 아버지와 제가 가는 길은 분명 다르다 여겼습니다. 아버지와 같은 선택은 절대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습니다. 허나, 아버지를 죽이고 목숨을 연명한 저는… 너무도 아버지를 닮아 있습니다."
에드윈은 자개함에 담긴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결심이 선 듯 눈을 들어 황제를 마주했다.
"아버지께서도 분명 이를 알고 계셨을테지요."
에르제는 고요히 가라앉은 에드윈의 눈을 들여다 봤다. 네빌로를 닮았으나, 분명 다른 빛이 머물고 있었다.
"폐하. 아버지의 마지막 계획만은 잘라내고 가심이 어떠하온지요."
끝끝내 함께 걸을 수는 없는 자였음을, 네빌로는 총알 한 발 쓰지 않고도 증명해 보였다. 입에 쓴 약을 차마 삼키지 못해 오래 머금고 있던 에르제에게 먼 과거의 소리가 냇물처럼 흘러들었다.
그 역시 천계를 위함일 것이다.
"…그래."
한동안 말을 잃었던 에르제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누군가는 그대를 가리켜 패륜을 저지른 악한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반역이 남긴 씨앗이라 하겠지. 허면 그대가 답해보게. 그대는 극악무도한 살인자인가?"
"아닙니다."
"역심을 품은 반역자인가?"
"폐하."
제 답을 이기지 못해 고개를 떨군 이를 보며, 에르제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짐 또한 그리 묻던 때가 있었네. 어찌 하여야 했는지, 어찌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묻고 답을 찾으려 했지. '가엾고 어린 황녀.' 그 말이 짐의 발을 붙들어 나아가지 못하는 거라 여겼네만, 아니. 아니었네. 짐의 존재를 의심하고 그 뜻을 믿지 못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짐, 자신이었어.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흘려보낸 시간들을 짐은 아직도 후회하고 있네."
에드윈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 앞에 앉은 이는 그간 아버지와 다른 귀족들에게 들어 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노스피스에서 겐트로 오기까지, 그대가 어떠한 일을 해 왔는지 린지에게 들었네. 그것은 짐도, 그대의 아버지도 아닌 그대 자신의 신념을 따른 것이었지. 짐은 신뢰가 아니라 '기대'를 하네. 앞으로도 그대가 그대의 신념을 따라 걸어 주기를 말이네."
에르제는 자개함의 덮개를 덮고, 그 위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찾던 물건을 가져다 주었으니, 보답을 해야겠군."
속을 어지르는 상념에 에드윈은 초조해졌다. 에르제의 고심은 길지 않았다.
"그대에게 하루의 시간을 내리겠네. 결정은 그대의 몫이니 스스로 정하여 가게."
다가올 하루에 많은 것을 걸고 있는 것은 에드윈만이 아니었다. 꼭 혼잣말처럼, 에르제는 나직이 덧붙였다.
"후회를 더하지 않길 바라네."
한낮의 볕이 궁의 민낯을 비춘다.
복식을 갖춘 관료들이 하나 둘 회의실에 모여 들었다. 반란에 가담한 일이 없는 자들이라 할지라도 '황제'의 부름이 달가울 리 없다. 반란으로 인물을 잃은 것은 귀족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힘을 가지고 있던 목소리들이 사라지자, 귀족들은 이 빠진 톱니바퀴들이 맞물리듯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회의실을 메운 적막 속, 저마다의 머릿속엔 저마다의 생각들이 삐거덕대며 이어지고 있었다.
"이리 모여주어 고맙네."
문이 열리고 황제 에르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관료들은 조금씩 터뜨리던 숨마저 집어삼켰다.
"황제가 선 천계가 어떠한 모습으로 변해갈지 우려하는 그대들의 수심이 매우 깊은 줄로 아네. 나라의 중차대한 일을 결정할 때에는 줄곧 그대들과 논하여 왔으니, 새로운 천계를 맞이하기에 앞서 그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자리를 마련하였네."
에르제는 관료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주의깊게 살펴 보았다. 제 아무리 황제라도 에르제는 에르제일 뿐이라는 오만이 얼굴에 드러난 자도 있었다.
"우선 짐의 뜻을 밝히도록 하지. 짐은 천계에 뿌리 깊은 신분의 차별을 없애고, 하늘의 뜻보다 지엄한 법을 따르는 천계를 만들고자 하네."
여기 저기서 노골적인 탄식이 터져나왔다. 에르제가 '신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웨스피스 출신 총사령관을 통해 이미 알려진 바 있었다. 하지만 하늘의 뜻보다 법을 앞세우겠다는 것은 선대 최고 사제의 후계로서 자리에 선 자신의 명분마저 흔들 수 있는 발언이었다. 귀족원에 몸 담은 시간이 가장 오랜 관료 하나가 참을 수 없어 앞으로 나섰다.
"폐하! 신분의 고하란 무릇 하늘과 땅이 구분됨과도 같은 불변의 이치로…"
"그러한 이치가 사도 바칼의 치하에서는 어떠하였는가?"
불경한 사도의 이름이 거론되자 관료들은 또 한 번 술렁이기 시작했다. 에르제가 어딘가를 향해 짧게 손짓하자, 회의실 한 가운데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웨스피스에 남아있던 역사의 기록, 모조리 불타 없어진 줄만 알았던 천계의 비밀을 간직한 문서들이었다.
"수년 전, 사도 바칼에 대항하여 싸운 우리 선조들의 피가 이 땅을 적실 때 비밀리에 바칼을 따르며 부를 축적하던 자들이 있었네. 바칼이 죽고 천계의 땅이 조각났을 때, 살아남은 것은 전장을 피해 숨어있던 그들이었지. 이후 황궁이 재건되고 최고 사제 이리네 님께서 계실 때만 해도 천계의 역사에 '황제'라는 이름이 남아있었으나…"
에르제의 말꼬리를 따라 모두의 청각이 곤두섰다.
"스스로를 '귀족'이라 칭하는 자들이 나서 그를 완전히 지워버렸네."
"폐하! 그것은 사도 바칼의 독재에 대한 두려움으로…"
"아니, 그들이 두려워 한 것은 사도가 아니라 법도였네. 그들은 가진 것을 지키고자 했고, 그를 위해 저지른 일들을 감추어야 했네. 사도 바칼에 대한 두려움과 원망을 부풀린 것 또한 그들이 치뤄야 할 책망의 무게를 덜고자 함이었네."
"설령 그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과거의 잔재에 대한 책임을 여기 있는 귀족들에 묻는 것은 부당한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들이 개인의 부나 권력만을 추구하는 자들이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없었다는 것을 폐하께서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대의 말이 맞네. 다 과거의 잔재일 뿐이지."
에르제의 말과 함께 홀로그램은 전부 사라졌다. 의외로 순순한 에르제의 태도에 귀족들은 어물대며 상황을 좇았다.
"천계는 위기를 극복해내는 힘을 가진 나라일세. 힘을 합쳐 바칼을 몰아낸 우리 선조들이 그러 하였듯, 우리는 사도 안톤을 몰아냈고 몇 차례의 전쟁 또한 이겨내었지. 천계가 더 이상 과거의 잔재를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짐이 앞서 증명한 바 있네."
하늘을 가르던 용의 날갯짓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관료들은 그 존재를 믿지 못했다. 에르제와 함께 나타났던 용은 황제의 즉위와 함께 사라졌고, 백성들은 그것이 예언의 실현이라 믿었다.
"헌데, 언제까지 이름만 남은 사도를 핑계로 나아가지 못할 것인가?"
확고한 황제의 눈은 흔들림이 없었다. 기세를 누를 수 없는 자들은 그저 '끙'하고 목을 갈 뿐이었다.
"나아가고자 하시는 일들은 작금의 상황에 혼란을 더할 뿐입니다."
잠자코 듣던 슐츠가 목소리의 날을 세웠다. 좀처럼 말을 포장할 줄 모르는 자였다.
"백성들은 지칠 대로 지쳐있습니다. 반복되어 온 전쟁을 갈무리하기도 전에 바다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폭풍이 몰아치고 아랫세계에는 또 하나의 사도가 깨어났다는 소문까지 파다합니다. 제를 올리시어 민심을 안정시켜도 모자란 판국에 신분의 차를 없애고 법을 세우신다니요. 천계의 근간을 이뤄온 것들을 신을 갈아 신듯 바꿀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대의 말도 일리가 있네. 두려움에 떨고 있는 백성들을 위한다면 바다에 발생한 폭풍을 잠재우고 아랫세계의 사도를 막을 방도를 우선해야겠지."
에르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슐츠는 어쩐지 제 발에 걸려 넘어진 기분이었다.
"허면 어찌 하는 것이 좋겠는가?"
"관습대로 우선 제를 준비하시어…"
"이전에도 그와 같은 시도가 있었으나 사도는커녕 카르텔조차 막지 못하였네. 무리하게 제를 준비하는 동안 백성들의 부담만 더해갈 뿐이었지. 과중한 짐을 지어가며 품은 막연한 기대보다 실질적인 방책으로 얻은 안전에 대한 확신이 지친 백성들에게는 더욱 필요할 듯한데."
"허면 조사단을 파견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죽은 자의 성을 조사할 때처럼 동맹국인 제국에 청하여 합동 조사단을 꾸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때마침 아라드에도 천계의 것과 비슷한 폭풍이 발생했다 들었네. 천계에 괴변이 닥칠 때마다 제국이 갖은 힘을 써 주었으니, 이번에야말로 천계가 보답을 해야겠군. 허면, 누가 나서 주겠는가?"
침묵은 모두가 약속한듯 이어졌다. 폭풍 속으로 뛰어드는 일이든, 정체불명의 사도와 맞닥뜨리는 일이든 피할 수 있다면 최대한 피하고 싶은 것이 그들의 속내였다.
"제국에서는 황족인 제3황녀가 직접 조사단에 나설 터인데, 명색이 천계를 대표하는 이를 아무나 내세울 수는 없지 않은가."
네빌로가 있었다면 일이 훨씬 쉬웠을 것이다. 그를 대신할 인물을 찾지 못한 귀족들은 탁상공론만을 펼쳐온 대가를 고스란히 맞아야 할 것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에르제의 목소리는 차분하게 이어졌다.
"그대들의 두려움을 잘 알고 있네. 카르텔을 피해 노스피스로 대피한 것도, 반란에 합세하지 않고 자리를 지킨 것도 모두 '잃는 것'이 두려워 내린 결정이었겠지. 허나, 지금의 천계를 보게. 나라의 안녕보다 개개인의 안위를 우선하는 동안 그대들은, 아니,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네."
'우리'라는 말이 목에 가시처럼 걸렸다. 관료들이란 에르제와 뜻을 같이 할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자들이었다.
"신분의 차를 없앤다 하여 당장에 급진적인 변화를 이루기에는 시기가 좋지 않음을 알고 있네. 하여 짐은 출신과 가문이 아닌 오직 실력으로 인재를 등용하는 것부터 시작하고자 하네. 가문의 이름을 앞세워 높은 지위와 벼슬을 차지한 자들을 엄중히 처벌할 것이며, 그를 위해 보다 분명한 법을 세우려는 것이네."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소수 가문의 그늘에 가려 뜻을 펼치지 못한 이가 귀족 중에도 왕왕 있었다. 무법지대 출신들은 그들에게도 역시 눈엣가시였지만, 이번에야 말로 귀족과 평민의 차이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 줄 수 있을지 몰랐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이가 뒤이어 물었다.
"하늘의 뜻보다 법을 앞세우고자 하시는 것 또한 급진적인 처사라 사료됩니다. 국고가 넉넉지 않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만일을 위해 사제들만이라도 궁에 남기심이 어떻겠습니까?"
사제직을 세습하며 권력을 이어 온 자들이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최고 사제의 주도 하에 제를 지내 온 것은 천계의 문화이자 상징이었다. 그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으나, 에르제는 다시 한 번 힘주어 말했다.
"어렵게 되찾은 황궁의 문이 또 한 번 부수어 질 때, 짐은 깨달았네. 천행에 기대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말이네. 천계가 바로 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하늘의 자비가 아니라 오롯한 군신일세."
에르제는 다시 한번 굳은 표정의 관료들을 돌아보았다. 알던대로 완고한 자들이었으나, 에르제는 예전의 황녀가 아니었다.
"짐은 앞으로의 천계, 그 어느 곳도 '무법'의 땅이라 불리지 않길 바라네. 그 어떤 힘을 가진 무리도, 흉포한 사도도 다시는 천계를 위협하는 일이 없길 바라네. 그를 위해 다른 누구보다 그대들의 힘이 필요하네."
관료들의 눈이 하나 둘 황제를 향했다. 굳은 심지를 지닌 초가 황궁을 떠받치는 기둥이 되어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짐은 더 이상 과거에 붙들려 현재에 머무는 과오를 범하지 않을 것이네. 천계를 잃는 것을 두려워하고, 천계를 지킬 힘을 키울 것이네. 폭풍의 원인을 밝히고 그를 없앨 방도를 찾을 것이며, 아랫세계의 사도가 천계를 해하지 못하도록 미리 대비하여 막을 것이네."
말로써 나누지는 않았으나, 귀족 관료들은 느끼고 있었다. 에르제는 달라졌다. 어쩌면, 아주 어쩌면 천계도…
"홀로 걷기엔 먼 여정이니, 함께 걸어 준다면 좋겠군."
"무사히 마치셔서 다행입니다."
회의실 바깥에서 내내 애를 태웠던 마를렌이 에르제를 발견하고는 웃어 보였다.
"이제 시작일 뿐이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많이 남았으나, 저들의 마음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군."
"에드윈 님께서도 같은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그자를 만났는가?"
"그렇습니다."
에르제의 입가에 걸린 안도를 보며, 마를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화원정으로 가시는 듯 하던데. 폐하께서 찾으신다 전할까요?"
"아니, 되었네. 짐은 따로 들러 볼 곳이 있네."
태양이 제 빛을 뻗은 하늘을 바라 본다. 티끌 하나 없이 푸른 곳에서 맑고 다정한 바람이 든다.
에르제는 잔잔히 웃어 보였다.
"대장군은 어디에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