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트리는 우리가 만드는 모든 것들을 실제로 구현해 낸, 재능 넘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블로그 시리즈입니다. 이번에는 사운드 디자이너인 펠리페가 자신의 창작 과정을 소개하고, 오버워치 2 제작 뒷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공유합니다.
블리자드에서 어떤 길을 걸어오셨는지 알고 싶네요. 항상 게임 업계에서 일하길 원하셨나요?
네! 제 첫 블리자드 게임인 디아블로 II를 시작으로, 이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플레이하면서 계속해서 게임 업계에서 일하길 꿈꿔 왔어요. 블리자드 입사를 꿈꾸며 지역 전문 대학에서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는데, 오디오 전공 학생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음악 만드는 법까지 배우게 되었죠. 그 후로 음악의 세계에 흠뻑 빠져 버렸어요. 몇 년 동안 DJ로 활동하며 풀타임으로 음악에 전념했어요. 하지만 정말 힘든 일이었고, 블리자드에서 일하고 싶다는 제 꿈은 잊은 적이 없었죠. 그러다가 블리자드 채용 사이트를 보게 됐고, 현지화 QA 모집 공고를 발견했어요. 포르투갈어에 능숙한 덕분에 합격할 수 있었죠. 그리고 캠퍼스에서 QA에서 게임 개발자로 이직한 사람들을 만났어요. 그중 한 명은 지금 저와 같은 사운드 디자인 팀에서 함께 일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 사람들에게 자극을 받아 온라인으로 게임 오디오 수업을 들었죠. 덕분에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고, 데모 릴을 만들 수 있었어요.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잡을 준비를 해 놓은 셈이죠.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 자리가 났을 때부터 기회를 잡아 달리기 시작해서, 결국 오버워치 2까지 오게 되었네요.
오버워치 2 작업을 시작한 이후로, YouTube에 창작 과정을 담은 영상을 올리면서 구독자가 생기셨더라고요. 어디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하게 되었나요?
사운드 디자인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 게임에서 들리는 사운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예를 들어 캐릭터가 펀치를 날려 맞췄을 때 나는 소리는 킥 드럼 또는 채소 부러지는 소리일 가능성이 높아요. 사운드의 대부분은 사실 전혀 다른 것에서 만들어진 것이에요. 영상을 만들기 시작한 건 사실 우연이었어요. 2023년에 일리아리 캐릭터와 관련한 작업 과정을 팀에게 보여주려고 찍은 영상이 계기가 됐죠. 팀원들의 반응을 보고, 사운드 디자인에 담긴 미묘한 뉘앙스와 컨텍스트를 이야기하는 영상을 YouTube에 올려도 괜찮은지 허락을 구했어요. 현재까지는 온라인 상의 반응이 아주 긍정적이고 따뜻했어요. 덕분에 아주 멋진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사운드 디자이너가 하는 일은 무엇인지, 그리고 게임 개발 전체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알려주세요.
블리자드에서는 사운드 디자이너 역시 게임 개발에 있어 큰 역할을 차지하죠. 오버워치에서는 초반부터 애니메이터, 시각효과 아티스트, 엔지니어, 디자이너와 나란히 논의에 참여해요. 다 같이 뭔가를 만들어가는 거죠. 특히 영웅 사운드 디자인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의 제 역할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긴밀한 협업과 아이디어 구상, 플레이 테스트가 필수적이에요. 제가 하는 일을 단계마다 팀과 공유하고, 동료에게서 피드백을 받습니다.
사운드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다른 분야보다 잘 눈에 띄지 않아서, 어딘가 신비로운 영역이에요. 효과음 녹음실에서 녹음 작업을 하고, 그다음에 그 녹음본을 완전히 다른 새로운 사운드로 변환시키죠. 이 과정을 계속해서 흥미롭게 만드는 '숨겨진 마법' 같은 거라고 해야 할까요. 캐릭터마다 고유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데 특히 집중하고 있어요. 직접 녹음하고 가공해서 이 세상에 있는 그 어떤 소리와도 겹치지 않게 하죠. 저희는 이걸 '새로운 소스'를 녹음한다고 하는데, 그 부분이 이 일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에요.
새 영웅과 관련한 사운드 디자인을 할 때 어떻게 접근하나요?
모든 각도에서 살펴보려 노력해요. 이 캐릭터가 게임플레이 측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기존 영웅들 사이에서는 어떤 포지션일지, 우리가 구현하고자 하는 판타지는 무엇인지 묻는 것으로 시작하죠. 예를 들어 프레야는 아주 빠르고 신속하게 움직이는 캐릭터예요. 그래서 프레야가 움직일 때는 바람처럼 가벼운 사운드가 필요해요 영웅에 대한 질문을 쭉 나열해 보고 그 캐릭터 뒤에 숨겨진 판타지를 깊이 파고듭니다. 프레야의 배경 스토리는 무엇인지, 프레야를 본질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지와 같은 질문을 던져요.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이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방향을 결정짓고, 사운드 디자인이 캐릭터의 방향성과 처음부터 맞아떨어지도록 해줍니다.
효과음 녹음실에 있는 다양한 물건을 활용해 실험을 하는 것도 제가 하는 일 중 하나예요. 일리아리의 경우를 볼까요. 태양 에너지를 활용해 고대의 총을 쏘는, 페루의 전사잖아요. 이런 캐릭터의 사운드 프로젝트를 맡으면,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이 수천 가지나 됩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방법은 아마도 금속의 사운드를 활용하는 걸 거예요. 하지만 전 태양 광선을 활용하는 일리아리의 능력에 걸맞은 독창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싶었기 때문에, 페루의 플루트를 활용하기로 했어요. 이 캐릭터의 기원과도 어울리고요. 플루트를 공중에 휘두르거나, 불어 보는 등 다양한 소리를 녹음했죠. 이미 존재하던 사운드 라이브러리에서 가져온 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일리아리는 현재 존재하는 그 어떤 캐릭터와도 다른 사운드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창작 과정에서 영감을 주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새로운 소재를 테스트할 때는 어디서부터 시작하죠?
사운드 디자이너 경력이 쌓일수록, 무엇이 효과적일지 감이 생겨요. 어떤 금속이 울림이 큰지 아닌지도 노하우로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고요. 물체를 끈에 매달아 돌려보면, 공기역학적 효율성이 떨어지는 물체일수록 공기를 가르는 방식이 독특해 더 흥미로운 소리가 난다는 것도 알게 되죠.
제가 배운 가장 중요한 건, 대부분의 사운드 디자인이 일반적인 관점에서 벗어난 실험적인 시도에서 탄생한다는 거예요. 전 벼룩시장에 가서 낡은 중고 물품들을 사곤 해요. 그중에서는 원래 용도가 무엇인지도 모를 물건들도 있죠. 그걸 녹음실로 가져와서, 이리저리 건드리다 보면 당연하게도 활용할 만한 새로운 사운드가 탄생하거든요.
사운드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 시작하면 될까요? 성공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요?
사운드 디자인 일을 시작하고 싶다면, 처음부터 고급 마이크나 값비싼 플러그인 같은 게 필요하진 않아요. 그냥 컴퓨터 한 대,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 녹음할 수 있는 장비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턱이 상당히 낮은 분야죠. 휴대폰으로 주변에 있는 것들을 활용한 소리를 녹음하는 것만으로 멋진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어요. 전 항상 도구나 물건들을 갖고 다녀요. 심지어는 지금도 갖고 있죠.
이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호기심이 많고, 창의적이고, 평범한 것으로도 실험해 보려는 자세가 필요해요. 틀을 벗어나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요. 인내심과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캐릭터에 접근할 때는 1인칭뿐만 아니라, 3인칭의 관점도 생각해야 합니다. 동료들이 듣는 소리와 적이 듣는 소리는 다를 테니까요. D.Va처럼 UI 사운드가 많은 캐릭터는 팀원과 적이 듣는 소리가 확실히 달라요. 그리고 발소리의 경우, 캐릭터가 카펫, 자갈, 잔디, 눈, 모래 등 어디 위를 걷는지 고려해야 하고요. 그 모든 요소를 각기 다른 관점에 맞게 담아내고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인내심이 정말 중요한 덕목이에요.
지금까지 일하면서 배운 것 중에 사운드 디자이너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혼자만의 세계에 갇히지 마세요.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마음에 고립되기 쉽지만, 최고의 작품은 다른 사람과 협업하고 도움을 요청하면서 탄생하거든요. 창작 과정에서 생긴 문제들을 저 혼자 해결하려 했을 때는 더 나은 결과가 나온 적이 없었어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면,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를 얻게 되죠. 창작 과정에서 친구들과 함께하세요. 훨씬 더 좋은 결과가 나옵니다. 함께 녹음하면 얼마나 재미있는지 아마 깜짝 놀라실 거예요.
2025년 8월 27일에 출시되는 오버워치 2 18시즌에서 펠리페와 사운드 디자인 팀의 작업을 확인해 보세요!