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랜만에 글을 쓰는군요. 한동안 다크소울 뿐만 아니라 게임 자체를 못했다보니 쓸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어느 게임이나 그렇지만, 질려가나 싶던 다크 소울도 다시 하니까 겁나게 재밌더군요.
그러다 이전부터 같이 해오던 지인분들과 오랜만에 모탈컴뱃을 했더니.... 갑자기 향수병이 도져서 쓰는 글입니다.
말 그대로 잡담인데다 쓸데없이 장문이라 두서가 없습니다. 읽어주실 분들께 양해를....
제가 글 쓰던 초창기부터 봐주신 분들은 대충 아실 겁니다. 제가 원래 격투게임 하던 찍먹쟁이였다는걸....
사실 플레이타임만 길지 실력은 그닥입니다. 그리고 해본 격투게임은 많지만 작정하고 판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았죠. 컴까기로 불태운 게임들은 꽤 많지만....
불태워봐야 그냥 최고난이도 AI 때려잡는 컴까기만으로도 만족하는 소시민이었던 겁니다. 이것도 쌩뉴비한텐 쉽지 않지만, 다크소울로 치면 그냥 고난이도 4인방 잡는 거랑 똑같습니다. 오래 하신 분들이 무명왕이나 프리데를 극악이라 부르지 않듯이....
위 사진의 DOA5는 스팀 시작한 이래로 가장 오래했던 게임인데, 그나마도 유저대전 경험이 도전과제 때문에 했던 100판 승리밖에 없습니다. 그놈의 100판 따내려고 몇 판을 돌려댔는지는 기억도 안 나는군요. 아마 모탈 컴뱃과 다크 소울이 플레이타임을 추월해버리기 전까지 제 스팀 플레이타임만 부동의 1위였죠.
이게 영향이 많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커맨드 입력하는 부분에선 꽤 자신감을 얻게 해준 게임입니다. 류 하야부사로 반강 떨구기 숨쉬듯이 써본다고 그 3단 잡기 커맨드만 손가락 부러지듯 연습했던 경험이 새록새록.... 덕분에 다크소울 할 때 어려운 조작은 전혀 없었죠. 원래도 게임이 조작 하나는 심플하지만....
물론 DOA 좀 많이 해봤다고 다크소울까지 잘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장르가 전혀 다른 게임이기 때문이죠. 사실 3편으로 처음 입문했을 당시 각오는 했지만, 이미 완결나고 단물 빼먹힐 만큼 빼먹힌 게임을 업어와서 뒤늦은 문화충격을 받았죠. 액션 RPG라면서 조작도 묵직하고 불친절하고....
그럼에도 극초반부 제외하면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하며 나아갔습니다. 친구들이나 다른 유저들은 제가 격투게임 경험자라 컨트롤에 어려움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했지만.... 사실 굳이 개인적인 느낌을 이야기하면, 다크 소울은 생각보다 컨트롤빨을 크게 타는 게임은 아닙니다. 일단 모르면 당하고 쳐맞아야 하는건 똥손이건 금손이건 똑같고, 애초에 적들의 공격이 눈에 띄는 선딜로 예고되는지라 굉장히 직관적이었던 것이죠. 피지컬이 좋으면 확실히 딸린 것보단 수월해지긴 해도 절대적이진 않습니다.
분위기도 어둡고 불친절하고, 죽으면 돈 다 떨구고 몹들은 부활하는 시스템이 너무 가혹하게 다가오는 탓이 가장 큽니다. 사실 이것만 빼면 다크 소울에 그렇게 큰 가혹함은 없었던 것 같네요.
(사진은 DOA6의 하야부사입니다. 닌자 가이덴은 콘솔밖에 없어서 찍은 스샷이 없는지라....)
오히려 컨트롤 부분에선 제가 이 게임 이전에 했던 게임 중 가장 어려웠던 닌자 가이덴이 더 악랄했습니다. 이건 다크소울과 반대로 주인공이 초반부터 더럽게 강력한 대신, 컨트롤이 너무 힘듭니다. 다크 소울은 초반에 주인공도 약하지만 적들도 크게 강하진 않죠. 초반 기사놈들은 뭐냐 싶겠지만, 여러 번 죽다보면 파훼는 가능한 수준입니다. 근데 이 게임은 처음부터 주인공이 강하다 보니까 닼소처럼 파워업빨로 깨는 것도 안됩니다. 닼소처럼 패턴으로 깨기보다 피지컬이 요구되는 부분이 많은 것도 마이너스죠....
더군다나 이놈의 게임은 처음에 뭐 때문에 개털리는지 알 수가 없어요. 시작부터 고난이도 테크닉의 기술들을 숨쉬듯 활용해야 하는데, 다크소울로 치면 처음부터 패링을 밥먹듯 쓸 줄 알아야 합니다. 진짜 불합리의 끝장이죠..... 물론 이 게임도 매운맛 게임들이 다 그렇듯, 온갖 고난이도 기술들을 써가며 적들과 화려하게 맞다이를 칠 수 있게 되면 미친 듯이 재밌습니다. 이건 격투게임 컴까기할 때 최고난이도 AI 상대로 처음 호각을 이룰 때의 쾌감과 비슷합니다.
물론 닌자 가이덴과 다크 소울은 어렵다는거 말곤 공통점이 전혀 없는 게임이고, 진행 스타일도 전혀 다른 게임들입니다. 몬헌과 마영전이 유사한 듯하면서도 전혀 다른 게임인 것처럼 말이죠. 사실 다른 게임들보다도 가장 다크 소울 하는데 굉장히 많은 영향을 준 게임이라 하면 따로 있습니다.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영향을 준게 무엇인고 하니.....
제 스팀 플레이타임 부동의 2위이자 인생게임 TOP 3 안에 있는 모탈 컴뱃 X입니다. 컴까기건 유저 대전이건 어느 격투게임보다도 많이 했던 게임이죠. 많이한 만큼 잘하진 못했지만서도..... 그런데 이 게임은 장르가 전혀 다른데도 다크 소울과 취향적인 유사점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제가 원래 이 게임에 미쳐있다가 넘어온 게임이 다크소울인데, 둘 다 취향적으로 비슷하다보니 어찌보면 필연적인 부분이죠.
이 게임과 다크 소울의 가장 큰 공통점이라면 어둡고 묵직하고 진중합니다. 그리고 시스템 UI 디자인까지 꾸밈 없고 담백한 편이죠. 뭔가 화려한 기교보다는 게임 자체의 본질적인 재미와 완성도만을 담백하게 표현하는 느낌을 줍니다. 심지어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모션이라던가 연출에도 과장이 별로 없어요.
그냥 진짜 담백한데 진중한 무게감과 간지를 뽐냅니다. 다크 소울이 기사간지 게임이라면 모탈 컴뱃은 닌자간지 게임이죠. 제가 본 닌자 나오는 게임들 중에선 가장 멋집니다.
닼소뽕 때문도 있겠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저는 이 게임을 다크소울 격겜판처럼 즐긴 것 같습니다. 게임이 일단 묵직하고 모션이 절도 있게 뚝뚝 끊기는 전통이 있고, 스테미너 시스템을 도입해서 그 묵직함을 더해줍니다. 스테미너와 게이지 두 자원이 있는데, 다크 소울에서 FP와 스테미너 관리하듯이 플레이하게 만드는 시스템이죠.
뒤로 피하는 백 대시는 구르기 수준으로 무적판정이 무지막지한 대신 스테미너를 소비하며, 일반 대시 말고도 그냥 쭉 달리는 러닝이 있는데 이것도 스테미너가 쭉쭉 깎입니다. 심지어 게이지 2개를 소모해서 맞는 중에 상대 콤보를 끊어버리는 브레이커에도 스테미너가 들죠. 일부 캐릭터들이 가진 고유 회피기에도 스테미너가 깎입니다.
덕분에 이 게임은 속도전이 안 됩니다. 어찌보면 다크소울보다도 게임이 더 무거운 편이죠. 짠손짠발 공방과 콤보의 화려함 때문에 관전하는 입장에선 속도감 넘치지만, 플레이하는 입장에선 다른 격겜보다 뭔가 굼뜨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그 묵직한 손맛과 찰진 타격감 때문에 이 게임을 끊을 수 없게 만들죠. 이건 다크소울이랑 똑같군요.
이런 취향적인 공통점과 특유의 손맛, 그리고 어둡고 진중한 분위기라는 삼위일체로 같은 선상에 놓이게 된 두 게임입니다. 사실 저는 다크 소울을 시작하기 전, 무슨 게임을 해도 모탈 컴뱃 미만잡으로 취급하는 모탈뽕에 빠져 있었습니다. 마치 얼마 전까지 닼소 미만 모든 게임이 장난으로 보이는 닼소뽕에 빠졌었던 것처럼....
그러다 컴퓨터가 문제가 있었는지 모탈 컴뱃만 프레임이 대폭 하락하는 사태가 터졌는데, 뽕맛 끝물이긴 했어도 재밌게 하던 게임을 억지로 접어야만 했습니다. 나중에 포맷하고 다시 깔아야지 하다가 결국 몇 년을.....
그 모탈 컴뱃의 부재를 완벽하게 메꾼 게임이 우리의 다크 소울 3였던 것이죠.... 역시 악마의 게임은 같은 악마의 게임으로 대체해야 합니다. 거기다 모탈 컴뱃보다 나은게 있다면 협력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때문에 같이 즐기는 용도로는 모탈보다 닼소가 훨씬 좋습니다. 모탈은 일반 대전 말고도 다양한 모드를 지원하지만 결국 맞붙어야 하기 때문에....
멘탈 단련 부분에서도 전혀 꿇리지 않습니다. 일단 다른 격투게임과 달리, 모탈 컴뱃은 패배하면 내 캐릭터가 처참하게 끔살 당하기 때문에 정신적 타격이 배가 됩니다. 닼소에서 유다희 보거나 포다 당하는 거랑은 또 다른 문제죠.
다크 소울은 드럽게 어렵다는 선입견과 달리 생각보다 크게 악랄하지 않지만, 모탈 컴뱃은 드럽게 잔인하다는 선입견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을 정도로 잔인한 게임입니다. 어느 정도냐면 어지간한 공포영화의 고어는 코웃음치면서 보게 되는 수준이죠. 같은 게임에 국한해도 어지간한 호러게임보다 하드코어합니다..... 다른 연출들은 담백하고 수수하면서도 묵직한 주제에, 잔혹 연출들은 쓸데없이 힘이 들어가 있는 변태같은 게임이라 할 수 있죠.
어쩌면 제가 다크 소울에서 그렇게 죽어나가면서도 투지를 불태웠던 것이나, 포다나 경단 투척을 맞아도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것은 모탈 컴뱃의 영향이 굉장히 큽니다. 이 게임은 상대를 KO 시킨 뒤 FINISH HIM! 나레이션이 나올 때, 지정된 커맨드를 입력해 발동하는 페이탈리티나 콤보 중 특정 조건을 만족해서 끔살 연출로 마무리하는 브루탈리티 시스템이 있습니다. 심지어 선택한 진영에 따라 주어지는 팩션 킬이란 마무리 기술까지 존재하죠. 잔인한 게임의 대명사답게 상대를 끝장내는 방법이 쓸데없이 많습니다.
페이탈리티는 빼도 박도 못할 도발인데다, 시전하는 쪽에서도 연출 스킵이 안되는지라 기다리기 귀찮다고 안 쓰는 경우도 많지만.... 당할 경우 올라가는 혈압이 장난이 아닙니다. 그나마 브루탈리티는 커뮤니티에 따라 다른데, 최선을 다해 맞붙은 상대에 대한 예의랍시고 시전하는 암묵의 룰이 있어서 자주 맞게 됩니다.
이게 몇 번은 그런가 보다 하다가도, 계속 갈기갈기 찢기고 터져나가는 캐릭터를 보고 있자면 분노가 치솟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게 악으로 깡으로 도전해서 기어코 승리하는게 격겜의 재미지만, 모탈 컴뱃은 그보다 더 사악한 묘미가 있습니다. 당했을 때처럼 상대 캐릭터를 KO시킨 끝에, 기어코 브루탈리티로 뚝배기를 박살내버리는 순간의 쾌감은, 그야말로 악마 같은 성취감과 중독성, 그리고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줍니다. 이걸 한 번 겪고 중독된 모탈 유저는 다른 격투게임을 할 수 없게 될 정도로 사악한 요소죠.
이 악마 같은 성취감을 다시 일깨워준 게임이 바로 다크 소울이었습니다. 사실 성취감 하면 가장 많이 꼽히는 게임이기도 하죠. 처절하다는 부분에선 비슷하지만 그래도 이쪽이 좀 더 건전하다고 볼 수 있죠.
회차는 물론이고 늘 무기력하게 당하던 암령을 처음 물리쳤을 때의 쾌감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엔딩을 봤을 때의 성취감은 어떤 게임보다도 각별했죠.
그냥 엔딩 본 것 자체가 특별했던 게임은 정말 드물 겁니다. 다크 소울의 엔딩은 담백하고 썰렁하지만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죠.
결론은 뭐가 됐든 가혹한 게임들을 즐기면 다른 매운맛 게임을 즐길 때도 수월해집니다. 그렇다고 모탈 컴뱃을 해보시라는건 아니고.... 이건 좀 정신건강에 안 좋습니다.
아무래도 제 인생게임 기준은 딥다크함+묵직함+찰진 손맛과 처절함인 듯한데, 사실 이런 류의 게임들은 마이너해서 찾기가 어려운지라 새로운 인생게임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하드코어한 게임을 하다 또 하드코어한 게임으로 넘어왔으니 적응이 빠른건 당연했을지도....
여튼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화려한 꾸밈이나 대단한 무언가보다는, 역시 게임 그 자체의 본질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방향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모탈 컴뱃과 다크 소울을 하면서 아무 이유 없이 빠진 것도, 별거 없이 이 게임들이 그냥 겁나게 재밌었기 때문일 겁니다.
저도 그렇지만 이 글을 봐주신 여러분도 다크 소울 이후에도 인생게임을 찾으셨으면 좋겠네요. 쉽지는 않겠지만.....
두서도 없고 긴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랜만에 오니까 아무 이야기라도 쓰고 싶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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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ㅋㅋㅋ 제 겜생에서 워낙 각별했던 게임들이었다보니.... | 21.01.25 01: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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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가는 그 주인공으로 온갖 무지막지한 것들을 다 때려부수는게 가능하다는 카타르시스로 하는 게임이라... 비슷한 분위기의 데메크랑만 비교해도 주인공이 초반부터 겁나게 쎈게 맞습니다. | 21.01.25 10: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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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을 전혀 못 따라가는 유저에겐 그런 건 전혀 느껴지지가 않더군요... 데메크는 그래도 난이도를 낮게 잡고 시작하면 단테가 강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지만, 닌자용검전 아케이드판에서 나온 류 하야부사의 모습을 시작으로 엑박판으로 나왔던 닌자 가이덴은 지나치게 어려워서 못 해먹겠다는 생각만 남았습니다... | 21.01.25 13: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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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A는 모델링에 몰빵한 게임이고, 모탈 컴뱃 X는 발매 당시 격겜 최고의 그래픽이라 찬사받던 게임이라... ㅋㅋㅋ 솔직히 닼소는 그래픽이나 기술력은 딸린데 분위기와 아트워크가 진국이라 좋은 것이죠... 자체엔진의 한계는 어쩔수가 ㅠ | 21.01.27 20:5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